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야, 언제 와?
응, 나 지금 가고 있어. 많이 춥지?
아니야, 나 하나도 안 추워, 안 추우니까 그냥.. 빨리 와.
거짓말. 또 방에서 이불 덮고 덜덜 떠는 중일텐데. 하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휴대폰 너머로 선명하게 느껴지는 떨리는 숨결에 경수가 말없이 손을 꽉 쥐었다. 조금만 자고 있어, 금방 갈게. 통화 창이 꺼지자마자 주머니에 우악스럽게 휴대폰을 쑤셔넣고나서 경수가 곧장 달음박질쳤다. 얼굴을 가리는 것 없이 목선까지 훤히 드러나 있음에도 알아보는 이는 없었다. 문득, 왈칵 하고 눈물이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
아이돌이 뭉텅이로 쏟아져 나오는 요즘 추세와 다르게, 경수는 가수였다. 게다가 데뷔한 지 한 해도 채 안 되는 신인. 대형 소속사의 가수조차 무대에 서기 쉽지 않은 마당이었는데, 경수가 조명을 받을 리는 만무했다. 하지만 끝도 없이 터지는 아이돌 사이에서 그를 밀어주기에 그의 소속사는 능력이 되지 못했다. 심지어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괜찮다고, 그 때까지만은 그렇게 생각했다. 유명한 소속사가 아니면 어때? 아이돌이 아니면 어때? 어렸을 때부터 이 쪽의 진로를 꿈꿔왔던 경수에게는 소속사의 레벨 따위 상관치 않았다. 노래할 곳이 있고, 노래를 부를 수만 있다면 충분했다. 하지만 현실은 잔인하게만 굴러갔다.
모두들 밝고 반짝거리는 것에 심취해 있었을 때, 경수는 뒤에서 묵묵히 노래를 불러왔다. 언젠간 들어주겠지, 언젠간 나를 봐주겠지. 그리고, 언젠가는 백현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겠지. 그렇게 굳게 생각하고 맘을 먹어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여전히 차가운 시선과 얇은 지갑은 변치 않았다. 그렇게, 불러도 듣지 않는 노래, 갈 곳을 잃은 노래는 항상 백현을 향해 돌아갔고 그만은 경수를 응원해주었다.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는 경수를 향해 무심한 미소를 짓고 있던 사람들에 놀라 꿈에서 깨었을 때도, 백현만이 다정하게 달래주었다. 백현, 변백현뿐이었다.
울적한 표정을 지을 때면 옆에 앉아 노래 불러줘, 하며 조르던 백현. 며칠동안 아파 앓아누워 있을 때도 사먹일 약 하나 없어 울던 제게 입맞춤해주던 백현. 그리고 지금, 작고 추운 쪽방에 홀로 앉아 경수를 기다리고 있을 백현. 그 예쁜 모습 하나하나가 스쳐지나가며 자꾸만 저를 눈물짓게 만들었다. 눈 앞이 희뿌얬다. 안되는데. 빨리 가야하는데. 온종일 저만 기다리고 있었을 백현을 위해서라도 더 서둘러 가야하는데. 멀건 시야가 도무지 사라질 줄을 몰라 결국 길거리에 멈춰서서 경수는 눈가만 세차게 비벼댔다. 손가락을 타고 손바닥으로, 팔목으로 눈물이 흘러갔다. .
경수야!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 어린아이같은 얼굴로 달려나오는 백현의 귀는 늘 그렇듯 발갰다. 바람 하나 제대로 막지 못하는 창문 달린 방에서 종일을 보낸 탓이었다. 모른 척, 경수가 백현의 귀를 감싸쥐며 물었다. 그렇게 보고싶었어? 찬 바람에 얼어붙은 손바닥은 싸늘하고 딱딱할텐데도 싱글벙글 웃는 표정이 그대로 눈에 들어와 박혔다.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는 가녀린 연인의 모습이 점점 속을 더 문드러지게만 했다.
못난 저를 믿고 따른 백현에게 줄 수 있는 건 고생 뿐이다. 늘, 그렇게 생각했다. 돈을 벌어주기는 커녕, 월세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무능력한 자신에게 한 마디 싫은 소리 없이 늘 기운을 북돋아주려고 애쓰는 백현이었다. 자기 아플 때는 그렇게 엄하게만 굴더니 경수가 기침이라도 하면 안절부절을 못하며 온 집안을 돌아다니는, 그렇게 자신을 절절하게만 만드는 사람이었다.
정말 먹고 죽을 돈 한 푼조차 없을 때, 한번은 공사장에서 일할까도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백현에게 들켜 죽을 듯이 울며 떼쓰는 모습에 포기하고 말았다. 말조차 제대로 못 하고 엉엉 우는 주제에 노래하는 사람은 손이랑 목, 막 쓰면 안돼, 라는 소리는 또박또박 잘했었다. 그 마디가 뇌리에 스치자마자 듣고 헛웃음을 지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밖에 나가면 내가 노래하는 사람인지, 뭐인지 아는 사람이 없어, 백현아. 속마음은 꼭 이렇게 말했었다. 그럼에도 서럽게 울어제끼는 백현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저도 꼭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경수는 억지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언제 경수가 들어오나, 쏟아지는 잠도 참고 버텼더니 그를 보자마자 금방 긴장이 풀려버렸다. 자꾸만 깜박거리는 백현의 눈꺼풀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경수가 안방으로 손을 잡아끌었다. 왜? 너 재우고 자려고. 하도 억세게 밀어넣는 통에 백현은 한번 부정도 못 하고 침대로 뉘여졌다. 경수는 팔을 괴고서 그 옆자리에 머물러있었다. 처음엔 장난스럽게 이불을 껴안고서 눈을 빛내더니, 배를 다독여주자 금방 졸린 아이처럼 하품하는 꼴이 귀엽다. 백현아, 이제 코 자자. 노래 불러줄게. 정신이 흐린 와중에도 고개는 끄덕인다.
얼추 시간이 조금 지났을까, 감은 채 드문드문 들려오던 대답은 어느샌가 사라졌다. 대신 색색이는 숨과 가끔 끙끙거리는 소리가 침대 위를 맴돌았다. 그제서야 아슬아슬하게 입가에 걸려있던 미소가 활짝 핀다. 항상 자는 백현이는 귀엽다. 눈을 뜨고서 돌아다니는 때가 못났다는 건 아니지만, 강아지마냥 앓는 모습이 그대로 마음에 들어와 꽂힐 때면 그 부분부터 온 몸이 간지러워지기 시작했다. 배를 어루만지던 손을 거두고서 경수가 입을 열었다. 너와 함께라면 행복한 나를..
| 보시면 좋을 이야기! (+a) |
예.. 혹시라도 대충 휘갈겨 쓴 내용이라 이해 못 하시는 분들이 많을까봐 씁니다. 경수는 신인 가수예요. 아이돌 대란에 혼자 뛰어든 탓에 인기는 커녕 아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소속사도 작아서 제대로 푸시를 못해주죠. 그렇게 소득이 없으니 자연스레 월세도 못 내는 처지가 되고, 백현이는 추위에 약하고 또 연약한 체질이라 돈을 벌 수 있는 몸 상태는 아니죠. 그래서 경수만 믿고 같이 사는 중입니다. 글에서는 단순히 추위에만 약한 모습만 나왔을텐데 뎨둉해요.. 그렇게 상처받은 경수를 백현이가 위로해주며 같이 산다는 이야기. 아무튼 설정을 이렇게 잡고 썼습니다. 사실 오후에 팬텀=조용필처럼 을 듣다가 갑자기 필 받아서 쓴게 맞아요. 팬텀 사랑해요. 워더. 그런데 맨 끝 경수가 부른 노래는 행복한 나를 이라는게 함정. 쓰다보니 울적해서 오백이들에게 미안해진건 사실..
팀장님 썰과 베이커리는 언제 나올지 저도 의문.. 학교 적응하느라 컴퓨터를 잘 못 잡으니 자연스레 주말에만 쓰게 되네요. 게다가 글이 잘 나오면 쓰고 버벅거린다 싶으면 손 풀고, 머리 풀고 하는 타입이라 시간이 오래 걸려요.. 사랑해요.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이야기.. 제가 사실 암호닉 신청하신다고 하면 그냥 예?????감사해요사랑해요받겠습니다ㅎ0ㅎ하면서 받아왔는데 사실 암호닉을 받아도 뭘 해드릴지 딱히 생각을 안 했었거든요. 그러니까 이번엔 제대로 생각하고 암호닉 다시 처음부터 받으려구요. 뭘 할지는 절대 비밀. 비밀. 비투비가 부릅니다 비밀(insane) 아이유가 부릅니다 비밀.. 번거롭게 해드려서 뎨둉해요. 대신 내일 꼭 팀장님 썰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약속이자 선서예요!!!!!!!!!!!!!!! 절 믿으세요. 그럼 굿나잇.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