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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승윤태현] 첫번째 남자, 천번째 남자 -1- | 인스티즈

 

 

 

 

 


 

[강승윤X남태현]

  

 

 

첫번째 남자, 천번째 남자

w. 이현웅

 

 

w. 아는 동생인 '냥태현여우' 가 쓴 픽을 대신하여 연재합니다.

 

 

 

 

 

 

아마 중2 시작할 즈음이 아니었나 싶다. 중학교 들어와서 첫 축제에 무대에서 밴드부에서 보컬을 맡아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에 오, 멋있는 선배구나. 정도 싶었는데 중2 초반기에 밴드부에 가입해서 그 선배의 모습과 성격에 반하지 않았나 싶다.

 

 

 

 

 

 

"오, 신입. 키보드?"

 

"네"

 

"내 이름은 강승윤, 보컬 담당이야"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강승윤, 1월 21일생, 3학년 5반, 현재 밴드부 보컬. 하루 종일 옆에서 떽떽대는 계집애들 때문에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아마 전교생이 이 선배에 대해 알지 않았나 싶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만나 노래를 편곡하거나 작곡, 작사하는 선배, 친구들과 다음 축제와 다른 학교 축제 공연에 대해 토의하고 연습까지 끝마치고 나면 학교 끝나자마자 시작한다 해도 적어야 오후 9시, 축제나 공연이 껴 있는 그전 주에는 심하면 연습실에서 남자 9명이 살을 부대끼며 다 같이 자기도 했다.

 

 

 

 

 

 

 

 

그날은 연습이 웬일인지 7시에 끝났었던 것 같다. 항상 연습이 끝나면 강승윤이나 다른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쏘고는 했었는데, 강승윤은 항상 끝까지 선배들과 친구들을 보내고 나와 함께 집을 갔었다. 집이 내 집 방향인데 좀 더 멀다나 뭐라나. 그날따라 키보드 파트가 꽤나 어려운 곡이었고, 죽어라 연습하고 키보드만 쳐댄 결과, 손목을 돌릴 때마다 살짝씩 아파왔다. 손목을 돌리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나를 보며 강승윤이 괜찮냐며 물었고, 잠시만 기다리라 했다.

 

 

 

 

 

 

 

 

학교 앞은 아직은 초 봄이고 해는 다 져있어서 그랬는지 좀 추웠다. 오른쪽 손목을 계속 돌려 보며 입고 있던 코트 속에 목을 좀 더 파묻고 강승윤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강승윤이 저 멀리서 묵직하게 생긴 까만 봉지를 들고 나에게 달려왔다.

 

 

 

 

 

 

 

"추웠지?"

 

 

 

 

 

 

 

당연하지. 이 선배야. 강승윤이 내 팔을 잡아 자기 쪽으로 끌더니 까만 봉지를 내 손목 위에 올렸다. 아, 차가. 까만 봉지의 정체는 얼음이었고, 얼음 아래 얇은 수건 같은 게 깔려 있었는지 시원하기만 했다. 이내 까만 봉지를 내 손목 위에서 치우더니 내 오른팔을 잡고는 가자, 하며 어디론가 날 이끌었다.

 

 

 

 

 

 

 

강승윤이 끌고 간 곳은 동네 입구의 분식집이었고, 나를 자리에 앉혔다.

 

 

 

 

 

 

"선배, 밥 사주시게요?"

 

"응, 아까 배고파아- 하면서 찡찡대드만."

 

 

 

 

 

 

찔렸다. 조금 많이..? 키보드는 보컬, 드럼, 기타의 자리와는 조금 멀리 있어서 혼잣말하기도 좋고 해서 오후 6시쯤인가 슬슬 허기가 질 때 입을 쭉 내밀고, 키보드를 두들기면서 그 박에 맞춰 배, 고, 파, 배, 고, 파하며 혼자 찡찡댔었다.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그걸 본 사람이 있었다니 조금 창피하기도 했는지, 얼굴이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 선배, 그거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돼요."

 

 

 

 

 

 

내 말에 강승윤이 크게 웃더니 귀엽더만, 하는 소리에 놀라 선배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귀엽다고? 내가? 배, 고, 파, 배, 고파 가??? 그때는 내가 다 큰 줄 알았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다 큰 남자가 남자한테 귀엽다가 뭐야...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내 반응을 보던 강승윤이 덩달아 눈을 크게 뜨며 왜? 하는 물음이 들렸고, 차마 선배라 대들 수도 없고 해서 남자한테 귀엽다가 뭐예요... 하며 말끝을 늘였던 것 같다. 강승윤이 또 한 번 크게 웃으며 뭐 먹을래? 하고 물었고 나는 라볶이, 강승윤은 뭐 시켰더라... 어제까지만 해도 기억이 났는데, 뭐더라... 아 맞다, 오므라이스. 오므라이스를 시켰었다.

 

 

 

 

 

 

 

"태현아, 손목 줘 봐봐."

 

 

 

 

 

 

 

강승윤의 명령 어조의 말에 졸아 오른팔을 식탁 위로 올렸다. 다시 시원한 느낌이 팔목에 돌았고, 안 차갑지? 하는 그의 물음에 네하고 대답했던 것 같다.

 

 

 

 

 

 

 

 

"아니, 그 곡 선택한 것도 나고 키보드 하는 사람은 생각도 안 하고 그냥 멋져 보이려고 했는데, 손목 이렇게 부어서 아프게 될 줄은 몰랐네. 아니 그냥 뭐 미안하다고.."

 

 

 

 

 

 

 

하며 강승윤이 싱긋 웃었고, 나는 아니에요라고 대답했지만 좀 짜증도 나고 속상했었던 거 같다. 이씨, 짜증 나.....라고 속으로 말했을 때 머릿속에서는 왜? 왜 짜증이 나지?라는 말이 되풀이됐었다. 강승윤과 어떻게 밥을 먹었는지, 실수는 하지 않았는지 생각도 안 나고 강승윤이 중간중간 피곤해? 하고 물을 정도로 그냥 멍-해 있었었다.

 

 

 

 

 

 

-

 

 

 

 

 

 

 

마찬가지로 아파트 입구에서 강승윤에게 안녕히 가세요, 밥 잘 먹었습니다. 하고 항상 원래 가던 길로 가버린 강승윤의 뒷모습을 한 번 보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거울을 보며 머리를 손질하는데 강승윤과 밴드 공연 얘기하느라 잠시 까먹었던 질문이 다시 머리에 떠올랐다.

 

 

 

 

 

 

 

손에는 강승윤이 준 얼음 담긴 비닐이 있었고, 그대로 선배가 했던 대로 내 손목 위에 올렸다. 두근두근했다. 거울을 보니 볼이 약간 빨개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집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인사를 하고 그대로 방 침대에 드러누웠다. 띠링- 문자가 오는 소리에 확인해보니 강승윤이었다.

 

 

 

 

 

 

 

 

'찜질 열심히해 ㅡㅡ 편의점에서 알바하는 누나 조르고 졸라서 구한 거니까 귀찮다고 안 하면 혼난다 ㅡ3ㅡ    -강승윤 선배-'

 

 

 

 

 

 

 

 

문자를 보니 잠시 가라앉았던 가슴이 또 두근두근 대면서 입가에는 웃음이 절로 났다. 갤러리에 들어가 강승윤과 함께 찍은 9장의 사진을 또 보고 또 보고하니, 정답은 하나였다. 어린 마음에도 좋아하는 감정, 그거 하나는 제대로였다.

 

 

 

 

 

 

 

 

좋아하나 봐

 

 

 

 

 

 

 

 

이 다섯 글자에 나를 멘붕시켰던 왜 짜증이 나지?라는 질문에 '좋아하니까'라는 답을 채워 넣었다. 그렇게 강승윤의 사진을 보며 배시시 웃고 있는데, 엄마가 들어왔다.

 

 

 

 

 

 

 

 

"아들- 저녁 안 먹어?"

 

"응- 아까 승윤 선배가 사줬어."

 

"아들 얼굴에 왜 이렇게 꽃이 폈을까?"

 

 

 

 

 

 

 

티 나나. 하긴 자기 아들이 입꼬리를 올린 채 핸드폰을 보며 웃고 있는데, 어떤 엄마가 안 궁금해할까. 엄마가 침대에 앉았고, 나는 양반다리를 하며 엄마를 보며 말했다. 사람 좋아하는 게 무슨 잘못인가.

 

 

 

 

 

 

 

"엄마, 내가 남자를 좋아하면 어떨 거 같아?"

 

 

 

 

 

 

 

아-하는 엄마의 얼굴이 보였고, 엄마의 얼굴이 잠시 동안 굳어있어서 혹시 엄마가 날 호적에서 파는 건 아닌가, 욕을 쌍 바가지로 해대는 거는 아닌가 싶었다. 이내 엄마의 얼굴이 펴지고 내 옆에 앉아 내 손을 꼭 잡고선

 

 

 

 

 

 

 

"엄마가 어릴 적에 H.O.T 유명한 팬픽 작가 중 하나였단다. 호호호. 너만 괜찮으면 동성애는 상관없어, 손주 보는 거야 네 형이랑 누나 있으니까 너는 막 내 눈치 보면서 하기 싶은 연애 다하고 살아~ 호호 어머 웬일이야. 내 아들이 호모일 줄이야"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엄마의 질문이 쏟아졌다. 누구냐, 어떤 애냐, 잘생겼냐, 뭘 잘하느냐 등등 질문 하나하나에 답을 해주자 엄마는 10대 소녀가 담임 선생님의 첫사랑 이야기를 듣는 반응을 보였고, 엄마가 신이 나서 2시간 동안 둘이 웃으며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엄마가 짝사랑이냐. 하는 질문을 했고 순간 나는 당황했다.

 

 

 

 

 

 

 

그러네, 나만 좋아하는 거네. 혹시 강승윤이 날 더럽게 보진 않을까, 사귀게 되도 몸을 바라고 사귀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각종 불안이 몸을 덮쳤다. 내가 손톱을 깨물자, 엄마가 내 손을 잡아 입에서 손을 떼 더니 한 마디 했다.

 

 

 

 

 

 

 

"태현아"

 

"아... 이제 어쩌지.... 응??"

 

"꼬셔, 네가. 강승윤인가 뭔가를 네가 꼬셔."

 

 

 

 

 

 

 

나의 엄청난 불안에 다가온 해결책은 꼬셔, 그 두 글자로 모든 게 싹 다 해결되었었다. 아직은 많이 좋아하는 게 아니니까 꼬시다가 안 되면 인연이 아닌 거니까, 그만두면 되는 거고. 꼬시자. 어린 날의 남태현은 너무 사랑을 가볍게 봤다.

 

 

 

 

 

 

 

-

 

 

 

 

 

 

 

 

고백하던 날은 내가 강승윤을 좋아하게 된 날 다음이었었다. 그날, 아침은 유달리 밝았다. 답답한 거는 워낙 싫어하는지라 오늘 모든 승부수를 걸어보려 했던 거 같다. 생각해보면 지금은 못할 짓이었지만 말이다. 밤새 내내 잠도 안 자고 생각해봤는데, 강승윤은 나를 적어도 좋은 후배로는 생각하는 거 같다.

 

 

 

 

 

 

일개 후배라면, 편의점까지 헥헥 뛰어가서 쪽팔림을 무릅쓰고 얼음을 구걸하겠는가. 어릴 적 머리는 꽤나 잘 돌아갔었다. 연애사업에서만. 평소와 마찬가지로 학교에 갔고, 수업시간 내내 졸아서 기억에 남는 건 체육시간에 방방 뛰어다닌 것, 그뿐이었다.

 

 

 

 

 

 

방과 후가 돌아오고, 밴드부 연습실로 갔다. 기타를 정돈하고 선을 연결하는 강승윤과 그 선배들한테 하나하나 인사하고 키보드 앞에 앉았다. 강승윤이 손을 풀고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손목 안 좋은데 무리하지 말지"

 

 

 

 

 

 

 

강승윤이 나에게 걱정하는 말을 해줄 때에 어찌나 좋았었는지, 말을 그렇게나 더듬었다. 지금 보면 창피하고, 귀엽 귀도 하지만.

 

 

 

 

 

 

 

"ㅇ.... ㅇ아니, 더, 덕분에 괜차아...나 졌어요오!!"

 

 

 

 

 

 

 

내 입에서 이상한 말투가 튀어나오고 순간 패닉에 빠져있었다.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혀가 꼬이는 여자의 심리가 이런 것인가. 내가 여잔가 아닌데 남잔데 하는 온갖 이상한 망상을 그 짧은 순간에 다 끝냈었다.

 

 

 

 

 

 

 

 

"뭐, 그럼 다행이고."

 

 

 

 

 

 

 

강승윤이 날 향해 씩 웃고 가는데 어찌나 심장이 쿵쾅대는지, 혹시나 옷 위로도 심장의 모습이 보일까 보니, 나만 알 수 있을 정도로 심장이 뛰는 게 보여서 다행이다. 하고 후우-하고 숨을 내뱉었다. 첫사랑의 시작이었다.

 

 

 

 

 

 

 

 

-

 

 

 

 

 

 

 

 

연습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났었다. 지금도 없지만. 끝나고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강승윤은 내가 키보드를 정리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고, 그런 강승윤의 모습을 보고 더 허겁지겁 정리했었던 것 같다. 강승윤과 별거 아닌 이야기로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땐, 어찌나 그 별거 아닌 이야기도 달콤했는지. 집 앞에서 강승윤이 들어가서 빨리 자. 하며 인사말을 할 때 내가 그를 잡았다.

 

 

 

 

 

 

 

" 저기 선배"

 

"응?"


 

"나 확인 하나 할 거 있어서 그런데 해봐도 돼요??"

 

 

 

 

 

 

 

그 확인이라는 단어 앞에는 아마 '선배가 날 좋아하는지 아니면 그냥 좋은 밴드부 후배인지'라는 말이 생략돼있었고, 강승윤은 그걸 알았는지 몰랐는지 응, 그래 하며 씩 웃었다.

 

 

 

 

 

 

 

내가 선배에게 다가가 얼굴을 가까이하고 입을 살짝 맞췄다. 그냥 입만 데고 뗄 생각이었는데, 쪽 소리가 나서 얼마나 민망했던지 인사도 안 하고 그냥 엘리베이터로 냅다 달려 탔던 거 같다. 아마 그때, 강승윤은 되게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있던 거 같다.

 

 

 

 

 

 

 

 

역시 어제처럼, 내 침대에 누워 쿵쾅대는 가슴을 잡아 진정시키면서 심호흡을 후하후하- 내뱉었다. 이내 띠링-하는 알림음이 떴고, 카톡 창의는 강승윤의 " 뭘 확인 할라 했는데?" 하는 문구가 있었고, 원래 피할 생각은 없었던 지라, 선배가 나랑 같은 마음으로 좋아하는지, 그냥 후배인지요. 하고 답문을 보냈다. 10초도 안 돼서 고맙다는 강승윤의 톡이 왔고, 나는 그냥 그 말에 의아했었다.

 

 

 

 

 

 

 

 

고맙다가 어떤 의미인지 설레기도 하고 두려웠었다. 두려운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훨씬. 입술을 깨작깨작 씹으면서 뭘요?라고 보낸 내 톡의 답장을 기다리는데 "내가 너랑 같은 마음으로 좋아했는지 확인해줘서 고맙다."라고 카톡-하는 음과 함께 떴고, 내 얼굴은 주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다리를 동동 굴렀던 것 같기도 하다.

 

 

 

 

 

 

 

 

"사귀자"

 

 

 

 

 

 

 

 

강승윤과의 톡방에서 그 3글자에 어찌나 심장이 터질 것 같던지.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생각해보면, 밴드부 오디션 볼 때, 공부를 하나도 안 했을지 언정 수능 볼 때, 누나가 내 조카를 낳을 때 떨렸던 순간은 참 많은데, 그건 비교도 안 됐다. 아마 이 이상의 떨림과 설렘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않을 것이다. 그때, 더 이상 뜸을 들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넹 하고 내가 톡을 보냈고

답은 그냥 ♥라고 왔었던 것 같다.

 

 

 

 

 

 

 

 

first love never lasts. 첫사랑은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웃기네, 잘만 이루 와졌네.

강승윤의 상태 메시지는 LOVE로 언제 바뀌었는지 바뀌어있었고 나는 내 상메를 왠지는 몰랐어도 '남태현짱짱' 에서 'I KNOW'이라 바꿨던 거 같다.

 

 

 

 

 

 

 

피식피식거리면서 웃다가 웃음이 터져 핸드폰을 잡고 그대로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가 발을 동동 구르며 강승윤의 셀카였던 프사에 뽀뽀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상메를 바꾸는 김에 프사도 강승윤과 찍은 사진으로 바꿨더니, 2분인가 지나서 인가, 나랑 찍었던 또 다른 사진이 강승윤의 프로필 사진에 있었다.

 

 

 

 

 

 

 

사랑이 이렇게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니.

 

 

 

 

w.이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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