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악!!"
이른 오후, 적막한 집을 울리는 한 여성의 울음소리
"나 깨우라고 했잖아!!김종대!!"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지!"
"아!!몰라! 왜 안 깨웠어!"
"니가 안일어났어!!"
"일어날때 까지 깨워야지!!"
"저번에 그러다가 내가 무슨 꼴을 당했는데!!"
"그래도 오늘 무슨 날인지 알잖아!!"
"내가 알아야 하냐!! 니일이잖아!!"
"엄마 성격 알잖아!!"
"몰라!! 이럴 시간에 준비하겠다!"
"하면서 이야기 하는거거든!!"
급하게 머리를 하면서 이빨도 같이 닦고 있는, 급한 일이 일어날때에만 일어난다는 초능력적인 힘을 발휘하며
옆방에 있는, 오빠라고 지칭하는 남자와 이야기하는 여자의 모습이 퍽이나 웃기다.
"야!!오징어!!"
"..."
"야!!!오징어!!"
"..."
"야!!!!!"
"아 왜!! 화장하는데 집중이 안되잖아!!!"
"너 몇시에 약속인데!!"
"지금 몇시인데!!!"
"10시!!"
'망했다. 나 10시 30분에 약속인데. 최대한 침착하자, 내가 여기서 택시를 타고 가려면 적어도 20분은 걸릴텐데, 잡는데 시간이랑 택시에서 허겁지겁 내리면 체면도 안살고. 약속을 미룰 수는 없나? 아니야, 그러면 우리 엄마가 또 난리겠지. 그러면.."
"김종대!!!"
"오빠라고 부르라고!!"
"부탁 하나만 들어줘!!"
"싫어!!"
여자는 화장을 다 했는지 옷을 갈아 입으며 거울을 확인한다.
'저 김종대는 끝까지 오빠노릇을 안해주네.'
"부탁들어주면 나도 부탁 들어줄께!!"
"진심이냐?"
어느새 열려있는 방문 앞으로 다가온 김종대.
"응, 그러니까 나 차 좀 태워주라"
무슨 꿍꿍이인지
"오케이. 다하고 일층으로 내려와. 차 빼고 기다리고 있을께"
라며 부탁을 수락한다. 무언가 불길한 느낌이 엄습했지만
10시 10분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시계를 보고는 현실을 직시했다.
"설마, 오빠인데 이상한 부탁은 하겠어?"
*
"제발, 오늘은 쫌 성공해라"
"나도 몰라. 아니 이 젊은 나이에 선이 뭐야, 선이?"
"선이라기 보다는 미팅이라잖아"
"왜 나한테 자꾸 미팅을 하래?"
"나도 몰라, 엄마가 그러라는데"
"왜 오빠는 미팅안해? 엄마가 왜 오빠한테는 뭐라 안하는데?"
"차 막힌다"
"말돌리지 말고!!"
"지금이 몇시게?"
"10시 20ㅂ..아 진짜! 오늘 다 왜이래!!"
"거의 다 와 가니까 걸어가는데 빠르지 싶은데? 차가 계속 막힌다"
"알겠어. 나중에 봐!"
약속 장소인 까페에 도착한건 10시 30분. 오랜만에 신은 굽에 발목이 욱신거리는걸 뒤로하고 오늘 만나야 하는 남자를 찾기위해 두리번거렸다.
'키가 조금 아쉽기는 한데, 재미있는 사람이라더라, 매너도 있고'
몇일전 들었던 그 남자의 외관 설명을 기억해 내려고 애썼다.
"키가 조금 작고.. 눈이 조금 처지고.."
'아, 저 사람이구나'
남방안의 하얀티, 청바지로 휴대폰을 하고 있는, 말끔하게 입고 온 남자가 눈에 띄었다.
"후."
최대한 예쁘게 그 남자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저기"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남자가 휴대폰을 집어넣고 얼굴을 들었을때
"도경수?"
"변백현?"
서로가 서로의 얼굴에 놀랄수 밖에 없었다.
*
그래, 상황정리를 해보자.
유치원때부터 볼것 안볼것 서로 다 보고 자란 변백현과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 때 까지 서로 항상 붙어다녔다. 그렇다고 싸운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금새 서로의 사과로 금방 풀어졌다. 그러나 의대를 꿈꾸던 변백현이 수능 몇주전부터 끙끙 앓기 시작하더니 결국 수능 당일, 수능을 보지 못한 이후 변백현은 아예 연락이 되질 않았다. 그리고 지금 정확히 5년만에 미팅상대로 만나게 되었다.
"변백현?"
"오징어?"
"니가 왜 여기에.."
"너 살아는 있었냐?"
자꾸만 서로 같은 타이밍에 말하는 탓에 의사소통이 되질 않았다.
"일단 앉아"
변백현의 앉으란 말에 벙쪄있던 내 정신을 다 잡았고.
"뭐 마실래?"
"뭐 마실래보다 다른 할말이 있지 않나?"
사실, 변백현이 잠적을 탄 이후로 난 몇개월동안 정상적인 생활을 하질 못했다.
19년간 항상 함께 였던 사람이 한순간에 없어졌는데. 대학에 가서 미친사람처럼 항상 울기만 했다.
옥상에서 "변백현!!!! 나쁜 놈아!!"라며 외치기도 해보고. 이곳, 저곳 백현이의 뒷모습과 닮은 사람이라는 사람은 다 붙잡아서 얼굴을 보고 울고, 한번은 백현이와 닮은 목소리의 사람이 택시를 타고 가길래 혹시나 백현이일까 택시를 붙잡아 간적이 있었다. 물론, 백현이는 아니였지만.
"뭐 마시고 시작하자"
"할말 없냐니까?"
1년이 지나자, 나는 백현이를 차차 잊어갔고 2학년때부터는 백현이와 닮은 모습을 봐도 '아 백현이는 아니겠구나'하며 존재를 애써 부정하며 잊었다.
그러나 5년 뒤 만난 지금의 너는..
"아직도 아이스티 좋아해? 그걸로 사올께. 기다리고 있어"
"우리 수능을 위해서 아이스티 한잔?"
5년전의 너와 변함이 없었다.
오징어 (25)
"변백현!!! 죽었냐 살았냐!!"
"..."
"보고싶다!!!"
변백현 (25)
"너 대학교 입학하는거, 너 몰래 찾아갔었어"
"거짓말 치지ㅁ.."
"옥상에서 나 보고 싶다고 외치는것도 듣고"
"..."
"그래도 완벽한 남자가 되어서 나타나고 싶었어."
"그래서 잠적을 탔다고?"
"응, 그리고 늦었지만 나도 보고싶었어. 되게 많이"
19살, 학생이였던 우리가 아닌 24살, 어느새 어른이 되어서 만나다.
-
자꾸 프롤로그만 올리고 없어지는 저네요.
나머지 맴버들은 차차 나올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