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은 로망이다. 고등학교 때는 남자친구가 생길 줄 알았지. 중학생애기들, 고등학교 오면 생길 것 같죠? 안 생겨요. 여고 다니는 분들, 공학 오면 생길 것 같죠? 안 생겨요. ASKY. 우리 모두 ASKY. 버스에서 눈이 마주친 훈남은 매몰차게 고개를 돌렸고, 야자에 지친 내 마음에 상처를 냈다. 그대는 나쁜 사람. 데이터를 켜고 빠르게 카톡을 읽었다. 흡, 내 피 같은 데이터...ㅁ7ㅁ8 LTE는 너무 빨리 빠져. 그치만 3G는 느려. 수정이에게 온 카톡을 읽고 매우 빠르게 답장을 보냈다. 데이터를 끄고 밖을 보니까 시내를 지나는 중이었다. 때마침 이어폰에서는 양요섭과 정은지의 럽으데이가 흘러나왔다. 전혀, 굉장히, 아무것도 감흥이 없었다. 시내를 지나가는 머리통은 전부 두 개씩 짝을 지어 움직였다. 와우, 정말 촌스러워. 누가 요즘 찐따처럼 커플 부채, 커플 시계, 커플 가방 메죠?ㅋㅎ 마음속으로 미친듯이 깨지기를 빌었다. 세륜 커플. 사라져주세여. 세상이 모든 커플들을 미친듯이 욕하면서 다시 노래를 틀었다. 이어폰으로 애써 버스 뒤쪽의 커플의 말소리를 차단해내는데 손이 매우 아팠다. 손목 터널 증후군인가, 휴대폰 많이 해서 손이 매우 아프다. 손목을 탈탈 털며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니? 훈남의 신발과 내 신발이 같다는걸 발견했다. [ㅇㅇㅇ님의 기분지수가 +73됐습니당.] 이건... 디스이즈... 바로... 이건 운명이야, 운명. 인피니트가 부릅니다, Destiny. 얼른 카톡을 열어서 나의 운명적인 만남에 대해 자랑하려고 데이터를 또 켰다.
커플같은 년. 너네 지코 오빠는 너 몰라. 고민하다 수연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 수연언니는 다를거야. "여보세요" "언니!" "응, ㅇㅇ아!" "언니 지금 통화 돼죠?" "응! 왜?" "아 그게..." 훈남...이라고 말하려다가 멈칫했다. 저 훈남은 자기가 훈남인지 알지도 모른다. 거기다 내가 버스에 훈남이 있는데 신발이 똑같아요! 하면 신발이 똑같은걸 보고 눈치 챌 수도 있다. 나는 굉장히 똑똑하다. 이러다 하버드에 붙으면 어쩌지? 유학 내 스타일 아닌데. 뿌듯하게 웃으며 카톡을 하겠다고 했다. 버스에 훈남... 까지 쳤는데 갑자기 그 훈남이 일어섰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척하면서 마저 쳤다. 버스에 훈남이 있는데 나랑 신발 똑같아! 이렇게 치고 더위에 찌든채 전송을 눌렀다. 화면을 그대로 놓고 툭툭치면서 어서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훈남이 내 앞으로 왔다. 사실 생각해보면 내 앞에 바로 내리는 문이기 때문에 내 앞이 아니라 내리려는것 같았지만 나는 큰 의미를 부여했다. 갑자기 진동이 울렸고 나는 매우 예쁜 척을 하면서 확인했다.
내 앞에 있던 훈남이 피식 웃었다. 자기도 키 작은거 아나..? 아니야, 딱 평균 키야. 크지 않을 뿐이야. 그게 들렸다. 굉장히 무서웠다. 생각해보니까 훈남이 내 톡을 읽었을수도 있다. 헐. 매우 빠르게 휴대폰을 끄고 불안함에 다리를 떨, 기에는 아직 나는 미련이 있었기 때문에 조신한 척 앉아있었다. 버스 문이 열렸고, 훈남이 내릴 차례가 되었다. 굉장히 슬펐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훈남을 보냅니다, 쿸. 다 끝났어, 식빵. 휴대폰을 매우 세게 누르면서 카톡을 켰다.
갑자기 눈앞으로 휴대폰 하나가 쑥 들이밀여졌다. 갤럭시 노트 3. 엘~틔~이. 굉장히 부럽다. 놑삼이라니. 나는 갤삼인데. 얼굴을 확인하려고 눈을 들어 얼굴을 봤다. 헐, 훈남이었다. 헐, 헐, 헐, 헐, 헐. 하지만 나는 애써 모른척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네?" 아, 굉장히 망했어. 빙구 같았을거야. 하지만 훈남은 아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번호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