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커플,
01
그저 흔한 이야기였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나올법한 흔한 이야기. 그러니까 사실은 남들이 들으면 놀랄만한 가정사랄까, 꽤나 흥미있는 기삿거리랄까. 일류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삼류 소설, 어 그것 참 잘 어울리는 타이틀이다.
"세기의 배우 유하진, BH 대표 민윤기와 오늘(14일) 약혼… 제목 센스 하고는."
"대표님, 이제 슬슬 출발하셔야 합니다."
"그래야지, 우리 유하진 대배우님께서 나랑 약혼식까지 손수 해주시겠다는데."
"유하진 씨가 약혼식을 손수 해주시는게 아니라 회장님이 해주셔서 유하진 씨가 참석하는거 아닙니까?"
"까분다. 그게 그거지."
윤기가 노트북을 덮고 일어나 정장을 갖춰입는다. 지민에게 오늘 지켜야 할 사항들을 몇가지 전해 들으며 신발을 대충 고쳐신고는 방문을 나서려는데 윤기가 손잡이를 돌리기도 전에 문이 먼저 열렸다. 문에 삐딱하게 기대 선 태형에 윤기의 눈썹이 살짝 올라가며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여유로운 표정의 태형이 삐져나온 윤기의 머리를 정리하며 웃어보였다.
"그래도 명색이 약혼식인데 꾸민 척이라도 좀 해야하지 않겠어?"
"신경 꺼."
"어떻게 신경을 끄나. 하나 뿐인 우리 형 약혼식 날에. 집 안의 경사잖아, 좀 웃지?"
"지'랄났네, 경사는. 아 물론 우리 김태형 부사장님 한테는 큰 경사겠네요. 안그래도 신경쓸거 많은 형이 짐 하나 더 얻어서."
"짐이라니. 무슨 말을 그렇게 서운하게 하세요, 민대표님."
"나와, 너랑 시덥잖은 말장난 할 시간 없으니까."
"제 차로 같이 이동하시죠, 뭐 굳이 차 두 대 움직일 필요 있나. 기름 한 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윤기가 뭐하냐는 듯 지민을 쳐다보자 지민이 윤기의 눈치를 한 번 보고는 아, 하며 입을 뗀다. 대표님은 회장님과 함께 이동하실겁니다, 특별한 자리인만큼 회장님께서 많이 신경을 쓰고 계십니다. 지민의 사무적인 말투에 미간을 찌푸리던 태형이 순간 여유를 잃은 것이 티날 정도로 윤기를 무표정하게 쳐다보고는 길을 터주었다. 얼마나 세게 깨물었는지 태형의 입술에는 피가 맺히고 있었다.
"옷 꼬라지가 그게 뭐냐. 주인공이라는 사람이."
"너무 사치부리는 것 보다 차라리 낫습니다."
"트렁크에 새로 산 정장 가져왔다. 하진이가 사진 보고 고른거니까 그 옷으로 갈아입고 들어가도록 해."
"벌써 하진이가 된겁니까? 정작 저는 제 약혼녀 얼굴도 오늘 처음보는데."
"볼 필요 없다. 결혼도 아니고 약혼일 뿐이다."
"결혼, 할건데요."
"뭐?"
"결혼 할거라구요. 유하진씨랑. 약혼했으면 결혼도 해야죠, 당연한겁니다."
반항적인 말투로 말하는 윤기를 가만히 쳐다보던 할아버지가 혀를 쯧 하고 찼다. 그러니까 네가 태형이한테 못이기는거다 하는 그 말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도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매번 욱하고, 매번 가슴이 덜컥 했다. 윤기가 주먹을 꽉 쥐었다가 매섭게 내리꽂는 시선에 이내 손에 힘을 빼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개같은 김태형.
"결혼은 차차 생각해라. 겨우 그런 배우 말고도 너랑 결혼할 여자들은 줄을 섰어."
"그럼 약혼은 왜 합니까."
"다 너를 위한 일이다. 더 이상 네 어리광 받아줄 사람은 없어. 애처럼 굴지 마라."
"전 어른이죠, 김태형에 비하면."
"민윤기."
"또 필요할때 쓰고 버리시게요, 아빠처럼."
식장에 도착하자 마자 윤기가 씨익 웃으며 할아버지를 돌아보았다. 웃으셔야죠, 카메라 앞인데. 하며 먼저 문을 열고 내려 웃음을 잃지 않은 표정으로 자신의 할아버지를 부축했다.
-
약혼식. 말 자체가 거북하기도 했지만 그 자리는 더욱 거북했다. 말이 약혼식이지 고작 이따위 반지 하나씩 주고 받으면 저들끼리 웃고 즐기는 파티일 뿐이었다. 고작 이따위 반지, 치고는 지나치게 반짝이긴 하네. 저는 배우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쳐도 하진이의 입장에서는 죄다, 심지어 약혼자 까지도 처음보는 곳에서 처음 본 약혼자의 팔짱을 끼고 다정한 척 구는 쇼가 버거운 것은 제 아무리 배우라 하더라도 버거운 일이었다. 화장실을 핑계로 겨우 연회장을 빠져나와 비교적 사람이 드문 2층 룸으로 올라가 약 두시간 만에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아니 무슨 인간적인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여기ㄴ…"
그마저도 커튼에 가려져 담배를 피고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침에 의해 몸이 뻣뻣하게 굳었지만 말이다.
"유하진?"
"아, 아까 봤죠? 저랑 약혼하시는 분 동생. 부탁인데 저 여기서 본거 모른 척 좀 해주실래요?"
아까 살갑게 웃으며 저와 인사를 나누었던 태형의 얼굴을 보자 저도 모르게 경계가 풀린 표정으로 웃어보이는 하진에 태형이 기가 막힌듯 허, 하고 웃는다. 손에 들려있던 담배를 입에 물고는 하진이의 앞으로 걸어가 연기를 내뿜자 그제야 찌푸려지는 하진이의 인상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입꼬리를 말아올리고는 도로 담배를 무는 태형이다.
"왜 그래야되는데 내가?"
"네?"
"왜 그래야되냐고. 우리 이제 적인데."
"저기요,"
태형이 담뱃재를 털어내며 하진을 쳐다보자 하진 역시 지기 싫은 듯 태형을 노려보았다. 눈길을 피하지 않고 자신을 보자 태형이 피식 웃고는 담배를 대충 지져 밟은 후 하진이에게 얼굴을 가까이 했다.
"뭘 또 그렇게 봐, 반했으면 말로 하지."
"아니 진짜 이 사람이 보자보자 하니까 뭐라는거야 자꾸. 나 당신 형이랑 약혼한 사람이거든요?"
"그치, 내 약혼녀지 유하진씨."
어깨를 감싸오는 손길에 움찔한 하진이 놀라 뒤를 돌아보자 도로 머리를 잡아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윤기였다. 그저 이 상황이 재밌는 듯한 표정으로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하진이에게서 한발짝 물러나는 태형에 윤기가 삐딱한 표정으로 태형을 쳐다본다.
"뭘 또 그렇게 봐, 설마 내 약혼녀한테 반한건 아니지?"
"그럴리가. 민윤기한테 약점 잡히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럼 자리 좀 비키지. 사랑스러운 약혼녀랑 좋은 시간 좀 보내게."
태형이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는 방을 나가자 어깨에 올렸던 손을 떼고는 피곤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습관적이게 담배를 입에 물던 윤기가 하진을 흘긋 보고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도로 집어넣는다.
"습관이라, 신경을 못썼네."
"괜찮아요."
"안엮이는게 좋을거에요. 내 동생이 좀 피곤한 스타일이라."
"이 집 사람들 누구와도 엮이고 싶진 않아요. 물론 민윤기 씨도."
"… 그런 마음가짐 좋네."
윤기가 조금은 씁쓸하게 웃고는 자켓을 벗어 하진이의 어깨에 걸쳐주며 정말 별 뜻 없다는 표정으로, 추운데 드레스 입고 연기하느라 고생이 많네요. 하자 하진도 윤기 못지 않은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다를거 없는 처지잖아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빛나는 여배우도 가장 잘나가는 기업의 후계자도 돈, 명예 그런 것들 앞에서는 볼품없으니."
"무의미하다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한텐 목숨걸고 지켜야하는 것들이죠. 돈, 명예, 권위, 부 뭐든."
윤기가 하진이의 앞으로 매너있게 손을 내밀자 하진이 한참을 그 손을 내려다보다 제 손을 겹친다. 어차피 함께하게 될 운명이다. 이미 그렇게 정해져버린 운명인 것을 두 사람 중 누구라고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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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적인 제목이지만 로코인듯 로코아닌 진지한 ,, 그런 ,, 컨셉을 알 수 없는 글입니다ㅏ,,
제목에 적혀있는 민윤기, 김태형 순서는 남주, 서브 남주가 아닌 나이 순으로 적은 것이고
아직 남주는 정해지지 않았음을 알려드려욤 !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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