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유난히 불면증이 심한 날이었다.
[VIXX] 별의 여행 01
by. 꽃별천지
잠을 못이루던 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다.
대학생인 나는 과제가 있었고 기말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물론 그건 핑계지.
진짜 이유는 우울함에 쩔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울함에 쩔어있었던 이유는 나중에 차차 설명하도록 하겠다.)
우울한 사람은 기본적으로 무언가 하고자하는 욕구가 아주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의식을 가지고 하는 일들을 아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내가 하는 소일거리들도 아주 소모적인 행위들이었다.
유투브에 올라온 TV프로그램 풀영상을 뒤져 무표정한 얼굴로 본다든가,
아프리카 개인방송이나 라디오를 초점없는 눈을 하고서 멍하니 듣고 있다든가.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시간을 나는 창밖의 별들과 함께 보냈다.
이상하게 별들을 보면 묘하게 힘이 솟는 느낌이 들곤 했다.
나는 그 기이한 현상에 대한 두가지 가설을 세웠다.
첫번째 가설. 내 이름이 별빛이라는 데서 오는 동질감 때문이 아닐까?
실은 난 굳이 우울하지 않아도 자주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소녀였다.
하루는 내가 고2때였는데 일부러 날 잡고 밤 종일 별만 본 적도 있을 지경이었으니까.
그 다음날 엄마한테 먼지나게 맞았지만 나는
그 빨려들어갈 듯한 ,검은 천막에 하이얀 가루가 흩어진, 광경을 본 5시간이 전혀 후회스럽지는 않았다.
그리고 두번째 가설은 (우습게도) 내가 전생에 음유시인라서 그런게 아니었을까?
당신이 왜 뜬금없이 음유시인 얘기냐라고 나에게 물어온다면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이렇게 대답할지도 모른다.
음유시인들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시를 노래했잖아요.
전생에 음유시인이 아니었으면 제가 지금까지 시인이 되고싶어하는 현상을 제 스스로 입증하기 힘들거든요.
난 아주 오래 전부터 시인이 되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금 국문과나 문예창작학과에 다니는 건 아니다.
물론 고등학생 때 내 진로에 대하여 말씀드렸다.
결과는 뭐,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내가 깨달은 건
"별빛아...그거 해선...세상 못살아간다...볓빛아.."
엄마는 눈물이 아주아주 많은 사람이라는 사실과
"등록금 대는건 나다."
아버지가 딸래미를 상대로 비겁한 수를 꺼내드셨다는 사실
그리고
그 현실에 순응한 나는 더 옹졸한 쓰레기같은 년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인생의 목표를 잃고 표류하는 지금
나는 그 때 보다 훨씬 더 옹졸한 쓰레기같은 년이 되었다.
*
다음날이 공강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날도 불면증을 즐기며 아주 여유로운 마음으로 별을 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해가 밤하늘을 지웠고 별들도 함께 해의 지우개똥이 되었다.
그러다 자취방에 벌렁 누웠고
'아 밥먹어야하는데 나중에 먹지 뭐'
하고 밥먹는 일을 미루었다.
그런데 그 날 따라 이상하게 배가 고파오질 않았다.
그렇게 아침 7시. 오전 10시 35분. 오후 4시 17분.
마지막으로 핸드폰 시계를 보았던 게 밤 9시 53분으로 기억한다.
이상하게 배가 고프기는 커녕 하염없이 잠이 왔다.
아 졸려. 더 자야지. 밥은 좀있다가.
해먹기 귀찮은데 시켜먹을까.
돈 없는데 또 돈달라고하면 엄마한테 미안한데
근데 졸려. 더 자야지.
...
*
눈을 떴을 때 사방은 밝았다.
그리고 한 쌍의 종아리가 보였다.
종아리. 종아리. 종아리다. 종아리?
여자 혼자 사는 자취방에 남자 종아리가 있다는 데 대한 위화감을 알아차리는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너무 놀라면 억소리도 안나온다는 말이 사실이었구나.
나는 누운 상태로 굳어버렸다.
"....뜨아어아아아아아아악!!!!"
괴성을 지르면서 팔딱 일어나 그 남자 앞에 우뚝 서버렸다.
일단 일어섰을 땐 가슴팍이 보이길래(그는 딱 내 머리 하나만큼 더 컸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보았다.
첫인상은 새치름하고 날카로웠다. 동물로 치자면 고양이나 족제비 상이니까.
아무튼 정상적인 상황(예를 들면 카페라든가)에서 마주쳤더라도 흠칫했을만큼 차가운 인상이었다.
그는 한번 한숨을 쉬더니 내 어깨를 잡아 나를 뒤돌아 서게 했고, 나는 내가 방금 일어난 자리를 내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내가 있었다.
죽어있었다.
그는 그 자신이 나를 죽인 것이 아니라 나는 급성심장마비로 죽은 것이며
나는 이제 그와 같은 영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나에게 알리기 위해
나의 찢을듯한 괴성과 울부짖음을 듣는데 한 시간
거울로 나를 끌어다 앉히는데 한 시간
나와 그가 보이지 않는 거울을 보고 이성을 잃고 반쯤 미친 나를 제어하는데 한 시간
총 세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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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쓰니입니다..예.. 무언가에 홀리듯이 글을 쓰긴 했는데 참 비루하기 짝이 없네요.. 잘 이어갈 수 있을지....음...하지만 한번 잘 이어가보도록 열심히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처음 글에 나온 남자는 짤에도 나와있듯이 택운입니다요ㅇㅅㅇ 아,참. 그리고 구독료는 무의식적으로 달았다가 황급히 뗏어요ㅠㅠㅋ 워낙 막 쓴 글이여서 연재가능성도 현재로선 희박한 상태이기도하구요 글 길이도 짧아섴ㅋㅋㅋㅋ 글 길이도 적당히 길어지고 완결까지 가겠다 확신이 서면 구독료는 그때 가서 달도록 할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꾸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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