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기 선배님, 이거 떨어뜨리셨는데. " 뒷 편에서 언뜻 들으면 딱딱하고 무심한 듯한 목소리가 택운의 발목을 붙들었다. 딱히 별 말은 아니었지만 자신을 붙잡는 목소리에 괜스레 심장이 덜컹하고 뛰기 시작했다. 무심한 듯한 목소리였지만 길바닥에 떨어진 물건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저렇게 목소리를 내어 자신을 불렀으리리 생각하니 더욱 심장이 빨리 뛰었다.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 목소리의 주인을 천천히 마주하였다. 햇빛에 눈이 부셔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하고 약간 눈을 찌푸린 채로 쳐다보았다.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그의 교복 셔츠 위에 있는 파란색 명찰 '이재환'. 아, 우리 학교 2학년이구나. 조금씩 고개를 올려다 보니 그의 붉은빛이 도는 갈색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저렇게 머리 카락을 세우려고 얼마나 낑낑 거렸을까, 하는 생각에 입가로 피식피식 바람이 새어나왔다. 조금씩 머리를 훑으며 그의 이목구비 뚜렷한 얼굴을 뜯어보았다. 아, 잘생겼다. 입을 벌린 채 그의 얼굴을 관찰하는데 그의 잘생긴 얼굴이 미간 때문에 구겨지자 나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왜 얼굴을 찌푸리고 그래. 네 잘생긴 얼굴 망치잖아. ' 탁 ' 재환의 커다란 손이 자신의 미간을 꾹꾹 눌러대는 택운의 손을 매몰차게 쳐 냈다. " 지금 뭐 합니까. " 그의 손에 의해 냉정하게 내쳐진 손이 괜히 쓰려와 손을 바짓단에 살살 쓸었다. 그리곤 재환의 물음에 답이라도 하는 듯이 손가락으로 재환의 미간을 가르켰다. 재환은 그런 택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침묵을 유지하며 택운의 대답을 기다렀다. " 네 미간, 찌푸려졌어. " " ...... " " 그것도 아주 못 생기게. " 재환은 뜬금없는 택운의 대답에 기가 차 웃음이 나왔다. 대체 나랑 무슨 사이라고 표정 걱정을 해주는 건지. 재환은 표정을 풀곤 억지스럽게 입꼬리를 올려 택운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 선배님, 이제 맘에 드십니까. " " ...... " " 그러면 이제, 선배님 열쇠 받아가실 마음 생기셨겠네요. " 재환은 손을 들어 손 안에 있는 열쇠를 꺼내 흔들어 보였다. 택운은 재환의 미소 띈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다 재환의 길다란 손가락에 걸려 흔들리고 있는 제 열쇠를 보며 자신의 열쇠를 넣어두었던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어, 열쇠 떨어뜨렸구나. 열쇠를 가져갈 생각이 없는지 멀뚱멀뚱 열쇠를 쳐다보기만 하는 택운에 답답함을 느낀 재환은 손을 뻗어 택운의 손을 제 쪽으로 가져가 열쇠를 쥐어주었다. " 열쇠, 칠칠맞게 흘리지 말고 꼭 챙기셨음 좋겠네요. " " 어? 어... " "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선배님. " 인사를 끝으로 저를 지나쳐가는 재환의 뒷모습을 보며 택운은 계속하여 재환의 이름을 읖조렸다. 재환이 시야에 사라진 후에도 택운은 그 자리, 그대로 재환의 온기가 남겨져 있는 열쇠를 꽉 쥐고 서있었다. 서있는 택운에게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가운데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뜨거운 햇볕아래 불어 온 서늘서늘한 바람은 택운에게 충분히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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