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얘들아 체육쌤이 비온다고 체육 할 사람은 강당으로 오래 "
"아뭐야 야 오세훈 강당가자"
"....강당?"
아씨 별로 안땡기는데 난 비오는 날은 딱 질색이다. 으 그 찝찝함
아무리 내가 체육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런 비오는 날은 절대 안돼지 죽어도 안해
"야 난 안할란다 비오잖아 "
"아 뭐야 "
"귀찮아 걍 잘래"
"미친 박찬열 가자 오세훈 넌이제 왕따 아웃임 안놀아줄꺼"
"즐"
종이 치고 교실을 둘러보니 나 빼고 전부다 체육을 하러 갔다.
나도 갈껄 갑자기 후회되네
창 밖을 보니 비가 요란하게 내리고 있다. 으 그래도 싫어
다리를 쭉 뻗어 기지개를 펴고 나른하게 책상에 엎드렸다.
"아 고러지고러지 바로 이거지 "
오 한번만에 자세가 딱 잡히다니 오늘은 운이 좀 좋네 혼자 실실대면서
넓은 교실에 있으려니 살짝 외롭긴 한데 조용하고 좋다.
빗소리도 좀 좋게 들리고 이제 잠만 자면 완벽하다. 빨리 잠들어라
그렇게 서서히 잠의 세계로 빠져들어갔다.
"오세훈"
...? 김종인인가 쪼잔한 놈 같이 체육안갔다고 삐져서 복수하러 왔나
"꺼져 김종인"
"......"
한 마디 하고 계속 엎드린 채로 있었더니 갑자기 조용해졌다.
김종인이 이럴 놈이 아닌데 뭔 꿍꿍이야
그제야 고개를 들었더니 내 옆자리엔 김종인이 아닌 전혀 뜻밖의 사람이 앉아있었다.
"루....한?"
"일어났네"
루한?루한?루한? 왜 루한? 루한이 왜 여기있지?
평소의 루한은 항상 어딘가가 아파서 양호실에 있거나 어쩌다 교실에 있는 다고 해도 죽은 사람처럼
조용히 지내는 스타일이라 친해지기는 커녕 올해들어서 말도 한 번도 안해봤는데,
이 당황스러움은 뭐지
"왜여기있어?"
"아..."
".....?"
"양호실에 있다가 온거야 다른 애들은 없네"
"체육하러 강당에 갔는데..."
갑자기 잠이 확 깬다.
내 옆자리에 앉아있는 루한이라니 거기다가 말까지 하고 있어
나중에 김종인이랑 박찬열 한테 말해줘야겠다.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인데
되게 사슴같다. 눈동자로 초롱초롱한게 물기를 한가득 머금은 거 같네
평소엔 안이랬던거 같은데 뭐 자세히 본 적도 없지만
"넌 왜 안갔어?"
"비와서 난 비오는 거 싫어하거든 "
"그렇구나..."
"어....근데 너 왜 갑자기..."
"응?"
"그니까 갑자기....왜...."
"너한테 말거냐고?"
"뭐 그런게 아니라 그냥 이렇게 말 많이 하는거 처음인거 같아서"
내 말에 루한이 싱긋 웃었다. 그 웃는 모습이 예뻤다.
같은 남자를 보고 예쁘다고 느끼다니 아무리 남고라도 그렇지 젠장
"다른애들은 말이야"
"....?"
"특별한 느낌이 없어 세훈아"
"뭐...뭔소리야"
"말그대로야 "
루한은 계속 내 눈 속을 들여다 봤다. 난 그시선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루한은
내 눈속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한 듯이 아까보다 더 활짝 웃었다.
그리곤 의자를 당겨 나에게 좀 더 다가왔다.
"세훈아"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참켰다. 누군가가 날 세훈아라고 부른게 도대체 얼마만이지?
심지어 엄마도 세훈아라고는 안하는데
어쨌건 루한의 입에서 나온 세훈아 라는 말은 꽤 자극적이였다.
"섹스해본적있어?"
"뭐?"
뒷말은 더 자극적이네.
도대체 뭘까 갑자기 말 걸고 하는 얘기가 섹스라니
당황스럽다. 그리고 부끄럽다. 해본적이 있어야지
내가 잘못들은 건가 싶어 루한을 쳐다보니 그렇게 진지할 수가 없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말을 하는데 왜 갑자기 또 예뻐보이는 건지
잠이 다 깬 줄 알았는데, 아직도 잠 이 덜깼구나 오세훈
"없....는데.."
"하하하하"
한번도 해본적 없다는 말이 그렇게 웃긴가.
뒤로 넘어갈 듯이 웃는 루한을 보고 있자니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졌다.
18살이 못해본게 정상아닌가? 아 그러고 보니 김종인이랑 박찬열은 해봤다고 한거 같기도 하고 이 자식들
"세훈아 넌 정말 특별해"
"뭐가 "
"내가 항상 찾아왔었어"
"뭘 찾아"
"세훈아"
루한의 얼굴이 점점 다가왔다. 끝까지 내 눈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말이 틀리지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싶어하는 눈빛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지금 이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피하면 되는데 다가오는 루한을 내가 고개만 돌려도 피할 수 있는데
왜 안돼지? 짧은 순간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다시 내가 루한의 두 눈을 바라보는 순간
루한의 두 눈은 감겼다. 그리고 루한의 작은 입술이 나의 입술로 다가왔다.
내가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루한의 혀는 능숙하게 나의 입속을 지나다녔다. 간간히 내 혀를 휘감기도 하면서.
난 온 몸에 힘이 빠져 그저 루한이 움직이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감긴 두 눈을 뜰 수도 없이 그저 그렇게.
루한이 움직이는 대로.
"세훈아 눈 떠봐"
"루한....."
루한의 말에 절대 뜰 수 없을 것 같았던 눈을 뜨고
이 말도 안돼는 상황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어쩌다가 이지경이 된거지
난 단지 비가 와서 강당에 가지않았을 뿐인데.
"딴 생각하지마 세훈아"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루한.."
"말했잖아 넌 특별해"
" 너 남자잖아 나도 남자잖아"
"그런건 너무 진부하잖아. 세훈아 "
내가 게이였던가. 분명 루한도 달릴거 다 달린 남잔데
왜? 남자랑 한 키스인데도 거부감이 안드는 건데
우리 둘 다 하던 짓을 멈추고 아니 정확히 루한이 하던 짓을 멈추고
가만히 서로를 바라봤다.
난 귀신에 홀린거야.
순식간에 이럴 순 없다.
띵동댕동
"루...."
"종쳤어 세훈아"
종소리가 들리자 마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엎드리는 루한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나왔다.
꿈을 꾼건가. 그렇게 얼떨떨해 있는 사이
반 아이들이 우루루들어왔다.
북적이는 아이들 틈에서 루한을 보려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지만 루한은 어디에도 있지않았다.
조심스레 루한의 자리로 다가갔다. 맨 구석자리,이곳에도 루한은 없었다.
다만, 루한이 남기고 간 메세지만 있을 뿐.
'방과후 양호실로 와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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