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어가 눈 뜨고 세훈이한테 벌써 두 번이나 당했어. 다른 여자애들이 말 걸면 대답도 안해주면서 매번 징어한테만 이렇게 의미심장한 말을 하니까 징어들은 더욱 더 설레이기 시작하지. 며칠동안 또 징어는 그렇게 나름 끙끙 앓는데 오세훈은 얄밉게 하나도 아무렇지도 않은거야. 그래서 징어들은 정말 마음먹고 세훈이한테 물어보기로 결심해! 왜 자신한테 그런 말을 하는지,왜 계속 쳐다보는지에 대해서 말이야. 저번처럼 혹시라도 또 기회를 놓칠까봐 징어들은 아예 포스트잇 종이에 오늘 학교 끝나고 잠깐만 보자는 말을 적어서 세훈이 책상 위에 몰래 두고 와. 일부러 다른 애들이 보면 오해할까봐 그런건데, 애들이랑 매점 갔다 온 오세훈이 갑자기 그 포스트잇을 들고 해맑게 웃으면서 징어 앞으로 찾아와
"나 6교시하고 운동하러 가는데. 왜?"
"어…저…음.그래 그럼 나중에 얘기할게"
"뭔데?궁금하잖아"
"아냐아냐"
징어는 제발 이제 니 자리로 가줄래 다른 여자애들이 쳐다보잖아.하는 말은 뒤로 꾹 눌러 삼키면서 웃는 눈에 땀하나가 달린 것 같은 이모티콘을 하고 대답하는데, 뭐가 좋은지 헤실헤실 웃던 세훈이가
"그래?그래도 궁금한데….그럼 학교 끝날 시간에 맞춰서 내가 몰래 잠깐 빠져나올게"
라는 말을 남기고 그냥 자기자리로 돌아가. 징어가 됐다고 말하려는 틈도 안주고 말이야. 어차피 종도 쳤기 때문에 징어가 그냥 포기하고 다시 자세를 고쳐서 앞으로 보고 앉는데 징어 책상 위에 밀크딸기맛 츄파춥스가 놓여있어. 분명히 아무것도 없었는데 이게 뭐지하다가 어디서 많이 본 맛인거야. 그래서 징어가 사탕을 집어서 뒤를 쳐다보는데 쳐다볼 줄 알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세훈이가 한 손으로 팔을 괴고 징어를 보고 웃고있는거야. 솔직히 징어는 심장어택을 당할 뻔 했지…. 새삼 세훈이가 정말 잘생겼다는 생각을 하며 징어는 그냥 고마운 마음으로 받기로하고 입모양으로 고마워라고 말하고 다시 앞을 봐.
그렇게 세훈이는 보충도 안 듣고 운동하러 나가고, 징어는 다른 친구들이랑 같이 섞여서 그냥 평범하게 보충도 하고 저녁도 먹고 야자도 해. 사실,세훈이가 이따가 몰래 나온다고해서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야자를 했어. 설레는 와중에도 배부르고 등 따뜻하니까 잠이 솔솔 와서 야자시간을 어떻게 보낸지도 모르고 졸다가 결국 야자가 끝날 시간에 가까워져. 징어는 어디서 만나기로 했는지도 안 정했고,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싶어서 조금 걱정이 되는데 종치기 3분 정도를 앞두고 뒷문이 열려. 몰래 미리 가방 챙기는 애들 잡으려고 감독 선생님이 들어오신건가보다 했는데 변백현의 목소리에 징어가 놀래서 뒤를 쳐다보지.
"야!오세훈 니가 이 시간에 학교에 웬일이냐?"
"그냥 뭐…두고 간 게 있어서"
놀래서 뒤돌아본 징어와 눈이 딱 마주친 세훈이가 징어한테 시선을 고정한채 백현이에게 대답을 해 줘. 변백현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지 '운동부가 놓고가봤자 얼마나 중요하다고 이 시간에 다시 교실까지 오냐?'하고 그냥 가볍게 넘겨버리지. 징어는 몽롱했던 정신이 갑자기 확 들면서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해. 어떤 것부터 말해야할지 어떤 것을 먼저 물어야할지 갑자기 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이 빙빙돌았다가 하얘졌다가 까매졌다가 하지. 결국 3분이란 시간은 훌-쩍!지나가버리고 징어는 일부러 애들한테 안 들키려고 책가방을 느릿느릿하게 챙겨. 같이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친구한테는 오늘은 같이 못 간다고 말해놓은 상태라서 징어한테 안 가냐고 말을 거는 친구도 없이 다들 2분만에 후다닥 빠져나가지. 괜히 뭘 찾는척 하던 세훈은 애들이 다 나가자 책상서랍을 뒤지던 손을 빼고 허리를 펴서 징어와 눈을 마주쳐
"안녕?밤에 보니까 색다르네"
"응.어…그게.그러게 반갑다!"
"왜 보자고했어? 할 말 있지?"
어딘가 여유로워 보이는 세훈이 모습에 오히려 징어는 긴장을 하지. 운동을 마치고 샤워까지 마치고 온 건지 머리도 아직 다 못 말리고 평소 입고 다니는 츄리닝보다는 더 편안한 것 같은 복장을 하고 있어. 세훈이 말대로 조금 색다르다는 걸 느끼면서 징어들은 다시 한 번 자신을 복돋으면서 말을 꺼내지.
"저기…. 너 왜 자꾸…아니,너 혹시 나 쳐다봐?"
"음….그런 것 같은데"
"왜? 저번에도 이상한말 하고….솔직하게 니가 나 놀리는 것 같아서 조금…"
아무말도 안하고 징어를 쳐다보고 있는 세훈이에 징어가 괜히 민망해서 말 끝을 흐리는데 갑자기 세훈이가 징어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별로 위협적인 몸짓은 아니였는데 갑자기 다가오니까 징어는 자기도 모르게 오…왜이래!말로 하자!라고 소리쳐버리지. 가까이 오던 세훈이가 그 자리에서 허리까지 숙여가면서 큰 소리로 웃더니 다시 징어한테 다가와서 말해.
"너 놀리는 거 아니야. 너 쳐다보는 건 맞고. 나 지금 나온거 코치님한테 들키면 나 때문에 애들 전체 다 기합받는다. 그래서 애들한테 다 설명하고 양해구하고 나왔어."
"아…미안해.괜히 나 때문에"
"괜찮아. 내가 애들한테 뭐라고 설명했는지 물어봐줘"
갑자기 무슨말은 하는건가 싶어서 세훈이를 물끄럼 올려다 보는 징어한테 세훈이가 빨리!라는 말에 징어가 뭔데?하고 조심스럽게 물어봐
"내가 좋아하는거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여자애가 있는데, 걔랑 얘기 좀 하고 와야된다고. 내가 너 계속 쳐다보는거 알았지? 남자가 왜 이유없이 여자를 그렇게 몇 달 동안이나 계속 쳐다보겠어."
"……."
"징어야.나랑 사귀자 나 지금 꼴이 이렇긴 한데,그래도 나 정도면 나쁘지 않잖아. 아닌가?…."
덤덤한척 말하면서 새빨개진 세훈이를 보면서 징어는 세훈이가 귀여운 구석도 있다고 생각해. 이 정도면 징어한테는 굴러들어온 복이라고 생각하지. 넝쿨째 굴러들어온 오세훈! 원래 징어가 평소에 점잖은 편이 아니라고 했잖아? 사실 친한 친구들한테는 장난끼도 많은데,갑자기 진지해져버린 상황에 장난을 치고 싶어진 징어가 주머니에서 아까 낮에 세훈이가 줬던 밀크딸기맛 사탕을 꺼내서 오세훈한테 건네면서 얘기해.
"너 되게 귀여운거 알아?"
그리고 세훈이는 그런 징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하지. 소리없이 입모양으로만
'고마워'
허헣 미안해☞☜...근데 징어들아..나 조회수를 믿어야할지 댓글수를 믿어야할지 스크랩수를 믿어야할지 모르겠다.
분명 스크랩수는 많은데..별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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