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ind.]
Avril Lavigne-Complic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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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06.Am 1:08]
"수고했어 다들."
기지로 들어가자마자 무전기 너머로 들려왔던 굵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스였다.
"..네"
저 입에서 '오늘 회식이다' 라는 말이 떨어질 것 같아 눈을 꼭 감았다. 그러자 내 어깨에 걸치고 있던 오세훈의 팔이 내 어깨를 세게 감싸안으며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괜찮아."
"어?..응.."
그나마 위안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오늘 회식인거 알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보스에 의해 나도 역시 당연하다는 듯이 수긍 했다.
씨.. 술먹으면 개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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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
보스는 소주가 가득찬 잔을 위로 높게 쳐들고 외쳤다. 우리는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보스의 술잔에 자신의 술잔을 가져다 댔다.
'짠-.' 유리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며 잔 안에 든 소주가 옅게 출렁였다. 첫잔은 무조건 원샷이다. 보스는 벌써 원샷을 끝낸 후 머리위로 잔을 터는 행동을 보였다. 나도 어쩔 수 없이 보스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려 찔끔찔끔 원샷을 했다. "으.." 내 입에서 짧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술이 썼다. 맥주였다면 반병 정도는 가능 했을텐데 소주인지라 한 잔을 먹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야 설마 너 이거 원샷했어?"
옆에있던 오세훈이 놀란 눈치로 낮게 속삭였다.
"..헤...응.."
얼마 가지 않아 소주 한잔에도 취기가 올라왔다.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인 보스는 계속 해서 나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 이새끼 옆에 앉는게 아니였는데. 곧죽어도 옆에 앉기 싫었지만 변백현과 박찬열은 할 말이 많다며 보스 옆에는 제발 앉혀주지 말라고 했다.
변백현.. 아깐 오빠만 믿으라며? 김종인은 어느 자리든 상관 없다는 듯이 모두 꺼려하는 보스의 오른편에 앉았고 나는 보스의 등에 떠밀려 왼편에 앉게 되었다.
내가 옆에 있어야 술이 잘 넘어간다나 뭐래나. 나없이도 잘 먹을 꺼면서. 내잔이 비워지면 어느새 또 채워져 있고 비워지면 또 채워져 있었다.
나의 취기는 점점 달아올라 어느새 이성을 놔버렸다.
"..헤... 데후나.."
어처구니 없게도 내 주사는 애교였다. 정말이지 상상 할 수 없을 정도의 애교다. 내가 생각해도 나의 이런 모습은 맨 정신으로 못 볼 것이다.
"야,야 정신차려 너 취했다."
"아.. 아냐!! 나 안취해써..."
보스는 계속해서 내 술잔에 술을 따랐고 내가 마시려고 하자 나를 제지 하는 오세훈이었다. 내 술잔을 낚아채 그대로 원샷했다.
"그만마셔."
"..안대에.. 보스가 준거란 마리..야.."
오세훈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내 술잔에 채워지는 술들을 다 받아 마셨다. 오세훈도 점점 이성을 잃어가는 듯 했다.
그런데 우리 조직에서 유일하게 보스보다 술이 쎈사람이 있다. 김종인. 지금까지 술에 취한 것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히...종이나아.."
내가 혀가 꼬인 채로 김종인 한테 다가가자 김종인은 이상황이 재밌다는 듯이 픽-. 하고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술먹으면 아주 애기가 되어버리네."
평소에 차갑기로 소문이 나있는 김종인은 나한테 만큼은 따듯했다. 조직 내 유일한 여자여서도 있겠지만 오랜 세월 함께 하다 보니 친할 만큼 친해진 탓도 있었다.
"..애기 아닌데에.."
"하는짓이 애기가 아니고 뭐야. 이리와 애기."
자신의 무릎을 두어번 치더니 이리 오라며 손짓했다. 나를 완전히 애기 취급하는 김종인을 보며 입술을 삐죽였다.
"..치..."
그나마도 다행인건 내가 음주를 한 다음날 그 당시의 일을 모두 기억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모두 이것을 노려 나를 놀리는 일도 파다했다.
변백현과 박찬열은 누가 더 술이 쎈지에 대해 내기를 하다가 둘 다 뻗어버렸고 오세훈은 아직도 보스의 술잔을 받고있었다.
세훈아.. 미안해. 나중에 꼭 이 은혜 갚을께..
나는 김종인의 무릎에 앉은 채로 김종인에게 갖은 애교를 떨었다.
"..우리 종이니는 왜 이러케 잘생긴거야..."
그런 나를 보고 김종인은 내 허리를 꽉 감싸안았다.
"그럼 우리 애기는 왜이렇게 예쁜 짓만 하실까-."
"..헤헤"
정말 이성을 잃었는지 헤실헤실 거리며 김종인의 볼에 뽀뽀했다. 이런 반응에 놀란 김종인은 많이 취했네.. 라는 말과 함께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를 쓰다듬어서 그런지 점점 잠에 빠지기 시작 했고 얼마 안되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희미하게 김종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얘때문에 미치겠네."
*
"윽..."
눈을 떠보니 어느새 아침이 밝아왔다. 창문을 가린 하얀 커튼 사이로 햇살이 살며시 들어왔다. 어제 먹은 술때문인지 자꾸만 헛 구역질이 올라왔다.
잠깐만.. 여기 우리집인데.. 어제 무슨 실수는 안했겠지?
음주를 한 다음날은 늘 당시 상황을 기억해내느라 안간 힘을 써보지만 도저히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다 잠시 기억하는 것을 멈추고 속이 메스꺼워 해장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식탁에 누군가 벌써 콩나물국을 끓여놓고 갔다. 가까이 가서 이리저리 살피니 쪽지 한 장이 남겨져 있었다.
'이제 술먹지마.'
풉.. 삐뚤빼뚤하게 써있는 글씨체는 누가 봐도 김종인이었다. 문자라도 하나 남겨야겠네. 나는 내 핸드폰을 찾아 두리번 거렸다.
그때 때마친 울리는 벨소리
[박찬열]
얘가 갑자기 전화는 왜했지? 하고 전화를 받았다.
-야!! 지금 몇신데 안와?
응?.. 잠깐... 지금 시간이.. 시발 좆됬다.
시계는 벌써 세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 진짜 미안 나 방금 일어났어. 금방갈께.
-의뢰 들어왔으니까 빨리와 보스화났어.
-보스 화났다고? 응. 알겠어 빨리 갈께.
보스가 화났다는 말에 해장도 하지 못한 채로 대충 씻고 부리나케 달려나갔다. 보스가 화났다면 분명 가자마자 나를 엄청 쏘아댈 것이다. 보스 한테 혼나는 상상을 하다 어느새 기지에 도착했다. 보안팀에게 간단한 인증을 걸쳐 기지로 들어왔따. 급히 뛰어와서 그런지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당연히 도착하자 마자 숨을 돌릴 새도 없이 보스의 호출을 받았다.
"지금 장난 하시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지금 몇신지나 아세요? 벌써 해가 중천입니다."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변명하지 마십시오. 결과는 결과일 뿐입니다."
"네... 조심하겠습니다."
내가 울먹이며 대답하자 보스는 갑자기 진지함을 풀고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나 방금 많이 무서웠어?"
"네..?"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이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말에는 다정함이 묻어났다.
"장난 한번 쳐본건데.. 보고싶은데 계속 안오니까 네가 너무 괘씸해서-."
몇년동안 함께 해온 보스 역시 친해졌다. 하지만 가끔 저런 장난을 치면 조금 화가 나기도.
"보스 너무한거 아닙니까?.. 제가 얼마나..."
"야,야 왜그래 설마.. 우는거 아니지?"
고개를 푹 숙이고 들지 않자 내게 다가와 안절부절 못했다.
"아.. 진짜 미안해. 설마 진짜 우는거야?"
내게 쩔쩔매는 보스를 보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고개를 숙여 웃음을 참자 들썩이는 내 어깨를 보고 진짜 우는 줄 알았나 보다.
"..미안해 어떡하지.. 오빠 때릴래?"
"오빠가 뭡니까.. 보스한테"
몇년을 함께 해왔지만 나는 여전히 보스에게 말을 놓지 않았다. 되려 보스가 내가 보스에게 말을 놓는것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놈의 보스,보스. 이제 오빠한테 말 놓을 때도 되지 않았어?"
"전 보스가 더 편합니다 , 오빠님."
울지않는 내 얼굴을 보고 한번 놀라고 내가 말끝에 붙인 '오빠님' 이라는 것을 듣고 한번 더 놀랬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놓치지 않고 바라봤다.
이 오빠 오늘 또 입찢어지겠네.
오세훈.23.스나이퍼. 모든일에 칼같은 성격.
"야 설마 너 이거 원샷했어?"
"야,야 정신차려 너 취했다."
변백현.23. 권총담당. 평소엔 장난끼가 많다가 작전만 시작되면 진지해짐.
김민석.25.보스. 평소에 술을 좋아함.
"나 방금 많이 무서웠어?"
"..미안해 어떡하지.. 오빠 때릴래?"
"그놈의 보스,보스. 이제 오빠한테 말 놓을 때도 되지 않았어?"
김종인. 22.보안팀장. 얼음처럼 차갑지만 한편으로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음.
"하는짓이 애기가 아니고 뭐야. 이리와 애기."
"그럼 우리 애기는 왜이렇게 예쁜 짓만 하실까-."
"..하...얘때문에 미치겠네."
박찬열.23.해커.평소 장난끼가 많아 변백현과 자주놈.
-야!! 지금 몇신데 안와?
-의뢰 들어왔으니까 빨리와 보스화났어.
+암호닉
사슴/이히히/앱솔루트/바보/켄갱
(암호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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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하 처음 글을 써보는데.. 혹시 이런 똥글에도 암호닉 신청해주실 분들 계신가요? 허허
댓글다시고 포인트 다시 받아가세요 !! 암호닉 받습니다♥
*이 글은 빙의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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