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엔] 폭풍속에 내이름 불러주길 - 프롤로그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6/9/b/69bb676722365bb5b2331d3ce5d865e1.gif)
"더워서 죽을 것 같아."
검은 우산을 뒤집어 쓰고있던 재환이 셔츠의 단추를 두어개 풀렀다.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날씨는 지금이 6월인 것을 잊게 할 정도로 덥고 강렬했다.
오늘 비가 온다기에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입겠냐 싶어서 기껏 반바지 좀 입고 나왔더니….
"그러게. 야, 근데 너 다리."
"다리…?"
학연이 말없이 재환의 오른쪽 종아리 뒷 부분을 가르키자, 재환이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강렬한 햇빛을 아무것도 없이 그대로 받아낸 피부가 검게 그을려져 있었다.
"예방주사 안 맞고 크림 안 발랐구나."
"……."
"됐다. 오늘 서점 가는건 무르고, 병원부터 가자."
"…엄청 아파. 근데 병원 가기는 싫다."
"아픈거야 당연하지. 너넨 원래 햇빛 많이 쬐면 죽잖아."
"형, 그건 옛날옛적 약해빠진 뱀파이어 얘기고."
"어찌됐든 지금은 너도 그 햇빛에 죽을 수도 있는 약해빠진 뱀파이어거든? 빨리 와라, 좋은말할때?"
"……."
조용해진 채로 학연의 뒤를 졸졸 쫓아가던 재환이 학연의 뒷목을 말없이 내려다 보다가 말했다.
"근데 형."
"왜."
"형은 왜 사람이면서 햇빛좀 쬤다고 목이 왜 이렇게 그을려져있어?"
퍽.
결국 학연에게 한 대 얻어맞은 재환이 얌전히 입을 다물고 우산을 쓴 채 쫄래쫄래 학연의 뒤를 쫓아갔다.
"너무 오래 안 오시길래 무슨 일이라도 생기신 줄 알았어요."
"그건 아니구요…아프다고 안 온다는거 억지로 끌고 온 거예요."
"하하, 학연씨가 늘 고생이시네요. 자 여기요. 크림 한 달치."
"날이 갈수록 크림 값이 오르는 것 같네요?"
"저도 팔기 미안해 죽겠어요. 그런데 안 팔 수는 없으니깐요. 저… 재환씨랑 얘기좀 해도 될까요?"
"어, 당연하죠. …어, 저도 그럼 잠시 전화좀요."
"네."
학연이 전화를 받으러 나가자 원식이 재환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재환씨."
검은 우산을 들고 땅을 툭툭 내리치며 딴짓을 하고있던 재환이 고개를 들고 원식을 쳐다보았다.
"자꾸 그렇게 크림 안 바르고 주사 안 맞으러 오시면…."
"……."
"나중엔 진짜 위험해요. 어린애처럼 자꾸 떼 쓰지 마시고 제때제때 찾아오세요. 아, 어린애 맞나."
원식이 도발이 담긴 말을 재환에게 건네자, 재환의 검은색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연한 노란 빛을 띄었다.
재환의 노란 눈동자를 보며 원식이 픽 하고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었다.
"감정 제어 능력도 훈련좀 받으셔야 될 것 같은데요. 혹시 알아요?"
"…뭘요."
"학연씨가 재환씨 눈동자 보고 도망갈 지도 모르는건데."
원식의 말에 재환이 황급히 앞에 있던 거울로 자신의 눈동자를 확인한 뒤, 진한 노란색 빛을 띄고있는 눈동자를 보며 재환이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김원식과 차학연이 관련된 일에는 도대체 왜 이렇게 관리가 안 되는건지 모르겠다.
"그리고…도망간 차학연을 내가 잡아먹을지도 모르는거고."
"…저기요."
"그니깐 병원 제때제때 오라고요. 알았죠?"
원식의 말을 듣자마자 한 쪽 송곳니까지 뾰족하게 튀어나온 재환이 씩씩대었다.
저런 도발로 자신을 화나게 하려는 원식도 짜증났지만, 저런 도발에 넘어가는 자신이 더 짜증났다.
"저…죄송한데 얘기 다 끝나셨어요?"
"아, 네. 같이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재환이랑 제가 급하게 갈 곳이 생겨서요. 가자, 재환아."
"…어."
짧게 대답한 재환이 서둘러 송곳니와 노랗게 변한 눈을 감추고 학연을 뒤따라 나섰다.
"고생하셨어요."
"예. 조심해서 가세요."
걸어나가는 학연의 뒷덜미를 바라보면 원식이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혀로 쓸었다.
"뭐, 인정하긴 싫지만…대단하네."
저런 신선하고 달콤한 피가 바로 옆에 있는데 어떻게 저걸 저렇게 오랫동안 참을 수가 있는건지.
뒷말을 삼킨 원식이 아쉬운대로 동물의 피가 담긴 병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런 원식의 모습을 말 없이 지켜보던 재환이 이를 갈았다.
저 건방진 의사새끼를 언젠간 죽이고 말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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