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랑데부에 대한 필명 검색 결과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이준혁 온앤오프 김남길 샤이니
랑데부 전체글ll조회 8412l 16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선을 그어주던가

w. 랑데부



51.




"안 춥나"



금요일인가, 금요일이었어. 그냥 어느때와 다를바 없이 알바 마감하고 문 잠그고 있는데 되게 익숙하고 다정한 목소리 들리더라고. 선배였어. 벌써 열한시가 다 되어가니 늦기도 했고 또 기다린건가 싶어서 올려다 보니까 팀플과제 파일 보여주더라고. 근처에서 하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하더라. 




"입어라"


"..선배는요?"


"안 춥다"




또 집 앞이라고 얇게도 입고 왔네. 선배가 롱패딩 벗어서 건네는 거야. 선배도 추울텐데. 그래서 주저하니까 머리 헝클여줬어. 여튼 받았으니 입기야 하겠는데 선배 이거 다시 세탁해서 드려야 할 거 같아요. 딱 아슬아슬하게 축축한 땅바닥에 끌릴락 말락, 애매모호하게 자꾸 신경 쓰여서 손으로 움켜쥐고 걸었어. 날도 추운데 세탁 맡기면 입고 다닐 것도 없을테니까. 




"와. 어디 불편하나"


"..네? ㅇ, 아뇨"




유독 걸음도 느리고 퍽 이상했나봐 선배가 멈춰서서 묻는데 금방 웃더라고. 이거 그냥 선배가 입으시는게 나을 거 같은데,, 그러니까 선배가 앞에 앉아서 지퍼 쭉 올려주고, 입맞추는데. 응?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 인스티즈

"끌리가 그러제. 괘안타"




그래요 괜찮으시다면 근데 방금,
안 좋은 쪽으로 절대 아니고 그저 놀래서 바보 비슷하게 얼빠진 표정이었나봐. 선배가 웃는 거야. 선배 웃을 게 아니고 아니, 진짜 놀랐거든요? 대답은 해야겠는데 내 입은 내 의사가 전혀 중요하지도 않은 지 자꾸 어버버, 말이 뒤엉켰어. 아 그러니까, 답답해 죽겠네. 손 이렇게 올렸다 내렸다 말은 엉키고 선배 참 볼 만 했죠. 그쵸.




"와, 또 해주까"




응?
지금 뭐라 한 거지. 그 말에 우뚝 서 올려다보니까 선배는 웃음 터져가지고 뒤돌아 웃고. 이런 거 되게 쑥쓰러워 하지 않았나요. 여기서 뭘 어떻게 해야해. 선배가 막 웃다가 가자고 손 꼭 잡아서 우선 고개 끄덕였어. 




"이제 날이 마이 추워졌네"


"..아, 네. 많이 추워졌어요"


"내 보고 놀래 넘어진게 초여름이었을텐데"




벌써 겨울이네.
선배가 웃으면서 내려다 보는 거야. 그러게요, 벌써 겨울이에요. 생각해보니까, 정말 겨울이네요. 선배 처음보고 잔디 위에서 자빠졌던게 여름이었던 거 같은데. 계절 두 번 바뀌었을뿐인데 지나 했던 말들도, 느꼈던 감정도 수북하더라. 선배 만나고 나서야, 말이야. 그래서 조금 많이 공감해 고개 많이 끄덕였어. 그리고 선배가 손깍지로 바꿔 쥐는데나는 이게 좋더라. 깍지로 손가락 하나씩 닿는 따뜻한 온기라고 해야 할까.




"이제 크리스마스도 거의 한 달 남았구"


"응"


"시간 엄청 빨리 갔어요. 그쵸?"




근데 선배가 그 말에는 고개를 안 끄덕이더라고. 아닌가 그럴 수도 있지 해서 다른 화젯거리로 넘어가 막 이야기 나누다 보니까 어느새 집 앞이더라. 여튼 이 골목은 길이 너무 짧아. 내년에 민원이라도 넣어야지. 뭐라는거야.




"내한테는 엄청 느렸다"


"네?"




대문 열려고 하니까 선배가 우뚝 말하는거야. 그래서 돌아서 올려다 봤어




"..니 저서 처음 만났을때도, 니가 내한테 좋아한다고 말했을때도, 내 운동할 때 옆에서 구경 본 거 다아 느릿느릿 지나갔다"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 인스티즈

"그래서 좋았다고, 내는"




물론 꺼내기까지 쑥쓰럽고 민망했을텐데 다정하게 이야기 해주는 거야. 한 발 더 먼저 다가와주는 이런 모습 때문에 내가 선배를 더 좋아하는 걸까. 솔직히 심장이 펄떡거려서들키면 정말 부끄러울 거 같았어. 들리면 얼굴도 빨개질 거 같았고. 근데 선배한테 조금조금 걸어가서 안겼거든. 그냥 품에 얼굴 묻었어.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얼굴 좀 보여도"




그건 좀,
진짜 화끈거려서 못보게 더 푸욱 묻으니까 웃음소리 들리더라고. 그리고 선배가 꼭 안아줬어. 내가 안는 것보다 훨씬 크고 깊게. 




*




"뭐 잘못 먹었나"


"아니"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 인스티즈

"아이다. 누나 잘 생각해봐라, 뭐 잘못 먹은 거 없나"




없다고, 없다고 새끼야. 낙엽 부스러지는 소리가 좋아서 낙엽으로 풀풀 걷는 게 영 이상해보였는지 도운이 표정이 아주 안 좋더라고. 표정 좀 펴, 진짜 잘못 먹은 거 없거든. 진짜 와 저러는데. 도운이가 고개 절레절레 젓는거야. 우리 도운이 맞은 지 꽤 오래 되가지고 많이 살 만 했지. 그래서 그러는 거지 응? 정신 차리라고 손 올리니까 그제야 억지로 표정 펴더라고 저 밉상 아 진짜.




"누나 진짜 이상하다. 와 그러는데, 내 이제 쫌 무서워질라카는데"


"안 닥쳐?"


"와 이런 걸 햄이 봐야한다. 주디 안 닥치냐니, 말이 심하네. 아, 햄이랑 뭔 일 있었나"




응 도운아 내가 거기에 자리 깔아줄테니까 거기 앉으면 될 거 같아. 앉아 빨리.
곧 시험기간이라 죽어나가는데 오늘 선배가 나가기전에 시험 끝나고 놀러가자고 하더라고. 둘이, 그렇게 가는 건 처음이니까. 엄청 떨리는데 기대도 되고. 그래서 헤실헤실 웃은 거지 뭐. 그러니까 도운이 낯빛이 더 안 좋아지더라.




"왜"


"옆구리 시리가 그런다. 와"




이게 어디에 대고 화풀이야.
그래도 부러운 건지 쭉 시선 떼지 않고 보는 거야. 그래 기뻐죽을거 같아. 




"부럽다. 누군 놀러도 가고, 내는 방구석 쳐박혀가 케빈이랑 미리 데이트나 해야지. 아 세상 드럽게 춥네"



"..같이 갈래?"


"동정하나"




아 아퍼 씨. 도운이가 퍽 밀어서 팔 꼭 쥐니까 헤실 웃더라 아 저거 진짜. 답 없어서 그냥 가방 한 번 고쳐메고 앞서 걸었어. 그러니까 금방 달려와 옆에 서더라고. 동네 강아진줄.




"저거 햄 아이가"


"어? 어 응"




교양 들으러 가고 있었는데 선배가 저번에 시간 있냐고 물었던 동기랑 같이 있는거야. 같이 있는 건 전혀 문제 될 거 없었어. 동방에 오기도 하니까 그냥 얘기 하는 줄 알고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어. 




"선배 번호가 없어서 연락 하기 어려웠거든요, 번호 좀 알려주세요. 네?"




카톡있는데, 굳이. 약간 발걸음이 멈칫했는데 우리가 만나는 건 비밀이고 선배는 아직 나 못 본 거 같았어. 선배 괜히 곤란해질까봐 빨리 들어왔어. 그러니까 도운이가 팔 붙잡는 거야. 왜 그냥 가냐고. 근데 사실 그렇게 하나하나 불안해 하면 선배 학교생활도 불편할 거고, 신뢰도 깨질 거 같아서 고개 저었어. 필요하면 알려줄 수도 있는 거지. 




"질투 안 나나"


"..어?"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 인스티즈

"표정 보니까 안 나는 갑네"




질투가 왜 안 나겠어. 솔직히 예쁘지도 잘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한없이 예쁜 얘들이 묻는 거 보면 솔직히 날 수 밖에 없지. 그래도 그냥, 선배 불편할까봐. 그냥 접고 강의실에 미리 앉아서 책 꺼내고 기분이 좀 울적지근해서 이어폰 꽂았어. 자주 듣는 곡 눌러 놓고 다 떨어진 낙엽 멍하니 보고 있었어. 




"누나 햄 왔다. 몇 번을 불렀는데"




갑자기 어깨 팍팍 치는 도운이 때문에 놀라서 이어폰 빼니까 한참을 불렀던 모양이었어. 미안 못 들었어. 이어폰 빼고 옆자리 가 앉았거든 선배가 뒤 잠시 돌아보고 내 귀에 속삭이는거야.




"무슨 일 있었나"


"..ㅇ, 아뇨. ...그냥"


"그냥"




별 일 없었어요. 그러니까 선배가 고개 끄덕이고 이어폰 한 쪽 쓱 가져가 듣는 거야. 이 노래 좋아하나. 선배가 묻길래 고개 끄덕였어. 선배는 어떤 음악 좋아하냐고 묻고 싶었는데 딱 강의 시작해버려서 다물어버렸어. 조금 빨리 물어볼 껄.




"선,"


"선배 오늘도 약속 있어요?"




강의 끝나고 혹시 시간 되면 같이 집에 가자고 하려 했는데 먼저 물어보는거야. 근데 선배는 손 뒤로 뻗어서 가만히 둔 내 손 쥐더라고. 솔직히 걸릴 까봐 걱정했는데 아니 그것보다 또 막 대책없이 심장 콩콩거리더라. 




"없는데"


"밥 사주세요!"


"바쁘다"


"에이 약속 없다고 했잖아요. 그럼 제가 살게요 가요, 네?"




선배가 내 손가락 만지작거리면서 대답하려는데 갑자기 선배 동기들이 껴서 밥 먹자 하더라고. 나는 깜짝 놀라서 뒤로 주춤 내뺐는데, 선배는 동기들 성화에 못 이겨서 알았다고 했어. 도운이 쟤는 언제 또 끼어 있던 건지. 나 진짜 쟤 전과했음 좋겠어, 좀 꺼져. 거기엔 그 동기도 껴 있더라. 다들 신나서 가방 둘러 매고 나갔어. 그리고 다 나갈 쯤에 선배가 돌아서더라고.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 인스티즈

"할 말 있었나"


"네? 아 저 그게.."


"아무것도 아니에요"




고개 설레설레 젓고 가방 챙겼어. 근데 선배가 불쑥 내 가방 들었다 놓는거야. 그래서 뭐지 싶었는데 금새 가방 한쪽 어깨에 매는 거야. 무슨 상황이야, 선배 붙잡았지.




"데려다줄게"


"..저 선배 약속 있잖아요"


"좀 늦게 가도 된다. 가방에 뭐 들었는데 이래 무겁노, 키 안 큰다"




선배 이미 키는 끝났어요. 이게 한계에요.
아니 그것보다 너무 당연하게 들고 나가버려서 졸졸 쫓아갔어. 다행히 후문까지 아무도 없어서 내가 달라고 쩔쩔매는 모습을 본 사람이 없었지. 근데 가방 진짜 무거웠거든, 오늘 수업이 많기도 했고. 노트북도 들었고 너무 미안해서 달라고 손 뻗으니까 그 손 깍지 껴 잡더라고. 이거 아닌데




"가자"


"ㄱ,가방.."


"이거 메면 니 땅으로 푸욱 꺼지겠는데, 하나도 안 무겁다"




그리고 웃으면서 손 고쳐 잡는데 내가 뭘 어쩌겠어. 좋다고 따라 걸었지. 가끔 선배 발걸음 빨라질때도 있었는데 선배가 의식적으로 발걸음 늦추는거야, 내 걸음에 맞추느라. 내가 걸을때 발 보폭이 작아서 좀 빨리 걸으니까 갑자기 웃음 터지는 거 있지. 나 아직도 선배가 왜 웃는지 모르겠어, 진짜 미스테리. 나만 모르는 건가.




"얼라가. 엄청 쫑쫑이 걷네"


"아니 선배 발걸음 맞추려고.."


"내 니한테 한 말이 있을낀데"


"..저 먼저,라고"


"아네"




그렇게 웃는데 정말, 그냥 노력할게요. 고개 끄덕이니까 잘했다고 머리 쓸어주더라. 항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칭찬 받는 거 같아 나. 그렇게 걸어서 어느새 집 앞까지 왔어. 사실 헤어지기 싫었어, 같이 있고 싶었거든. 선배가 방 안까지 가방 들어다 주고 내려갔는데 이미 약속한거니까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다음에 미리 말하기로 했지.

밥은 대충 먹었고 빨래 널고 올라오니까 그래도 아직 여덟시더라고. 심심하다, 밑에 내려가서 티비 보기엔 홈메이트들도 몇 더 있어서 좀 어색해서 내려가긴 그렇고 도운이한테 연락하자니 술 먹고 있을 거 같고, 그냥 아까 듣던 음악 틀어두고 침대에 누웠어.




"자나"




근데 갑자기 누가 문 똑똑 두드리는거야. 선배더라고. 한참 자리에 있을 시간인데 엄청 빨리 왔길래 내 몰꼴 좀 정리하고 문 열었거든. 그러니까 선배가 기대 서 있더라.




"안 잤나"


"아직 여덟시라서.., 선배 벌써 왔어요?"


"응"




들어가도 되냐고 묻길래 끄덕이니까 선배가 조심스레 들어오더라. 항상 내 방에 들어올땐 조심스럽게 들어오더라고. 그리곤 내가 정말 자주 먹는, 저번에도 사왔던 와플이랑 붕어빵 꺼내더라고. 환영입니다, 선배. 




"오는 길에 있길래"




목 막힐까봐 우유도 사왔더라고. 덕분에 붕어 한 마리 물고 우유 쥐었지. 근데 엄청 뜨거워서 손 퍼덕이니까 선배가 머리만 뜯어진 붕어 내려두고 찬 우유 컵에 손 대주더라고.




"데인다. 천천히 무라"




선배 그렇게 어미새 표정으로 보시면 곤란해요. 선배 눈길에 얼굴 확 붉어져서 우물거리니까 또 웃음 터지는거야. 그래 이번엔 얼굴이 좀 웃겼겠다, 그래 내 이미지 안녕.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 인스티즈

"귀엽네"




음 선배 시력도 안녕.





52.





"내는 와 여 앉아있어야 하는데"


"잔 말 말고 공부해"


"그냥 계절학기 듣는다꼬"




누나 한 번 도와주는게 그렇게 어려워? 응 어렵다.
와 이 단호박을 보소. 선배랑 단둘이 앉아있으면 좀 그래서 도운이 옆에 앉혀 놓으니까 아주 눈에서 쏜 레이저에 잘려나가기 직전인 거야. 맛있는 거 사준다니까. 결국 도운이는
이 난방 빵빵한 도서관에서 효율적으로, 자더라. 그냥 자는게 이득인 애야 진짜. 근데 선배는 조용하게 책 넘겨가면서 공부하더라고. 나도 선배따라서 나름 열심히 하고 있었어
시계 한 번 안 보고 하다보니까 강의 시간이랑 물린 거야. 뭘 어떡해 망해버린거지.




"윤도운, 윤도운!"


"누나 니 조용히 쫌,"


"즈응히 흐그 일으느. 강의 늦었으"
(조용히 하고 일어나. 강의 늦었어)




조용히 하라던게 누군데 배신감 굉장히 들게 가방 들고 냅다 튀어가는거야. 결국 나도 선배한테 인사 한번 못하고 뛰었지.




*




"이제 제법 치네, 잘하네. ㅇㅇ가"


"...네?"




동방에서 기타 쥐고 있는데 선배가 들어오는 거야. 선배는 공연 때문에 들어온 거 같더라고. 익숙하게 메고 있던 기타 케이스 벗어서 꺼내와서 내 옆에 앉더라고. 내 옆에, 어, 어.
선배 저보고 잘 친다고 했잖아요. 어디서 거짓말을. 선배가 연습곡 딱 쥐자마자 와, 손 저절로 멈추고 멍하니 봤어. 저렇게 맑게 치는 거였구나. 코드 말고도 단독 연주 듣는데
정말 아무말도 않고 보기만 했어. 




"계속 볼 거가"


"에? ...아"




너무 노골적으로 보는 걸 느꼈는지 선배가 중간에 우뚝 멈추고 고개 홱 돌려 묻는데 놀라서 흠칫 물러났다가 나도 모르게 고개 끄덕였어. 그러니까 선배가 머리 헝클이면서
알았다고 답했어. 사실 머리를 헝클였는데 그것도 생각이 안나 얼굴이 엄청 가까웠거든. 




"선배 공연 언제해요?"


"11월 말"


"저 갈게요. 보면 인사해줄거죠?"


"안 보일걸"




불쑥 그 동기가 와서 물어보는거야. 똑같이 가까운 거리에서 말이야. 근데 선배가 확 가라앉은 말투로 답했어, 물론 미묘했으니까 잘 알지 못했을 수도 있는데. 원래 성격이 좋으니까, 그 동기는 해맑게 웃고 꼭 인사해달라고 그러더라. 예뻤어. 

연습 일지 절반이나 채웠어. 틈틈히 색칠했는데 벌써 절반이더라고, 보여주고 싶었는데 선배가 먼저 강의 때문에 가서 집에서라도 보여주려고 가방에 챙겼어. 이번 공연에는
스탭으로 참여를 못해서 아쉬웠어. 회의에 껴있는 것도 그렇고 좋았는데 말이야.




*




"..아 어딨지"




선배 보여준다고 해놓고선 고새 어디에 둔 건지. 사실 오늘 되게 중요한 날이었어. 이제 좀 익숙해진 화장도 하고 뭐 묻히고 흘릴까봐 같이 넣어둔 하얀코트도 입고 오랜만에
달랑 거리는 귀걸이도 했어. 끝내는 연습 일지까지 쇼핑백에 넣고 구두 끈 채우는데 휴대폰 울리더라.




-ㅇㅇ야 05:32




A더라고. 얘랑 연락해본 건 조별 과제 때 딱 한 번 해봤던 거 같은데. 



-성진 선배 연습 하는데 어딘지 알아? 05:32



아, 이것 때문에. 모르는 척 넘겼어야했는데, 이미 섣부르게 읽어버려서. 카톡 1이 금방 사라졌어. 그냥 읽고 넘겨버리면 되는데, 내 성격이 후회 되더라. 얼결에 답해주고 걷고 있는데 A가 도르르 달려오더라고. 



"같이 가자"



자존감이 낮아서야. 괜한 열등감이지.
머리부터 예쁘게 늘어뜨리고 화장도 하고, 원래 예뻤어서 그런지 정말 예쁘더라고. 괜히 꾸민게 부끄러워지고 손만 꿈지럭거리고 있었거든. 근데 A가 내 얼굴 빤히 바라보더니 해사하게 웃는 거야.




"ㅇㅇ야 너 진짜 예쁘다. 나는 뚱뚱해 보일까봐 흰색은 손도 못대는데, 진짜 예뻐, 너"


"...어? 아, 아니 너 정말 예쁜데.."


"아니야. 내가 본 날 중에 너 오늘이 제일 예쁜 거 같아"



자연스럽게 팔짱도 끼고 계속 어색하지 않게 말 붙여주는 거 보고 내가 민감하게 오해했구나 싶었어. 겉모습만 보면 안 되는 거였는데. 여튼 공연장 가까히로 가니까 선배 목소리가 선연하게 들려왔어. 갑자기 심장이 쿵쿵거리더라. 오랜만에 공연장에서 선배를 봐서 그런건지, 그래서 그런건가? A가 먼저 계단으로 달려 내려갔어. 혹시나 선배 신경 쓸까봐, 도운이가 설레발이라도 칠까봐 남는 공간에 들어가서 나는 조금 숨어 들었거든.




"봤어? ㅇㅇ야 너 봤지. 성진 선배 이제 나보고 웃는다? 봐봐"


"..어?"




조용히 빼꼼 들여다 봤는데 선배랑 눈 딱 마주쳤어. 아, 금방 숨었는데 봤을까?
잠시 휴식인지 드럼이 멈추더라고. 그래서 조심스럽게 다가갔어. 역시 도운이가 스틱 딱딱 치면서 손 흔들더라. 도운아 그러지마 민망해.




"선배 정말 멋있었어요. 완전 대박"


"아, 그랬나"




마이크 끄지마자 선배가 나한테 다가와서 딱 손 쥐려고 했는데 중간에 A가 다가와서 둘다 손 뒤로 숨겼거든. 웃음 터질 거 같았는데 간신히 참았어. 아슬아슬했거든. 다같이 대기실에서 쉬면서 대화하고 엄청 시끌시끌했어. 다들 워낙 분위기가 좋은 사람들뿐이라.




"내 담배 좀"


"어어"




그러다 선배가 일어나 나가더라고. 어 근데 겉옷 두고 갔는데, 그래서 나도 화장실 위치 물으면서 선배 겉옷 몰래 들고 빠져나왔어. 옥상에 있겠지 싶어서 와다다 달려갔어. 예상대로 선배 옥상에 있길래 달려갔는데 선배가 뭐 물고 있더라고.




"선배, 담배 두고 간 거.."


"끊었다"


"네?"




선배가 물고 있던 건 사탕이었어. 언제 끊었지? 모르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워서 내가 멍하게 올려다보니까 선배가 웃으면서 사탕 내밀더라고. 어, 저는. 어. 또 바보 같이 어물어물 거렸는데 선배가 손 꼭 잡았어. 아까 못 잡았던, 어. 그래. 선배 손에 먹힌 내 손 내려다보다가 내가 최대한 용기 내서 손 폈거든. 그러니까 선배가 내려다 보더라.




"와. 불편하나"


"아니, 저기.."


"응?"


"...깍지"




깍지로 끼고 싶었어. 망설이다 덜덜 떨면서 쥐었거든. 불편해 하면 어떡하지 하면서, 눈 마주칠까 말까 하다가 고개 숙였어. 




"ㅇㅇ야"


"네?"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 인스티즈

"얼굴 좀 봐도 되나"




선배는 절대로 나한테 재촉하지 않았어. 용기 낼 때까지 기다리고 도와줬어. 내가 고개 드니까 선배가 다가와서 꼭 안아주는 거야. 머리 쓰다듬어주는데 엄청 추었던 날이 하나도 안 춥더라고.




"내가 많이 노력해야 될 거 같아서"


"응? 아니,..네?"


"네가 이렇게 용기 내줄 때마다 너무 고맙다. 내는 항상 부족한데, 잘 따라와줘서"




반대로 해야 할 말이 아니었을까. 나는 항상 과분한 사랑 받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선배가 그렇게 말하니까 어,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까 머리가 하얘지더라고. 근데 그냥 뭔가 조금 용기도 생겼어. 




"..."


"니 얼굴에서 불 나는데?"


"네? 아니 그게, 선배 그게 아니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미쳤다고 생각해주세요.
어디에 입술을 박치기했는지도 몰라. 말캉하게 닿았는데. 아니 나 왜 이거 설명하고 있는거야.




"아,"


"가시나"


"..ㄴ,"



놀라지는 않았어. 웃으면서 입을 맞췄는데 그러니까, 어. 아 모르겠어.
선배가 입술 닦아주고야 정신이 돌아온 거 같은데. 어, 다시 쪽 소리가 났거든. 그때 파드득 놀랬어. 선배가 엄청 웃더라. 부끄럽긴 했어. 근데 나도 모르게 미소 지었나봐. 선배가 허리 숙여 다시 꼭 안아줬는데 그 품에서 입꼬리 쓱 올라갔어. 이건 비밀이야.




"이따 회식있는데 갈래? 불편하면 집에 데려다주께"


"갈게요"


"안 불편하겠나"



고개 끄덕였어. 더 노력하고 싶어서. 그리고 선배가 손에 핫팩 쥐어주고 의심 사지 않게 먼저 내려갔어. 한동안 거기에 핫팩 쥐고 있었던 거 같아. 아, 추웠다 더웠다. 지구 온난화보다 심각한데 이거.



*



"먼저 자리 잡고 있어라. 내가 마무리하고 갈게"


"예 햄. 빨리 오세요"



리허설 다 끝나고 선배는 남았어. A가 도와준다고 했는데 도운이가 눈치껏 데리고 나가줬지. 착한 애인거 같은데, ..그냥 넣어두자. 여러개 점검하는 선배 꽁무니 졸졸 쫓아다니면서 그 선배한테 줄 물건 들고 줄까 말까 백번정도 고민하다가 선배 등이랑 꽝 부딪혔어. 나 눈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 걸까.




"뒤에 있는지 몰랐다. 괘안나"


"네? 아, 네. 괜찮아요"




대충 껴서 아슬아슬했던 귀걸이 하나가 툭 떨어져 굴러가길래 달려가 주우면서 답했어. 선배는 어느정도 정리한 거 같았고, 코트 챙겨 입고 다시 나오더라. 근데 오늘따라 귀걸이가 잘 안들어가는거야. 빨리 하고 이거 줘야 하는데,




"..내 해줘도 되나"


"네?"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 인스티즈

"그거"




선배가 좀 쑥쓰러운지 뒷머리 매만지는데 얼결에 건넸거든. 선배 손에 들어간 귀걸이는 선배가 숙여서 걸어주는데 선배 손 그렇게 떨리는 거, 숨 참는 거 다 느껴졌어. 공연장 내부가 그렇게 따뜻한 건 아니었는데 엄청 더워지는거야. 오래 걸렸지만 걸어주자마자 선배가 후, 숨 내쉬면서 상체 일으키는데 그제서야 조금 달아오른 더위가 날아갔어.




"..선배"


"응?"




그리고 한참을 줄까 말까했던 쇼핑백 눈 꼭 감고 내밀었어. 아, 근데 방향이 잘못 되었는지 선배가 웃으면서 팔의 방향을 돌려주었어. 그리고 쇼핑백 받아 들더라고. 진부한 선물이 분명했어. 겨울에 목도리. 받은만큼 돌려주기가 벅차서 내 손으로 직접 뭐라도 해주고 싶었거든. 몰래몰래 떠왔던 거였고 처음이라 엄청 엉성한 목도리였는데 날이 갑자기 추워져서 결국 완성하긴 했거든.




"..그게 마음에 안들 수도 있어서..."




바로 선배가 목에 두르는 거야. 사실 많이 놀랐어. 마음에 안 들어 할 줄 알았거든.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 인스티즈

"쪼꼼한 손으로 언제 이래 했나"




한참 있다가 입을 떼더라고. 할 말을 생각하느라 늦었을까. 말보다 선배의 표정이 기분을 움직였어. 한없이 다정했고 또 기분이 정말 좋아보였거든. 선배가 웃는 모습 보니까 걱정했던 마음이 녹았어. 




"매일 하고 다닐게"


"아이다. 닳겠는데,"




선배가 진심으로 고민하더라. 저기 선배 그렇게 고민 안 하셔도 되는데,,

선배가 행복해하는 거 조금은 성공한 거겠지?



*



조금 늦게 술자리에 꼈어. 어떻게 떨어져 앉을까 했는데 선배가 뒤에서 손가락 꼼지락거리면서 매만지지길래 그냥 옆에 같이 앉았거든. 그러니까 도운이가 미묘하게 눈길을 보내다가 내 옆에 털썩 앉더라고.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 인스티즈

"와 누나 간 크네, 옆에 앉을 생각도 하고"




그런 거 아니거든? 도운이가 귓속말로 깔깔대는데 하 앞에 앉았으면 종이리라도 깠지. 
다행히 술자리는 다들 아는 밴드 부원들에 스탭 부원들이라 시끌시끌하고 분위기도 좋았어. 막 달아오르니까 슬슬 술게임 시작하는 거야. 와 나 게임 하나도 할 줄 모르는데 어떻게 잘 피해갔어.




"스피드있게 가자. 야 빨리 섞어, 이번에 걸리면 원샷. 소주 맥주 오대오다. 원샷이야 무조건"




한 마디로 알쓰니까 이번만 넘어가면 되는데 되는데 했거든 근데,




"ㅇㅇㅇ!! ㅇㅇ다.빨리 마셔 마셔"


"네? ..아"




나 걸린 줄도 몰랐어. 막 다들 피했으니까 빨리 마시라고 등 떠미는 거야. 아, 이런 분위기에 내뺄 수는 없는 모양이잖아.




"흑기사 된다켔지. 내 마신다"


"와 박성진 뭐야?"


"마신다 마신다. 햄 원샷이에요"




아니 갑자기 잔이 떠넘어가서 고개 돌렸는데 말릴새도 없이 선배가 원샷하고 내려 놓는 거야. 어떡해. 내가 안절부절 못하니까 다들 빵 터져서 웃더라고. 아니 나 심각한데. 선배 정말 괜찮은 건가 싶어서 빼꼼 올려다보니까 선배 손이 머리에 턱 올려지는거야. 차근차근 쓰다듬어 주더라, 괜찮다고 말이야.




"박성진 뭐야. 둘이 뭐 있지? 있네"


"ㅇㅇ야 뭐야? 둘이"


"말해봐. 말해봐, 뭔데 ㅇㅇ야. 우리 막내-"




아니 저 그게. 막 주목 받으니까 그게 좀, 약간 식은땀 나기도 하고 걸릴까봐 우물우물거렸어.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 인스티즈

"됐다. 애한테. 있긴 뭐가 있는데"


"감싸주기?"


"선배 진짜에요?"


"아이라니까"


"아니죠?"




신나서 몰아붙이는데 선배가 여유롭게 넘어가더라. 나는 무조건 고개 끄덕였고. 도운이도 말도 안 된다는 식으로 도와주니까 다들 뭐냐고 헤프닝으로 여기더라. 다행이었지. 근데 A 표정이 금새 밝아지는거야. 그건 조금 마음에 걸렸어. 




"선배 방향 어디에요? 같이 가면 안 돼요?"


"ㅇㅇ가 많이 취해가지고 데려다 줘야 된다. 잘 들어가라"


"치이"



A가 그렇게 떠났는지 아 그렇게 갔던 거 같아. 선배가 많이 마셨지만 옆에 있다보니까 한 잔 두 잔, 들이키다 보니 취해서 이리저리 비틀거리면서 집 가려고 애쓰는 중이었어. 도운이가 넘어진다고 질질 끌고 왔는데 아니 왜 자꾸 막는 거야. 나 집 간다니까?




"아 누나 니 진짜 쫌! 넘어진다고 가지말라니까"


"나아 집 갈 거라니까? 아 비켜어.."


"와 누나 니 진짜"


"됐다 내가 업을게"




도운이는 감사하다고 바로 튀더라. 누나가 그렇게 싫냐. 
아무래도 선배가 챙겨줘야 하니까. 다들 집 보낼때까지 얌전히 발장난치면서 놀고 있었는데 선배가 갑자기 숙취 음료 내미는 거야. 아 이거 쓴데, 먹기 싫은데..




"안 머글래요.."


"내일 머리 아플낀데. 좀만 묵자"


"싫어여.. 안 머글거야"




***




아 어떻게 먹이지. 성진은 발을 동동거리며 고개를 젓는 ㅇㅇ를 마주하고 앉았다. 옆에서 조금씩 보니까 꽤나 마신 모양이었다. 맥주 한 두캔 겨우 먹는 아가 말이다. 성진은 휴대폰 홀더를 열어 배경화면을 살폈다. ㅇㅇ의 시간표, 내일 9시 강의인데. 성진은 숙취 해소제를 잠시 내려놓고 롱패딩을 벗었다.




"그럼 먼저 이거 입자"


"이거느은 뭔데여"


"쓴 거 아이다. 잠깐만 인나보자"



어이쿠. 휘청이며 중심을 간신히 잡고 일어선 ㅇㅇ의 팔에 패딩을 끼워 넣기 시작했다. 원피스가 짧기도했고 늦은 시간에 기온이 더 떨어지니 성진은 지퍼를 올린 후 ㅇㅇ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알코올맛이 입가에 돌았고 눈을 큼지막히 뜬 ㅇㅇ에 성진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이이 도둑"


"응?"


"이거어 도둑 키스잖아요, 아니에요오?"


"그러니까 나도 하꺼야"




하꺼라니까? 발꿈치를 힘껏 올렸으나 입술이 닿기는커녕 품에 푹 떨어져버려 ㅇㅇ는 퍽 기분이 상했다. 하꺼라고. 빨리. 이젠 말도 놓는다. 당장 숙이라며 손짓을 하는 ㅇㅇ에 성진은 어이가 없었다. 아 물론 사랑스러워서.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 인스티즈

"됐나"


"아니이.. 쪼옴"




더, 더 숙이라고. 반말 참 잘도 하는데, 왜 말을 안 놓지? 성진은 당장이라도 퍽 더욱히 귀여워진 ㅇㅇ는 안아주고 싶었으나 허리를 숙이지 않았다간 돌아서 크게 삐질 거 같아 웃으며 허리를 더 숙여주었다. 쪽, 소리가 울렸다. 말캉하게 닿은 입술이었다. 그리곤 성진의 입술 위 조그만 엄지가 슥슥 닦아냈다.




"나도 이거 해보고 싶었어"


"그랬어?"


"웅 그랬어"




정말 제대로 취한 게 분명했다. 엄지를 자랑하듯 내미는 ㅇㅇ에 성진은 끅끅이며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우선 업자. 목을 꼭 끌어안은 ㅇㅇ를 업은 채 성진은 몸을 일으켰다. 집으로 향하는 동안 금새 성진의 귓가로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잠들었구나. 성진은 ㅇㅇ를 고쳐업고 조용히 현관을 열었다.




"으응..."




침대에 조심히 눕힌다고 눕혔는데, 문꼬리를 쥐자마자 천천히 몸을 일으키던 ㅇㅇ는 금방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괘안나. 아고 잠깐만,"




이마를 쥐고 웅크리는 ㅇㅇ를 안아 살피니 다친 곳은 없어보였다. 성진은 금방 다시 ㅇㅇ를 침대에 안아 눕히고 이불 또한 포근하게 덮어주었다.




"아니이.."


"응"


"이거"



응? ㅇㅇ가 내민 건 숙취 해소제였다. 내려놓고 깜빡한 줄 알았는데 언제 챙겼는지. 성진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하나하나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는 아이였다.




"내는 아까 먹었는데"


"으응?"


"그거 까 네가 먹음 되겠다"



눈이 다시끔 큼지막해진 ㅇㅇ는 숙취 해소제를 스탠드 옆에 내려놓았다. 정말 안 먹을 셈인가. 머리 많이아플텐데 내일. 성진은 ㅇㅇ를 달랠까 하다가 그냥 두기로 했다. 억지로 먹이고 싶진 않았으니까. 대신 주머니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스탠드에 올려두고 ㅇㅇ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었다.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 인스티즈

"내려갈게. 잘자라"




53.




"...아 골이야"


"아주 퍼마시드만, 누나 니 어제 기억은 나나"


"...아니?"




아주 진상, 개진상이었는데. 내가? 햄이 별 말 없었나.
순간 등골이 오싹하더라. 나 실수했을까, 얼마나 마셨는지도 기억이 없는 거야. 제발 실수한 건 아니겠지. 이래저래 생각으로 복잡한데 그와중에 숙취 때문에 머리가 깨질 거 같더라. 





"ㅇㅇ야 너 괜찮아? 나 진짜 머리 깨질 거 같아"




강의실 나오는데 A가 다가왔어. 하긴 A도 취하기 직전에 보니까 꽤 마신 거 같았어. 그리곤 A가 주섬주섬 숙취해소제 꺼내 건네는 거야. 마시라고, 필요했는데. 도운이한테도 건네고 그래서 쓴맛 고역으로 삼켰어.




"점심 안 먹었지. 성진 선배랑 먹자, 너 선배랑 친하잖아"


"...아 그게,"




친한, 친한 건가? 뜬금없이 생각이 들더라. 같이 있으면 좋고, 행복하고, 설레는 감정이 느껴지고 떨리는데. 우리, 친한가?
A가 하도 간절하고 강하게 바라보니까 휴대폰 꺼내서 만지작거렸어. 어떡하지. 그냥 같이 밥 먹는 건데, 괜히 손가락 움직이기 싫어지고. 못되게. 왜 못된 마음을 먹는 거지, 나.





"윤도운"


"어, 햄"


"밥 뭇나"


"아뇨 아직. 해장 하러 가실래요?"




때마침 선배랑, 동아리 부원들이랑 강의 끝났는지 홍수처럼 밀려나오는 인파에서 다가오더라. 그리고 자연스럽게 옆에 서길래 정말 나도, 선배도 모르게 손 잡았거든. 그런데 갑자기 도운이가 헛기침 크게 하면서 내 어깨 팍 치길래. 아, 아 맞다. 둘 다 급하게 손 바로 놓았어. 선배도 나도 인지를 못했던 거야. 도운이 없었으면, 아 아찔하다.




"저두, 가도 되죠?"




어제 다같이 마셨으니까 별 얘기 없이 같이 가기로 했어. 학교 근처라 캠퍼스 빠져나오며 걷는데 숙취 해소제를 방금 마시기도 했고 추워서 조금 뒤쳐졌거든. 그러니까 선배가 눈치보고 쓱 뒤로 빠져 옆에서 걷는 거야. 근데 선배, 목도리 하고 있더라고. 정신 없어서 몰랐는데 하얀 목도리 하고 있는게 컨디션은 안 좋았는데 기분이 밝아지더라.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는지 그랬나봐. 잠깐 선배 올려다 봤는데 눈 딱 마주친 거야. 무슨 타이밍인지 손가락이 스쳐 엉켰고.




"와"




아니 그냥. 그냥 웃음이 터졌거든. 




"왜 무슨 얘기했어 아 우리도 좀 알려주라"


"누나 니 어디 아프나. 실실 웃게, 약 안 뭇나"




안 아파 안 아프더라고. 도운이가 측은하게 바라보는데 하, 선배만 없었다면 종아리 콕 까는 건데. 근데 다들 막 관심 갖고 눈길 주니까 어, 음 아직 이런 거에 두렵기도 하고 겁도 먹어서 아니라고 하곤 양손에 얼굴 묻었거든. 선배가 내 가방 쥐더라. 조심하라고, 덕분에 넘어지지 않고 걸었던 거 같아.

들어가서 자연스레 앉는데 A가 절실하게 바꿔 달라고해서 바꿔줬거든. 아 선배 옆에 앉으려는 거였어.




"푹푹 좀 떠먹어라. 누나 니 또 밥알 새어보고 있었지"


"어, 아니.. 아니거든"




아 내가 순대국밥을 그렇게 안 좋아해서. 그냥 국물만 좀 떠먹고 있었는데 아 도운아 제발 가만히 있어줄래? 닥치고 먹으라고 윤도운 허벅지 꽉 꼬집고 한 숟갈 떴는데 톡 울리는거야. 나한테 연락할 사람, 별로 없을텐데. 조별과제인가 싶어서 휴대폰 들었어.




-입맛 안 맞나 12:28


-아니에요. 괜찮아요 12:31




선배가 바로 톡 보내고 바라보는 거야. 불편하게 만들기 싫어서 부정했는데 선배 표정이, 아 거짓말 정말 못하겠다. 




"내 좀 묵는다"




"다른 거 시켜줄까" 입모양으로 물었는데 내가 고개 저으니까 입에 대기도 싫은 건더기 선배가 젓가락으로 집어 가더라. 국에 말아서 조금이라도 먹으라고. 그래서 조금 말아서 먹었어. 국물만 있으니까 그나마 먹을만해서. 선배한테 고마웠어.




"선배 어디가요? 저 집 가는데 데려다 주심 안 돼요?"


"내 일있다. 어 잘가라"


"아 선배애, 가깝단말이에요. 데려다 주세요"




알바까지 시간 많이 남아서 도서관으로 가려했어. 시험도 얼마 안 남고, 아직 한참 남아서 도운이랑 가려했는데 A가 선배한테 자꾸 이야기 하더라. 불쾌하다? 그렇게까지 생각하면 안 되는데 나 왜 이렇게 못됐지? 여튼 먼저 인사하고 다시 돌아왔어. 도서관에 앉아서 막 짐 꺼내고 있는데 금방 누가 옆자리에 가방 내려놓는 거야. 이거 선배 가방인데,




"어?"




아무렇지 않게 머리 헝클이곤 앉는거야. 언제 온 거지, 아까까지만해도 뒤에서 발소리 한 번 못들었는데. 여튼 옆에 앉아서 나도 책 펴고 펜 들었어. 밥 먹고 바로 와서 졸렸는데 알바 갈 때까지 졸면 끝장나니까 꾸역꾸역 눈 부릅 뜨다가 실패했어. 가방에서 양치세트 가지고 나와서, 졸음 달아날 때까지 칫솔 물고 있었지 뭐.


잠 깨고 들어와선 몰아친 강의 다시 공부하느라 정신 없었어. 날이 좀 어두워지는구나, 딱 그정도? 도운이는 이미 기절해 있었고.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 인스티즈

"ㅇㅇ야" 


"눈 온다. 밖에"




몰랐는데 눈이 정말 펑펑 쏟아지는거야. 첫눈이었어, 첫눈인데 어 저거 폭설 아닌가. 그래도 신나서 막 나가려했는데 선배가 붙잡아서 코트 챙겨주더라. 까먹고 달려나갈뻔 했는데. 도서관 뒷쪽으로 그렇게 사람 많이 안 오니까 뛰어가 선배 기다렸거든. 금방 선배도 나오더라고, 그리고 두르고 있었던 목도리 둘러주는 거야. 이거 선배 준 건데,,




"춥다"


"..선배 하시라고 드린 건데"


"글타고 니 추운데 보고 있는 거는 마음 불편하다"




아, 그럴수도 있는데. 그래도, 어. 다시 드리면 백퍼 내 목으로 돌아올 거 같아서 주머니에 있던 핫팩 꺼내서 선배 손에 쥐여줬어. 그러니까 선배가 건네 받고 잠깐 살피더니 꼭 안아주는거야. 머리에 쌓인 눈 털어주고 핫팩 내 볼에 가져다 댔는데 따뜻하더라.




"덜 춥제"


"선배는요?"


"내 안 추운데?"




아니 안 추워도 목도리도 주고 핫팩도 주시면 저 혼자. 또 거절은 못하겠어서 조금 멀뚱멀뚱 바라봤어.




"니랑 첫눈 맞는 거 좋은데"


"여자친구랑,"




정말 나만 들릴 거리에서 그렇게 이야기 해주더라. 나는 선배 만나기 전에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선배는 나한테 되게 많은 걸 줬어. 누군가의 여자친구도 되어보고. 그렇게 사랑도 받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하나씩 일어나는 게, 이게 행복한 느낌이구나 했어. 




- 오늘 안 나와도 된다고 하네요 06:47 




그렇게 있다가 영현씨한테 연락이 왔더라고. 와 알바 안 가는 거 너무 행복해. 왜 그러냐고 물었는데 그냥 선배 허리 꼭 껴안았어. 그냥 여러가지로 행복해서요.


너무 오래있음 추우니까 금방 들어갔거든. 쥐고 있던 손이 풀릴 때 조금 허전하더라. 그렇게 들어가니까 언제부터인지 도운이가 깨있더라고. 




"도운아 밖에 눈와, 첫눈"


"어 안다. 밖에 하-얀 쓰레기 내리는 거"




*




주말이 최고야 짜릿해 즐거워. 알바도 안 가고 학교도 안 가고, 정말 주말이 오일이면 행복할텐데. 오랜만에 침대에서 빈둥거리고 있었어. 선배는 잠깐 부산 내려가서 사실 할 일도 없었고. 또 눈 안 내릴까, 눈 내리는 거 좋던데.




"여보세요?"


-"누나 니 봤나"


"뭘?"




이 시간에 연락할 애가 아닌데. 도운이한테 오전부터 전화 온 거야. 당장 페북 들어가라고, 무슨 난리인가해서 도운이가 태그한 게시물 눌렀는데.




"..아"


"핫플이다 아주. 누가 이런 거 올렸는데, 미칫나"


"..그럴수도 있지"




@@대학교 대나무숲


#442812번째
¶체육교육과 키 크고 잘생긴 선배ㅠㅠㅠ 여자친구 있나요, 저 정말 오래 좋아했거든요.
교양 때 처음 봤는데 처음으로 겉모습에 반했거든요. 한 번도 그런 적 없었는데, 과제 물어 봤을때 정말 떨렸는데 되게 친절하시게 알려주시구ㅠㅠ 캔커피 몇 번 드리고 싶었는데 매번 실패했어요. 몇 번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올려봅니다. 올해 복학하신 거 같아요..크리스마스 되기 전에 알고 싶어서ㅠㅠㅠㅠㅠ 익명으로 해주세요!ㅠㅠㅠ¶


박성진 너네ㅋㅋㅋㅋ

→ 체육교육과 15학번 박성진이에욬ㅋㅋㅋㅋ여친 없음 ㅁㅊㅋㅋㅋㅋ 박성진

→ 헐 니가 얘기한 선배 아님? 윤정아
☞ㅁㅊ 맞는듯
윤정아 어떡함ㅋㅋㅋ

→ 체교과 15박성진 박성진

→ 윤도운: ㅇㅇㅇ

박성진 여친 없어요, 헤어진지 꽤 됐음ㅋㅋㅋ



좋은 사람이니까 인기가 많을 거라곤 생각했는데 사실 이렇게 보니까 썩 기분이 좋지는 않더라. 근데 밝히기에 괜히 선배한테 피해줄 거 같고, 겁도 나서 말할 수도 없고 조금속상했어. 내 성격이, 내 자신이 답답하고 짜증도 나더라. 선배는 아직 못 본 건지 아직 하나도 댓글이 없었어. 이런 일로 연락하는 건 아닌 거 같아서 대충 전화 마무리하고 휴대폰 덮었어. 조금 우울하네.




*



-"어, 나다"


"..잘 내려갔어요? 선배"


-"응. 별 일 없제?"


"네. 그냥, ..매번 제가 연락 못해서"


-"마음 쓰지 마라. 내 먼저 연락하는게 뭐 어때서"




잠들기 전에 선배한테 전화했는데 하루종일 침체 됐었던 기분이 슬그머니 올라오더라. 안 졸리냐고 내 컨디션 먼저 물어봐주고, 오늘은 뭐했냐고 먼저 물어봐주고. 선배도 그렇게 말 많은 타입 아닌 거 아는데, 항상 선배는 나랑 얘기할 때 노력하는 거 같았어. 




"..저, 선배"


-"응? 와"


-"야 박성진! 니 누구랑 전화하는데 여자친구? 함 줘봐"


-"이 미칫나. 누나 니 안 나가나 빨리"


-"하늘같은 누나한테 동생새끼 입에서 미칫나가 뭐고 미칫나가. 딱 보니까 가시나네, 착해? 이뻐? 아 빨리 도봐!"


-"아 좀 꺼지라고. 나가라고 좀!"




보고싶다고,,하려했는데 갑자기 남매 싸움에 어쩔줄 몰라서 휴대폰만 쥐고 있었거든. 좀 실랑이가 이는가 싶더니 문 쾅,하고 닫히더라. 




-"미안타. 오랜만에 내려왔다고 누나야가 아주 괴롭혀 잡아 묵을라고 고사를 지낸다. 진짜,"


"아, ...아 아니에요"


-"뭔 말 하려 했는데"




목구멍까지 차올랐었는데 꿀떡 넘어가버린 거야. 안돼는데, 눈 질끈 감고서라도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다시 입안까지 차올랐는데 답답하게 튀어나오질 않아서 엄청 질질
끌었어. 진짜 답답하다, 나. 근데 선배는 한 마디도 안 하고 기다려주는거야. 미안했어.




"ㅂ,보고싶다고 하려 했는데..."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 인스티즈

-"그랬나"


"... ...사, ..아니, 좋...아한다고도,"




잠깐만 이건 시나리오에 없었잖아. 나 뭐라고 뱉은 거지 지금? 순간 입 턱 막았어. 지금 뭐라고 한 거야 나. 근데 반대편에서 아무 답도 없는 거야. 아, 괜히 했나. 완전 쫄아서 휴대폰도 덜덜 거리고 있었는데 선배 숨소리 들리더라고.




-"올라가서,"


"네?"


-"한 번만 더 해주라"




차분한 목소리가, 웬지 알았다고 답해야 할 거 같았어. 아니 내 의지였던 거 같아. 근데 할 수 있을까, 얼굴 보고.




*




"누나 니 괘안나"


"..어? 어"


"햄 봤나"




아니 아직. 그람 그 얘기도 아직이가. 응.
학교가려고 보니까 신발 있더라고, 근데 시간이 안 맞아서 보진 못했어. 대숲에 올라온 그 일도 아직 꺼내지 못했고. 그런데 하필 다음이 교양인 거야. 선배 분명 올텐데. 우선 자리에 앉아서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다 다시 한 번 그 글 들어가 내렸거든. 친구도 많고 여러 활동도 하니까 선배랑 친한 인연들이 다들 태그하고, 뜨문뜨문 선배 좋아하는 것 같은 사람들도 있더라 댓글에.




"안녕"




정말 놀랐어. 도둑질 하다 걸린 것도 아닌데 화들짝 놀라서 휴대폰 떨어뜨렸거든, 선배가 주워주긴 했는데.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놀란 거지. 괜히 눈도 못 마주치겠고,




"와, 뭔 일 있었나"


"..아뇨. 그게"


"야 박성진 휴대폰 불 안 났냐? 연락했어?"




별 일 아니라고 답하려는데 뒤에서 선배 끌어당기더라고. 동기들이, 아직 강의 시작하기까지 많이 남아서 그런지 다들 그 얘기가 돌더라. 익명으로 올린 그 애도 여기 있지 않을까. 교양이라고 했으니까. 사실 선배가 알고 있었는지 궁금했거든, 조용히 돌려서 선배 올려다 봤는데 표정이 하나도 없더라.




"무슨 연락을 하는데. 싫다"


"관심 없으니까 그거 지우든지 하라고"




좀 크게 얘기했어 선배가. ...화났나. 다들 왜 싫냐는 물음이었는데 선배는 그냥 고개 젓고 내 옆자리에 앉았어. 말 걸면 안 될까, 화난 거 같은데.
힐끔 바라봤다가 눈 마주칠까봐 금방 수그렸거든. 아쉽다는 동기들 반응에 끝까지 싫다고 하더라. 선배가 그렇게 강경하게 답해줘서 솔직히 고마웠어. 물론 나 때문에 힘든 연애를 하는 거 같았지만.




"미안타"




갑자기 선배가 그러는거야. 미안할 일 전혀 없는데, 그래서 고개 절레절레 정말 힘껏 저었거든? 선배가 머리 헤집더라. 선배가 미안할 일 한 개도 없는데, 말해줘야 하는데.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잖아. 다른 날보다 좀 차분하게 강의 시작했는데 선배가 꼼지락 내 손가락 걸고 강의 듣더라. 들킬까봐, 걱정보다 그냥 선배 손가락 꼭 쥐고 있었던게 좋았던 거 같아.




@@대학교 대나무숲


#442812번째
¶체육교육과 키 크고 잘생긴 선배ㅠㅠㅠ 여자친구 있나요, 저 정말 오래 좋아했거든요.
교양 때 처음 봤는데 처음으로 겉모습에 반했거든요. 한 번도 그런 적 없었는데, 과제 물어 봤을때 정말 떨렸는데 되게 친절하시게 알려주시구ㅠㅠ 캔커피 몇 번 드리고 싶었는데 매번 실패했어요. 몇 번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올려봅니다. 올해 복학하신 거 같아요..크리스마스 되기 전에 알고 싶어서ㅠㅠㅠㅠㅠ 익명으로 해주세요!ㅠㅠㅠ¶


박성진: 없는데 이런 거 올리지 마세요.




54.



"ㅇㅇ야"


"ㅇㅇ야, 더 잘래?"




오후 알바였는데 손님이 정말 휘몰아쳐서 정말 피곤했거든. 선배한테 왔다고 얘기도 못하고, 계단에서 잠들지 않은 게 다행이라 생각하려 했는데 왜 나 문 앞이지? 




"방에 들어가서 자자"


"...네에"




문 앞에서 그냥 잠들었나봐. 그럼 나 문 앞에서 가방도 메고 잠든 거 그대로 선배가 본 거야? 와. 너무 좋다, 어디 숨어버리고 싶다 진짜. 밤인건지, 창밖은 컴컴하더라고. 너무 잠결이라서 그냥 선배가 하는 말에 다 "네"라고 답했어. 그러니까 선배가 번쩍 안아서 방문 열고 침대 위에 내려줬어. 이불로 기어 들어가서 웅크리니까 선배 손이 조심히 내 머리 조금 들어서 베개 넣어주더라. 




"내려갈게"




눈도 못 뜨고 고개만 끄덕였어. 정말 졸렸거든, 그렇게 푹 잠드는가 했어.




"..엄마,"




싫어. 한참 괴롭히다 사라졌던 꿈, 온몸이 흥건하게 땀으로 젖어서 벌떡 일으켰어. 지독하게 고통만 주는 꿈. 다시 그 지옥 안에 나를 가둬버리려 하는 꿈. 너무 서러웠어, 사실 그렇게 일어나서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땀 닦아내다가 엉엉 울었어.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계속 떨어져 나가지 않아서, 잔뜩 겁 먹고 불 켜고 울었어.


불을 켜고 있어도 무서운 거야. 아무것도 나를 헤칠게 없는데, 소파에서 잠들어야 할 거 같아서 베개 들고 내려갔거든.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 인스티즈

"..어 깼나"




선배가 영화 보고 있었더라고. 목이 쉬어서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다시 올라가려 했는데 선배가 갑자기 일어나서 다가오는거야. 그 움직임에도 놀라서 베개 떨어뜨렸어. 그냥 모든 것에 다 긴장하고 있었거든, 나도 모르게.

잠깐 멈추는가 싶더니 선배가 조심스럽게 앞에 와서 무릎 굽히는 거야.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푹 숙인 얼굴만 살폈어. 선배가 망설이는 것 같았는데 손 쥐었어.




"다시 잘 수 있겠나"


"..."


"내 니 옆에 있어도 안 불편할까"




하나하나 물었어. 정말 조심스럽게. 근데 답답하게도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거야, 긴장해서. 그냥 손만 꼭 쥐었거든. 




"잘했다. 내 방에 있을래?"


"...네"




선배는 내가 떨어뜨린 베개 들고 방문 열어줬어. 엉거주춤 방에 서 있으니까 선배가 침대에 앉으라고 하더라. 솜이불 새 푹 앉았거든, 선배는 바닥에 마주 앉았어. 그리고 일부러 말을 아끼는 거 같았어. 또 악몽 꾼 거냐, 괜찮냐, 묻고 싶은 게 많았을텐데. 그냥 조용히 손만 쥐고 바라보더라고.




"..."


"응. 이리온나"




조금 있으니까 긴장이 확 풀려서 눈물 그렁그렁하게 찼어. 말없이 두 팔 벌리니까 선배가 금방 와서 껴안아줬어. 매번 이렇게 위로가 필요할 정도로 내가 아팠나. 가까이 선배가 있다는 거, 손 뻗은 곳에 있어 안심을 했던 거 같아. 




*




"...아"




얼마나 잤을까, 꽤 잤던 거 같은데. 폭신한 이불 위에서 깼어. 푹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기분도 개운하고, 근데 선배 어디갔지. 선배 방인데 어디갔지 싶어서 막 둘러보다가 침대 밑에서 옆으로 누워서 잠들어 있더라. 이불 한 장 안 덮고, 추웠을텐데. 그제서야 직감적으로 오른손이 선배 손에 쥐어있던 걸 알았어. 깊게 잠들었더라고, 근데 햇빛이 너무선배 얼굴 위로 내려앉아서 블라인드 치려고 손 뻗었단말이야.




"엄마,"




제가 잘못했어요. 백번이고 잘못했어요.
손 빼내면 깰까봐 억지로 몸 돌려서 내리려고 했는데 그대로 중심 같은 거 잡을새도 없이 굴러 떨어졌어.




"..끅"


"..."


"..그게,"


"안 다쳤나"




콧망울이 똑 부딪히고 너무 가까워서 크게 놀랬어. 뒷통수는 퍽 아렸고. 눈치 볼 새도 없이 선배 눈꺼풀이 부스스하게 뜨이는 거야. 아 결국 내가 깨워버렸어. 조금 졸리운지 아무 말 않고 그냥 바라보다가 잠긴 목소리로 묻더라. 긍정도 부정도 못하고 습관적으로 엄지 뜯으려는데 선배가 그 손 쥐고 손가락 대신 입맞춰줬어.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 인스티즈

"손톱 상한다"


"...네"




선배는 졸렸는지 나 바라보다가 금새 다시 잠들었어. 작게나마 숨소리만 들리는 거리에서 선배 앞머리 정리해줬거든. 그러니까 갑자기 긴 팔이 쑥 들이밀더니 이불 끌어내려서내 위에 덮어주더라. 푹 자서 개운하지만 더 잘래. 아무튼 잘래, 그냥.


햇빛이 강하길래 늦은 아침인줄 알았는데 일어나니까 그래도 10시 조금 넘었어. 나는 오늘 나갈 일이 없어서 몸 일으키는데 선배는 연습 때문에, 아쉽지만 그래도 같이 있었으니까. 선배는 먼저 일어나고 나는 이불 위에 앉아서 잠 깨고 있었는데 휴대폰이 울리는거야. 내 껀 내 방에 있었으니까, 선배 전화인 거 같은데. 선배 휴대폰이라 받지는 않고 어떡하지 하는 와중에 두 통이나 부재중으로 찍히는 거야. 그래서 휴대폰 들고 나와서 선배 찾았거든,




"..아, ㅇ, 어"




절대로 절대로 아무생각 없었어. 그냥 전화 계속 울리길래,,




"이리 도"




쉐이핑 크림 바르다 선배가 웃음 터진 거야. 선배 정말 미안해요, 어쩔 줄 몰라서 막 해명하려 했는데 선배가 너무 웃길래. 여기 좀 봐주세요 정말 의도치 않았다니까요. 진심으로.




"간다, 전화 쫌 그만해라"




아직도 웃음기 서려서 전화 끊고 미소가 남아있는데 나만 부끄러웠던 건지. 와 근데 이렇게 말해도 될까, 정말 면도하는 것도 멋있는 사람. 존잘. 아니 뭐래.




"해주,ㅁ"


"응?"




미쳤나봐. 생각이라고 훅훅 뱉어, 아니 생각도 안 했어. 아니 해주고 싶단 생각은 했는데 아 이불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 영영 안 나오고 싶다.




"해주겠다고?"




네, 아니요. 아니 네?
음란마귀 같은 거 없었어. 정말로, 지금 얼굴에서 불 나는 거 같아. 그래 까짓 거, 선배는 내 귀걸이도 걸어주는데. 못 할 건 없는데 나 상처내면 어떡하지?




"..흡"




숨은 참고, 숨은 왜 참았니 나. 손 부들부들 떨리니까 선배 고개 숙이고 웃더라. 원래 처음은 다 떨리고 다 엉성하고, 정말 상처내면 어떡하지?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 인스티즈

"내가 하까"


"아뇨, 아니.."




한 번 쥐었음 해야지. 떨어서 못해주면 이건 정말 등신이야. 내가 결단코 고개 저으니까 선배가 웃음 꾹 참아내더라. 부들거리면서 한 번 쓱 닦아내고 참았던 숨 뱉어냈어.




"푸읍,"


"미안타. 아,"




웃지마요. 웃으면 상처나요 진짜. 
개미가 걸어가는게 더 빨랐을 거야. 면도기 한 번 쥐고 닦아내는데 덜덜거리면서, 그래도 나중엔 뭔가 적응이라 해야 할까. 할 만해서 초집중하고 닦아냈거든. 이렇게 하는 거맞겠지? 그렇게 다 하곤, 잔뜩 어깨에 들어갔던 힘 풀리면서 내려놓았는데 문득 보니까 선배가 구부리고 있었던 거야. 아 뭔가 편하더니. 




"잘하네"


"..무릎, 아 저...힘들지 않, 아니 우선 닦아내고"




나 뭐라고 말했지? 엉성해서 미안하고 구부리고 있느라 허리도 무릎도 아팠을텐데. 한 번에 말하려니까 꼬여서 어버버했나봐. 그러니까 커다란 선배 손이 내 머리칼 헝클이라.




"내 씻을건데"




선배 정말 효율적으로 내보내시네요. 말 떨어지자마자 얼굴에 불 떨어져서 막 나갔거든, 넘어지지 말라고 뒤에서 웃는 소리 들리는데 아 지금이다. 이불킥.





55.




-"누나 니 어디고"


"도서관"


-"햄이 누나 찾는데, 누나 니 또 폰 꺼놨나. 암튼 동방으로 올 수 있나"


"응? 어 응, 거의 다 했어. 갈게"




휴대폰 꺼진 줄 몰랐지. 묵직한 가방 둘러매고 조용히 도서관 빠져나와서 그대로 동방으로 뛰었어. 문 열자마자 소파랑 스킨십 중인 도운이랑 옆으로 대화중인 선배 보이더라고. 대화 중이라 도운이 툭툭 쳐서 옆에 앉으려다 눈이 마주쳤거든, 은은하게 선배 입가에 미소 퍼지는게 급하게 뛰어와서 더 그럴까 쿵쿵 뛰더라.




"안녕하세요. ㅇㅇ가 안녕"


"어, 안녕"




수업 끝났는지 책 껴안고 정아도 들어오더라. 많이 가까워져서 이제 조금 편하게 인사할 수 있었어. 밥 먹었냐 묻길래 고개 끄덕였어.




"먹을래?"


"아, 고마워"




주머니에서 초콜릿 건네주더라. 그 사이로 손 뻗는 도운이 손은 퍽 때려서 내려두는데 정아가 가방 뒤적여서 사탕 꺼내서 선배한테 내밀더라고. 선배가 자주 먹는 그 사탕.




"이것만 선배 드시길래"


"잘 먹을게"




순간 움찔했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 했어. 초콜릿만 만지작거리다 주머니에 넣으려는데 선배가 톡톡 두드리는 거야.




"네?"


"이따 내랑 공연 보러 안 갈래?"


"공연이요?"




냉큼 고개 끄덕였지. 그러니까 소파랑 떨어질 줄 모르던 도운이가 나오더니 내 어깨 툭툭 치는거야. 이, 죽을래? 비키라고. 아, 비켜달라고. 선배 옆으로 자리 옮기니까 도운이가 내 자리에 또 담요 덮고 눕더라. 얜 집에 가서 좀 자지. 




"사람 좀 있을낀데 괘안나"


"어..괜찮을 거 같아요"


"두 사람 또 붙어있어- 진짜 뭐있지?"




선배가 조용히 물어보는데 금방 그 말에 딸꾹질 튀어나올뻔했어. -이따 다시 얘기하자. 나직하게 말하고 선배가 일어나더라, 이제 붙어있음 진짜 안돼겠어.  




"자꾸 있긴 뭐가 있는데. 없다니까"


"아 그럼 ㅇㅇ야 소개팅 할래? 내 친구가 너 예쁘다고 하던데"


"누가"


"누가요?"




선배랑 도운이랑 동시에 집중해서 나는 답도 못했어. 여론에 박차를 가할 거 같아서 도운이가 먼저 선수 쳐 말하더라.




"어떤 동태눈깔이 이 누나를 예쁘다꼬,"


"ㅇㅇ가? 야 그정돈 아니지"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 인스티즈

"맞는데요"




지금 도와주는 거 맞지? 은근히 신경 긁는 거 아니지 도운아? 장난스럽게 웃는데 나는 왜 한 대 때려주고 싶을까 도운아.




"여튼 생각해봐. ㅇㅇ가 정도면 예쁘지, 안 그래?"


"ㅇㅇ가 예쁘죠. 너 예뻐 ㅇㅇㅇ"




정아가 도운이 툭 치면서 내 편 들어주더라. 친구 된 것 같아서 조금, 기분 좋았어.




 *




-ㅇㅇ야, 나 할 말 있는데 04:32

-시간 돼? 04:33




"이쁘게도 하고 왔네"


"..아닌데"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 인스티즈

"이쁜데"




정말 급해서 머리도 풀어헤치고 왔는데, 선배 언제 저랑 시력검사 하러 한 번 가요.
공연장으로 내려가는데 계단 경사가 급해고 구두도 높아서 한 발씩 내려갔어. 혹시 접질릴까봐. 근데 선배가 조금 빠르게 내려가더니 양팔 벌리더라고. 그냥 나도 따라서 했는데 번쩍 안아서 내려주더라. 




"다치면 큰일난다"


"...안 무거우세요?"


"니?"




전혀. 
선배가 너무 당연스레 이야기 했어. 정말 안 무거울까. 그리고 들어갔는데 사람이 엄청 붐비더라고, 잘 따라가야 하는데 자꾸 치여서 좀 주춤대는 사이에 선배가 시야에서 없어진 거야. 발 뒷꿈치 올렸는데 턱없이 사람들 손만 보이고 인파에 밀렸거든.




"찾았다"




어어어 하고 밀려들던 순간에 손이 따뜻하게 잡히는 거야. 놀라지 않았냐고 물으면서 어깨 두르는데 그냥 고개 끄덕였어. 그리고 잠깐 품에 있었어, 떨려서.
선배랑 같이 본 건 밴드 공연이었어. 선배가 자주 잡는 통기타도, 일렉도 번갈아 들리면서 새삼 이런 곳도 있구나했어. 둥둥 울리는 음악이 정말 좋은데 한 가지 아쉬운점은 무대가 안 보였다는 점. 내심 올려다본다고 뒷꿈치를 올려봤는데 소용이 없더라.




"안 보이나"


"네? 아, 괜찮아요"




맨 뒤쪽이라 그럴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선배가 미안하다고 다음엔 좌석쪽으로 예매하겠다고 했어. 다음엔 내가 예매하고 놀래켜 줘야지. 그때 반절 넘게 채운 연습일지도 보여주고. 분위기가 신나기도 했고 좀 무섭긴 한데 관객들도 업된 분위기에 조금씩 빨려 들더라고. 그러다 선배랑 새삼 눈 마주쳤을때 나름 밝게 웃었어. 좋아서.




"다음에도 또 오자"


"계단 조심하고"




공연 끝나고 사람들 다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우리는 나갔어. 지하철 타려는데 그래도 사람이 다시 밀리니까 선배가 롱패딩 안으로 쏙 안아주더라. 덕분에 이리저리 치이지 않고 사람들이랑 불필요한 접촉도 피할 수 있었어.




"졸리제"


"아뇨.. 괜찮은데"


"고생 많았다 오늘"




사람도 많았고 겁 먹었을텐데 옆에서 즐거워해주고 웃어줘서 고맙다고 선배가 얘기 하더라. 그 얘기 해주는 선배 얼굴에 미소가 번져 있어서 괜시리 더 기분 좋고 아니 더 고맙고. 내 사소한 행동 하나에 선배가 웃는다는 거 아직 어색하지만 되게 고마운 일이었어. 

지하철역에서 나오는데 두번째 눈이 내리는 거야. 날이 꽁꽁 얼었긴 했는데 좀 더 선배랑 같이 있고 싶어서 집 앞 공원 벤치에 앉았어. 




"선배 있잖아요,"


"응"


"저번에 그 막 글 올라왔던 거.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저 진짜 괜찮아요. 제가 불편해서 비밀로 한 거고... 상처 안 받아요 저"




이렇게 길게 이야기 해 본 거 저번에 내가 선배한테 크게 실수했을때. 선배한테 가로등 밑에서 진심으로 이야기 한 날 이후로 처음이었던 거 같아. 내심 마음에 있었거든, 괜히
선배가 신경쓰는게. 




"...그리고 저 선배, 정말로"


"진짜..많이, ㅈ,좋아하거든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쥐어짜낸 거라 듣지 못했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어. 선배는 그렇게 조그맣게 그리고 엄청 느린 말 전부 조용히 내 눈 보면서 듣더라. 선배 눈 바라보면 말이 꿀떡 넘어갈 거 같아서 신발만 쳐다봤거든, 어떻게 말을 끝맺어야 하는 지 모르겠어서 그제야 선배 올려다 봤어.




"신경 안 쓸게"


"내는 너 믿는다, 그리고"




선배가 가까히 다가오길래 눈치껏 눈 감았거든, 근데 내 눈치는 다 쓸모 없는 거였어.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 인스티즈

"뭐 기대했나"




속눈썹에 붙은 티끌 떼어주실 거면 말 좀 하세요, 제발. 내 반응에 퍽 웃음 터진 선배 앞에서 진짜 부끄러워서 어디 쥐구멍 없나. 하. 




"..기대 안 했어요"


"맞나"



그러니까 선배가 나 빤히 바라보는 거야. 왜요, 이번엔 뭐지. 계속 선배 눈 보는거 괜히 부끄러워서 손 만지작 댔는데 그 손이 금방 선배의 큰 손이 덮히고 선배가 입 맞춰오는 거야. 절대 이걸 기대한 게 어, 음. 예쓰. 선배가 깍지로 바꿔 잡을 때 덜덜 떨었는데 선배가 웃음 터져서 내 어깨에 잠깐 고개 묻어 버렸어.




"아직 얼라네"


"네? 아니 ..저"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1 | 인스티즈

"집 가자"



모르겠어, 그냥 민망해서 고개만 엄청 주억거렸던 거 같아. 선배 손 꼭 잡고 집에 가는데 자꾸 선배 동기한테 전화가 오는지 휴대폰 확인 하는 거야. 선배는 그냥 거절 누르는데 연달아 오니까 내 머리 헝클이고 휴대폰 열었다.




"미안타. 잠깐만" 


"와 자꾸 전화하는데. 술 먹었음 곱게 드 가 자라"




선배 습관이 된 건지 내 머리 쓸어주면서 상대방한테 틱틱 답하다가 잠시 나 내려다 보는 거야. 응?




"..니가 쫌 데려다 주면 안 되나. 내 지금 가기 어려운데"


-"나 막차 이거 못 타면 네 집 간다. 아 빨리 윤도운 데리고 가줘. 제발"


-"햄! 오오랜만,"




선배가 한숨 푸욱 쉬더니 우선 끊어보라고 하고선 전화 끊었어. 




"..왜요?"


"아이다. 윤도운 아주 떡되가 지는 막차 때문에 못 데려다 준다고 하고, 니 데려다 주고 갈게"


"선배 두 번이나 움직여야 하잖아요. 어.. 같이 가요"


"아들이 장난끼가 심해가지고, ...알았다. 가자. 그리고 걔들 하는 말 하나도 듣지 마라, 다 쓸데 없다"




선배는 내 이마에 짧게 입 맞춰주고 걸었어. 응? 어, 응? 지금 뭐가 지나간 거야.
선배랑 같이 가니까 길가에 반쯤 누워계신 우리 도운이가 보이더라. 선배도 나도 도운이 보자마자 동시에 한숨 쉰 거야, 그래서 마주 보고 웃음 터져서 한참 웃었잖아. 근데,




"둘이 뭐야? 왜 손 잡고 있어?"




 ...이제 어떡하지?




-----------------


정말 오랜만입니다
갑을썰을 책으로 낼 수 있는 기회가 와 작업을 하느라 한동안 글을 쓸 기회가 없었습니다..ㅠㅠ 느린 속도일테지만 다시 달려보려 합니다. 짧은 분량 죄송합니다.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플챙유건 하시고
부자 되세요:)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작가님ㅠㅠㅠㅠㅠ 너무 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ㅠ 진짜 많이 기다렸습니다ㅠㅠㅠ 몸은 괜찮으시죠???ㅠㅠㅠㅠ 건강이 최고입니다아ㅠㅠㅠㅠㅠ 진짜 얼떨결에 성공하세요ㅠㅠㅠ❤️❤️❤️❤️❤️❤️🥰🥰🥰🥰
5년 전
독자2
작가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진짜 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3
헐 체교과라니ㅜㅜㅜㅜㅜㅜㅜ진짜 이번화도 최고,,,,,,,,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5년 전
독자4
악 작가님...체교과ㅠㅠㅠㅠㅠ진짜 이번화도 최고고 오랜만이에요ㅠㅠ
5년 전
독자5
헉헉헉헉헉어랖렁헉헉허거 ㅠㅠㅠㅠㅠㅠㅠ 자까님 진짜 완전 오랜만이레요 ㅠㅠㅠㅜㅜㅜ 분량 진짜 개개개개개개개많구요 저 스크롤 내리느라 힘들었으요 ㅠㅠㅠㅜㅜㅠㅠ 진짜 대박적니다... 갑을썰 책으로 볼 수 있는건가오 ㅠㅜㅜㅜㅜㅜㅠ 으엉앙 저 그냥 박을게요 ....... 엉엉
5년 전
독자7
정말 많이 기다렸어요ㅠㅠㅠㅠㅠㅠㅠ 오늘도 정말 잘 읽고 갑니다!!♥♥
5년 전
독자8
와 작가님 진짜 오랜만입니다ㅜㅜㅜ다시 정주행 할라고 들어왔는데 이렇게 올라와있을줄이야....
분량 실화인가요 사랑해요💕💕
이제 비밀연애 들키는건가요!! 다음편 기다리겠습니당ㅎㅎ

5년 전
독자9
보고싶었어요 작가니임💕
5년 전
독자10
헉 보고싶었어요 랑데부님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11
작가님 ㅠㅠㅠ너무 보고싶었어요ㅠㅠㅜ
5년 전
독자12
작가님..ㅠㅠㅠㅠㅠ와 이제 오셨어요ㅠㅠ 너무 기다렸어요ㅠㅠㅠㅠㅠ 이렇게 긴 글을 써주시다니ㅠㅠ 손 아프셨을 텐데ㅠㅠㅠ 오늘 완전 감정이입도 잘 되고 성진이가 너무 예쁘게 나와서 행복해요ㅠㅠㅠ 여주랑 꽃길 걷는데 자까지 기분이 너무너무너무 좋아지는??ㅠㅠ 이랗게 예쁜 글 써주셔서 항상 감사해요ㅠㅠ
5년 전
독자13
헐 작가님 기다리고 있었어요ㅠㅠㅠㅠㅠㅠ돌아오셔서 너무 행복해요ㅠㅠㅠㅠㅠㅠ아 진짜 성진이 너무 따숩다ㅠㅠㅠㅠ나도 성진이 같은 남자친구 있었음 좋겠네ㅠㅠㅠㅠ
5년 전
독자14
작가님❤❤❤❤ 아 오늘 광대가 내려올 생각을 안하네요ㅎㅎㅎㅎㅎ 제가 다 행복하고 너무 좋아요ㅠㅠㅠㅠ 갑을썰 책이라니요!! 꺄아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요 히힣 그리고 언제나 플챙유건입니다!!!!
5년 전
비회원110.159
작가님 오랜만이예요ㅠ 건강하시고 건강하셔야 합니다!@!!
성진아아아아ㅜㅠ 진짜 오늘도 달달 150907번이야♡♡
이대로 공개연애 가쟈아아아!!!!

5년 전
독자15
진짜 기다렸어요ㅠㅠ 오늘도 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5년 전
독자16
작가님 ㅠㅠㅠㅠ 오랜만입니다 ㅠㅠㅠㅠㅠ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분량 적응 안 됩니다 ,, 너무 좋다구요 ㅎㅅㅎ 완전 꼭꼭 씹어서 읽었습니다 !! 갑을썰 책으로 나온다구요 ?!!!? 기대돼요 ㅠㅠㅠ 오늘도 여주와 성진선배 모두 서로에게 포현하려 하는 모습이 예뻐요 하 이렇게 옆구리가 또 시리고 .. ㅋㅋㅋㅋㅋㅋ 잘 읽고 갑니당 작가님 요새 너무너무 추운데 건강 잘 챙기세용 ♥️♥️♥️
5년 전
독자17
세상에 작가님 너무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 갑을썰 책이라니요...? 헉 진짜ㅠㅠ 제가 무조건 사고 사고 또 살겁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건강은 잘 챙기고 계시는거지요 항상 감사하고.. 잘 보구 있어요ㅠㅠ 추운 날씨 따뜻하게 보내세요❤️
5년 전
독자18
작가님ㅜㅜㅜㅜㅜㅜㅜ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분량 실화입니까??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ㅠㅜ그리구 갑을썰 책이라뇨!!ㅠㅠㅠ 나오자 마자 사겠습니댜!!ㅠㅠㅠ 추운날씨 따뜻하게 보내시구욤ㅎㅎㅎ 다음화 기대하고 있을께요!!
5년 전
독자19
우와 넘 오랜만이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 헉 누가 봤나보다 어떡해
5년 전
독자20
작가님 어서오세요!!!오랜만에 만나니 더 반갑고 뭔가 남기고가신 인사너머 기분이 좋아보이는것같아서..(개인적인생각이지만)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네요=D 오랜만에 성진선배만나니까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책..책..책이라니!! 나오게되면 꼭 말씀해 주시기에요...!! 주중의 시작을 체교과와 함께해서 좀더 좋은하루가 될것같아요 눈도오고 날도추워지는데 항상 건강유의하시고 오늘하루도 따뜻한하루보내길 바라겠습니다 다음에 또 봬요♥♥♥
5년 전
독자21
아니 세상에 작가님 분량 무슨 일이에요ㅠㅠㅠ 스크롤 압박이 이렇게 기분 좋은거였나요ㅠㅠㅠㅠ 체교과를 이렇게 서프라이즈로 올려주시면 지나친 오예입니다. 와 대박 작가님 요즘 날씨 넘나 추워지는데 건강 잘 챙기세요. 저는 벌써 감기때매 휴지를 몸에 거의 부착하고 다닌답니다.... 엉엉 우리 데식이들 컴백두 얼마 얼마았는데 그때까지 저희 혐생 잘 견뎌내요ㅠㅠ 갑을썰을 책으로 내신다는거 진짜인가요ㅠㅠ 엉엉 혹시 해외배송 가능합니까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22
아니 작가님...ㄴ너무기다렸어요....너무재밌는데 너무 잘끊으셔따.........저또 기다리면 되는거죠?? 플챙유건 작가님~~~
5년 전
비회원160.250
아니 뭐라고요!??!????! 저 하고싶은말 진짜 많았는데 밑에 갑을썰 책 ???? 보고 다 까먹었러요 헐 !!!!!! 대박스 ,,,, 작가님 진짜 생각만큼 짱이시군여?!?! 아니.. 네.. 이거 꼭 따로 얘기해주시구,,
계속 보면서 둘이 비밀연애인거 넘 답답해서 언제 들켜 언제들켜 하는데 드디어!!!!! 아앜!!!! 근데 그와중에 서로 손잡고있던거 몰랐던게 너무 발리는
포인트인것입니다 ....... 하아 너무좋네요 세상 사람들 다 알아라!!!!!!! 작가님 플챙유건 하시구 다음화에서 뵈어용❣️❣️

5년 전
독자25
이게 어딜봐서 짧은 글 이에오.....체교과는 언제나 봐도 짜릿하고 몽글몽글 따뜻해요 비밀연애 들키구 당당하게 다니자 아가들ㅠㅠ
5년 전
독자26
작가님 ㅠㅠㅠ 너무 오랜만이에요 진짲ㄴ짜 기다렸어요,,❤️ 진짜 이 글이 제 최애글인데ㅜㅜㅜㅜ 다시 돌아와주셔서 감사해요 작가님 사랑합니다 ㅠㅠ ❤️
5년 전
독자27
ㅠㅠㅠㅜㅠ 작가님 진짜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적게 공부하고 성적 다 챙겨서 가세요휴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28
작가님 사랑합니다 ㅠㅠ 진짜 너무 설레요 ㅠㅠㅠ 예쁘고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5년 전
비회원6.11
안녕하세요 체육교육과 박성진 연재하실 때 쭉쭉 같이 달리던 비회원임다... 벌써 7번째 정주행해ㅛ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해 체교과 박성지뉴ㅠㅠ 사랑해요 작가님ㅠㅠㅠㅠㅠㅠ 아 맞다 작가 강영현도 사랑해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 너무 감사해요... 설레고 싶을 때마다 들어와서 이거 봐여... 삶의 낙... 감사합니다ㅠㅠ
4년 전
비회원223.164
작가님사랑해여유ㅠㅠㅠㅠ 박성진최고야ㅓㅇ아 ㅠㅠ이것도 책으로 보고싶어요 히히 작가님최고최고 ㅠㅜㅜㅜㅜ정독 5번
4년 전
독자29
작가님 요새 체교과 정주행 하고 있습니다ㅠㅠ 너무 재밌어요 엉엉ㅠㅠㅠ
4년 전
독자30
뒷북 대박이죠ㅠㅠㅠ 이거 왜 이렇게 재밌죠 오늘 갑자기 달렸더니 행복해 죽것어요ㅠㅠㅠ 사랑합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3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김남길[김남길] 아저씨1 나야나05.20 15:49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3 세라05.15 08:52
      
      
      
데이식스 [데이식스/데이식스] 아주 흔한 클리셰 1 이별 ver33 랑데부 11.12 00:32
[공지] 휴재공지17 랑데부 10.16 19:21
데이식스 [데이식스/강영현] 공군 강중위랑 연애하는 썰 3 (No Point!)24 랑데부 10.10 21:52
데이식스 [데이식스/강영현] 공군 강중위와 연애하는 썰 236 랑데부 10.09 22:02
데이식스 [데이식스/강영현] 공군 강중위랑 연애하는 썰 1 (No Point!)37 랑데부 10.06 22:09
데이식스 [데이식스/김원필/박제형] 수인 김원필과 박제형이랑 동거하는 썰 : 같이 살아요27 랑데부 10.01 19:30
데이식스 [데이식스/김원필] 어설픈 문학 下 (No Point!)10 랑데부 09.30 21:58
데이식스 [데이식스/김원필] 어설픈 문학 上 (No Point!)8 랑데부 09.30 21:04
데이식스 [데이식스/박성진] 체육교육과 박성진 짝사랑하는 썰 1036 랑데부 09.28 22:19
데이식스 [데이식스/데이식스] 추석 특집 spin off41 랑데부 09.25 22:03
데이식스 [데이식스/윤도운] 치대는 연하남과 철벽게임썰 327 랑데부 09.21 00:08
데이식스 [데이식스/윤도운] 치대는 연하남과 철벽게임썰 224 랑데부 09.19 00:03
데이식스 [데이식스/윤도운] 치대는 연하남과 철벽게임썰 125 랑데부 09.18 01:21
데이식스 [데이식스/강영현] 5년 사귄 전 애인 갑을로 재회하는 썰 fin59 랑데부 09.17 20:04
[데이식스/윤도운] 치대는 연하남과 철벽게임썰 (No Point!)34 랑데부 09.16 22:00
데이식스 [데이식스/강영현] 5년 사귄 전 애인 갑을로 재회하는 썰 1547 랑데부 09.16 01:08
데이식스 [데이식스/강영현] 5년 사귄 전 애인 갑을로 재회하는 썰 1436 랑데부 09.15 03:03
데이식스 [데이식스/강영현] 5년 사귄 전 애인 갑을로 재회하는 썰 1337 랑데부 09.14 15:42
데이식스 [데이식스/강영현] 5년 사귄 전 애인 갑을로 재회하는 썰 1256 랑데부 09.13 20:35
데이식스 [데이식스/강영현] 5년 사귄 전 애인 갑을로 다시 재회하는 썰 1138 랑데부 09.13 01:21
데이식스 [공지] 조금 쉬다 오겠습니다 + 갑을썰 11화 조각28 랑데부 09.11 22:22
데이식스 [데이식스/강영현] 5년 사귄 전 애인 갑을로 재회하는 썰 10 ver.영현 (No Point!)40 랑데부 09.11 00:15
데이식스 [데이식스/강영현] 5년 사귄 전 애인 갑을로 다시 재회하는 썰 9 여주ver47 랑데부 09.07 01:55
데이식스 [데이식스/강영현] 5년 사귄 전 애인 갑을로 다시 재회하는 썰 8 (No Point!)36 랑데부 09.05 22:11
데이식스 [데이식스/강영현] 5년 사귄 전 애인 갑을로 다시 재회하는 썰 742 랑데부 09.04 23:31
데이식스 [데이식스/강영현] 5년 전 사귄 애인 갑을로 재회하는 썰 644 랑데부 09.04 00:03
데이식스 [데이식스/강영현] 5년 전 사귄 전 애인 갑을로 재회하는 썰 5 (No Pont!)29 랑데부 09.02 04:32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