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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개아님



‘정국아, 엄마 안아줘.’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엄마의 숨결이 등 뒤로 느껴졌다. 몸을 감싸고 있는 엄마의 팔을 꽉 잡았다. 언제 이렇게 말랐는지, 한 손에 다 잡히는 팔뚝에 괜히 목이 타서 침을 삼키고 다시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전정국, 거절해. 너 이거 거절해야 해. 선택권은 없어 전정국.


‘정국아…. 응?’


엄마의 팔을 거칠게 때어내 뒤를 돌았다. 엄마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괜히 숨이 막혀왔다. 엄마의 어깨에 손을 올려 엄마와 눈을 마주했다. 반쯤 풀린 눈을 한 엄마가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다. 곧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입술을 달싹이던 엄마는 눈을 세게 감았다 떴다. 이제 엄마한테, 정신 차리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입술만 달싹이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엄마한테 지금 당장 욕을 내뱉어야 하는데.


“씨발.”


눈을 떠보니 새하얀 천장이 나를 마주했다. 온몸이 축축하니 찝찝했다. 몸을 살짝 일으켜보니 아랫도리 역시 축축이 젖어있고, 불룩하니 중심에 피가 쏠려있었다. 밤에 엄마가 꿈에 나오길 빌었다. 결코, 이러한 뜻으로 기도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한때 엄마와의 행복했던 그 순간을 조금이나마 상기하기 위해 빌었던 소박한 소원이었다. 이런 좆같은 꿈을 꿀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는데. 내가 죄를 지었다면 얼마나 큰 죄를 지었다고 이런 악몽이 나를 얽매서 매번 울지도 못하게 만드는 걸까. 속이 문드러졌다. 괜히 김태형이 보고 싶었다. 김태형은 엄마와 닮았다. 어떻게 보면 여자인 엄마보다도 예쁘게 생겼다, 싶을 정도로 예쁘장하게 생긴 김태형을 처음 봤을 때, 괜히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루하루를 엄마가 돌아오길 꿈꾸며 기도를 하고 잠을 자면, 항상 엄마가 나를 유혹하는 꿈을 꾸고, 잠에서 깨어나면 숨김없는 몸은 벌써 아랫도리를 잔뜩 부풀리고 있었다. 울지도 못했다. 엉엉 울면, 그땐 정말 내 죄를 인정하게 될까 봐. 내가 정말 엄마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엄마를 엄마가 아닌 여자로 보았다는 그 좆같은 사실을 인정하게 될까 봐, 차마 눈물을 흘리지도 못했다. 


그 날이 있던 후로 아버지와는 한마디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의 눈에 띄기 위해 사고를 치면 아버지에게 연락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버지는 자신의 비서를 보내 일을 해결하였다. 얼굴을 마주하고 밥을 먹는 날이면 삭막한 분위기 탓에 매번 체해 속을 게워냈다. 그때마다 생각했다. 아버지는 나를 싫어한다. 나를 혐오한다. 나는 더러운 새끼니까, 한마디 말도 섞기 싫으신 거겠지. 그 생각을 하니 내 편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음을 느꼈다. 살 가치를 느낄 수 없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 그까지 생각이 미치니 몸이 먼저 반응했다. 발악하고 싶었다. 나 좀 봐달라고, 날 있는 사람취급 해달라고.


전에 저지른 불효보다도 더한 짓이었다. 그 당시에는 어차피 있는 사람 취급도 해주지 않는데, 하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아버지의 앞에 칼을 들고 걸어갔다. 관심도 없다는 듯 신문만 들여다보는 아버지의 앞에 서서 말했다.


‘아빠는 날 싫어해. 내 편은 아무도 없어. 아빠 눈엔 내가 투명인간으로 보이나 봐.’


나의 떨려오는 목소리를 들은 아버지는 그제야 신문에서 시선을 때어내고 나를 바라보았다. 두 눈이 커졌다. 아버지가 입을 여는 그 순간이었다.


‘난 살아 있어야 할 필요가 없는 새끼야. 이런 새끼는 당장 뒤져야 해.’


손목에 칼을 그었다. 아니, 내리꽂았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손목을 불로지진 기분이었다. 극심한 고통 탓에 폐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인지, 숨을 쉰다는 감각을 잊은 것인지. 숨을 쉴 수 없었다. 꺽꺽거리며 억지로 숨을 들이마셨다. 칼이 꽂힌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눈앞이 핑핑 돌았다. 몸을 지탱하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 몸이 휘청거렸다. 감겨오는 눈을 치켜뜨고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말이야…… 다른 건, 다, 필요, 없었… 어.’

‘…….’

‘나도, 내가…. 잘못한… 걸, 안단 말이야…….’


이제껏 터트리지 못했던 눈물이 한 번에 터졌는지 눈에 수도꼭지를 튼 마냥 눈물이 죽죽 흘러내렸다. 이제 몸에 힘이 빠졌다. 다리가 저절로 굽혀졌다. 땅으로 몸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엇나간 아이라 할지라도, 아이는 아이였다. 잘못을 용서받길 원하는, 표현이 서투른 아이.


‘…차라리 그냥, 때리지…… 그랬어…’


그대로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땐 새하얀 천장이 나를 반겼다. 알싸한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손목엔 붕대가 감겨있었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아버지가 꾸벅꾸벅 졸고 계셨다. 내 인기척을 느낀 아버지가 눈을 뜨더니 눈을 마주하고 있는 나를 보곤 그제야 한시름 놓으신 것인지 붕대가 감긴 손을 꼭 잡아오셨다.


‘앞으론 그런 짓. 하지 말도록 해라.’

‘…….’

‘이건…. 손목에 차고 다니도록 해. 그런 흉터 보여서 좋을 것 하나 없을 터이니.’


옆 탁자에 놓아둔 상자를 침대에 올려둔 아버지는 의자에서 일어나셨다. 일이 바빠 당장 가보아야겠다는 아버지는 내 말을 듣지도 않고 곧장 병실을 나가버리셨다. 멀쩡한 손을 움직여 상자를 풀어보니, 안에 검은색의 손목시계가 예쁘게 포장되어 있었다. 입안이 껄끄러웠다.


병실을 급히 빠져나가는 아버지의 두 눈이, 두 볼이. 눈물에 흥건히 젖어 있었던 것 같았는데. 착각인가.


그 소동이 있던 후로도 아버지는 변한 것이 없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무뚝뚝이 내가 사고를 치면 수습을 하고. 그렇게. 그때 보았던 눈물은 착각이었고, 나는 여전히 엄마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오늘도 빈다. 아무리 쓰레기 같은 새끼라도, 인간이 저질러선 안 될 죄를 저지른 범죄자라 할지라도. 우리 엄마 꿈에 나타나게 해달라고. 나 좀 울게 해달라고.











존재의 위로

05











쾅쾅, 쾅쾅 쾅. 누구야, 일요일 아침부터. 집 안이 울려댈 만큼 크게 두드리는, 아니 발로 차는 듯한 소리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신경질적으로 몸을 일으켜 앉았으나 감긴 눈은 떠질 생각을 못 했다. 눈만 감고 뚱하게 앉아있자 잠시 조용해지는가 하더니, 이내 창문으로 목표를 바꿨는지 창문을 탕탕 두드려댄다. 불투명한 창문을 반쯤 떠진 눈으로 쳐다보다 하품을 크게 하고 기지개를 쭉 펴며 탁자에 놓인 거울을 살피자 몽롱하던 정신이 팍 들었다. 미친…… 거울 속에 웬 남정네는, 아니, 나는 얼굴이 팅팅 부어있고 머리는 어찌나 푹 잤는지 까치집을 짓고 있었다 머리를 쥐 뜯으며 소리 없는 비명을 힘껏 내지르고 있을 때쯤, 또다시 문으로 목표를 돌린 건지 대문을 쾅쾅 발로 차대는 이에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모습으로는 도저히 문을 열 용기가 생기지 않아 곧바로 화장실로 향했고, 화장실에 비치는 모습마저도 충격적이어서 곧장 세숫대야에 얼굴을 파묻고 비누로 머리와 얼굴을 동시에 씻는 스킬을 활용하며 3분 만에 씻기를 마쳤다. 머리를 탈탈 털며 치약을 칫솔에 죽 짜서 입에 물고 아직도 문을 두드리는 성격 급한 남정네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문을 열자, 짜증이 한가득 난 표정으로 발을 들어 올린 정국과 눈이 마주쳤다.


“….”

“문 한번 좆나 일찍 열어주네.”

“….”

“뭘 봐. 옆으로 좀 꺼져 봐. 들어가게.”


뻥 저 있는 나를 거칠게 밀쳐내고 집 안으로 들어선 정국은 고개를 휘휘 저으며 주변을 살피더니 방구석 모퉁이에 저가 어제 놓고 간 종이가방과 그 앞에 비닐포장이 뜯긴 라면 봉지들을 보고 옅게 미소를 지었다. 이에 칫솔을 문지르며 정국에게 다가가자 정국이 인상을 쓰며 어깨를 잡아 몸을 강제적으로 돌리더니 화장실로 밀어냈다. 양치는 화장실에서. 더럽게 네 이에 끼인 이물질 닦는 거 보여주지 마. 토쏠려. 화장실에 억지로 집어넣더니 쾅. 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어이가 없어서 닫힌 문의 불투명 유리로 보이는 정국의 실루엣을 노려보며 분노의 양치질을 하다가, 입안을 깨끗이 헹구고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니 정국이 바닥에 누워서 어제 공부하다가 잠이 와서 그냥 책상 위에 놔둔 노트를 대충 휘리릭 넘겨보고 있었다. 


“왜 왔어?”

“….”

“야.”

“뭐.”

“아침부터 왜 찾아왔냐고.”


나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재미난 것을 찾는 마냥 노트를 휘리릭 넘겨보던 정국이 주머니에 손을 넣어 휴대폰을 꺼내 흔들어 보였다.


“온다고 했잖아.”

“오란 말 없었는데.”

“네가 뭔데 허락을 해.”


넌 나한테 오라 마라 할 자격 없어, 내 장난감아. 땅에 다리를 펴 앉은 정국이 목을 이리저리 풀더니 입을 열었다.


“내가 어제 까먹고 말 안 한 것도 있고, 너도 괴롭히고. 할 겸 왔어.” 

“뭘.”

“저거. 있잖아 저거.”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앉더니 턱으로 방구석에 놓여있는 종이가방을 가리켰다. 입술을 깨물며 정국의 턱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정국을 쳐다보니 눈썹을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맛있게 먹었어?”

“…….”

“저거 내가 그냥 사준 거 아닌데.”

“….”

“너 저거 먹었으니까 나한테 빚진 거야.”


이건 무슨 심보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내뱉자 정국이 되레 어이없단 표정을 지으며 물어왔다. 넌 저게 얼마 하는 줄 아냐? …. 김태형 너한테는 좆-나 비싼 값이야. 나한텐 껌값이고. 이게 너와 나의 차이라는 거야, 라는 식의 표정으로 나의 표정변화를 살피던 정국이 픽, 웃으며 말했다. 너도 이제 맞기만 하는 거는 질리잖냐. 안 그래? 그래서 이번엔 새로운 방법으로 괴롭혀 보려고. 입꼬리를 올리며 말하는 정국은 마치 저승사자를 보는 것 같았다. 곧 나를 지옥으로 끌고 갈 것만 같은.


“내가 매일 네 살림 사다 줄 테니까,”

“…….”

“넌 그 값만큼 나한테 빚져.”

“…….”

“그리고 내가 필요할 때마다 너 부를 테니까.”

“…….”

“넌 그때마다 빚이 조금씩 사라지는 거지. 일종의 노예랄까?”

“…내가 왜?”

“넌 씨발, 도대체 몇 번 말해야 알아듣냐?”

“…….”

“말했잖아, 좆같이 생겼다고. 좆같이 생겼으니까 그만큼 부당한 대우를 받는 거야.”


어젯밤까지만 해도 좋았던 기분이 금세 추락하여 땅을 내리쳤다. 다정은 무슨, 씨발. 오해했던 내가 병신이었다. 잠깐이나마 전정국이 나에게 호감이 있을 거란 생각을 가졌던 내가 한심했다. 조울증도 아니고 한 사람 때문에 이리도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니, 눈감고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언제 올라가고 언제 떨어질지 알 수 없게, 혹여나 떨어지진 않을까 긴장을 하며 안전 바를 꼭 잡고 있는 듯한. 


롤러코스터를 생각하자 작년이 떠올랐다. 작년에도 같은 반이었던 전정국은 수학여행으로 간 놀이공원에서도 나를 괴롭히기 위해 제 옆에 나를 끼고는 놀이공원을 돌아다녔다. 제 친구들을 옆에 끼고 희희낙락 웃으며 나를 괴롭히다가도, 제 친구들이 과한 장난이나 음담패설을 내게 던지면 정색을 하고 친구들에게 지랄을 하던, 전정국이었다. 전정국의 심보는 아마도 초등학생 정도 될 것 같다. 제 장난감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을 매우. 극도로 싫어하는. 그날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탈 때, 홀수여서 한 명이 혼자 타야 할 상황이 되자 자연스레 제일 뒤에 줄을 서는 나를 끌어와선 제 친구를 뒤로 보내고 제 옆에 태우더니, 웃으며 말하던 그 얼굴이 떠올랐다. 


‘야. 눈감아.’ 

‘……어?’ 

‘스릴 넘치게, 눈감고 타라고.’ 

‘……싫어.’ 

‘네 의사는 필요 없어. 장난감 주제에.’ 

‘…….’ 

‘눈감아, 씨발아.’ 


어쩔 수 없이 눈을 꼭 감는 나의 귀에다 대고 조용히 속삭이던 전정국의 목소리도 떠올랐다. 이야― 눈감으니까 좆-나 섹시하다, 김태형. 부끄러운 말에 절로 귀가 붉어지자 붉어진 귀를 만지작거리던 전정국은 끝끝내 눈을 뜨라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결국 롤러코스터가 끝나고 나서야 눈을 뜰 수 있었고, 언제 떨어질지 몰라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온몸에 힘을 주고 있던지라 다음날 몸살이 걸려 온종일 숙소에 누워있어야 했다. 앓아누운 나를 보고 미안하긴 했는지 간호를 자처한 전정국에 살짝 감동을 하고 있을 즘, 또다시 그 감동을 음담패설을 내뱉으며 철저히 부숴주던 전정국이었다. 작년과 별다른 게 없던 전정국을 또다시 착각한 나는 작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멍청한가 보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해?”

“아니, 그냥…….”

“…….”

“또 얼마나 짖어댈지. 궁금해서.”

“뭐?”

“개새끼처럼.”


나의 말을 곰곰이 씹으며 생각하던 정국이 픽,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에 살기를 가득 품은 채 천천히 다가오던 정국이 머리채를 쥐어 잡았다. 태형이가 지금 뭐라 그랬지? 낮게 속삭이는 것이 꼭 개가 화가 나서 그르릉하고 낮게 짖는 것 같았다. 잡힌 뒤통수가 아리면서 자존심이 상하기는 하였으나 여기서 자존심을 굽히는 게 더 자존심을 상하게 할 것 같아 한쪽 입꼬리만 슬쩍 올리며 입을 열었다. 왜. 네 귀에 문제없어. 네가 들은 그대로야. 

비열하게 웃으며 묻는 나의 말에 잡고 있던 머리채를 신경질적으로 놓더니 다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우리 태형이. 날이 갈수록 기어오르네. 원숭이 새끼도 아니고.”

“왜, 자존심 상해? 한마디도 못하던 병신이 이젠 대들기까지 해서?”

“어. 존나 자존심 상하네.”

“…….”

“자존심 상해서 미치겠는데?”


아오, 자존심 상해라. 영혼 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린 정국은 나는 안중에도 없는 듯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휴대폰 게임을 하였다. 이게 아닌데. 내가 원하던 시나리오는 전정국이 화가 나서 나를 때리고 집을 나가는 것이었다. 모든 계획을 다 꾀고 있는 것 마냥 덫을 피해 가는 전정국은 마치 머리 좋은 한 마리의 물고기 같았다. 미꾸라지 같은 새끼. 이를 으득 깨물며 전정국을 따라 바닥에 풀썩 앉으니 휴대폰에 고정하고 있던 시선을 잠깐 돌려 쳐다보더니 픽, 하고 웃으며 게임을 잠시 멈춘다. 내가 빡쳐서 너 때릴 줄 알았냐? 나도 빡친다고 무조건 달려들진 않아. 진짜 개새끼로 보나. 메마른 입술로 혀를 축이며 씩 웃는 정국을 눈을 흘기며 쳐다보자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소리 없이 웃어버린다. 


“계집애도 아니고, 존나 째리네.”

“…….”

“야. 라면 좀 끓여봐.”

“좆 까.”

“왜, 밥도 안 먹고 할까? 벌써 하고 싶어?”

“…….”

“자꾸 기어오르지 말라고, 태형아.”


아, 배고프다. 라면 끓여줘. 몸을 부들부들 떨며 가만히 서 있기만 하자 정국이 목을 이리저리 꺾으며 발로 툭툭 쳐온다. 야. 뭐 하냐? 라면 말고 딴 거 먹을까? 재밌는 듯 미소를 지으며 살짝 눕히고 있던 몸을 일으켜 다가오려 하는 모습을 보고 벌떡 일어났다. 약하게 떨리는 다리를 뻗으며 구석으로 향하자 뒤에서 모습을 지켜보던 정국이 픽,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어버린다. 


“벌벌 떠는 것 봐. 내가 너 잡아먹냐?” 


입이 괜히 말라와 마른침을 삼키며 페트병을 열어 냄비에 부으려는데, 자꾸만 손을 미끌리자 계속해서 지켜보던 정국이 끅끅거리며 다가왔다. 얼어버린 나의 뒤에 붙어서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이는 정국의 목소리에, 결국 페트병을 떨어트려 버렸고, 반쯤 열려있던 페트병이 충격과 함께 떨어지면서 물을 쏟아버렸다. 덕분에 다리가 축축이 젖어갔다. 옷으로 스며드는 물을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자 정국이 귀에 옅게 숨을 내뱉었다. 


“옷 젖었네. 벗어야겠다.”

“…너 가면 안 돼?”

“왜,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같아?”

“…….”

“먹고 갈게.”

“….”

“진짜.”


한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그대로 손을 잡아 끌어버려서 엉덩방아를 찍어버렸고, 충격에 인상을 찡그릴 새도 없이 그대로 위로 올라탄 정국과 눈을 마주했다. 

우리 태형이. 항상 당하는데도. 병신같은 년. …나와.


“왜. 섹시한데.”

“……아무 짓도 안 하기로 했잖아.”

“음, 그런 소리는 안 한 것 같은데.”

“…….”

“나는 말야, 네가 이럴 때 제일 꼴려.”


정국이 끈적하게 볼을 쓰다듬었다. 두려움 가득 찬 눈으로 정국을 올려다보니 정국이 눈을 접으며 웃더니 볼을 쓰다듬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이렇게 내 밑에 깔려있을 때.”


불안한 마음에 정국의 손을 움켜쥐니 정국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비웃더니 손을 거칠게 때 네며 쇄골을 쓰다듬었다.


“울면 더 좋고.”


한참을 위에서 내려다보더니 몸 위에서 내려왔다. 계속해서 누워있는 나를 보더니 발로 툭툭 치며 턱으로 냄비를 가리켰다. 야. 농담 한 번 한 거 가지고 존나 얼빠져있지 말고. 나 배고파서 뒤질 것 같거든? 빨리 라면 좀 끓여 봐. 갑자기 짜증이 확 올라왔다. 이 새끼는 내가 지 식모인 줄 아나. 몸을 쳐대는 발을 신경질적으로 쳐내며 몸을 일으켰다. 배고프면, 네가 끓여 먹어. 라면 끓일 줄 몰라? 그냥 묻지 말 걸 그랬나 보다. 정국은 당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너처럼 살아본 적이 없어서, 뭘 내 손으로 만들어 먹은 적이 없네.”

“나처럼 사는 게, 어떤 건데?”

“거지 같아.”


좆-나 거지 같아. 밥도 안 처먹고.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정국에 한숨을 내뱉으며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라면 끓여줄 테니까, 먹고 바로 나가.”

“……”


듣는 둥 마는 둥 입술을 쭈욱 내밀며 고개를 뒤로 젖히더니 천장을 바라보다, 천장에 낀 곰팡이들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원상태로 돌렸다. 정국을 의식하며 냄비에 물을 넣고 끓을 때까지 기다리는데, 정국이 말을 걸었다. 야. 이런 집에서 살면 어때? 

물이 끓기만을 기다리는데 말을 걸어오는 정국 덕에 냄비에 향해있던 시선을 정국에게로 돌렸다. 궁금하면 네가 한 번 살아보던가.


“같이 살까?” 

“뭐?”

“왜, 같이 살면 되지.”

“미쳤어?”

“내가 꼴릴 때마다 너랑,”


씨익 웃으며 고개를 돌리던 정국이 책상을 바라보며 말을 이으려는지 입을 때자마자, 정국의 말이 끊겼다. 


“저거 네 엄마?”


턱으로 액자를 가리킨 정국이 그대로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그냥 숨이 턱, 막혀왔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정국을 보면 숨이 막히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본능인가. 그냥 대답을 하지 않고 냄비로 고개를 돌려버리자 무릎으로 엉금엉금 기어 책상 앞에 털썩 앉더니 턱을 괴고는 사진을 유심히 쳐다본다. 이거는, 김태형. 손가락으로 사진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리는 정국을 생각하다 보니 물이 팔팔 끓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자 정국이 책상 위에 놓아둔 지우개를 집어던졌다. 


“물 끓잖아, 병신아.”

“아……, 어.”


머리를 강타하는 지우개에 정신을 차리며 라면 봉지를 뜯어 넣는데, 정국이 또다시 중얼거리며 사진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이거는, 김태형. 이거는…… 김태형 엄마. 한숨을 내뱉는 정국의 눈치를 보다 다 익은 라면이 든 냄비 손잡이를 소매로 잡고 책상으로 향했다. 먹어.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려진 나무젓가락 중 하나를 잡아 건네주자 액자에 향해있던 시선을 내려 제 앞에 놓인 냄비를 쳐다본다. 젓가락을 받아들고 면을 건져 들어 후후, 불더니 한 입 먹고, 사진을 한 번 보고. 한 입 먹고, 사진 한 번 보고.


“너 사진 그만 봐.”

“너는 엄마랑 친했냐?”

“……”

“친했냐니까.”


라면을 씹어대며 고개를 돌려 물어오는 정국에 고개를 옅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그래? 부럽네.”

“……”

“나는 안 친했는데. 아니,”

“……”

“친할 수가 없었지.”


라면을 입에 넣으려다 사진을 쳐다보더니 이내 한숨을 내뱉으며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안 먹어? 어. 너 라면 좆나 맛없게 끓여. 라면을 구석에 물린 정국이 책상에서 벗어나지 않고 계속해서 사진을 쳐다보았다. 야. 그만 보라고. 정국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손을 뻗어 액자를 가로챘다. 액자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고개를 천천히 돌린 정국이 입을 열었다.


“너 궁금하지 않냐. 네가 닮은 사람.”


눈을 마주한 정국의 눈은 왠지 모르게 두려움이 가득 담겨있었다.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가 혼이 날까 두려워하는 듯한.

전정국은 곧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


늦어서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정이 생겨서 한동안 이정도 연재텀가질것같아요ㅠㅠㅠㅠ

일단 급해서 글올리고 사라집니당 글수정하게되면 알림울릴게요! 그럼이만! 다시한번 늦어서 죄송해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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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ㅇ우어어으으어어어ㅓㅓㅓㅓㅓㅓ...뭐라 말을 해야할지 모르것네ㅠㅜㅠㅜㅠㅜㅜ흐어허ㅓㅠㅓㅜㅠㅜㅠㅜㅠㅜㅜㅠㅜ정국이밀당봐ㅠㅜㅠㅜㅠㅜㅠㅜㅜ태형이 애탄다ㅜㅠㅜㅠㅜㅠㅜㅠㅜㅜ분위기는 아슬아슬한데 섹시한기분이다.....흐허허........잘 보고갑니당 쓰니님(찬양)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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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내가다긴장하고잇고ㅠㅠㅠㅠㅠ정국이 과거얘기 정말 후덜덜하네요 정국이가 더잘해줫음학도하지만 지금도 참좋네여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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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 기다리고 있었어요ㅠㅠㅠ 전개 짱 기대된다... 허어어ㅓ얼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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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잡초인가??? 암호닉 잡초??? 잡초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꾸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름 과거가 짠하구나 보기랑 다르게.. 그러니까 왜그랬어 정국아.. 태형이랑 싸울? 때 완전 숨죽이면서 봤어요 진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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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우앙아어ㅓㅓ어어우ㅜㅜㅜㅇ우아아아ㅏ앙아ㅏ정국이 울꺼같아 완전 상처받은 ㅇㅐ였다니...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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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현기증이에요ㅠㅠ 언재텀이 길어진다니ㅠㅠㅠ 슬프지만 연중안하시는걸로 만족하겠습니다ㅠㅠㅠ 정국이와 태형이 관계는 애증관계같네요ㅠ 좋아하면서도 미운 그런 복잡한 관계ㅠㅠ 빨리 마지막 정국이의 모습을 보고싶네요ㅠ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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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헐 너무 조아ㅓ여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이런 복잡한 관계..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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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작가님 제사랑 머겅 두번머겅 다머겅ㅠㅠㅠㅠㅠㅠㅠㅠㅠ 존재의위로 너무좋아요ㅠㅠㅠㅠㅜㅜ 언제나올까 맨날 기다리고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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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어떡해정국이ㅠㅠ하..진짜현기증나요
빨리다음편을읽으러가야겠어요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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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설마 태형이네엄마가 정국이새엄마나 뭐이런건 아니겠죠 설마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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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계속 상처받고도 정국이를 좋아하는 것 같은 태형이ㅠㅠㅠㅠㅠㅠㅠㅠ국뷔 둘 다 안쓰럽네요ㅠㅠㅠ잘보고갑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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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휴 빨리 다음편보러가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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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3
정구가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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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4
정국이가 죄책감을가지고 살수밖에없는이유가있엇군요..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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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5
사랑합니다 작가님.(쓰러진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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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6
뭔가 전정국이 태형이를 위해준다(?)라는 느낌이나기 시작했어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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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
정국이도 그렇고 태형이도 그렇고 둘 다 엄마에 대한 뭔가가 있네요ㅠㅠㅠㅠㅠㅠㅠ둘의 사이가 위태롭고 아슬아슬해서 보는 제가 다 조마조마해요ㅠㅠㅠㅜ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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