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설레는 마음으로 입학 한 지도 한 학기.
19년의 솔로 생활을 청산하고 드디어 청춘을 꽃피우겠구나 생각했는데
안될 안. ASKY.이라고. 남자라고는 군대 다녀와서 그냥 여자라면 좋아하는 복학생 오빠들이나
어장 관리하시는 몇몇 분들뿐이고. 마음에 든다 하면 이미 곰인 척하는 여우들한테 뺏긴지 오래.
쏟아지는 과제들과 더 빡빡한 인간관계, 학점 관리에 미칠 것 같지만 그래도 즐겁게 학교를 다니는 이유는
우리 학교 여자들이 아주 미친다는 그 네 사람 중에 두 사람이 우리 학과라는 점
루 한, 김민석
한 명은 중국 교환학생이고 한 사람은 우리 학교 남자 소희라고 불리는 차도남인데
둘이 사귄다는 소문이 캠퍼스 안에는 암암리에 돌고 있다. 물론 꺄악 꺄악 거리는 여자들의 상상력이 불러온 소문이지만
난 봤다. 둘이 키스하는 걸
물론 일부러 보려던 게 전혀 아니었다. 그저 교수님의 심부름으로 싹퉁 바가지 없는 조교실에 자료를 가져다 주러 발걸음을 하고 있는데
살짝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나 하고 강의실을 봤을 뿐이다. 근데 웬 두 사람이 매우 가깝게 붙어 있길래
개념 없다며 혀를 차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분명 둘 다 남자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니 머릿속에 울리는 대박 사건이라는 단어와 두근거리는 심장을 붙잡고 문에 붙어서 몰래 살피는데
뒤통수가 낫 익다. 산들바람 때문에 살짝 휘날리고 있는 저 갈색 머리 뒤통수는 분명...
루, 루한 선배
다른 한 사람은 루한 선배보다 작은지 잘 안 보이지만 저 덩치 차이면 민석 선배가 분명하다
둘이 사귄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그게 진짜 리얼이었을 줄이야.. 근데 들키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흥분해선 점점 진해지는
두 사람의 스킨십에 얼굴을 붉히면서 눈을 떼고 걸음을 옮기려는데
"여기서 뭐 해?"
소리 없이 뒤에 서있던 학생회장 선배 때문에 없던 애가 떨어질뻔했다
소리를 크게 지를뻔했던 입을 꾹 막고 도리질을 치니까 궁금했는지 강의실을 기웃 기웃 바라본다
"아, 아니요! 전 아무것도"
뭔가 둘을 지켜줘야 할 것 같아서 강의실 문을 필사적으로 가리며 변명하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는 바람에 그대로 뒤로 발라당 자빠졌다. 젠장
"어? 넌 왜 여깄냐. 준면아, 안녕?"
갑자기 문을 벌컥 열어 재낀 루한 선배는 약간 놀란 눈으로 날 보다가 준면 선배한테 인사한다
그러곤 둘은 넘어져 있는 나의 존재를 잊은 양 서로 낄낄 웃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서러워서
일어나려고 주섬주섬 거리는데 갑자기 누군가 쑥 나를 일으키길래 쳐다보니 어느새 단정하게 옷을 입고 있는 민석 선배다
"넌 애를 넘어트렸으면 일으켜줘야지"
"아, 맞다"
"근데 너 왜 여깄어? 지금 신입생 강의 시간 아니야?"
헐. 오마이 갓
그제야 키스에 한눈 팔려서 잊고 있던 심부름이 생각이 나서 대충 인사를 하고 조교실로 달려갔다
그러고 늦게 가서 교수님께 된통 깨졌지만 다들 심증만 가지고 있는 소문은 나는 물증까지 잡게 되었다
선배들이랑 같은 강의를 듣는데 눈이 마주치니 자기들끼리 소곤소곤 거린다. 혹여 내가 봤을까 봐 불안해하는 건가
걱정 마요... 흐흐 내가 지켜줄게요
-
"쟤 가끔 우리 볼 때 변태처럼 웃는 것 같아"
루한이가 부르르 떨면서 나에게 속삭이는 걸 듣다가 신입생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뭘 본 건지 알겠다
으스스 돋는 닭살에 팔을 쓸어내리니 '빠오즈 추워?'하면서 껴안으려고 한다
이 미친놈
사람 많을 때는 티 내지 말라니까.
근데 저 여자애.. 어디서 많이 봤는데?
내가 눈을 못 때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니까 빠오즈가 대 놓고 바람을 피네 어쩌네 하는 루한의 발을 즈려 밟아주니 조용해진다
"그, 있잖아. 준면이 만난 날 있던 애"
"아, 맞네 설마..."
들킨 거 아닐까? 순간 스쳐가는 불안한 생각에 입술을 꾹 깨무니까 차가운 손가락이 입술을 매만진다
작게 입모양으로 '그러지 마' 하곤 살짝 웃으며 손가락을 때는 루한을 보니 웃음은 낫지만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괜찮아, 꼬투리 잡으려면 벌써 잡았겠지"
"그런가..? 그래서 내가 조심하라고 했잖아"
그날 12시간이나 못 봤다며 강의실인데도 앞뒤 안 가리고 짐승처럼 달려드는 루한에 진땀을 뺏었다.
겨우 12시간을 과제 때문에 때어 놓은 건데 만나자마자 강의실로 끌고가 키스를 하더니 옷을 벗기려는 루한에 정강이를 뻥 차자마자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하마터면 심장이 무너질뻔했다. 다행히 한 명은 준면이 였지만 다른 한 명은 신입생 여자아이였다
"봤어도, 뭐 어쩔 수 없지"
"후, 바보야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야. 아직까지는 다들 보수적…."
"괜찮아, 빠오즈. 쟤가 입만 뻥끗하려고 하면 내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놓을게"
제발 그렇게 천사같이 웃으면서 살벌한 소리 하지 말아줄래. 소름 돋거든?
루한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그 여자아이를 보니 우리가 붙어 있는 걸 보고 소리만 안 지를 뿐이지 좋아 죽으려고 그런다
그 모습을 보니 내심 안심이 돼서 아까부터 즐겁게 파 뭍을 계획을 짜고 있는 (...) 루한을 달래서 옆자리에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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