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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이 병실 밖으로 나왔다. 요즘 호전되고 있다는 준홍의 말을 믿어서였다. 병실을 옮기고 나니 왠지 더 그런 착각에 빠져든 기분이었다. 준홍 몰래 나온거라 대현은 사실 조마조마했다. 대현은 바로 옆 연구실인 용국의 병실에 몰래 들렀다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실망스러웠던 것인지 반대편으로 바로 뱡향을 바꾸었다.

 

'최 조교. 방용국 교수님 연구실이 어디죠?'
'아, 방 교수님이요? 401호요.'

 

대현은 그걸 외우려고 몇 번이고 또 외고 외웠는지 모른다. 대현은 그만큼 간절했다. 꿈에 나온 그 남자가, 자신의 예전 선생님과 같아서. 그것 뿐만이 아니라, 정말로 어디선가 봤던 것만 같은 착각과도 같은 아려옴이 느껴왔으니까. 대현은 방 하나하나를 다 둘러보다가 들킬 뻔도 했지만, 기어코 마지막 연구실까지 발을 들였다. 마지막 연구실의 문을 열었더니 여태까지와의 연구실과는 다르게도 자신의 병실처럼 침대가 놓여져 있었다. 대현은 안에 깨어있는 사람이 없는것을 확인하고는 침대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다가갈수록 그곳에 누워있는 사람이 보였다.

 

"……영재……?"

 

대현은 정말 천천히, 입을 떼었다. 침대에서 편안하게 자고 있는 사람이 영재였다. 대현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렸지만 영재는 기억했다. 일주일 정도 전에도 그를 창문 밖으로 우연히 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예전 선생님과 함께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잘 보이지 않던 웃음을 영재에게 한없이 보여줬었다. 대현은 그런 모습이 더 보일까 더 자주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보지 못했다. 왠진 모른다. 영재와 선생님이 마주보고 웃는 모습을 보는데 왜 그렇게 서글펐는지, 저 선생님과 영재가 어떤 관계였는지, 그리고 왜 자신이 창밖을 자꾸 내다보는지. 자꾸 알면서도 모른척하는 준홍과는 다르게 알려고 애를 써도 모르겠다. 대현은 멍하게 영재를 바라보았다. 다른 건 다 잊어도, 영재에 대한 기억들은 놀랍도록 또렷했다.

 

"……영재야."

 

이번에도 느렸다. 대현은 살며시 영재의 팔에 손을 데려다 링거바늘이 빼곡히 박힌 것을 보고 어깨에 손을 대고 흔들었다. 대현은 영재가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영재는 인상을 쓰다가 대현이 계속 흔들어대자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고 눈을 떴다. 그리고 대현과 눈이 마주쳤다.

 

"깼어?"

 

희한했다. 영재도 대현을 기억하고 있었다. 대현은 오랜만에 본 영재를 바라보며 가만히 있었고, 영재는 대현의 물음에 몇 초를 눈만 깜박이다가 대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영재는 그 후에 자신의 팔에 꼽힌 링거바늘들을 발견하고 인상을 썼다. 대현은 바로 눈치를 챈 건지 영재의 팔에 감겨진 붕대와 반창고들을 떼냈다. '아파?' 영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현은 단순히 포도당이겠거니, 하며 링거를 별 생각 없이 다 없앴다.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그래도 영재가 싫다는데. 대현은 원래 준홍의 말도 잘 안들었다.

 

"요즘 어때?"

 

대현이 영재의 침대에 걸터앉아 물었다. 하지만 영재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때 대현이 이상함을 느꼈다. 여태껏 영재가 입을 한번도 열지 않았다. 대현은 방을 둘러보던 시선을 영재에게로 바꾸었다. 영재는 아까부터 자신을 계속 바라보며 입을 움직였다. 다만 말을 못할 뿐이었다.

 

"……너,"

 

대현은 말문이 막혔다.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자신도 모르겠더라.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왜 말을 못하냐. 이것이었다. 사고 이후로 정신이 돌아왔을땐 '대현아,' '나 좋아.' 이 정도까지는 말할 수 있었던 영재였는데, 왜 지금은 소리조차도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입만 뻐끔거리고 있는건지. 대현은 무심코 '말 못해?' 라는, 어쩌면 크나큰 상처가 될지도 모르는 말을 할 뻔 했다. 대현은 아무 생각 없이 영재를 계속 바라보았다. 영재는 여전히 말을 하지 못했고, 한참이 지나도 말이 나오질 않으니 그냥 입을 꾹 다물고 자신을 쳐다보기만 했다. 대현은 영재의 눈을 마주보고 고개를 아주 천천히 저었다. 영재는 그런 대현을 바라보며 고개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두어 번 끄덕였다. 그냥 보는 사람이라면 뭐 저러냐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는 행동이었지만, 둘에게는 분명히 통하는 암호와도 같았다. 대현은 영재의 대답에 목이 메였다. 어쩌면, 너나 나나, 이렇게 기구한 팔자가 다 있나.

 

"괜찮아."

 

대현이 영재를 껴안았다. 얼마 전에 자신이 영재에게 느꼈던 질투 비슷한 감정을, 이젠 깨달을 수 있는 모를 감정을 알아챘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느낀 것에 대해 영재에게 몇 번이고 사죄했다. 다만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대현은 자신이 먼저 복잡한 감정에 참지 못한 눈물을 쏟아냈다. 대현이 우는 소리를 내자 영재도 따라 울어버렸다. 영재가 사고 이후 혼수상태에서 막 깨어났을 때와 같은 상황이었다. 다른 것이라면 둘 다 그때보다 더, 훨씬 안 좋아진 상태라는 것 정도. 영재가 소리내지 않고 울어도 대현은 다 알아차렸다. 유일한 기억에게 감사했다. 비록 그게 유일한 기억인건지는 자신도 알아채지 못하고, 점점 지능도 떨어져가지만, 대현은 영재에게 한없이 고마웠다.

 

"영재야……미안해, 내가. 미안해……."

 

오열하듯 울음처럼 뱉어낸 말이었다. 영재는 안은 상태에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겨우 한두살밖에 되지 않는 지능상태의 아이의 말이, 오직 대현의 귀에만 들려 그를 위로했다. 그게 대현을 더 자극하게 만들어 버렸지만 말이다.


 

 


사실 대현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지금은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는지조차 모르지만 사랑했을 당시에는 그 누구보다도 그 사람을 사랑했었다. 왜, 생각만 해도 설레고 눈만 살짝 마주쳐도 심장이 미친듯이 뛴다는 말이 있잖는가. 대현은 삼류소설에나 나올법한 그런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사랑했다. 원체 머리가 좋아 강의시간에는 강의 내용을 들으면서 그사람을 생각해댔다. 영재는 그런 대현에게 태클을 걸며 왜 그러냐고 진지하게 물어오기도 했다. 대현은 어째 힘찬에게도 영재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특히 영재에게는 더더욱 숨겼다. 그사람이 용국이었으니까.

단순한 관심에서 그칠 줄 알았던 것은 오산이었다. 오히려 강의를 들을수록 머릿속에서 그가 나올 생각을 하질 않았고 떠오르면 그 자상한 말투, 그 따뜻한 웃음, 그사람에게 어쩌면 있을 단점도 모두 장점으로 탈바꿈해갔다. 마주칠때마다 느꼈다. 제 친구가 왜 그사람에게 빠졌는지, 너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방식이 잘못된 것이라면 잘못된 것이리라, 대현은 영재를 생각하면 왠지모를 죄책감이 자신을 휘감았고, 용국을 생각하면 그것들이 사라져 그에 대한 마음만이 자꾸 부풀어올랐다. 영재는 그 이후로 자신에게 용국의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았다. 자신이 용국을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채서가 아니라, 그가 원래 그랬다. 대현은 그것이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어 항상 약간씩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대현은 마음을 일찍이 접을수밖에 없게 되어버렸다.

 

"나, 용국이형이랑……"

 

잠깐만. 대현은 영재의 말을 강제로 끊고 바쁘니 먼저 가겠다고 했다. 대현은 모두 눈치채고 있었다. 이미 각오하고 있었고, 또 그런 일이 있어도 괜찮을거라고 몇번이고 스스로에게 암시를 했건만 막상 영재와의 대화자리에서 나와버리니 눈물부터 얼굴선을 타고 흘러버렸다. 마음을 접을거라고 다짐한것은 바로 그날이었음에도, 접을래야 접을 수가 없었다. 항상 무의식적으로 떠올랐고, 반사적으로 그에 대한것부터 생각했는데 그 버릇을 단번에 바꾼다는건 말도 안 되었다. 대현은 당시 신경학을 공부하고 있었고, 용국 역시도 그랬기에 둘이 우연히 마주칠 상황은 수십번이고 더 있었다. 대현은 미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도대체 뭐 부터가 잘못이었을까, 대현은 하나하나 되짚어보아도 이 상황까지 온 것은 모두 어쩔 수 없는 것들이었다. 간단히 말해, 운명적이었다고, 대현은 그렇게 믿었다.

 

"헤어졌어."

 

얼마 후에 영재가 제 입으로 뱉은 말이었다. 그의 표정에는 그 어떠한 감정도 내포되어 있지 않았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표정. 대현은 이유를 물어 보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영재의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영재는 무심코, 그 사람이 자신에게 더이상 사랑을 줄 수도 없을것이고, 바쁘다는 핑계가 아닌 사실로 인해 너와의 만남이 약속되지 않을 것이다, 라고 했다는 사실을 말했다. 영재는 용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 그를 놓아주었지만, 대현은 그 이유가 몹시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내게 사랑을 주기 힘들어도, 만남이 약속되지 않아도, 난 괜찮은데. 영재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순간적으로 영재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가진 사람은 가지지 못한 사람의 마음을 전혀 모른다는 걸, 이렇게 와닿을정도로 깨닫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놔 준거야?"
"어. 나 안 사랑한다잖아."

 

그 말을 하는 영재의 표정은 여전히 무덤덤했다. 대현은 이 자리에서 화라도 내고 싶었다. 그렇게 쉽게 놓아줄거면 왜 처음부터 만났냐, 그 사람을 사랑한건 맞냐. 따져봤자 자신은 제 3자에 불과한데 그런 생각들은 항상 깨끗히 정리되어있던 대현의 머릿속을 헤집어놓았다.

 

"나 먼저 간다."
"벌써?"
"이십분 후에 강의 있어서."

 

너 오늘 강의 더 없잖아. 영재가 그 말을 뱉기도 전에 대현은 둘이 있었던 카페에서 나와 영재원을 향해 걸었다. 영재는 무언가 이상해 대현을 따라 갔지만 대현은 자신을 상대조차 하질 않았다. 결국 영재는 대현을 끝까지 쫓지 않고 중간에 멈췄다. '병신아, 갱년기냐? 기분 풀어.' 영재는 평소처럼 문자 메시지를 남기고 자신 역시 영재원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영재도 역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대현의 기분이 더 좋지 않아보여 기분이 안 좋은 모습을 더 보이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 뭐야."

 

대현은 영재원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그 문자를 발견했다. 영재가 자신을 위로한답시고 보낸 문자겠지만 지금은 기분이 전혀 좋지 않은데다가 이유가 영재였으므로 그 문자를 보고도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대현은 평소같으면 도서관에라도 들어가 책을 몇권이고 책꽂이에서 뽑아 읽어댔겠지만 오늘은 그것도 내킬 리가 없었다. 그는 기숙사에 들어가 바로 제 침대에 누웠다. 시간까지 철저하게 확인하고는 바로 잠에 들었다. 자연적으로 잠에 든 것은 아니었다. 평소에도 불면증이 심해 힘찬이 처방해준 수면제를 위험할 줄 알면서도 평소보다 더 입에 넣고는 침대에 누웠다. 평소에는 알람을 맞춰 놓았던 핸드폰은 꺼 놓은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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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ㅛㅠㅠㅠㅠ죠아요 ㅠㅠㅠ
11년 전
DF
감사합니다ㅠㅠㅠ
11년 전
독자2
내뽀뽀를받아요 암닉뽀뽀할래요 ㅠㅠ
11년 전
DF
네 기억할게요!
11년 전
독자3
하....진짜....너무...금손이세요...이제꼬이네요...빵좋아하고 영재좋아하고...b''d
11년 전
DF
암닉 진짜귀여워ㅋㅋㅋㅋ 고마워요!ㅠㅠㅠ
11년 전
독자4
빵친....ㅎ얽히고 설키고...흐흫ㅎㅎ징짜 좋네여
11년 전
DF
저도 빵친님 좋아요...ㅠㅠㅠ
11년 전
독자5
어머 고백 받은건가여(수줍)
11년 전
독자6
미더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영재 아 성대 아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7
양말이에요!으어..ㅠㅠㅠㅠ이번에도정말잘보고갑니다ㅠㅠㅠㅜ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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