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자취방에 앉아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섹스 밖에 없었다. 물빠진 청바지가 대롱거렸고 나갈 듯 희미한 형광등이 껌벅거렸다. 녀석의 자취방은 습하게 굳어있었다. 여자의 손길이라곤 스친 구석이 없고 투박하고 거친 손때가 덕지덕지 묻어있을 뿐 이었다. 비를 맞지 않음에도 비를 맞는 듯 온 몸이 저릿저릿 해왔다. 급한 숨소리가 형광등 불빛에 섞여 스며들어왔다. 저 형광등… 몇 년 전에 갈아줬더라.
몇 평이나 될까 손바닥만한 자취방에 등을 대고 누워 삐걱거리는 하체를 맞대고 서로의 성감대를 위로해준다. 이것이 우리의 숙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역시 방에 들이닥치자 마자 섹스를 시작했다. 질퍽거리는 바지 밑단과 목 늘어난 반팔티 쯤은 제껴보라지, 우리의 욕구는 급했다. 폭발할 듯 말듯 답답한 그 시점에 멈춰버리는 욕구는 늘 같았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너무나도 많이 알고 있었다. 서로가 멈추는 시간, 서로가 잦아드는 그때를 치고 빠진다. 우리는 갑갑해하면서도 말하지 않는다. 이게 서로에 대한 예의 인거다. 그 사실은 당연스레 주입되어 있었고 아무도 그 물꼬를 트지 않았다. 우리는 훌륭한 애인이니까. 서로를 위해 애써 신음을 짜내고 흥분하며 목덜미를 끌어안아야, 안는애인이 되어야 하니까.
"난 니가 안행복했으면 좋겠어."
"뭔 말이야."
"결혼해서 애 낳고 그러질 말라고. 내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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