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소개 |
나는 금년 열여덟 살 난 처녀애입니다. 우리집 식구는 세상에서 제일 이쁜 우리 어머니와 멋있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아차 큰일났군, 비글들을 빼놓을 뻔했으니.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비글둘은 어디를 그렇게 싸돌아다니는지 집에는 끼니 때나 외에는 별로 붙어 있지를 않으니까 어떤 때는 한 주일씩 가도 비글들 코빼기도 못 보는 때가 많으니까요, 깜빡 잊어버리기도 예사지요, 무얼.
그리고 가끔은 흥에 넘치는 행동으로 저를 부끄럽게 만들때가 있습니다.
"와ㅋㅋㅋ 저기 3학년들 졸업사진 찍나봐"
"근데ㅋㅋㅋㅋ 저거 너네오빠 아니야?ㅋㅋㅋ"
"응 아니야^^"
마지막으로 17년산 막내 비글은...
"야!!!내가 먹을려고 남겨둔 과자 어디갔어??!!"
위에 오라버니 한명에 아래 동생까지 가운데 끼인저는 비글들이랑 하루하루가 전쟁같은 삶을 살고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비글들은 날더러 멀쩡한 이름 나두고 '오징어'라고 부릅니다. 그 뜻은 잘 몰라도 못생겨서 그렇게 부른다는건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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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첫사랑
매일 하굣길 버스에 올라타면 만나는 나보다 1살많은 오빠
그냥 딱 도련님 처럼 생겨서 영어단어책 보고 앉아있다가
연세많아 보이는분오면 얼른 일어나 자리 양보해드려 할머니가 괜찮다고하면
아니예요 앉으세요 하면서 웃는데 심성도 곱지 그게 바로 내짝남 준면오빠야ㅠㅠㅠㅠ
우리학교 다니는데 공부도 잘해서 단상앞에 상도 여러번 받고 선생님들 사랑도 독차지함
얼굴도 잘생긴데다가 싱글생글 잘 웃고 다녀서 아마 우리학교 에서도 좋아하는 사람 꽤 많을꺼야
말그대로 엄친아 그래서 감히 넘볼 수 없는 산이지만 진짜 바라만 봐도 너무 좋은거있지ㅠㅠㅠㅠ
거의 5개월넘게 짝사랑 중인데 최근들어 용기내 몰래 책상위에 음료수하나 올려두고 왔어 고작 개미똥만한 용기지만ㅠㅠ
그렇게 아무한테도 말못하고 혼자 끙끙 속앓이 하고 있는중이야
오늘도 마칠쯤 되서 거울보면서 신경쓰고있다가 마치자마자 바로 정류장으로 뛰어가
하교하는 시간이다 보니 버스정류장에 사람이 많아서 준면오빠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못하고 버스에 올라탔는데
oh 어디서 후광이 나네요 oh 준면오빠가 뒷자리에 앉아있는거야
헐 근데 오늘따라 준면이 오빠 옆자석이 비어있는거있지ㅠㅠㅠㅠ
마침 딱! 자리도 저기 밖에 안남음 앉을까 말까 엄청 고민하다가.....
아 이거슨 신이 주신기회야!!! 일단 앉고봐야지ㅎㅎ그렇게 수줍수줍 열매를 머금고 천천히 다가가는데
"예헷 내자리"
아니 이게 누구신가 오늘아침 내 빨간 코코몽 양말 신고간 우리 남동생 아니신가^^
"이거 내자리임 절루가 훠이~훠이~"
하면서 손을 휘휘저어 세훈이의 소리에 준면오빠가 날힐끔 쳐다보더니 피식하고 웃어
아아아아악!!!!!!!아 그지같은 세훈놈 헝허허허허헣 내가 저 놈때문에 못살아
꿀같은 기회였는데ㅠㅠㅠㅠㅠㅠ 당장달려가서 막내놈의 구렛나루를 잡아 뜯고 싶은마음이 간절해 but
준면오빠가 있으니 참아야지ㅠㅠ 선녀님들 제 정신줄을 잡을 수 있는 튼튼한 동앗줄 하나만 내려주세요..☆★
그래도 마침 바로 뒷자석이 비었어 이렇게 된이상 그냥 준면오빠 뒷통수라도 보자라는 마음에
뒷자리로 올라가는데....누가 잽싸게 가방하나를 올려
"내자리! 하하핳"
......우리....종대.....첫째오빠^^
내가 째려보자
"왜 째려봐아아"
하면서 뒷자리에 착석하시는 즐거운 고3생활을 하시는 큰오빠
정말 남매여서 햄볶아요 삼신할머니 너무나도 감사드려요 이런 지랄견들을 하나가 아닌 둘을 보내주셨잖아요.
대왕비글이 앞자석에있는 막내비글을 툭툭치면서 나잘했지?
라고하자 막내비글이 웃으면서 님 좀 짱인듯 이라고 대답하고는 가소롭다는듯 날 한번 쳐다봐
그으래 내려서 두고보자^^ 결국 앉지도 못하고 뻘쭘하게 서서 가다가 집앞정류장에 앞에 도착해
"감사합니다 기사님~"
"감사해여"
양의 탈을쓴 비글들도 뒤따라 내려 그리고 버스가 가는걸 확인함과 동시에
"야아아아!!!!!!!!!"
"깜짝이야 왜 소리질러~"
"아오 고막 떨어질뻔함"
내가 씩씩거리고있자
둘이서 시끄럽다며 귀를 막다가 오빠가 힐끔 쳐다보더니
"둘째야 너 혹시 오늘 그날이야?"
"헐 어쩐지 ㅋㅋㅋㅋ 존나 까칠하다 사포세요?"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재밌는지 깔깔깔 웃어보여
진짜 저러니 더 빡치는거얔ㅋㅋ설렘설렘 짝사랑에 방해되닌깐 좀 주위에서 꺼져 달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아오!!!!!!!!
부글부글 끓는속에 손을들어 등짝스매싱 할려는데 오빠랑 세훈이가 내 양손목을 한쪽씩 탁 잡아
"너 자꾸 그러면 손버릇 안좋아진다~"
"예헷 얼른 집가자"
불과 반년전 까지만 해도 우리집에 힘이라면 나였는데 하.....
비글 둘이 손목을 옴짝달싹 못하게 잡고는 질질질 집으로 끌고가
아아아아악!!이거놔!!
"누나 좀 닥쳐줘"
"동생아 동네 창피하다"
씨부럴
저 둘이 합치면 못이겨 먹겠는거 있지ㅠㅠㅠㅠ가는 내내 원망하면서 궁시렁 궁시렁 집에 도착하자
오호 왠 향기로운 냄새?
웬일로 엄마가 집에 치킨을 시켜 놓은거야 우리 아들딸들 공부하느라 수고가 많다면서
가뜩이나 짜증나 죽겠는데 치킨이 입에 들어가겠어!!!
으응 들어가지 그렇지..★은혜로운 치느님☆
그렇게 3명에서 치킨을 흡입하듯이 2마리를 뚝딱함 그러고나서 아직 배가 안찼다며 아침에 먹은 돼지불고기에 셋이서 밥 비벼먹음 ㅋㅋㅋ
막 티비에서는 누가 12인 2닭 하던데 그거는 절대 말이 안되는 거지
그날밤, 배불러서 움직이기 싫다는 명목하에 세훈이는 쇼파위 오빠는 티비앞 쪽에 데굴데굴 굴러가 누워있고 그리고 나는
베란다문앞 근처 구석에 자리잡고 다같이 거실에서 잠들었어
그러니 다음날 구석에서 쪼그려 잔덕에 목에 담걸린거야 ㅋㅋㅋㅋㅋ
온몸이 다 뻐근거려 그래서 하루종일 고개도 못돌리고 숙이지도 못하고 정면만 꼿꼿히 보면서 있자
선생님한테 수업 열심히 듣는다고 칭찬 받았어 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학교가 마치고 여느때 처럼 또 버스정류장으로 달려가
가만보자 오늘도 비글들 타면 안되는데....안나타나길 바라며 초조한마음으로 서 있는데 주머니에서 카톡카톡
웬일로 이렇게 착한짓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쁜마음을 안고 때마침 도착한 버스에 일빠로 올라타
자리에 앉자마자 준면오빠가 올라 타나 토끼눈을 하면서 이리저리 살피고 있는데
아ㅠㅠㅠㅠㅠㅠㅠ오빠다ㅠㅠ누구들은 학교갔다오면
겁나 찌들어들 있던데 준면오빠는 왜 저렇게 빛나냐 아후그냥ㅠㅠㅠㅠㅠㅠㅠ
혹시나하고 재빨리 자석위에 올려놓았던 가방을 치워 한쪽자리를 비워두는데...
헐.....
헐..............
뒷자리까지 걸어오던 오빠가 날 슥 한번보더니 옆자리에 앉아ㅠㅠㅠ분명 다른 자리도 비어있어서 기대 안했거든!!
대박ㅠㅠㅠㅠ 감격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대로도 겁나 행복해 심장이 빠운스 빠운스
준면오빠는 평소대로 영어 단어만 보면서 가는데 나만 엄청 부끄러워서 괜히 눈도 못마주치고 가방에 고개 파묻고 있었어
물론 힐끔힐끔 옆태 감상은함 ㅋㅋㅋㅋ 아....진심 이대로 우리집앞에 도착 안했으면 좋겠어 ㅠㅠㅠㅠ
하지만 평소보다 더 빨리 우리집앞 정류장으로 가까워 지는거 있지ㅠㅠ눈깜짝할 사이에 버스는 집앞 정류장에 가까워지고
고개만 숙이고 있다가 가까워짐을 느끼고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켜 문앞에 섰어
우리집이 종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ㅠㅠㅠㅠㅠㅠㅠㅠ 뒷문에 있는 기둥을 잡고 혼자서 우울해 하고 있었는데
"너지?"
??내가 주위를 둘러보자 날보고 있던 준면오빠와 눈이 마주쳐
그러더니 다시
"음료수 준 사람이"
"네???"
헐??? 순간 심쿵 어떡해 알았지 분명 아무도 없을때 올려두고 간 것 같는데
"뒷모습 봤어 잘먹었어 고마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진짜요?
내가 놀란눈으로 쳐다보자 준면오빠가 한번 웃더니
"잘들어가"
그러고 다시 책으로 눈을 넘겨
곧 버스 뒷문이 열리고 얼떨떨한 상태로 내렸는데
이게 꿈이야 생시야... 볼을 한번 꼬집었는데..세상에나.....아픔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날저녁 겁나 미친 사람처럼 실실웃고 다녔지
세훈이가 드디어 미쳤다면서 혀를 끌끌차는것을 보고도 그냥 히죽히죽웃고
오빠가 내 콘프라이트 뺏어 먹는데도 웃음만 나더라ㅠㅠㅠ
그렇게 새벽까지 준면오빠 생각하다 책상앞에 앉아 터지는 감성에 빼곡히 편지를 작성했어
오빠 너무 좋아요 예전부터 짝사랑 했어요 라는 내용을 막막 담아
이참에 실패하든 성공하든간에 전해줄 결심에 들떠서 잠 못 이루겠더라
다음날
뜬눈으로 거의 밤샜는데도 불과하고 그날따라 막혔던 변비도 쑥쑥 뚫리고 너무 상쾌한거야
이게 다 준면느님 효과 인가봐ㅠㅠㅠㅠ 편지 언제 전해줄까? 중간에 찾아가서 줄까?? 아니면 버스타서 줄까? 헤헤헿
행복한 생각에 발걸음도 가볍게 설레는 마음으로 비글들ㅡㅡ과 덤으로 같은 동네사는 첫째비글의 친구들과 함께 학교가는 버스에 올라타
근데.....이게웬일이래ㅠㅠㅠㅠㅠㅠㅠㅠ오늘 운수좋은날인가봉가
버스카드 찍고 돌아서는데 앞자리에 준면오빠가 앉아 있는거야
그것도 날보면서ㅠㅠㅠㅠ아침에는 한번도 만난적이 없는데 세상에
"안녕"
허허헣 내가 인사한거아님 준면오빠가 나한테 인사함ㅠㅠㅠㅠㅠ
그 말에 스트로베리처럼 베리베리 부끄러운 얼굴로 준면오빠에게
"안녕ㅎ....."
라고 인사하는 순간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우리 둘째의 변비 탈출을 축하합니다~~~엄마한테 방금들었어 축하해~"
"헐 우리집 변기 안막힘? 저번에는 막혔던데 그거 뚫는다고 아빠가 죠낸 화냈잖아 ㅋㅋㅋㅋ"
그리고 내가 준면오빠를 보았을때
웃음을 참듯 심히 콧구멍을 벌렁벌렁거리는 오빠의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나의 첫사랑이 두명의 개깩끼들로 인해 끝이나는 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