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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어어엉.... 허어.. 진짜..." 

"아 좀! 소주병 들지 말라고!" 

"니가 뭔상관 이야!! 흐어어어어어어..." 

 

오늘도 남자친구에게 약속을 까였다. 망할 변백현, 편의점 앞에 앉아서 엉엉울며 5년 친구인 박찬열에게 전화를 하니 한심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가 금새 내 소주병을 빼앗아든다. 망할자식, 너도 내가 싫다 이거지? 이거나 받아랏, 하고 입안에 들어있던 소주를 박찬열에게 푸- 하고 분수처럼 뱉으니 박찬열이 얼었다. 얼음땡 하니? 땡! 땡! 

 

"이..이..개같은..." 

"어.. 야 나 남친님에게 전화왔어." 

"받든지." 

"...니가 받아줘" 

"뭐? 내가 ㅇ.. 여보세요?" 

-..누구세요? 

 

박찬열이 나를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눈썹을 찡그리며 쳐다본다. 손과 팔을 이용해서 여러가지 하트모양을 만들어대면서 되도않는 애교를 마구 부려보니 한숨을쉬고선 헛기침을하며 목소리를 가다듬고선 스피커로 바꿔 나도 들을수 있게 한다. 열, 멋있어. 

 

"친군데요, 혹시 애인 분이세요?" 

-네, 거기 없어요? 바꿔주시면 안 될까요. 

"..네, 안될것 같은데." 

-예? 

"슈발!! 오늘 내 생일이잖아!! 좆까 변백현!!" 

 

변백현이 지지리도 싫어하는 욕을 내뱉고나서 통화를 끊었다. 박찬열은 또 나를 외계인 보듯이 보고있다. 니가 좋아하는 산다라박 언니를 보는듯한 눈빛으로 보란말이야 임마, 소주병에 찰랑거리며 남은 소주를 마저 병째 마시려다가 박찬열에게 저지당했다. 

 

씨, 짜증나서 소주병을 던지려고하니 반대쪽팔도 붙잡는다. 등치만 더럽게 커서는, 왼쪽팔을 잡고있는 팔을 있는힘껏 물어버리니 악!! 소리를 내며 금방 떨어져 나간다. 그러고보니까 꽤나 좋은생각이 난 것 같은데. 아, 생각날락말락 하네, 팔을 한번 더 깨물면 알 수 있을것 같다. 왕, 하고 내 팔을 깨무니 드디어 생각났다. 박찬열은 아직도 나를 더러운 오물을 보듯 쳐다보고 있다. 

 

"나 변백현 한테 질투나서 가만히 못 있겠어." 

"..그래서 너가 뭘 할 수 있어." 

"너가 도와줘야 될 것 같은데.." 

"내가? 싫어, 진짜." 

"질투!! 질투를 유발하자!!" 

"....어?" 

"너랑 걔 앞에서 뽀뽀도 하고! 키스도 하고! 섹ㅅ.." 

"아 알았어!! 조용히좀 해." 

 

솥뚜껑 만한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아 버리곤 신경질적으로 자기 머리를 헝클었다. 그리고 번들번들하게 소주가 묻어있는 내 입가를 닦아준다. 얘도 이렇게 내 생일날에 잘 대해주는데 변백현 너는 친구 만난다고 버리고 가버리냐. 

 

왠지모르게 또 서러워져서 엉엉거리며 우니 이번엔 내 머리통을 꽉 끌어안고 '울지마 울지마, 질투 오질라게 나게 해 줄게.' 라며 계속 내 등을 토닥여준다. 고마운 새끼. 그러다 갑자기 날 떼어놓으려 해서 또 울먹이며 꼭 안고 있으니 억지로 떼어내서 내 얼굴을 붙잡고 비장한 표정을 짓는다. 

 

"그럼, 우리 뽀뽀 대행 연습 해 봐야지?" 

"나 술 냄새 나.." 

"안 나." 

 

그리곤 박찬열과 처음으로 뽀뽀를 했다. 

 

 

"오 씨발 숙취.." 

"어, 왔냐, 여기 드링크." 

"따랑해 차녀라!" 

 

그래그래, 라며 박찬열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과 동기들은 어제 또 남자친구에게 까여서 박찬열에게 전화했냐며 박찬열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내가 뭐, 술취해서 좀 개되는것 빼곤 다 괜찮은데 왜, 뭐뭐거리며 침을 투투튀기니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젠장, 병신에서 침뱉는 병신으로 진화했다! 얍! 

 

"오늘 남친분이 행차 하신 다면서요?" 

"어? 그걸 너가 어떻게 알아?" 

"어제 궁금하지도 않은거 너가 다 불었잖아 멍청아.. 뽀ㅃ.." 

"아!! 응!! 그래!! 그렇구나!!" 

 

시발, 이제서야 어제 뽀뽀한게 생각났다. 쪽팔려서 가방을 박찬열 옆에 던져두고 밖으로 뛰어나오니 누군가랑 부딪혔다. 누구여, 하고 위를 올려다 보니까 헐, 민석오빠다. 민석오빠가 내가 이럴줄 알았다는듯이 딸기주스 두잔을 들고 나를 내려다보며 웃고있다.  

 

"이번에도 남자친구랑 싸웠어?" 

"걔가 일방적으로 약속 깼다니까요! 탱구랑 논대잖아요!" 

"넌 내가 놀아주잖아." 

"...맞다, 저 친구랑 질투작전을 쓰기로 했습니다." 

 

딸기주스를 빨대로 쪽쪽빨아먹으며 브이를 지어보이니 차가운손으로 내 얼굴을 살짝 꼬집는다. 엌, 손톱에 화장한거 껴있으면 어떡하지, 다행히도 안낀것 같다. 오빠가 계속 딸기주스만 마시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뭔가 불안한데. 

 

"나랑도 할까?" 

"...예?" 

"한명은 너무 티 나잖아? 내가 더 노련하게 해 줄수 있는데." 

"...딜?" 

"딜." 

 

나도 같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고선 오빠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딸기주스를 다 마시고 난 뒤 오빠가 가고 빈 통을 버리러 쓰레기통 쪽으로 가는데 이건 또 왠일, 김종인이 음료수를 뽑고있다. 등짝을 후려치니 잔뜩 짜증난 표정으로 돌아보더니 나인걸 알고서는 금방 표정이 풀어진다. 

 

김종인이 내것까지 뽑아서 나에게 건네줬다. 나 방금 딸기주스 마셨는데, 라고 말하며 거절하긴 뭐 해서 콜라를 쭉쭉 마셨다. 핸드폰에 [변백♥] 이라고 전화온걸 보고서 수신거부를 해버리니 김종인이 학교가 떠나가라 웃어댄다. 

 

"와, 또 싸웠어?" 

"..그래서 이번엔 방법이 있지." 

 

김종인에게 어제 있었던 일까지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니 표정이 썩창이된다. 내가 뭐 잘못했나? 

 

"나랑도 해." 

"뭐요?" 

"뽀뽀를 했다고? 시발, 요다같이 생겨선, 아직 나도 못 해본 뽀뽀를.."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난 내일 직행으로 갈 거야. 전화하면 나와." 

 

김종인이 전화를 하면서 점점 멀어졌다. 통화의 내용은 대충 '내일 약속 깨, 아 못간다니까.' 이런내용정도. 그러고보니까 일이 커졌다. 3명? 남자가 3명? 잠시만. 

 

'울지마 울지마, 질투 오질라게 나게 해 줄게.' 

'한명은 너무 티 나잖아? 내가 더 노련하게 해 줄수 있는데.' 

'난 내일 직행으로 갈 거야. 전화하면 나와.' 

 

어머니, 일이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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