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보는 그 얼굴이 오늘따라 유독 색다르게 느껴져. 새마냥 조그마한 입술로 내뱉는 짓뭉개진 발음은 어찌그리 귀여운지. 언제나 하는 말이, 그 익숙한 말들이 새삼 달콤히 느껴져서. 투정부리고 한슴 쉴 때는 그렇게 못나보이던 그 입술이 내 이름 한자한자 찍어 불러줄때면 어느틈에 그렇게 예뻐져서는 다시 날 홀리게하고. 위로 올라간 눈꼬리도 그래, 어찌보면 그리 사나운데 또 어찌보면 나른한 고양이의 풀린 눈매만 떠올라. 주욱 찢어진 눈매와는 다르게 올망올망거리는 눈망울 속에는 어쩜 그리 다정함만 넘쳐나는지. 한 없이 날 밀어내다가도 상처받지 않았을까 걱정되어 다가올때, 뭐라 말은 못해 우물쭈물 머뭇대는 그 모습이 완연한 네 속내니까. 동그란 콧망울도, 발개지는 귓볼도, 꽤나 긴 속눈썹도, 나름 강인한 인상을 주는 눈썹도, 입을 꼭 다물면 도드라지는 볼마저. 네 얼굴에 곱지 않은 부분은 없어. 더 내려가서는 넓은 어깨와 등, 마냥 갸름하지만은 않은 허리와 살짝 살집이 달린 단단한 허벅지도. 그 중에서도 하얗고 예쁜 손이, 핏줄도 잡혀 늠름한 그 큰 손이 우는 나를 달랜답시고 토닥여줄때에, 그때 가장 다정한 네 모습이 겹쳐. 난생 처음 네가 나한테 안겨 펑펑 울때 처음으로 그런 기분이 들었나봐. 그리고 지금도 아직도 난 너를 그렇게 느껴. - 수신불명의 편지가 도착했다. 어디서든 그닥 짐작가는 부분은 없었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변태 스토커마냥 제 몸 구석구석 훑으며 평을 내리는 아이는 그 아이밖에 없으리라. 쓸데없이 섬세한 묘사에 놀란 것도 잠시, 결국 그 아이는 그저 한낱 스토커에 불과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연필을 꾸욱 눌러가며 썼을 그 정성어린 편지를 갈기갈기 찢어내었다. 미안한것도 얼마 오래가진 않는다. 잠깐 나갔다 집에 들어왔을때 사물의 배치가 조금씩 달라졌다는 걸 알아챈건 얼마되지않았다. 나도 모르는 새에 옷이 나와있거나 몇가지 옷들은 사라져버렸다는게 그의 정체를 확실히 해 준다. 그는 변태였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집착하는 스토커였으며, 또 애석하게도 내 친구였다. 제 입으로 항상 평생지기라 말하며 함께 대학을 다녔지만 용기내 한 고백을 거절하자마자 이 지독한 굴레는 시작되었다. 처음엔 그가 연락을 일방적으로 끊고 피했으며, 집으로 배달오는 소포들이 많아졌다. 물론 걔중에 쥐나 고양이 사체들은 그나마 나은편이였다. 어디서 뭘하는지, 어떻게 구해왔을지도 모를 것들을 보내며 굳이 꼭 택운의 하루에 대힌 감상문같은 편지를 적어보냈다. 친구여서 그런가 확실히 마음이 무뎌진다. 연필로 꾸욱 눌러적은 그 애정어린 물건들을, 처음에는 애물단지 마냥 보관해놨지만 도가 지나치자 모두 찢어버렸다. 물론 그 다음날에는 왜 찢었냐며 화를 내는 편지도 왔다. - 더 이상 웃는 낯으로 너를 반기는게 힘겨워진다. 작은 몸짓에 흠칫거리는 것을 너에게 들키기라도 한지 너는 서서히 표정을 굳혀간다. 차마 그런 모습을 두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나는 결국 오히려 너에게 다가간다. 이런 내 행동에 너는 다행인 것을 온 몸으로 표현하며 짧은 한숨을 내 쉰다. 이렇게까지 너를 걱정하는 나도 참 미련하지. - 기어이 일이 벌어졌다. 가볍게 집을 나와 지하철로 향하다, 지갑을 놓고 온게 떠올랐다. 충분히 촉박한 시간 탓에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빨라지던 발걸음은 점차 느려졌다. 지금쯤, 너는 내 집에서 내 모든 물건들을 감상하고 있을텐데. 유일한 너와 사이가 멀어지는 건 껄끄럽다. 별로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저 이렇게나마 오래가면 안될까. 무겁게 발걸음을 옮겨 고민끝에 조심스레 문을 열었을때, 너는 한낮의 햇살보다 환히 웃으며 나를 반기어주었다. 한 손에는 내 지갑을 쥐고, 마치 언제라도 이미 알고 있던 것 마냥. - 중간의 기억은 없다, 그저 눈을 떴을 때 보이는 핏자욱에 기겁했을 뿐. 떨리는 손으로 바스러진 유리조각을 들어올렸다. "택운아, 위험해. 내려놓자." 생각보다 꽤 가까이서 네 목소리가 들린다. 까만 새장의 틈 너머로 네가 보인다. 내가 언제 날아가기라도 하는지 오른쪽 발목에는 천으로 묶어도 놓았다. "알고 있었으면서 그런 허망한 표정 지을 필요없어." "피가 나." "닦아줄께." - 너는 아무 말 없이 조각들을 치우고 상처를 가려주었다. "왜 이랬어." "내가 손에 집히는대로 찍었어, 니 머리." "아니, 그거 말고." "기껏 데려왔는데 니가 아등바등 거리다 화병으로 나 때렸어." "학연아..." "...알아서 뭐해. 이미 난 끝으로 떨어졌는데. 그냥 이렇게, 이렇게 우리 둘이서 같이 있자. 아무도 만나지말고, 나랑만 있어줘. 내곁에만 있어줘." 난 그거면 됐었는데, 그 말을 한 글자씩 읊을때마다 너는 조금씩 얼굴을 찡그렸다. "어쩌다, 어쩌다 내가 여기까지 왔을까?" 전혀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에 너도 가까스레 맞추고 있던 눈을 감고 스스로 고개를 떨구었다. 너는 겨우 다시 얼굴을 들어 가까이 다가왔다. 사실 다가왔다기 보다는 기어왔다. 짐승을 흉내라도 내는 듯, 그렇게 다가오는 너를 피하려 허둥이며 다급히 뒤로 물러서도 벽에 막혀 이렇게도 저렇게도 못한 채 등 뒤 애꿎은 창살만 잡아뜯었다. "택운아..." 한 순간, 훅하고 다가온 얼굴에 숨을 삼켰다. 겁에 질린 내 모습이 웃겼던건지, 맘에 들었던건지 짧고 허탈하게 숨을 내쉬더니 기어이 내 입술 틈새로 숨을 불어넣었다. 거칠게 다가왔던 것과는 달리 최대한 부드럽게, 이미 겁에 질려 모든 것에 예민한 내가 받아들일 만큼 천천히 입을 벌렸다. - 문을 여는 열쇠는 이미 네가 나를 가둔 새장밖으로 던졌다. 온 몸에 붉은 열꽃을 피워내곤 내 무릎위에 누워 미동도 않던 너의 머리칼을 만져보고 손을 툭 떨군채 눈을 감았다. 촉촉히 젖어들어가는 바지가, 그렇게 내 온 몸을 적셔 함께 깊은 꿈이나 꾸면 좋을것을. 네가 결정지은 끝에는 결국 내가 있었고, 그렇게 우리는 아름다운 청춘과 달리 오로지 너의 잔인한 그 욕심덕에 기어코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시들어갔다. 어쩌면 함께 할 수도 있었을 그 찬란한 봄날은 한없이 불어난 네 이기심과 너무 늦게 알아차린 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영원히 끝나버렸다. - 그렇슴다 저는 게으르죠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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