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훈/종인] 인형썰
W. 히아
-
시험을 죽쒔다.
고2, 18살에 슬럼프가 제대로 온 모양이다. 만사가 귀찮고 짜증났다. 하지만 바쁜 부모님들은 그런 나를 세세하게 신경 써줄 만큼 여유롭지 못 했고, 그렇게 나는 혼자 마음의 짐을 지고 낑낑대고 있었다, 당연히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으니 시험도 죽을 쑬 수 밖에. 한숨만 푹- 내쉬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었다.
집에 들어가도 반겨주는 이 하나 없을 것이다. 아버지는 출장을, 어머니는 야근을 하신다고 아침에 용돈까지 미리 주고 나가셨으니 말이다. 사실 돈은 필요없었다. 그저 같이 있어주었으면 좋겠는데. 외로웠다. 세상에 혼자 남져진 듯한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때늦은 사춘기가 더 크게 날 덮쳐오는 모양이다. 상념에 젖어 집이 아닌 번화가로 나와 정처없이 걷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혼자 발걸음을 옮기는 중이였다. 또 다시 입에서는 한숨이 터져나왔다. 일단은 다시 길을 돌아 나가기로 결심하고 길을 되돌아 나갔다. 아니, 나가려고 했다.
어두운 골목 유일하게 은은한 조명을 비춰내고 있는 한 가게가 있었다.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국하나 없이 깨끗한 쇼윈도 앞에 섰을 때 보이는 것은 온통 인형이였다. 아마 인형가게인 듯 싶었다. 차마 눈길을 떼지 못 하고 쇼윈도 안 쪽에 진열 되어있는 인형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공주 인형, 기사 인형, 곰 인형, 공룡 인형, 호두까기 인형... 종류도 모양도 색깔도 다양하고 화려한 인형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한 켠에 있는 한 인형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다른 인형들과는 달리 색이 화려하지도, 모양이 화려하지도 않았다. 그냥 평범한 사람모양의 인형이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 인형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인형은 다른 인형들과는 다른 신비로운 느낌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인형의 눈을 보았을 때, 눈이 마주친 듯 한 느낌을 받았다. 그냥 인형일 뿐인데도 내 눈을 바라보며 나에게 말을 건네는 듯 했다. 멍하니 인형을 바라보다가 결국 지나치지 못 하고 인형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
'딸랑-'
가게 문을 열자 먼저 나를 반기는 것은 맑은 종소리였다. 고요함 속에 울리는 종소리에 순간 움찔한 것도 잠시, 쇼윈도 밖에서는 볼 수 없던 가게 내부의 모습은 가히 신비스럽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겼고 훨씬 화려했다. 들어온 목적마저 잠시 잊은 채 이리저리 가게를 둘러보던 참이었다.
"무엇을 찾으시나요?"
"엄마야!"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너무 놀라 나는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졌다. 찌르르 울려오는 꼬리뼈의 아픔도 잠시 너무 추하게 넘어진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던 나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름을 느끼고 내 앞의 사람을 차마 쳐다보지 못 하고 연신 꼬리뼈부분만 쓰다듬었다. 그런 나를 알았던 것인지 위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모른 척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러자 내 눈 앞에 큰 손 하나가 불쑥 내밀어졌다. 그제야 그 손을 따라 시선을 옮긴 난 다시금 탄성을 자아낼 수 밖에 없었다.
화려한 가게에도 묻히지 않을만큼 화려한 얼굴을 가진 남자였다. 특히 큰 눈과 요정처럼 생긴 귀가 꽤나 인상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내가 남자가 내민 손을 잡을 생각도 못 한 채 남자의 얼굴을 관찰하자 그 남자는 그 모양새가 꽤나 웃겼는지 씩 웃으며 내게 말을 건넸다.
"안 잡을거예요? 나 점점 민망해지려고 하는데-"
그제서야 상황파악이 되기 시작한 나는 허둥지둥하며 그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한 번 더 놀랐다. 나도 키가 꽤 큰 편인데, 남자는 나보다도 한참 더 키가 컸다. 진정한 사기캐다, 하는 잡생각이 피어오르던 중 그는 웃으며 내게 다시 말을 건넸다.
"무엇을 찾으시나요, 손님?"
그제야 나는 이 신비스러운 가게에 들어온 목적을 상기시켰다. 그리고 '아...' 하고 박터지는 소리를 내며 멋쩍게 웃으며 쇼윈도에 진열된 그 평범한 인형을 가리켰다. 순간, 남자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가 풀어졌다. 그 찰나의 순간을 캐치한 나는 살짝 이상함을 느꼈지만 별 일 아닐거라며 묻어버리고 재차 그 인형을 가리키며 인형의 가격을 물었다. 그러자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던 남자는 이내 웃으며 진열장에서 인형을 꺼내와 내 품에 안겨주었다. 얼떨결에 인형을 떠넘겨지듯이 받은 나는 인형의 모습을 더 가까이에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분명 특이하다 꼽을 만한 것은 없었다. 굳이 꼽자면 특이한 인형들 속에서 유일하게 특이하지 않았다는 점이랄까. 인형을 받자마자 인형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날 본 남자는 나에게 그냥 가져가라고 말했다. 그에 반박하며 말을 하려던 나를 가게가 마감할 때라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가게 밖으로 내보낸 남자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인형의 이름은 세훈이야, 너의 손에서 기적을 피워내기를 바래. 그럼 잘가 꼬마야."
'세훈...세훈.....' 남자가 인형의 이름이라 일러준 이름을 입 안에서 곱씹으며 가게를 등지고 몇 걸음을 옮기다 뒤를 돌았을 때, 나는 다시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분명 몇 발자국 뒤에 있어야 할 가게가 있던 자리는 페인트칠이 벗겨진 허름한 골목 담장의 모습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손에 들린 인형은 그대로 이건만,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던 나는 당혹스럽고 두려워진 마음에 걸을을 돌려 왔던 길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어느새 자정을 되었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
글잡에 처음 글 올리네요..(부끄)
어디다가 내놓기 부끄러운 글이지만 다른데서 쓴 거 옮겨온거라서 전체공개로...ㅎㅎ
그럼 이만...(도망)
+)
아 혹시 이 썰 제목 좀 지어주실 분...?
제목을 못 짓겠어요...ㅠㅠㅠㅠㅠㅠ

인스티즈앱
조인성은 나래바 초대 거절했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