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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468

 

 

 

 

 

한 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의 절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탓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멍을 때리고 구경을 할 지경이었다. 또 숲 속 깊은 곳에서는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사슴들, 토끼와 같은 동물들로 가득했다. 숲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잔잔한 호숫가를 찾을 수 있었고, 그 호수는 어찌나 맑은지 물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가 수면 위로 비칠 지경이었다. 이런 고요하고도 아름다운 마을에는 커다란 성이 하나 있었는데 그 소문은 자자했다. 성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지만 정작 그 성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은 어떤 이인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나이 100을 바라보는 하얀 머리를 가지고 계신 할아버지도 누군지 모른다고 말씀하시니 말은 다 했다.





"저 성 주변으로는 절대 가면 안돼, 알았지?"
"왜요?"
"엄청나게 무서운 괴물이 살고 있어! 괴물 알지?"
"괴물이요?"





그래, 아주 무시무시한 괴물이야! 입도 크고 이빨은 또 어찌나 큰지 지나가던 동물들이 무서워서 바들바들 떤다더라. 어깨도 넓고 근육이 많아서 보통 어른들은 꼼짝도 못한다고 소문이 자자해. 어른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성 근처에 가지 못하도록 하려고 있지도 않은 헛소문을 아이들에게 무서운 표정을 지으면 이야기했다. 아직까지 아이들이 납치되거나 다친 적은 없었지만 혹시나 자신들의 아이가 그 주변에 갔다가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했던 탓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이야기에 잔뜩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리거나 그곳에 가지 않겠다고 칭얼거리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그 괴물 아무도 본 사람이 없잖아요."
"아니야, 엄마의 증조할아버지가 말씀해주신 이야기야."
"거짓말! 할아버지가 그 괴물을 본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그랬어!"





노란 금발 머리를 가지고 하얀 피부를 가진 어린 아이는 보통 제 또래와는 확연히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제 갓 열살을 넘은 것처럼 보이는 아이는 무섭지도 않은건지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주변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어른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도 그럴만한것이 마을에서 말썽쟁이로 통하는 준면의 억지가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아이들과는 다른 호기심때문에 준면의 부모님은 준면이 어렸을 때부터 고생 또한 많이 하셨다. 큰 예로 여섯살 때 강가에서 놀다가 크게 다칠 뻔 한 적이 있었는데 겨우 구출당하고 나서도 활짝 웃으면서 다음 날 물놀이를 가자고 졸랐던 적이 있었다. 이 일 뿐만 아니라 준면의 호기심을 늘여놓자면 하루를 꼬박 세워도 설명하기에 부족할 것이 분명하다.





"준면아, 너 정말 그 무서운 괴물한테 잡혀먹고 싶은거야?"
"괴물은 날 잡아먹지 않을거야! 그 괴물은 착하니까!"





말도 되지 않는 의견을 내뱉으며 소리를 지르는 아이는 12살, 준면이었다. 또래 아이들보다 확연히 왜소한 몸뚱아리에 열살이나 그 밑의 나잇대로 보는 어른들이 많았지만 준면의 정신력이나 성격은 17살 사춘기 소년에 못지 않았다. 성격과는 다르게 노란 머릿결은 어찌나 아름다웠는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탐을 낼 지경이었다. 눈이 부시도록 비치는 햇살빛에 노란 준면의 머릿결이 더 빛나는 듯 보였다.





* * *





"김준면! 일어나! 괴물이 잡아간다!!"
"...오 분만, 더, 자고."
"오 분 전에도 그 소리했어, 빨리 안 일어나?"





쩌렁쩌렁 울리는 준면의 엄마 목소리에 준면은 베갯잇으로 귀를 막아보았지만 그 얇은 천으로 커다란 목소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엔 비비적거리며 자리에 일어난 준면은 5년 전보다는 많이 커보였지만 노란빛의 금발머리와 하얀 피부만큼은 그대로였다. 같은 마을에 사는 17살 친구들은 검거나 갈색 머리를 가지고 있는 반면에 준면의 금발머리는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어렸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그러려니 넘어갔지만 사춘기가 다가온 소년에게는 큰 고충이나 다름 없었다. 게다가 피부는 햇빛을 받아도 타지 않는 편인건지 하얗다 못해 투명해보일 지경이었다. 덕분에 마을 여자들의 부러움을 한눈에 받고 있었지만 준면은 이 눈빛들이 부담스럽기만 했다.






"엄마, 오늘은 쉬어야 할 것 같아."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빨리 학교갈 준비해. 오늘 소풍가면서 왜 여유부려? 너 자꾸 그러면 괴물이 잡아간다!"
"엄마는 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괴물 얘기야?"






콧잔등을 잔뜩 찌푸린 준면은 엄마가 구운 토스트를 입에 앙 하고 물었다. 토스트를 오물거리는 모습이 마치 잔디를 먹는 토끼같은 모습이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비치는 어린 소년의 모습에 준면의 엄마는 웃음을 터뜨렸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학교의 소풍이 있는 날이었다. 그래봤자 학교 주변에 있는 숲에 들어가는게 다였지만 아이들은 무엇이 그렇게 신나는지 어제 밤부터 마을이 떠들썩 거리도록 난장판을 만들었다. 준면도 예외는 아니였다. 어제 밤새 잠도 자지 않고 뒤척였던 결과 하얀 피부 밑에 까만 다크서클이 내려앉았다.






"뭐가 그렇게 신나?"
"오늘 괴물 집 근처 가본단 말이야!"
"몇 년동안 그 근처로 소풍 갔어도 괴물 만났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 그래도 혹시나 수상한 사람 있으면 꼭 도망치고, 애들이랑 꼭 같이 다녀, 알았지?"
"알았어! 엄마는 내가 아직도 앤줄 알아?"






양 손 무겁게 도시락까지 든든히 챙겨든 준면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친구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마구 뛰어가기 시작했다. 자기보다 한 뼘은 넘게 차이가 나는 키차이에도 기가 죽지 않는건지 마구 뛰어가서 등에 매달려서는 어깨에 잇자국이 날 정도로 세게 깨무는 준면의 모습은 장난끼가 가득한 여느 남고생의 모습과 똑같았다. 소풍으로 찾아간 곳은 커다란 성의 주변이었다. 마을 사람들을 비롯한 어린아이들 또 고등학생들의 대부분은 성의 주변에 아예 가지 않지만 소풍날만큼은 일 년에 단 한 번 있는 날이라 매년 성 주변 숲 속으로 찾아갔다.






"그 숲이 그렇게 아름답다면서?"
"정말?"
"응. 한 번 가면 또 가고 싶어질 만큼 아름답다더라."





준면과 준면의 친구들이 이야기 하는 것처럼 성의 주변은 아름다운 절경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곳 하나 성스럽지 않은 곳이 없었고 감탄이 절로 나올만큼 아름다웠지만 소풍날 단 하루만 찾아갈 수 있었기 때문에 아쉬워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혼자 찾아오기엔 소문이 너무나도 흉흉해서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문명이 훼손될 일도 자연이 파괴될 일도 없었다. 고개를 끄덕인 준면은 나무 뒤에서 까만 눈동자로 자신과 눈을 마주치다가 쪼르르 도망가는 다람쥐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무엇엔가에 홀리기라도 하듯 도시락을 옆에 친구에게 맡기고 그리 길지 않은 다리로 마구 뛰어갔다.






"야! 김준면 어디가!"
"금방 따라갈게. 먼저 가있어!"






준면은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친구의 목소리는 신경도 쓰지 않고 다람쥐만을 따라서 계속해 달려갔다.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달려가는 준면의 눈동자는 보물이라도 찾은 듯 신나보였다. 다람쥐는 계속해서 빠르게 달려가다가 어느 곳에 멈춰 주변을 바라보더니 커다란 나무 위로 올라가버렸다. 헐! 준면이 끝도 보이지 않는 나무 위를 바라보았지만 다람쥐는 야식하게 자신의 집을 찾아갈 뿐이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준면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제 키를 훌쩍 넘는 나무들로 가득했다. 푸른 잔디가 깔린 땅에는 처음 보는 꽃들로 가득했다. 준면은 알지도 못하는 새로운 장소에 찾아온 것이 겁나지도 않는건지 땅에 쪼그리고 앉아 꽃들을 꺾어 구경하기에 바빴다. 꽃반지를 만들어 제 손에 끼우고는 웃으면서 반지를 하나 더 만들기 시작했다. 입술을 쭉 내밀고 집중하면서 반지를 만들던 준면은 시선 끝자락에 보이는 낯설고 커다란 신발에 서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누구세요?"
"넌?"
"김준면..."






준면의 눈에는 2미터에 육박해 보이는 커다란 키였다. 처음보는 남자의 뒤에서 햇빛이 비쳐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쪼그리고 앉아있어 다리가 저렸지만 준면이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를 바라보았다. 햇빛은 여전히 눈부셨다. 언뜻 보이는 근육이 남자의 이미지를 꽤 매섭게 만들었다. 살짝 올라간 눈꼬리 때문인지는 몰라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살기에 준면은 어깨를 잘게 떨었다. 자신이 죽는걸까? 고민을 해봤지만 나오는 결과는 어디에도 없었다.






"괴물...?"
"아직도 그 소문이 도나. 우리 할아버지 때부터 돌던 소문이었는데."
"당신이, 괴물이에요?"
"넌 내가 괴물로 보여?"





남자의 물음에 준면은 고개를 좌우로 가로 저었다. 키가 보통 사람들보다 커서 그렇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자는 전혀 괴물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햇살 사이로 언뜻 보이는 모습이 너무 잘생겨서 마을 미남대회에 나가보라고 권유해보고 싶을 정도였다. 훤칠한 키에 샤프한 분위기 탓에 말을 꺼내는 준면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왔지만 정신을 붙잡고 눈두덩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빛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눈살을 찌푸렸다. 그제서야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햇빛이 뒤를 비출 때나 비추지 않을 때나 여전히 멋있어 보였다.






"괴물이 아니면, 당신은 뭐에요?"
"나도 똑같은 사람이야. 너희가 날 괴물로 부른 것 뿐이지."
"그럼 난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해요?"
"네가 원하는대로."





어깨를 으쓱거린 남자는 손을 번쩍 들어 준면의 얼굴로 손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준면은 떼리기라도 하는 줄 알았는지 몸을 움찔거렸지만 남자는 섬세한 손길로 어깨에 붙은 이파리를 살살 털어주기만 했을 뿐이다. 오히려 크게 움찔거린 준면이 민망해질 지경이었다. 준면은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사람이 정말 마을 사람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던 괴물의 모습일까? 어떻게 단 한 번도 이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없었을까? 머리를 굴려보아도 머릿속만 복잡해질 뿐이었다.






"그럼 내가 당신을 괴물이라고, 불러도 괜찮아요?"
"그게 네가 원하는 거라면 괜찮아."
"..."
"그나저나 네 목소리, 하프같아."
"네?"
"선율을 가지고 있잖아."






남자의 말은 준면의 머릿속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하나같이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단어에, 말투에, 문장들이었다. 넌 노래를 잘 할 것 같아, 라고 말한 남자는 다시 손을 들어 이제 준면의 정수리에 붙어있는 이파리를 떼 주었다.






"무슨 소리에요?"
"듣기 좋아서 눈을 감고 들으면 잠 들 것 같아."






눈을 감은 남자는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무슨 소리가 들리는 걸까 하고 준면은 귀를 귀울였지만 주변에서 흐르는 물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준면은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 남자가 날 붙잡아서 집에 못 가게 하면 어쩌지? 호기심이 무서움을 변한 시점이었다. 준면은 뒤를 돌아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길을 몰랐지만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갔다. 뒤를 슬쩍 돌아보자 그 남자는 아직까지 눈을 감은채 웃고 있었다. 남자가 점이 되어 사라지고 보이지 않을 때까지 준면은 계속해서 달리기만 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거친 숨이 튀어나왔지만 익숙한 길이 나올 때까지 멈출 수 없었다.






"준면아,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소풍은 어쩌고?"
"엄마..."
"왜? 무슨 일 있었어?"
"괴물을 만났어."
"응?"






준면의 엄마는 갑자기 사색이 되어 달려온 제 아들의 모습에 깜짝 놀랐지만 괴물을 봤다는 이야기에 더 깜짝 놀랐다. 무엇을 보고 놀랐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준면은 괴물을 봤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준면의 담임 선생님께 연락을 취하고 준면을 어루고 달래 따뜻한 침대 안에 자신의 아들을 눕혔다.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건지 눈을 천천히 깜빡인 준면은 눈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엄마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엄마, 괴물을, 만났어요.'


믿지 않는 표정에 답답할 뿐이었다.


'괴물을, 만났어요. 그 사람은 평범해요.'


소리치려고 입을 벌렸지만 무겁게 감기는 눈꺼풀을 이기기는 너무나도 어려웠다.





'그 사람은 괴물이 아니였어요.'





너무나도 따뜻한 그 날 준면은 잠이 들고 말았다.

 

 

 

#인스티즈에서의 첫 글

#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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