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부 세훈이썰6
대학생에게 과제가 있다면 전국의 중고등학생에겐 수행평가가 있지. 세훈이와 징어도 예외는 아니였어. 그나마 징어는 그래도 평범하게 공부하는 학생이니까 평소에 잘 챙기는 편이였는데 세훈이는 운동부인데다가 남자의 특성상 수행평가를 잘 못 챙겼어. 근데 세훈이는 별로 그 사실에 대해서 개의치 않는 것 같아서 징어도 별로 상관을 안 했지.
근데 징어와 세훈이네 학교 학사일정 특징 상 수행평가는 시험 전에 있거나 혹은 시험 후에 있어서 항상 그걸 다 끝내기가 힘들었어. 징어도 힘드니까 운동부 세훈이는 말할 것도 없겠지. 매일매일 운동하고 취침시간, 기상시간 다 정해져 있는 세훈이는 수행평가를 할 시간도 없고 사실 그 많은 정보들을 들을 기회도 별로 없거든. 그래도 징어와 사귀기 시작하면서 징어가 세훈이 많이 챙겨주고 그랬거든. 이거 해야되고~저거 해야되고~ 징어가 많이 말해줬어. 적어도 세훈이가 학교에서 못 들은 정보는 다 징어가 말해줬으니까! 세훈이도 징어 마음을 알았는지 그래도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은 하려고 노력해서 선생님들도 운동부 중에 세훈이가 제일 열심히 한다고 이뻐해주시고 그랬거든.
그 때도 한참 수행평가가 여러 개 밀려있을 시기였는데, 영어 수행평가 중에서 본문 내용을 읽고 질문 만들고, 문법 스스로 정리하고 그런 수행평가가 있었어. 사실, 징어도 수행평가가 너무 많이 있는 상태라서 오히려 무기력해져서 기한이 다음날이 되도록 하지 않은 상태였지. 그런데 정규수업을 마치고 운동하러 가느라 짐을 챙기던 세훈이가 징어한테 물어.
"너 수행평가 다 했어?"
"아니…영어 남았는데"
"그럼 오늘 저녁에 만나자. 연락할게"
징어는 당황스러웠지. '지금 수행평가 도와달라고 저녁에 만나자는건가?'라는 생각과 함께 '왜 갑자기 저렇게 열성적으로 달려들지'하는 생각이 들었지. 뒷문에서 세훈이를 기다리는 종인이가 있었기 때문에 징어는 긴 말 안하고 알겠다고 대답하고 말았어. 그렇게 징어도 열심히 야자까지 끝내고 짐 싸서 학교를 빠져나오는데 카톡이 와 있어.
1분 전에 온 카톡에 징어가 걸어가며 답문을 쓰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징어를 톡톡 건들여. 징어가 뒤를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모자를 눌러 쓴 세훈이가 웃으면서 징어한테 인사해.
"안녕? 우리 애인. 반나절만에 보니까 더 예쁘네"
하고 평소 세훈이답지 않게 오그라드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 징어는 그렇게 애교있는 성격이 아니라서 당황해서 어버버거리고 있는데 세훈이가 그냥 웃으면서 징어 머리를 헝크러뜨려. 그리고서는 징어 옆에 서서 손을 잡고 걸어가지. 어디 간다고 말도 안해주고 그냥 걸어가길래 징어가
"잠깐만! 어디 가는데?"
"우리? 공부하러"
하고 개구지게 웃은 세훈이와 함께 도착한 곳은 징어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카페의 스터디룸. 사실 스터디룸이라고 해봤자 구석에 몇 개의 테이블과 의자를 놓은 것이 전부지만 그래도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거의 없었어. 무슨 고등학생이 카페까지 와서 수행평가를 하나 싶었지만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 앉는 세훈이가 있었기 때문에 징어는 그냥 잠자코 앉아있었지. 앉자마자 주문을 하려는 듯 세훈이가 징어한테 뭘 마실거냐고 물어봐.
"뭐 마실래?"
"음…카푸치노?"
"커피?안 돼"
징어는 또 한 번 당황해. 아니 왜 갑자기 커피를 못 마시게 하는거지. 징어는 시험기간에 커피를 마시다보니까 점점 그게 습관이 되서 그래도 커피를 자주 마시는 편이였거든. 게다가 징어와 세훈이가 간 카페는 평소에 징어가 카푸치노가 맛있다고 생각한 집이였어. 징어가 세훈이에게 '왜?'라고 물으니까 세훈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건강에 안좋아" 하고 대답하지.
"그럼 뭐 마셔?"
"홍차는 괜찮은데…홍차 마셔!"
하더니 혼자 주문을 하러 가. 징어는 갑자기 왜 그러나 싶지만 그래도 뭐 어쩌겠어. 야자까지 한 상태라서 일단 많이 몸이 지친 상태고 세훈이랑 사소한 거 가지고 괜히 실랑이 벌이고 싶지 않아서 그냥 포기하지. 그렇게 주문하고 기다렸다가 다시 받아오는데 보니까 세훈이는 커피를 시킨거야. 징어가 뭐냐는 식으로 쳐다보니까 세훈이가 웃으면서 맞은편에 앉은 징어의 머리를 쓰담쓰담해.
"너는…요즘에 많이 아팠잖아"
세훈이의 진지한 목소리에 징어가 깜짝 놀라서 책을 보던 고개를 들어서 세훈이를 쳐다봐. 사실 징어가 저번주 내내 지독한 감기에 시달렸어서 학교도 하루 못 오고 그랬었거든. 세훈이는 그게 내심 마음에 걸렸던거야. 근데, 징어는 전혀 생각 못했거든. 세훈이랑 사귄지가 꽤 오래되기도 했었고 그냥 그 날도 아픈데 못 가서 미안하다는 메시지 외에는 별 다른 말이 없었어서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어갔어. 근데 자꾸 징어를 알게 모르게 챙기던 게 그래서였던거야. 징어는 뒤늦게 세훈이 마음을 알고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설도 해서 그냥 세훈이가 쓰다듬었던 머리를 만지면서 다시 책을 봐.
"이제 다 나았어! 빨리하고 집에 가자"
"음…난 싫은데"
괜히 징어가 부끄러워서 더 빨리 하자고 그러는데 갑자기 세훈이가 연필을 놓으면서 그러는거야. 징어는 또 왜이러나 싶어서 다시 고개를 들어서 세훈이를 쳐다보는데 세훈이가 한 쪽 팔로 턱을 괴고 징어를 쳐다보고 있어. 옛날같았으면 부끄러워서 잘 못 쳐다봤겠지만 오래된 연인사이에 그런 풋풋함은 아주 가끔만 나오는 법이지. 징어도 세훈이랑 똑같은 포즈로 세훈이를 쳐다봐. 그런 징어를 보고 세훈이가 빵 터져서 웃더니 징어보고 "귀여워 죽겠다."라고 하지.
그렇게 같이 만나봤자 혼자 하는 것과 별 다를 것 없이 영어 수행평가를 마치고 나니까 시간이 꽤 많이 지나있어. 카페도 슬슬 닫을 시간인 것 같고해서 징어와 세훈이는 짐을 챙겨서 카페에서 나오지. 생각해보니까 세훈이 취침 시간이 10시 30분으로 알고 있는데, 시간을 보니까 거의 가까워져있어. 그래서 징어는 세훈이한테 이제 그만 헤어지자고 말해. 세훈이도 코치님께 혼날거고, 징어도 너무 늦게 집에 들어가면 부모님한테 혼나니까. 물론, 부모님께서는 세훈이를 굉장히 많이 믿고 계셔서 세훈이와 같이 있다고하면 많이 걱정은 안 하시지만….
"데려다줄게"
"지금 열시 삼십분 다 되어가는데?"
"괜찮아"
"뭐가 괜찮아! 괜히 코치님한테 혼나지말고 들어가"
"사실 오늘 코치님 안 들어오시는 날이야"
웃으면서 말하는 세훈이가 좀 의심되기는 하지만, 코치님도 사람인지라 가끔 교장 선생님 몰래 애들하고 쉬쉬하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나가시는 날이 있어서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그냥 말았지. 아까도 말했지만 징어가 저번주 내내 아파서 사실 몸도 계속 축축 늘어지는 상태인데 야자도 하고 세훈이랑 수행평가까지 하느라 거의 체력 소모를 다 한 상태였거든. 세훈이와 말 섞기 싫은 건 아니였지만 그냥 힘든 건 사실이였어. 그래서 평소같으면 이렇게 세훈이가 바래다주는 길에 이런 저런 이야기 했을텐데 징어가 그냥 조용히 옆에서 따라 걸었지.
그렇게 징어네 집이 보일때쯤 말 없이 옆에서 같이 걷던 세훈이가 징어를 불러. 그리고 얘기를 하지.
"아프지 말고, 내가 힘들 때 언제 어디서든 어느때든 같이 옆에 못 있어줘서 미안해. 너 힘들어하는 거 알면서도 위로도 서툴러서 잘 못하는 것도 미안하고…. 다른 애들처럼 자유롭게 만나는 것도 잘 안되서 미안하고 답답하고…. 그래도 이렇게 축 쳐져있지마. 응? 너 힘들면 나 진짜 너무 막…그렇다?"
세훈이가 서툴고 살짝 엉망진창으로 말하는데 징어는 세훈이 마음을 너무너무 잘 알겠는거야. 요즘따라 세훈이가 징어 눈치를 좀 보는 것 같다고 느꼈는데 그게 그것때문이였구나하는 생각도 들고, 그냥 고마운거지. 그래서 징어가 세훈이 말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니까 세훈이가 그제서야 좀 긴장을 풀고 징어 볼을 살살 만지다가 한 번 쪽 뽀뽀를 해.
"난 내 사람이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다."
세훈이가 뽀뽀한 후에 징어를 껴안고 그렇게 말하지. 징어는 그냥 그렇게까지 신경 써주는 세훈이도 너무 고맙고, 징어가 힘든 거 내색 안 해서 친구던 부모님이던 그 누구도 위로해주지 않았는데 징어가 말 안해도 알아주는 세훈이가 있어서 갑자기 울컥하고 그래. 세훈이가 그런 징어 마음 알았는지 안은채로 등을 토닥여주지. 징어는 나오려던 눈물을 간신히 참고 세훈이한테 빨리 가라고 해.
"코치님 아무리 없다고해도 후배들이 너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어."
"아쉽다. 맨날 봐도 헤어질 땐 맨날 아쉬워"
"나도"
"어? 웬일이래. 그럼 너 먼저 들어가"
이렇게 대화를 이어나가다가 결국엔 징어가 먼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서야 세훈이가 학교로 발걸음을 향하지.
| 이것은 안봐도 상관없는 나 징어의 말 |
갑자기 잠수탄 징어입니다.(반성) 어휴; 오랜만에 오니까 뭐 내가 어떻게 썰을 썼더라 이 생각하면서 한시간은 보낸 듯...요즘에 재밌는 썰이 많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이거 올리고 나도 썰 좀 구경하러 가야겠다. 이제 내 썰을 잊은 징어들이 많겠지^.ㅠ... 그리고 저번에 7 맛보기 올렸었는데 그거 쓰려다가 6이 없다길래 그냥 6은 이 내용을 써버렸다. 7은 권태기인데 사실 잘 못 쓸 것 같다는 게 나 징어의 생각.....! 그러면 안 쓰겠지...? 나는 왜 이렇게 책임감이 없을까...^.ㅠ...7은 내용 바꿔서 올라갈 수도 있다는 스아실! 그럼 씨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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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방가서 리디 천원받고오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