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안녕
오랜만이지? 사실 일주일도 안됐는데 되게 오랜만인것처럼 느껴진다 ㅋㅋㅋ
요즘 날씨가 여름이 되려고 그래서 그런가 너무 덥지?
빨래가 잘 말라서 좋기는 한데 창문을 열어놔도 시원하지가 않아서 땀이 줄줄난다;
준면이도 더워서 그런가 요즘 하루종일 물 속에서 가만히 앉아있거나 땅바닥에 누워서 그냥 굴러다녀.
잠 잘때는 여전히 안아달라고 그래서 나는 팔에서 땀띠가 날 지경인데 준면이는 그게 좋다고 자꾸 응석을 부린다...
아, 그리고 저번에 준면이 아이스크림 먹지 말라고 댓글 써놓은거 준면이한테 보여줬는데
그래도 계속 먹고싶다고 그래서 결국 밤에 아이스크림 하나 또 먹었어. 어휴... 댓글로 먹지 말라고 해도 별 소용이 없나봐.
아니면 너희들이 너무 착하게 말을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ㅋㅋ
아 맞다, 그리고 댓글중에 짱짱맨이라는 단어를 보고 그게 무슨뜻이냐고 계속 물어보길래 이쁘고 착하다는 뜻이라니까 그 이후로 자꾸 짱짱맨이라는 단어를 계속 쓰는데 웃겨
죽겠다 ㅋㅋㅋㅋ너희들한테도 들려주고 싶은데 이건 뭐 방법이 없네;
오늘은 예상했겠지만 준면이랑 레이랑 함께 보냈던 하루일과를 간단하게 풀어놓을까 해.
다들 기다렸을테니까 이제 잡소리 그만하고 바로 이야기 시작한다!
내가 저번에 레이는 엄청 얌전하다고 그랬었잖아? 근데 레이는 집에 데려오기가 되게 힘들었어.
갑자기 왠 모르는 사람이 와서 자기를 보호소에서 데리고 가려고 그러니까 불안했었나봐. 계속 차에서도 어디가는거냐고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혹시라도 참치캔이라도 좀 주면 안심할까 싶어서 참치캔을 주려고 했더니 배가 안고프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차에서 말동무나 해주면서 집까지 갔었어.
얘기 들어보니까 레이는 나보다 3살 많더라고; 어쩐지 말 하는게 딱 노숙한것 같더라니ㅋㅋㅋ
준면이는 나보다 4살 많다고 그랬던것 같은데, 뭐 동물이니까 딱히 형이라고 부를 필요같은건 없겠지?
그런데 레이는 원래 주인이 중국인 할아버지셨는데 너무 연로하셔서 레이를 분양받고 얼마 되지도 않아서 돌아가셨대.
덕분에 레이는 중국어에 익숙해질때쯤 한국으로 건너와서 다시 한국어를 배웠던거고. 그래서 한국어가 아직 어색한 구석이 있을거라고 그러는데, 굉장히 말을 잘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지금은 우리 집에 가는중이고, 오늘 하루동안 수달이랑 같이 놀게될거라고 이야기 해줬더니 되게 관심을 보이더라.
실제로 수달을 본적이 한번도 없다면서 되게 좋아하더라고. 나이는 몇 살인지, 뭘 좋아하는지 꼬치꼬치 캐묻는거 보니까 ㅋㅋ
한참 얘기하다가 집에 도착했는데 현관문 열리자마자 준면이가 딱 보이더라.
보통 집들 보면 현관쪽에 타일을 깔아놨잖아? 그래서 그런지 현관쪽이 유독 서늘하단 말이지. 그 날이 비오고난 다음날이라서 되게 더웠어.
그래서 열이나서 그런지 혀는 쭉 내밀고 내 신발을 베게삼아서 누워있더라고. 처음에 발 깔개인줄 알고 밟고 지나갈뻔 했는데 레이가 조심하라고 소리질러서 겨우 넘어갔었다;
근데 레이가 소리질러서 준면이도 깜짝 놀랐나봐ㅋㅋㅋ
확 일어나가지고 눈만 동그랗게 뜨고 한참동안 나랑 레이 번갈아가면서 쳐다보더라고. 그러더니 그러더라.
"뭐야? 주인, 저번에는 강아지더니 이번에는 고양이야? 내 장난감은 건드리면 안되는데..."
"새로 친구 한번 사귀어보라고 특별이 초대한거야. 저번처럼 멸치 같은걸로 놀리지 말고 사이좋게 놀아.
또 저번처럼 괴롭히면 오늘은 아이스크림 안 줄거야."
이번에도 또 초대한 동물 괴롭히면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 더군다나 레이는 착하고 얌전해보이던데 더더욱..
그래서 저렇게 으름장 놨더니 계속 꿍얼거리더니 뒤뚱대면서 거실 티비앞으로 가서 벌러덩 드러눕더라. 근데 레이는 그 모습이 되게 신기했나봐.
계속 쟤가 수달이냐고 물어보고 원래 수달은 현관에 누워있냐고 물어보는데, 준면이가 별종이라 그런거라고 대답할수도 없고 ㅋㅋㅋ
그냥 원래 수달들은 신발을 좋아한다고 그랬더니 레이가 그걸 또 그대로 믿더라고. 그러면서 그러더라.
"...나중에 수달친구 생기면 신발 사줘야겠다."
저 말 듣는데 너무 웃긴거야 ㅋㅋㅋㅋㅋ 신발을 좋아하는 동물이 어디있어?
그냥 얼버무리려고 한 말인데 그걸 너무 철썩 믿어버리니까ㅋㅋㅋ 아무튼 계속 현관에 서있을수는 없으니까 들어오라고 했더니 레이도 쭈뼛대면서 들어오더라.
아무래도 준면이가 조금 까칠하게 반응하니까 주눅이 좀 들었었나봐. 계속 거실이나 화장실 베란다 같은곳 기웃거리길래 안쓰러워 보여서 내가 레이저 하나 들고 가서 소파에
앉았지. 고양이 하면 반사신경, 반사신경 하면 고양이 아니겠어?
레이가 혼자서 심심해하는것 같아서 좀 놀아줄겸, 레이저 빛 쏘면서 노는거 보면 준면이도 은근슬쩍 끼어들어서 놀것 같아서 내가 좀 나선거지.
근데 레이는 레이저를 처음 봤는지 그게 뭐냐고 계속 물어보더라고. 준면이도 레이가 계속 물어보니까 궁금했는지 누워있던 상태에서 고개만 빼꼼히 들고 쳐다보고.
그래서 레이저 스위치를 켠다음에 바닥에 불빛을 쐈더니 레이가 깜짝 놀라더라. 없던거가 갑자기 바닥에 생겨났다고 ㅋㅋㅋ
준면이는 그때까지만 해도 만사가 귀찮은지 심드렁한 표정으로 혀만 내밀고 그냥 헥헥대고 있었는데 내가 레이저 움직여서 불빛이 막 흔들리는거 보더니 눈을 땡그랗게 뜨고
날 쳐다보더라고. 그러면서 벌떡 일어나더니 막 불빛을 잡으려고 앞발로 활개를 치고 다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수달이 그리 날쌘편은 아니거든. 더군다나 더위먹은 준면이
는 엄청나게 굼뜬편이거든. 내가 막 빠르게 불빛을 움직이는데 준면이가 어디 잡을수 있겠어? 당연히 못잡지.
계속 쫒아다니면서 앞발로 마룻바닥을 때리고 다니다가 안잡히니까 나중에 자리에 벌러덩 누워서 짜증내더라 ㅋㅋㅋㅋ
화났는지 막 몸부림 치면서 바닥에 굴러다니는거 보더니 레이가 그러더라고. 자기가 한번 잡아보겠다고.
근데 너희들이 못봐서 그런데 준면이는 몸이 전체적으로 약간 길쭉한 타원형의 몸이거든. 길쭉하기는 해도 수달 특유의 동글동글한 선은 남아있는데
레이는 진짜 샴고양이 답게 늘씬하게 잘 빠졌단말이지. 그런애가 한번 잡아보겠다고 하니까 준면이도 흥미가 동했나봐.
누워서 발버둥치고 짜증내다가 벌떡 일어나서 내 무릎위로 올라오더니 레이를 빤히 쳐다보더라고. 그래서 나도 머리 좀 굴렸지.
이번에 레이가 불빛을 잘 잡는걸 보면 준면이도 레이랑 좀 친해질수도 있겠구나 하는 잔꾀가 일어서.
그래서 레이저 전원 킨다음에 바닥에 동그라미랑 네모모양 그리면서 막 불빛을 움직였는데 레이는 곧잘 잡더라고. 그 모습 보더니 준면이가 되게 신기했나봐.
넋을 놓고 레이를 쳐다보더라 ㅋㅋㅋㅋ 시선으로 물리적인 충격을 줄수 있다면 아마 레이 몸에 구멍 여러개 났을거야.
레이도 처음으로 레이저 불빛 보면서 노니까 재미있었는지 막 정신없이 잡는데 진짜 빠르더라;
몸놀림이 엄청나게 날렵해. 실수로 내가 벽으로 불빛을 잘못쐈는데 벽까지 올라가서 그걸 앞발로 툭 건드리더라니까?
그런데 준면이도 그거 보더니 다시 도전해보고 싶었나봐.
내 무릎에서 누워있더니 갑자기 고개를 막 흔들면서 그러더라고.
"주인, 주인! 나도 저거 해볼래!
나도 레이만큼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 그럼 준면이도 한번 해볼까?"
아까 불빛도 다 놓치고 난 후부터 풀이 좀 죽어있는것 같아서 준면이 기도 좀 세워줘야 하잖아?
그래서 내가 준면이 다시 바닥에 내려놓고 레이저 쏴서 움직였거든. 근데 당연히 레이랑은 비교될정도로 느릿하게 움직였지;
준면이는 손가락은 빨리 움직여도 몸치라 몸 쓰는건 잘 못하거든ㅋㅋㅋㅋ 느릿하게 뭐 하는건 잘 하는데 솔직히 빠릿빠릿하게 뭘 하지는 못해.
그런데 속도를 좀 줄이니까 아까랑은 비교되도록 잘 잡더라고. 잘 잡히니까 준면이도 신나서 막 정신없이 바닥위 쓸고다니고 ㅋㅋㅋ
더군다나 옆에서 레이가 잘한다고 칭찬해주니까 준면이는 더 신난거지. 준면이는 누가 자기한테 칭찬해주면 정신 못차리거든 ㅋㅋ
처음 볼때 낯가리면서 까칠하게 굴던거 다 걷어치우고 불빛만 잡고나면 레이한테 달려가서 봤냐고 그러면서 막 조잘대는데 솔직히 레이도 힘들었을텐데 그거 다 받아주면서
계속 대단하다고 칭찬해주더라 ㅋㅋㅋ 그 말 듣고 준면이는 혼자 더 신나서 레이한테 온갖 애교라는 애교는 다 부리고; 무슨 사랑이 싹트는 동물농장도 아니고 뭐냐고;
"레이! 봤어? 나 진짜 엄청 잘하지? 짱이지?"
"와, 진짜 잘하네요. 대단해요!"
막 이러면서 한쪽은 무슨 7살된 철딱서니 아가씨처럼 응석부리고 다른 한쪽은 무슨 세바스찬도 아니고 잘한다고 아빠미소지으면서 꼬리흔들고;
둘이 잘 노는걸 보니까 좋기는 한데 내 기분이 다 이상하더라고 ㅋㅋㅋ 준면이가 누구랑 그렇게 잘 어울리는걸 본적이 없어서 그런가.
그래서 그냥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그냥 소파에 앉아서 레이저빔만 쏘고 있었는데 레이가 계속 움직이니까 더웠나봐.
혀를 쭉 내밀고 헥헥대더라고. 그래서 덥냐고 물어보려고 그러니까 준면이가 벌써 눈치 다 챘는지 내쪽으로 엉금엉금 기어오더라?
더우니까 부채질좀 해달라고 그러는줄 알고 안아들고 부채질 해주니까 준면이가 계속 놓으라고 그러면서 몸을 뒤틀더라고. 평소에는 더우면 그렇게 해줘야 징징대는걸 멈추거
든. 그래서 나도 처음겪는 상황이라 당황해서 그냥 있으니까 그러더라 ㅋㅋㅋ
"주인. 레이가 덥나봐. 아이스크림 줘. 나도 레이랑 잘 놀았으니까 아이스크림 가져다 줘!"
표정하나 안바뀌고 저 말 하는데 왠지 웃기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ㅋㅋ
주인은 완전히 찬밥신세를 하면서 처음본 손님이랑 아주 손발이 쿵짝쿵짝 잘도 맞으니까 ㅋㅋㅋ 그래도 일단 둘다 힘든것처럼 보이니까 아이스크림은 가져다 주려고 레이저
준면이한테 건네준 다음 주방으로 갔지.
근데 그 사이에 준면이랑 레이는 막 대화의 장을 열었더라 ㅋㅋㅋ 동물들은 서로 만나면 무슨 얘기하면서 놀까 궁금해서 몰래 들어봤는데 진짜 웃겼어.
레이저를 처음 봤는데 이런 신기한 물건이 있는줄은 몰랐다느니, 그런데 이건 뭐길래 이렇게 빨리 움직이고도 체력이 안닳냐느니 ㅋㅋㅋ
근데 빨간색이어서 만지면 뜨거울것 같아서 무섭다느니 ㅋㅋㅋㅋ 진짜 무슨 애기들이 도란도란 얘기나누는것 같아서 웃겨
그런데 발음이랑 말투는 또 비정상적으로 또박또박하니까 진짜 이상해.
그러면서 계속 얘기를 하더라고.
"난 주인 책상 서랍에 이거 들어있는거 보고 몇번 만져본적은 있었는데, 사실 이렇게 사용하는건줄은 몰랐어."
"아, 정말요? 저는 아예 처음 보는건데. 이 물건의 이름이 뭔지 혹시 알아요?"
"아마 손전등 아닐까? 이것보다 약간 더 큰 물건은 손전등이라고 부르던데...! 아니면 얘는 더 작으니까 미니 손전등인가...?
빨간 손전등? 이쑤시개 빔...? 이름은 나도 모르겠는데..."
"아아, 미니 손전등...? 그게 맞는것 같아요. 근데 정말 신기하네요.
어떻게 그렇게 빨리 움직였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또 움직이는 걸까요?"
"아마 우리처럼 이 손전등 안에서 불빛 두개가 서로 교대하면서 돌아다니는거 아닐까?
쌍둥이 말이야!"
이러면서 대화 나누는데 진짜 웃기기도하고 어이가 없기도 하고.
그래도 애들 대화나누는데 둘다 더워서 헤롱거리길래 그대로 뒀다간 열사병으로 쓰러질것 같아서 메로나 두개 들고 갔더니 둘이서 신나서 자리에서 방방 뛰더라.
특히 레이는 집에 도착해서 내내 얌전히 있는 모습만 봤는데 레이저도 없는 상황에서 방방뛰면서 좋아하는 모습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원래 동물들은 다 천진난만한가 싶고... 준면이가 덜떨어지고 순진한게 아니라 동물 전체가 약간 그런것 같아.
원래 동물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선하다는 말이 있잖아.
그래서 얘들은 말을 하면서 인간이랑 살아가도 어린애처럼 구는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
가끔 보면 나도 참 엉뚱한 생각 하는것같아.
뒷 이야기가 아직 더 남아있는데 준면이 목욕시켜줘야해서 난 여기까지 쓰고 가봐야겠다.
요즘 준면이가 날씨가 덥다고 하루에 샤워를 네다섯번씩 하려고 해서 걱정이야.
자꾸 그렇게 하면 모근이 약해져서 털이 계속 빠질텐데; 물이 시원하다고 자꾸 씻겨달라고 응석을 부리네.
나는 그만 준면이 씻겨주러 가고 다음에 뒷이야기 마저 써오도록 할게.
다들 날씨도 더운데 너무 많이 움직여서 준면이랑 레이처럼 탈진하지 말고
피부 잔뜩 타지않도록 선크림도 잘 바르고 다니도록 하고! 다음에 또 보자!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