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이 있는 작품입니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 먼저 보고 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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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 첫 화는 아래 링크로 들어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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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그때 네가 고백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네가 찬란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네가 날 죽이지만 않았더라면,
우린 후회 없는 사랑을 할 수 있었을까..
#81 그냥 이런 저런
지훈님과 손을 잡고 걷고 있는 지금이 너무 낯설다. 이 거리는 저번에 석민이랑도 걸은 적 있는 거리인데 지훈님과 함께하니 또 남다르다. 그냥, 좋다..
"밥부터 먹을까?"
"어.. 전 좋은데, 지훈님은 밥 안 드시잖아요.."
"음, 먹으라면 먹을 순 있어."
"진짜요?"
"나도 예전엔 많이 먹었어."
"아, 그럼 전 좋아요."
벌써 새벽 1시인데, 인간들은 이 밤을 보내기가 아쉬운지 단체로 나와 왁자지껄 시끄러웠다. 술이라는 게 사람을 정말 인사불성으로 만들긴 하는지 몇몇의 인간들이 비틀거리며 가다가 내 어깨를 칠 뻔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뭐, 난 괜찮았다. 인간들에게 적대적인 감정 따위 없는 편이었고 오히려 난 친구덕분에 인간들에게 좋은 감정이 많았으니까. 근데, 지훈님은 아니신가보다.
"불편하면 말해."
"네?"
"인간들이 저러는 거, 불편하면 말하라고."
"어, 아뇨. 전 괜찮아요. 저번에 술 마셔보니까 알겠던데요. 일부러는 아니란 걸."
"어후, 내가 그때 생각만 하면. 이석민이 그때 뭐라면서 전화했는지 알아?"
"어, 전 몰라요."
"너가 소주를 먹더니 정신을 영 못 차린다고. 너 약 먹던 것도 있어서 난 큰일 난 줄 알고, 진짜.."
뭔가, 뭔가 기분이 좋다. 내가 모르는 지훈님은 내 걱정을 무척 하고 있었구나. 난 그런 것도 몰랐네.. 멀리도 돌아왔다. 90년 동안 뭐한 거지..?
"그날, 저도 너무 놀랐어요. 지훈님은 모르시겠지만 그날 지훈님이 하신 말에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어떤 말..?"
"네..? 아니, 그렇게 걱정하실 필요는.."
갑자기 세상이 무너진 듯 걱정을 하시면... 정말 별 거 아니었다고 덧 붙였으나 지훈님은 굳은 결심을 한 듯 재차 물었다.
"나 이제 진짜 말조심 하려고. 말해봐. 고치게."
"진짜, 정말 별 거 아닌데.. 그런 걸로 기분 상할 만 한 사이냐고.."
"아, 그거..."
"별 거 아니죠? 아.. 근데 그 때 정말 별 사이 아니라서 하신 말씀이에요?"
"그럴 리가. 너는 모르겠지만 난,"
급 말을 멈춘 지훈님이다. 의아해서 바라보니 입만 달싹일 뿐 별 다른 행동도 없으셨다. 궁금했으나 말 못할 사정이 있겠거니 싶었는데,
"난 너와 함께하던 모든 순간들이 귀했어."
한참만에야 지훈님이 꺼내신 말에 정말 지훈님의 다정함은 심장에 해롭구나 싶었다.
#82 처음
인간의 음식을 먹어도 된다고 허락은 받았으나 막상 먹으려니 뭔가, 걱정이 앞섰다. 잘만 치킨을 뜯어놓고 할 말은 아니었지만, 뭔가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생고기를 먹자니 지난번 석민이의 지갑이 빛처럼 거덜 나던 게 생각이 나 조금 꺼려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 혼자 고민을 하고 있는데 지훈님이 먼저 말씀하셨다.
"고기 먹을까?"
"네? 아, 음.."
"싫으면 다른 거? 너 해산물은 싫어하지?"
"네."
"아.. 지금 시간이 늦어서 연 곳도 없네."
벌써 새벽 2시나 됐으니 어쩌면 당연했다. 인간들은 잘 시간이니.. 음, 주변을 둘러보았다. 켜진 간판은 죄다 모텔이라 적혀있었다. 뭐하는 곳인지 알아보기 위해 자세히 보니 여자와 남자가 함께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오, 늦은 시간엔 저기서 다들 먹나보다.
"아님, 저기 갈까요?"
"...?!"
눈에 띄게 놀란 지훈님이 뻣뻣하게 날 돌아보았다. 곧 진심이냐고 물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음? 반응이 왜 이러시지...?
"연 곳이 없잖아요. 남녀가 함께 들어가는 거 보니까 분위기 좋은 곳인가 봐요."
"아냐, 아냐, 아냐. 그런 곳 아냐."
"네???"
아니라며 잔뜩 고개를 젓더니 바로 앞을 가리키며 저기로 가자고 하신다. 삼겹살..? 오, 맛있겠다. 지훈님은 눈썰미도 참 좋으시다. 이렇게 바로 발견하시고. 괜찮냐고 묻는 지훈님에게 고개를 끄덕이니 또 뻣뻣하게 움직이시는 게, 아무래도 나 때문에 일부러 가시는 거 같았다.
"싫으시면 안가도 돼요. 억지로 가실 필요 없어요."
"응? 지금 삼겹살 먹으러 가는 건데..?"
"네?"
"어?"
...? 이게 뭐지...? 도무지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서로 네? 어? 하다가 결국 웃음이 터져버렸다. 우와, 지훈님이랑 이렇게 웃으면서 대화하는 것도 처음이야.. 이렇게 감격스러운 일이.. 이 감격을 지훈님과 함께해야겠다.
"저희 웃으면서 대화하는 거 처음 같아요."
"아, 처음.. 좋네."
처음.. 저번에도 처음이란 말 되뇌던데, 지훈님은 항상 처음하시는 걸 좋아하나.
"처음 좋아하시나 봐요."
"네가 처음을 좋아하니까."
"네?"
"모든 게 처음이라 찬란했다고 했었잖아."
"아... 아...! 아, 그, 그게.."
"그러니까 나랑 많은 것을 처음 해보자."
히.. 다정하게 나보면서 웃는 지훈님 너무 좋아..
#83 평화로운 아침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늘 새벽의 기억이 재생되었다. 우와, 우리가 데이트라는 것을 하다니.. 매 순간이 놀랍고 감탄스럽다. 더 놀라운 건 생각보다 훨씬 지훈님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 이불을 끝까지 덮고 숨죽여 웃었다. 너무 행복해.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빨리 일어나서 지훈님 보러 나가야지.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대에 들려 머리를 매만진 뒤 깔끔하게 반묶음하고 밖으로 나갔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양손에 귤을 들고 대치하고 있는 석민이와 승관이었다.
"아 형이 좀 가주라고!!!!"
"내가 왜!!!!"
"아, 전원우형 싫다고!!!!"
"뭐야, 원우오빠가 왜 싫어.."
"아니, 누나, 그게 아니고.."
승관이가 뻘뻘대며 귤을 상자에 고이 내려놓았다. 곧 승관이는 원우오빠가 싫은 이유를 외기 시작했다.
"물론 누나 끔찍이 생각하는 원우형의 마음 씀씀이가 싫다는 게 아니라.. 맨날 놀리고 막 괴롭히고, 알잖아 그 형. 나 못 괴롭혀서 안달인 거."
"치.."
"...하하하 내가 너무 사랑하는 원우형 보러 가야겠네!"
누가 봐도 억지로 웃은 승관이는 석민이 손에 있던 귤을 채와 박스에 넣더니 박스테이프로 꽁꽁 싸맸다. 곧 한숨을 푹 내쉬며 귤이 든 박스를 들었고 나가기 직전 석민이를 향해 슬픈 눈을 해 보였지만 석민이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결국 '석민이형 멍충이!!!'라는 발언을 내뱉은 뒤 뒷말이 나올세라 재빠르게 나가버린 승관이였다. 석민이가 펄쩍 뛰었으나 금방 헤벌쭉 웃으며 휴대전화를 들었다.
"원우형이 승관이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치? 자랑해야지. 내가 승관이 보냈다고."
에휴.. 언제 철들까.. 동생이 저렇게나 싫어하는데.. 원우오빠랑 전화하는 석민이를 등지곤 부엌으로 향했다. 어딘지 휑한 부엌에 시간을 보니 윤엄마와 홍아빠의 출근시간이었다. 일찍 가셨나?
"석민아, 오빠들 갔어?"
"응? 아니. 신발은 있는, 어 여보세요? 워누형~"
의아해서 윤엄마의 방을 두드렸다. 엥? 인기척 나는데?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니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는 윤엄마가 보이는 거였다.
"엄마, 엄마. 출근시간인데요. 오늘 쉬어?"
나의 말에 윤엄마가 눈을 번쩍 떴다. 아, 깜짝이야. 곧 윤엄마는 협탁 위에 있던 시계를 확인했고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더니 상의부터 벗는 거였다. 으아..! 어쩌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누가 내 눈을 가렸다. 내 눈을 가리고 있는 그 손에서 익숙한 향이 코를 찔렀고 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애 보잖아."
"나 하의 벗을 거야! 데리고 나가!"
"아 진짜!"
결국 지훈님과 빠르게 돌아서서 나왔다. 헤헤, 지훈님이 내 눈 손으로 가리고 있다. 눈을 가리고 있던 지훈님 손을 더듬거리며 잡다가 거실 쪽에서 신이나 원우오빠랑 전화중인 석민이 목소리가 들려 그대로 팔을 내렸다. 비밀연애란.. 이런 거구나.. 조금 슬펐으나 윤엄마의 방문이 닫히는 소리에 내 눈에서 손이 떨어졌고 지훈님이 보였다. 누가 슬프다고 했지? 마냥 좋은데.
"좋은 아침이에요."
"응. 좋은 아침이야."
"윤정한!!!! 나 안 깨우고 지만 갔어!!!!!"
깜짝이야. 놀라서 옆을 보니 넥타이와 가방을 손에 든 채 부스스한 머리로 뛰쳐나오고 있는 홍아빠가 보였다. 곧 내 뒤, 그러니까 윤엄마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지훈님이 빠르게 날 끌어당겨서 다행히 똑같이 뛰쳐나오는 윤엄마와 부딪히는 것을 면했다.
"나도 지각이거든?!!!"
"실랑이 할 시간 없어!! 뛰어!!!"
윤엄마와 홍아빠가 바람과 같이 나갔다. 우와.. 무슨 일이야, 이게..
"치열하게 사시는 두 분께 박수를 드립니다. 아침 먹자~"
석민이는 아무렇지 않게 아침 먹자며 우리를 지나쳐 부엌으로 향했다. 우와.. 역대 최고의 아침이었다.
#84 걱정되는데..
시끄러웠던 아침과는 대비되게 평화로운 점심이 찾아왔다. 석민이는 졸립다며 소파에 길게 누운 채 눈을 감고 있었고 승관이는 아침부터 심부름을 했더니 다리가 아프다며 소파에 앉아 늘어져 앉아있다. 깊게 늘어져 천장을 보고 있던 승관이가 대뜸 상체를 세우더니 나에게 말했다.
"누나, 왜 원우 형이 날 괴롭히는지 알겠어."
"응? 왜?"
"인간 친구를 놀려보니까 알겠더라. 재밌어.. 나 어떡하지..? 나 원우 형이랑 같아지면 어떡해..?"
자는 줄 알았던 석민이가 크게 웃었다. 석민이의 호탕한 웃음소리 사이로 지훈님의 혀 차는 소리가 덤으로 들렸다. 그런 둘을 흘겨보던 승관이가 눈을 더 가늘게 뜨며 지훈님께 물었다.
"형은 웬일로 거실에 나와 있어?"
"그냥. 난 뭐 나와 있으면 안되냐?"
"아니~ 매일 안 그러다가 요즘 거실에서 자주 목격돼서 그렇지~"
"그 눈 안 치워?"
살벌하게도 말하는 지훈님이 무섭지도 않은 지 계속 가늘게 눈을 뜨던 승관이는 결국 낫을 꺼내드는 지훈님에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내 옆으로 피신했고 지훈님은 나를 보자마자 낫을 없앴다. 아, 저번에 친구 왔을 때 낫 무섭다고 한 거 때문에 그런가? 또 기분이 좋다. 아, 요즘 진짜 표정관리가 안 되네. 비실비실 웃고 있는 평화로운 와중에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엥? 지금 이 시간에 누가..? 고개를 돌려 현관문을 바라보니 윤엄마가 초췌한 모습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뭐야?"
"나, 비번이었어."
"뭐..?"
"오늘 쉬는 날이었다고...!"
울먹이며 하는 말에 석민이가 크게 터졌고 덩달아 승관이도 터졌다. 어... 우선 귀를 막았고 다음엔 지훈님을 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지훈님도 웃으며 귀를 막았고 그와 동시에 윤엄마의 큰 목소리가 들렸다.
"이것들이 형은 이렇게 힘든데 웃어?!!!"
자칫 잘못했으면 귀에서 피 나왔겠다 싶을 정도의 내지름이었다. 귀를 막아 나와 지훈님은 살았으나 석민이와 승관이는 무사하지 못했다. 귀가 먹먹하다며 입을 벌린 채 귀 부분을 툭툭 치는 둘을 뒤로하고 윤엄마가 흐물텅거리며 소파로 와 누웠다. 곧 더 흐물거리며 소파와 한 몸이 되기 시작했고 난 내 다리를 툭툭 치며 윤엄마가 편하게 누울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러나 윤엄마는 눕지 못했다. 막 울리는 폰에 눕다 만 애매한 자세로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후......"
"내가 받을까요?"
"아냐, 원우다."
웬일로 원우오빠가 전화를 다 했지? 드디어 놀러 올 건가? 윤엄마가 전화를 받기에 나도 슥 기대서 같이 들었다. 즐거운 내용을 기대하고 있던 나에게 들린 원우오빠의 말은 가히 청천벽력이었다.
'물꼬기야, 인간 쓰러졌어.'
"뭐?"
'마녀 짓 같거든? 걔 혹시 연락 될까? 아니, 일단 여기로 좀 와줘. 멍뭉이 보냈으니까 금방 도착할 거야.'
도대체.. 언니는 왜...
#85 어떤 삶
민규가 왔다. 들어오지는 않고 밖에서 초인종을 눌렀으며 그 소리에 윤엄마가 빠르게 나갔다. 아예 내 시야를 막아선 채 서있던 지훈님 덕분에 민규의 머리털도 보지 못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윤엄마가 가고 남겨진 우리는 마녀언니에 대해 처음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시작은 승관이었다.
"그분은.. 승철 아저씨한테 차여서 인간님 계속 죽이는 걸까?"
"아니."
"형은 뭐 알아..?"
"어."
짧은 대답으로 말을 끝낸 지훈님은 더 이상 말해줄 것 같지 않았다. 입을 꾹 다무는 통에 석민이든 승관이든 쉽사리 묻지 못했다. 누구하나 입을 열지 못하는 이때 지훈님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소문은 와전된 거고. 어디서부터 말해야하나.."
"일단 승철 아저씨랑 관계가 뭔데?"
"승철 아저씨는 왜 마녀분이 그 인간님을 죽일 걸 알면서 마녀분한테 찾아달라고 하는 거야?"
지훈님이 말해줄 것 같자 득달같이 물어보는 승관이와 석민이는 진짜 궁금해 미칠 것 같다는 어투였다. 공격적으로 물어보던 둘은 다시금 입을 닫는 지훈님을 보며 답답한 숨을 내쉬었고 지훈님은 그 이야기보단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셨다.
"내가 저번에 너한테 말한 적 있지? 눌러 담으라고."
"아, 어. 그랬지."
"그 이야기 사실 그 분께서 해주신 말이야. 죽고 싶으면 사랑을 해라, 권태가 왔을 땐 눌러 담아라."
"뭐야? 형이 죽고 싶었었다고?"
"아, 설마 그 물약?"
"뭐, 비슷하지. 근데 매번 죽고 싶다고 찾아가면 매번 같은 이유로 날 살려주셨어. 사랑을 하고 눌러 담으라고. 아, 최근에는 오해를 하라고도 말했었네."
"오해를 하라고? 그럼 산다고?"
"...생각해보니 그건 죽으라는 말이었네."
"잠깐, 최근이요??"
놀라서 되물으니 그게 물약 그때와 같은 날이라 했다. 아, 놀래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지훈님을 보니 싱긋 웃으며 날 안심시켰다. 전혀 안심이 안 되는데요..? 지금은 괜찮다는 거겠지..? 불안한 와중에 지훈님은 굳은 얼굴로 이어 말하셨다.
"그래서 난 그 분 편일 수밖에 없어. 내가 저승사자고 그쪽이 악마라서가 아니야. 그러므로 지극히 내 입장에서 말할 거니까 받아들이는 건 너네 마음이야."
"난 준비됐어."
"나도."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는 둘을 확인한 지훈님이 그렇게 진지할 필요는 없다면서 사뭇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셨다.
"그 분께서 사랑하던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를 저쪽 뱀파이어가 죽였다고 했어."
"엥?"
"물론 일부러는 아니었고, 서로 사랑했는데 그게 독이 됐지. 지금도 그쪽 뱀파이어는 그 인간 피 냄새에 환장하잖아."
"아 잠깐, 잠깐만. 그러니까 현재 그 집에 살고 있는 인간님 말하는 거지? 누나 친구, 맞아?"
"어. 걔야."
"엄청 얽혀있네..."
"아니, 근데 걔를 매번 죽인다고??"
"응. 근데 자세한 건 몰라. 그 아이가 저승에 가면 매번 나에게 부탁한다며 잘 돌봐주라 그러거든."
"그런 관계면서 왜 승철 아저씨는 그 인간님 찾는 걸 마녀분한테 맡기는 건데?"
"매번 뱀파이어가 손쓰기도 전에 그 분이 먼저 찾았으니까. 그러던 중에 지수형 납치되었을 때 가장 먼저 찾은 게 그 분이잖아. 그 능력만 보고 딜을 한 거지."
와, 진짜.. 그때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140년도 지난 일이니 이제야 무뎌진 거지만.. 그땐 진짜 홍아빠 어떻게 되는 줄 알고 매일을 잠 못 이루며 백방으로 찾아 나섰었다. 승철 아저씨가 정신없는 윤엄마 대신 마녀언니를 찾아가 부탁도 했었지. 우리가 7일을 잠도 설쳐가며 찾을 땐 실마리도 보이지 않았는데 마녀언니는 단 이틀 만에 홍아빠를 구해 우리에게로 데려왔었다. 인간들이 홍아빠 날개 때문에 어떻게든 해보려고 납치해 간 거라 그때는 인간을 싫어했던 것 같다. 아니, 증오했었지. 생각해보니 그때도 승철 아저씨랑 마녀언니가 싸웠었구나..
'그만하자 우리.'
'아니. 말 했잖아, 승철아. 사랑했었다고.'
'제발, 옛날로 돌아가자.'
'노력해봐. 난 변함없으니까.'
'너 진짜, 그만하라고 제발!'
난 승철 아저씨가 저렇게까지 심하게 말하는 거 처음 봐서.. 그리고 저 말은 누가 들어도 마녀언니가 승철 아저씨 짝사랑하는 걸로 알아듣지 않을까..? 항상 저런 식으로 싸워서 와전된 거구나.. 생각해보니 둘 다 누구를 지칭하는 말은 한 적이 없었다. 그 아이를 넣으면 누가 봐도 서로 죽자고 싸우는 말들이었는데..
"마녀님이 찾으면 알려준다고 덜컥 허락했어? 나 같으면 절대 안 해줄 것 같은데. 내 아이를 죽였다며."
석민이의 말에 승관이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를 표하며 지훈님을 보았다. 지훈님은 다소 심드렁하게 매우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사건 있고 나서 인간을 살리는 약 좀 만들어 달라고 구미호의 아홉 번째 꼬리를 가져와서 주더래."
"에이, 설마..."
"그래, 전원우 꼬리. 그게 마녀들 사이에선 지수형 깃털보다 훨씬 비싸. 그래서 일단 알겠다고 한 거지."
원우오빠는 꼬리가 잘린 그 고통 속에서도 나 하나 살리겠다고 죽어라 윤엄마에게 뛰어왔는데.. 승철 아저씨는 그 꼬리를 들고 친구를 살려달라고 마녀언니에게 찾아갔었구나.. 내 친구는 대단한 것 같다. 나도 내 친구가 죽는 것보다 내가 죽는 게 낫다고 판단해 민규 앞을 막아섰었고, 승철 아저씨든 마녀언니든 친구 때문에 죽었었지. 대체, 누굴 위한 삶인 건지 모르겠다. 서로 이렇게 힘든데..
***
오.. 오랜만입니다...!(머쓱
오늘 중요한 사담있어요. 바쁘신 분은 빨간색만 읽어주세요!^0^/
모텔 이야기에 허둥지둥 말을 돌리는 우리의 이저승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
귀여워 쥭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이야기로 마녀가 또 달라보이겠어요!
어쨌든 지훈이는 마녀에게 생명을 빚진 신세라서 마녀를 유독 포장했을지도 몰라요.
시즌 1에서는 철저히 승철이, 원우의 입장에서 들어보다가 시즌2에서 지훈이의 입장에서 들어보니 마녀가 또 달리 보이죠?
이제 시즌3가 되서 마녀의 입장에서 들어보면 또 어떻게 보일지..ㅎ
어느덧 끝을 향해가는 시즌2!!!!
아번에도 텍파가 없으면 섭섭하죠.
텍파엔 외전이 들어갑니다!
전 시즌 외전 처럼 짧은 조각들일 예정이구요, 암호닉인 분들만 드릴 예정입니다!
그리하여 다음 편인 18편이 올라올 때까지만 암호닉을 받고 마감을 하려 합니다.
암호닉의 특권을 즐겨보아요^0^/
*암호닉입니다*
[암호닉은 다시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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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 사진은 보나님께서 주셨습니다!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