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 성종이에게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6/3/e/63e7ad0052ca7b5efd6419824a84e2f8.png)
성종이에게 성종아, 명수 형이야. 오늘 오랜만에 성열이를 만났어. 그리고 너랑 자주 갔었던 공원에 다녀왔어. 날은 많이 풀렸는데 아직 공원이 봄으로 덮히지는 않았더라. 날씨는 봄인데 눈에 보이는 풍경들은 아직까지 겨울인 것 같아. 너를 처음 봤을 때도 겨울이었는데. 기억나? 커다란 목도리 속에서 어눌하게 인사를 하는 열아홉의 이성종은 정말 귀여웠어. 난 빨간색 목도리는 촌스럽기만 한 줄 알았는데 넌 너무 예뻤어. 그리고 네가 내 곁을 떠나간 그때도 겨울이었어. 그 추운 날, 차가웠던 네 모습을 기억하고 싶지 않아. 근데 너에 대한 기억 그 어느 한 조각이라도 지워내기는 싫어. 어쩔 수 없이, 난 항상 그날을 떠올려. 내가 널 보았던 마지막 순간이니까. 오늘 공원에 갈 때 카메라를 가져갔었어. 알잖아, 나 어디 나갈 때마다 카메라 들고 나가는 거. 사진을 찍지는 않았어. 사진을 찍으려 뷰 안을 볼 때마다 그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네 모습이 보였어. 무심결에 셔터를 누르고나서 보면 넌 없더라. 남은 건 황량하기 그지없는 겨울 풍경 뿐이었어. 너와 있을 때는 그마저도 아름다워 보였는데 이제는 그렇지도 않아. 이제 진짜로 봄이 와. 네가 그토록 좋아하던 봄이 온다고. 비록 우리가 같이 봄을 맞이한 건 한 번 뿐이었지만 그 황홀했던 순간들을 난 항상 기억하고 있어.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 속 색색의 꽃들 사이에서 빛나던 스무 살 네 모습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눈 부셨어. 그래서 유난히 네가 더 생각나는 것 같아. 성종아, 넌 잊혀지는 게 싫은 거지? 그러니까 아직도 이렇게 내 곁을 떠나지 못 하는 거잖아. 나의 모든 것들에는 네가 스며있어. 무얼 하든지 네가 떠올라. 널 잊으려 할수록 너는 나를 더 조여와. 네가 아직 내 옆에 있는 것만 같아. 외롭고 힘이 들 때는 언제든지 나를 찾아와도 좋아. 내가 널 기억할게. 그러니까, 내가 널 잊지않게 해줘. 아름다웠던 우리의 기억들을 지켜줘. 벌써 세 시가 다 되어간다. 무심코 생각나서 쓰게 된 편지가 이렇게 길어져버렸네. 우리 성종이, 글씨 많은 건 졸리다고 싫어하는데. 끝까지 다 읽고 있는 거 맞지? 처음 몇 자만 보고 관두는 거면 나중에 혼내줄 거니까 알아서 해. 형아가 완전한 봄이 되면 사진 속에 예쁘게 봄풍경들 담아서 성종이 보러갈게. 그때 형 꼭 반겨줘야한다? 그럼 오늘은 이만 줄일게. 성종아, 여전히 좋아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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