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짧음 주의
조별 과제 때문에 빡친 백현
노트북 화면에 메일창을 띄운채 새로고침을 몇번 째 누르는 건지 아마 당사자는 알고 있을까? 대답은 'No'다. 그 것도 그럴 것이 백현은 벌써 1시간째 그 짓거리를 반복중이었다. 노트북 앞에 가부좌를 튼채 말이다. 다시 한 번 새로고침을 누르는 백현의 오른손 검지는 이미 그가 한계의 상황이란 것을 알려주는 듯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백현아,"
"..."
"...백현아아?"
"..."
한시간이 넘도록 무섭게 오오라만 풍기는 백현을 향해 종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봤지만 백현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까똑. 까똑.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심하게 풀이 죽어 백현의 등만 바라보던 종대는 노트북에 떠 있는 단체카톡창을 바라보는 백현의 떨림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꼈다. 백현이 곧 빠르게 타자를 쳐 카톡을 보내고 받는 것을 반복하자 그의 주변의 오오라는 더욱더 커져만 갔다.
"아... 씨발."
"응?"
"하....하...하하......하.....하핳하하.....하하...하하하하!!"
"..백현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하하...........하하핳!!!!!!!!!!!!!!!!!!!!!!!!!!!!!!!"
종대는 백현이 화가 머리 끝까지 난 것 같아 곧 폭발할 거라 예상했지만 실상 백현은 실성한 듯 웃기 시작했다. 종대가 살짝 훔쳐본 카톡방엔 암이 유발될 듯한 말들이 오고가고 있었다.
'오빠 제 조사분량 좀 줄여주시면 안돼요? 저 내일 전공리포트제출인데.... 그런 줄 알고 2시까진 보낼게요~ㅎ'
'형 저 장례식장 갔다가 이제 집에 왔어요ㅠㅠㅠ 3시까지 보내면 안될까요??ㅠㅠ죄송해요'
'백현아 형 취직됐다ㅋㅋ 낼부턴 쉅 안나갈테니까 그런줄알고 수고햌ㅋㅋ'
'선배님~~ㅜㅜ 저 몸이 너무 안좋아서 지금 링거 맞고 있어요ㅜㅜ 앞부분 조금 해놓은거 있는데 그걸로 어떻게 안될까요ㅠㅠ오빠진짜짱짱미안해요ㅠㅠ♡'
그리고 카톡방은 백현의 'ㅗ' 한 글자로 조용해진 후였다.
종대는 과 특성상 조별활동이 많이 없는지라 이런 황당한 일을 겪을 일이 없었는데 티비에서만 보던, 페북에서만 보던 조별과제 잔혹사가 바로 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중이던 것이었다.
"발표가 ㅋㅋㅋ내일인뎈ㅋㅋㅋ씨발것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 니네가 이기낰ㅋㅋㅋ내가 이기나 해보잨ㅋㅋㅋㅋㅋㅋ"
이 말을 끝으로 백현은 미친듯이 과제를 하기 시작했다. 고학번이라고 얼떨결에 조장을 맡은 순간부터 이 상황은 예견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그는 이런 사단이 날 줄 알고 어느정도 미리 해 놓았었는데 막상 상황을 겪으니 정말 화 조차도 안날만큼 기가 차고 코가 차는 심정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백현은 조금이라도 일찍 마무리 하기 위해서 서둘렀고 예상 밖으로 빨리 끝난 피피티작업에 출력된 발표문을 손에 쥔 채 앉은 자세로 발라당 드러누웠다. 이제 발표만 잘 끝내면 됐다. 백현은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발표문을 얼굴에 올린채 긴 호흡으로 숨을 내쉬었다. 제법 센 콧김으로 발표문이 날라가자 백현에게 씌여있던 흰색 화면이 사라지면서 종대의 얼굴이 보였다.
"백현아"
"응?"
"너무너무 수고했어."
종대가 제 옆에 쪼그려 앉아 자신을 내려보며 한껏 입꼬리를 올리자 백현은 몸에 긴장이 풀린 듯 했다.
"김종대, 나 항암."
"응?"
"항암 시켜줘어-"
백현은 그대로 종대를 제 품에 폭 안아버렸다. 갑작스레 안겨버린 종대지만 그의 품에 진득하니 붙어 해맑게 웃었다.
"너는 나랑 조별과제 하게 되면 절대 저러면 안돼. 알았지?"
끗이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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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아 과제하기 싫어요....... 저 쓰레기같은 조별의 경우는 제 경험도 살짝 첨가됐어요. 진짜 이번에 조별도 망했고 다 망함. 금요일까지 낼 과제도 망함. 그거 30분하다가 이거 쓰고 자빠졌음ㅜㅜㅜ 내일 1교신데..........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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