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열/백현] 사생팬
흔하지 않게 차 안이 조용하다.
사실은 남정네들만 있는 차안이 조용한 날은 그날 뿐이다.
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에 공항에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한 차 안 뿐이었다.
부상을 입거나 옷이 벗겨지거나, 하는 불상사가 없어도, 그저 그 광경을 보고 한마디 말도 못하는 그 답답함 때문 일 것이다.
"…백현아, 괜찮아?"
수호가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백현에게 질문을 던졌다.
다들 사생을 싫어하지만 특히 배현은 그 이름만 나와도 표정이 굳을정도로 싫어했다.
그래서인지 사생들은 백현에게 뭐라고 하는걸 즐기기도 했다.
차 안에는 엑소 맴버들 중 6명만이 타고있었다. 워낙 인원이 많은터라 차 두대로 이동하는것 때문이었다.
"네."
분위기 메이커라고 불리는 백현이 하기에는 굉장히 이질감이 느껴지는 단답이었다.
눈도 뜨지않고 대답한 백현은 잠시 눈을 뜨더니 매니저 형이 화장실을 가서 서있는 차에 붙어있는 사생들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렌즈를 창문에 대고 마구 플래시를 터트려대는 사생들을 가만히 보던 백현은 이내 이어폰을 끼고 다시 눈을 감았다.
다른 맴버들도 얼굴을 가리거나 창문을 옷 같은걸로 가렸다.
사실 찬열은 아까 백현에게 소리치는 사생의 말을 들었다.
종인이, 얼굴가린다. 개새끼, 대가리 치우라고! 하고 소리지르는 여자는 자신의 얼굴보다 큰 카메라를 들고있었다.
백현은 그에 지지않고 오히려 종인에게 붙어서 빠른걸음으로 공항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찬열은 백현의 앙 다문 입이나 표정을 보았다.
"회사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법 적으로 어떻게 해줄수가 없다고 하더라."
"하…결국은 그런 년들도 다 돈줄이다, 이거 아닙니까?"
수호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경수도 수호에게 화를 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걸 알면서도 인상을 찌푸린다.
사생하면 엑소가 나오고 엑소하면 사생이 나올정도로 엑소 사생의 만행들은 많이 밝혀지고 알려졌다.
그럼에도 회사에서 조취를 취해주는건 없었고, 나아지는것 역시도 없었다.
"……"
결국 조용히 차는 숙소에 다다랐다.
찬열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만 백현의 어깨를 툭 쳤다.
백현은 이어폰을 빼고는 고개를 들어 찬열을 쳐다보았다.
"따로 잠깐 이야기 좀 할까?"
"어디서?"
"……차 안에서 하자."
따로라고 해봤자, 그들의 사생활이 보호되는 곳은 없었다.
백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매니저 형도 찬열의 예사롭지 않은 표정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먼저 차 안에서 나갔다.
둘만 남은 차 안에서 백현은 여전히 아무 표정도 없었다.
"할 말이 뭐야? 피곤하다."
"…빽현아, 너 힘든거 아는데 우리 조금만 얼굴 풀고 다니자."
"뭐?"
"너만 힘든거 아니잖아. 12명 똑같이 힘들고, 오히려 마음 약한 레이 형이나 타오가 더 힘들어 하기도 해."
찬열은 천천히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풀어내듯이 토해냈다.
하지만 백현은 그걸 듣기가 어려운지 눈을 몇번 비비더니 다시 얼굴을 굳혔다.
"그 년들 앞에서 웃기라도 하라는거 뭐야."
"그런 이야기 아니야. 네가 그러면 그럴수록 온라인에서 엑소 이미지는 더러워 지는거 몰라?
팬들도 사생 싫다고 하면서 그 년들이 하는 말 다 믿는거 몰라?"
"…그래도…"
"오늘도 네 표정 하나 때문에 온라인에서 얼마나 많은 엑소 루머가 퍼질지 나는 두렵다."
백현은 찬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은 자기만의 문제가 아니고 엑소의 문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나머지 11명의 맴버들에게 피해를 주고싶지 않은건 사실이었으니깐.
그래도 좀 서운한 마음은 있었다, 찬열이 자기에게 먼저 각자 잘 하자고 선을 그을 줄은 몰랐으니깐.
"…주의해줬으면 좋겠어."
찬열이 먼저 차에서 벗어나 숙소로 걸어갔다.
……지금도 차 밖에는 사생들이 존재한다, 자신을 바라보는것 같아 소름이 돋는다.
자신을 다치게 하고 맴버들을 다치게 하며,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사생들이 싫다.
무엇보다도, 싫다. 그런데 찬열의 말 처럼 오히려 나는 나만 아프다고 한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오늘도 그렇다, 수호는 사생들이 미는 바람에 넘어지기까지 했다, 그저 욕 한번 들었다고 유별나게 티를 낸건 아닌지 모른다.
아까 수호가 물어봤을때 한번이라도 웃어주었다면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백현은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을 이해 못해주는 찬열이 밉기도했다.
-
오늘 하루는 정말 힘든 하루였다고 찬열은 자부한다.
비행기에서 맴버들이 자다가 셔터 소리에 잠을 깨서 일어나니 어떤 사생이 카메라로 맴버들을 찍고 있었다.
그런 일도 있었지만 최고는 민석이 호텔에서 무대를 기다리며 쉬고있는데 창문 너머로 자신을 찍고있는 카메라로 발견했다.
커텐을 치기는 했지만 날로가면서 심해진 행동들에 다들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찬열은 잠시 방안에서 휴대폰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역시나 오늘 호텔에서의 사생짤이 인터넷에 이슈거리가 되고있었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온건 편하게 입은 수호였다.
"찬열아."
"네, 형. 무슨 일이세요?"
준면은 가끔 맴버들에게 고민거리나 걱정이 생기면 어떻게 알고는 이렇게 상담 타이밍을 찾곤했다.
찬열이 앉은 자리에서 좀 가깝게 털썩 앉은 준면은 그 흔한 빙구 웃음을 지으며 찬열에게 물었다.
"찬열아, 그때 백현이한테 뭐라고 했어?"
"네?"
"그때 차에서 둘이 할말 있다고 남았었잖아. 오늘 공항에서 백현이 웃는거 나만 본거 아니잖아."
"……"
"백현이가 공항에서 그렇게 웃을 아이 아닌거, 너가 제일 잘 알지 않나?"
"아…표정 관리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준면은 찬열의 말에 잠시 눈이 동그래져서 정말? 하고 되물었다.
찬열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준면을 제대로 응시했다.
"…그럴 필요 없다는거 알면서 왜 그랬어?"
"형도 알겠지만, 백현이 면전에 대고 욕하는 사생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백현이는 그냥 하지말라고 하면 자존심 센 백현이는 말 안 들을테니깐, 맴버들 탓을 댄거죠, 뭐."
"……그래도 요즘에 백현이 많이 안 좋아보이더라."
그건 그랬다.
찬열은 백현이 힘이 없어보이고 가끔씩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또 백현은 찬열의 말을 제대로 들었는지 사생 앞에서도 방긋 방긋 웃었다.
그에 사생들은 그게 재미라도 있는지 지들끼리 낄낄댔다.
"그래도 백현이 대면에 대고 욕하는 년들 다 죽이고싶어요. 그럴순 없으니깐 미리 방지했으면 해서 하는거에요."
"너 백현이 좋아하는건 아는데, 백현이가 편한대로 하게 두자. 요즘 백현이는 백현이 같지가 않아."
"……네?"
"나만 아는거니깐, 걱정하지 마."
준면은 편한 미소를 띈 채로 방을 나갔다.
찬열은 항상 자신이 힘들때 찾아온 준면에 의해 모든 걱정이 풀렸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뭔가 더 큰 짐을 짊어진것 같고 뭔가 들킨 기분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문소리가 나는걸보니 나갔던 타오와 백현이 돌아온듯 보였다.
나는 타오가 사오기로 한 콜라를 받으러 거실로 나갔는데 타오가 울상이 되서 멀뚱히 혼자 서있다.
"…왜 그러고 있어?"
"돌아오는 길에 팬을 만났는데, 백현이 형한테…"
"팬? 사생?"
"네…그런데 막 욕 하면서…정확하게는 못 알아듣겠는데…"
타오가 어눌한 발음으로 상황을 설명하려고 노력하는데 찬열은 그걸 기다려줄 여유가 없었다.
찬열은 백현이 들어간 방으로 급하게 들어가 방 안을 살폈다.
침대 위에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고 있는 백현이 눈에 보이자 찬열은 천천히 다가가 이불을 걷었다.
"변 백현."
"…나 지금 쉬고싶으니깐 그만 좀 나가 줘."
"할 말 있어. 잠깐 얘기 좀 해."
"뭐, 나 더이상은 못 해. 엑소도 소중하고 나한테는 너도 소중한대. 더는 못 해."
백현이 상체를 올려 찬열을 응시했다.
눈이 빨갛게 부은걸로 봐서는 울은듯보였다.
찬열의 말에 백현도 백현대로 노력을 안 한건 절대 아니었다.
평소 누구보다 빠르게 걷던 공항에서도 애써 웃으며 인사도 해주고 선물이나 편지도 받으면서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도 사생들은 백현을 까기 바쁜듯 보였다.
"나보고 더이상 어쩌라고!"
"…미안하다, 미안 해."
"……."
"너한테 그런 말…안 하는게 맞는거였어."
찬열은 이제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우쳤다.
그저 온라인에서 백현이 안 좋게 굴려지고 언급되는게 싫어서 한 말인데 그게 백현에게 어떻게 들렸을지를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활발하던 백현이 그 사람들 앞에서 그만큼 변하는거라면 얼마나 싫어하는건지 조금은 눈치를 챘어야한다.
"난…우리 맴버들 다치게하고, 루머 생성하는 그런 사생이 싫어…."
"울지마, 내가 잘못 했다."
"그렇게 면전에서 욕하는게…그게 어떻게 팬이야?"
찬열은 가만히 가서 백현을 안아주었다.
서럽게도 우는 백현은 그 동안 많이 서럽고 속상했었나보다.
참고 견디자고 나는 그말을 못 꺼내 오랫동안 그렇게 가만히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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