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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카디] 멍청이 김종인 | 인스티즈

 

멍청이 김종인 

 

w.유닌 

 

 

 

 

[아, 또 놔두고갔냐? 미안. 가지러갈게.] 

"아냐, 내가 내일 줄게." 

[내가 가지러가면 되는데.] 

"됐어, 내일보자." 

 

야! 야! 도경수! ..끊었나? ...야! 

 

전화기 너머 들리는 김종인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나는 빨간색 종료버튼을 마구 눌러댔다. 꺼져라! 에잇!  

 

 

요즘 김종인은 이상했다. 정신머리를 어디다두고사는건지 지 물건을 우리반, 그것도 내 책상위에 두고가거나 아님, 우리집에 놀러와선 놓고가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다시 와서 자기가 손수 찾아가느냐? 아니! 절대! 네버! 내가 전화를 하던, 문자를 하던, 하다못해 손수 가져다주고나서야 자기가 잃어버렸단 사실을 깨닫는 그 멍청이때문에 고생하는건 김종인 손발이아니라 도경수, 바로 내 손발이었다. 

방금도 노트 좀 빌린다며 학교 끝나자마자 나보다 앞서 우리집에 도착한주제에 두시간동안 컴퓨터만 해대다가 (승급했다고 지랄 난리를 부리더니) 노트는 커녕 지 필통도 놓고간 멍청이 김종인이었다. 내가 이걸 친구라고 내 19년 인생 반을 함께 보냈다니, 열어봐도 쓸만한건 하나도 보이지않는 김종인의 필통을 보며 얘 머릿속엔 도대체 뭐가 들었을까 나는 그렇게 한참을 상념에 빠졌다. 

 

 

"저기, 김종인 좀." 

 

다음날, 등교하자마자 김종인네 반으로 향한 나는 아침 댓바람부터 책상에 엎드려 쳐자고있는 녀석을 발견하곤 나름 안면이있는 녀석의 반애에게 김종인 좀 불러달라 부탁했다. 김종인네 착한 반친구는 알았다며 세상모르게 자고있는 녀석을 흔들어 깨웠고 온갖 더러운 인상을 다쓰며 일어난 녀석은 한참을 특유의 나른한 표정으로 두리번두리번 거리더니 날 발견하곤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 도경수! 땡큐!" 

"됐고, 자. 니 필통이랑 빌려달라던 노트." 

"역시! 우리 경수 필기는 깔끔해서 좋단말야-" 

 

능글맞게 웃으며 필통과 노트를 넘겨받은 녀석은 아무것도 들지않은 한 손으로 내 앞머리를 흐트러트리고 자연스레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가자, 반에 데려다줄게." 

"됐거든." 

"에이- 또 왜 튕기실까 도씨- 갑시다!" 

 

이 능구렁이 같은 녀석을 어찌 처리해야 잘 죽였다 소문이 날까.  

 

저를 보는 내 눈빛의 의미가 뭔지 알기는 하는지 그저 좋다고 실실웃는 녀석이 괜히 얄미워 잡힌 어깨에 있는 손을 떨쳐내고 먼저 빨리 걸어나가버렸다. 

 

"야! 도경수! 같이가!! 데려다준다니까? 야!!!" 

 

 

어, 비온다. 그러게, 왠 비야. 아씨, 우산없는데! 

 

담임선생님의 종례가 끝난후, 오늘은 독서실가서 공부해야지, 라는 내 다짐을 비웃듯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옆에 서있던 애들이 하나 둘씩 빗속으로 뛰어들고 나도 어쩔수없이 가방이나 뒤집어 쓰고 가야겠다라는 맘으로 막 교문 밖으로 걸음을 옮기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집까지 데려다줄게." 

"…김종인?" 

"역시 이 형아의 준비성 하나는 끝내주지않냐? 어제 열심히 예쁜 누나들 일기예보를 시청한 보람이 있다니까.” 

 

가자, 안가고 뭐하냐? 

 

그렇게 우연인지 뭔지 딱 마주친 김종인 덕분에 나는 매서운 비를 피하며 집으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내내 나는 비 한방울 맞지않은 반면, 김종인의 어깨는 눈에 띄게 빗물에 푹- 젖어있었다.  

 

"야, 도경수." 

"왜." 

"나 잠깐 너희집 화장실 좀 쓰고 가도 되냐?" 

"…으이그, 알아서해. 멍청아." 

 

그렇게 무사히 집에 도착했으나 화장실 좀 빌리자는 녀석의 말에 얼떨결에 녀석도 우리집에 함께 들어왔다. 그래, 뭐 여기 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멍청이같은게 

 

"도경수! 나 간다!" 

"그래. 내일보자-" 

 

그 빗속을 뚫고 우리집에 도착했다는걸 까먹었는지 지 우산을 우리집에 두고 갔다는 것이었다. 나는 당연히 녀석이 우산을 들고갔겠거니 했는데 나중에 집에 들어오신 어머니께서 이 우산은 누구꺼냐며 물어왔을때 그제서야 그 멍청이 같은게 두고갔다는 걸 알게되었다. 

 

"야! 김종인! 멍청아!" 

[…왜 또 소리는 지르신데요. 뭐가 불만이십니까 도경수씨, 전화하시자마자-] 

"너! 우산!" 

[아… 그래, 나 또 두고갔지? 미안하다.] 

"그건 미안해할게 아니잖아! 너 왜 멍청하게 그 비를 다 맞고가냐고!" 

[아, 일층 도착하고 두고나온거 알아서 귀찮아서 그냥 왔어. 비 별로 안오더라. 괜찮아-] 

"으이씨...멍청한게..." 

[난 괜찮으니까 내일 내가 반으로 찾으러 갈게. 부탁 좀 하자.] 

"몰라! 멍청아!" 

 

멍청한 김종인 때문에 내가 더 답답해져 괜히 녀석에게 심술 부리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멍청이, 멍청이 김종인. …김종인은 멍청이이다. 

 

 

"도경수 왔네!" 

"멍청아, 자- 니 우산."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본건 내 책상위에 엎드려있는 김종인. 손에 들고있던 우산으로 녀석을 쿡쿡 찌르자 고개만 들어 위로 나를 올려다보더니 씩 웃으며 내 이름을 부르는 김종인이었다. 건넨 우산을 받은 녀석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어제처럼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착한 경수- 고맙다." 

 

그런데 이상하게 녀석의 목소리가 평상시와 다른것 같았다. 아니 달랐다. 잔기침도 하고 걸걸한게 마치 감기라도 걸린양...? 

 

"야, 김종인." 

"왜?" 

"너…감기걸렸지?" 

"…귀신이네." 

 

멍청이, 역시 멍청이다 김종인은. 감기걸렸냐는 내말에 멋쩍게 웃으며 내 눈을 피하는 녀석이 왜이렇게 못나보이는지. 내 기분을 풀어주려 실실웃는 녀석의 얼굴을 밀어버리고 괜히 가방만 뒤적거렸다. 

 

"도경수." 

"왜." 

"경수야-" 

"…왜." 

 

학교 끝나고 병원 같이가자. 

 

몰라 이자식아. 그 덩치에 답지않게 애교를 부리며 말하는 녀석을 우리반 밖으로 밀어내 버린 나는 아직도 날 보며 싱긋싱긋 웃고있는 김종인에게 있는힘껏 엿을 날려주며 내 자리에 돌아왔다. 멍청이. 

 

 

"식후 30분. 아침, 점심, 저녁. 알죠? 삼일분 챙겨드렸으니까 챙겨드세요." 

"네-" 

 

대답은 잘해요. 약을 받고 싱글벙글해가지고 나한테 걸어오는 녀석을 힐끗쳐다보곤 밖으로 나갔다. 같이 가자며 쫓아오는 녀석을 무시하며 내 갈길을 가려했지만 금새 긴다리로 휘적휘적 따라와 어깨동무를 하는 김종인 때문에 금새 잡혀버리고 말았다. 

 

"야, 나 니네집가서 밥먹어도 되냐?" 

"멍청이는 우리집 출입금지인데?" 

"그럼 나는 당연히 출입가능이겠네? 아싸, 도경수네집 간다-" 

 

어휴 능글맞은 놈. 나는 아무래도 능글맞는걸로는 김종인을 못당해낼듯 싶었다.  

 

 

"옛다, 많이 먹고 감기나 빨리 낫든지." 

"옙. 잘먹겠습니다!" 

 

몇개없는 반찬에도 뭐 이렇게 맛있게 먹는지. 우리집에 오지말라했던게 무색해질정도로 김종인은 내가 차려준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중간 중간에 맛있는 반찬을 집어서 숟가락 위에 올려주자 그저 좋다며 씩 웃는 녀석을 보며 나도 왠지 아들 키우는 기분에 마주보며 웃어주었다.  

 

"예쁘게 웃네, 도경수." 

"뭐?" 

"맨날 그렇게 웃어봐라. 매일 이렇게 무표정이나 하고있고 말이야." 

"이게!" 

 

밥먹다말고 내 볼을 쭉 늘리는 녀석때매 그 웃음이 금방 사라지긴 했지만. 

 

"잘먹었습니다!" 

"오냐, 약이나 먹어." 

 

식탁을 치우며 아까 처방받은 약을 던져주자 날쌔게 잡은 김종인은 약봉지를 까 입속으로 한번에 털어넣었다. 약 안먹어도 이미 나은것 같은 녀석이지만 아직까지 목소리가 다 돌아온것 같지않아 따뜻하게 보리차도 데워주었다. …그래도 나 데려다주고 비맞고 가느라 감기걸린거니까. 

 

"도경수, 나 그만 간다-" 

"그래, 이번엔 다 꼼꼼히 챙겨가라, 쫌!" 

"알았다, 알았어. 내일보자-" 

"조심히가!" 

 

김종인을 배웅하고 나도 이제 공부 좀 해볼까 싶은 찰나, 김종인 이 멍청이! 이번엔 두고간 약봉지가 내 눈에 띄었다. 그렇게 챙겨가라 말했건만, 얼마 못갔을걸 알기에 슬리퍼만 신고 그대로 집 밖으로 향했다. 일층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김종인의 뒤통수.  

 

"김종인 멍청아!!!" 

"도경수?" 

 

슬리퍼를 신고나온지라 휘적휘적 걸어가는 김종인을 빠르게 뒤쫓을 수가 없어서 그냥 크게 녀석의 이름을 부르자 다행이 녀석은 뒤를 돌아보더니 내게로 뛰어왔다. 

 

"너 왜..?" 

"멍청아! 이번엔 약이냐? 왜 다두고가, 두고가길!" 

"아…" 

 

진짜 멍청한게. 내가 씩씩대며 약봉지를 내밀자 녀석은 애매한 표정으로 받아들었다. 마치 난감하다는듯.  

 

"너 진짜 왜그래? 왜 다 놔두고다니냐고! 그것때매 감기도 걸린 주제에!" 

"너보려고." 

"…뭐?" 

 

그리고 나는 곧, 그 표정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너 한번이라도 더보려고, 너 볼 핑계 만들려고." 

"…김종인." 

"근데 내일은 너 볼 핑계가 없네. 어떡하냐." 

 

평상시 내가 저에게 두고간 물건을 가져다줄때마다 내머리를 쓰다듬던 김종인. 지금도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지만 왠지 느낌이 평상시와는 많이, 아주 많이 달랐다. 

 

"약 가져다줘서 고맙다. 갈게-" 

 

그렇게 이상한 말만 던지고 간다는 말과 함께 돌아서서 가는 김종인. 나는 그런 김종인을 향해, 왠지 쳐져보이는 김종인의 뒷모습을 향해 나도 모르게 크게 소리질러 버렸다. 

 

"멍청아! 핑계는 왜 만드냐! 그냥 보러오면되지! 그래서 니가 멍청인거야, 멍청아!" 

 

그리고 내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게로 뛰어온 김종인의 품에 나는 폭 하니 안겨버리고 말았다. 

 

"진짜냐?" 

"…뭐가." 

"핑계없이 너 보러가도 된다는거. 너 보고싶을때마다, 네 목소리 듣고싶을때마다 너한테 가도 된다는거." 

"…그래, 이 멍청아." 

"그럼 나 이제 매일 매일 너 찾아갈거야." 

"…응." 

"매일 매일 전화도 할거야. 이렇게 너 안고 싶을땐 안을거야." 

"…그래." 

"아, 이쁘다. 도경수-" 

 

그래, 나는 또 한번 김종인 몰래 녀석의 품안에서 한숨을 쉬었다. 19년의 반도 모자라 왠지 평생을 이녀석과 함께 있어야만 할것같아서 말이다.  

멍청아, 형아가 이 한몸 희생해서 인심써서 너랑 있어줄게, 그러니까 잘해라 김종인.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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