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제목을 지었지만 오히려 부제같아보이는것은 안유머
Cellular Memory
장기 이식 수혜자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기증한 사람의 성격이나 습관이 수혜자에게 전이되는 현상
내가 입원해있는 이 병원은, 서울의 중심부에 있는 규모있는 병원 치고는 굉장히 소탈한 분위기의 마을이었다.
병원앞의 큰길로 15분만 걸어도 바로 큰 거리가 나온다고 생각하기 힘들정도였다.
빽빽하게 들어서있어 답답해보이는 고층빌딩대신 오밀조밀한 빌라촌과 산이 자리잡고 있었고
큰 상가라고 해봤자 식당 몇개와 만화방정도였다.
게다가 마을을 둘러싸고있는 나무들과 산의 규모는 이곳이 과연 강남이 맞나 싶을정도로 울창했다.
마을사람들도 그점을 꽤나 자부심으로 여기는듯 했다.
그래서인지 꽤나 느긋한 분위기가 엿보이는 이 병원을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꽤 있었고, 부모님도 그 점이 마음에 들어 이곳으로 온 모양이었다.
"총각!오늘도 놀러가는감?"
"네!꽃집총각네 놀러가요!"
나는 이 동네를 산책하는것을 좋아했다.
약간 낡아보이는 빌라촌을 걸어다니는것도 좋았고, 뒷산에 있는 공원에 가는것도 좋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날 어느센가 알아보시고 인사를 건네시는 분들도 있었다.
나도 그럴때는 잠시 가던길을 멈춰 어르신들과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자주가는곳은, 병원에서 얼마 멀지않은곳에 위치해있는 자그마한 꽃집이었다.
"영배형!!저왔어요!"
"오늘도 오셨네요.지용씨"
"하핫,딱딱하게 왜그러세요,저보다 나이도 많으신데. 편하게 지용이라고 부르세요 형"
"그래.그럼 저기 잠깐만 앉아있을래?이 꽃만 다 포장하고 금방 갈게"
"천천히 하세요.제가와도 딱히 하는일은 없는데요 뭐"
이 꽃집의 주인인 동영배형은 항상 웃는얼굴이 특징이자 매력이었다.
기본적으로 항상 눈꼬리가 접혀져있는 얼굴은 자기도 모르게 웃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으며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아주 좋았다.
그래서인지 항상 차분한 느낌이 드는 형을 동네사람들은 모두 좋아했다.
"태양형!!안녕!!"
"안녕,오늘도 학원가는길?"
"네!!아 완전 싫어요!!오늘은 꼭 보스랑 같이 산책가고 싶었는데!!"
"언제든지 찾아와.보스도 널 보고싶어하더라"
"네!!그럼 나중에 봐요!!"
참고로, 애들사이에서 형은 태양형으로 불리었다.
처음에는 태양처럼 밝아서 태양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옛날 헤어스타일이 태양같았단다.
....태양처럼 생긴 머리스타일은 조금 상상가지 않았지만,뭐.그래도 어울리니까.
"뭐 마실것좀 줄까?오렌지 주스?"
"네!그거면 되요"
나와 형은 꽃집입구 앞에 있는 탁자위에 앉아 햋빛을 즐겼다.
보통 탁자같은건 건물 안에 있는게 일반적이지만, 그는 볕이 잘들고 꽃들이 생기있는 이곳을 좋아했다.
그의 애완견인 보스도 그의 발치에 누워 낮잠을 자고있었다.
가끔가다가 배를 드러내며 잠꼬대같은것을 부리기도 했는데, 그럴때마다 형이 몇번 쓰다듬어주면 다시 엎드려 잤다.
"그러고보면 형은 언제나 인기가 많네요"
"다들 보스를 좋아해주는김에 나도 좋아해주는거겠지"
"아니에요!다들 형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저도 형 웃는거 볼때마다 기분좋아질 정도인걸요"
"..하핫,그런가?쑥스럽네"
쑥스러운듯 웃으며 뒤통수를 긁적이는 모습이 왠지모르게 귀여워보였다.
건장한 몸의 26살 청년이라고는 믿을수가 없을정도로.
"형은 웃는모습이 매력이니까요"
"고마워.너도 웃으면 귀여워"
"에이~형만 하겠어요"
"아니야.어르신들도 너만보면 활짝 웃으시는걸?"
"아니,형이.."
"아냐,네가..."
"아이고 이녀석들아.둘이 연애하냐!!"
가끔 이렇게 주체할수 없는 칭찬릴레이로 이어질때가 되면 지나가는 아주머니가 웃으며 핀잔을 주고 지나가곤 했다.
그러면 둘 다 어색하게 웃으며 말없이 앞에놓인 차와 주스를 들이키고는 했다.
"그러고보니 우리 이렇게 된지도 꽤 됬네요~벌써 5개월은 됬나?"
"그렇네..세월 참 빠르지?"
"그러니까요..괜시리 계속 늙기만 하는것 같아요"
"그거,나 들으라고 하는말?"
"에이..그럴리가요"
"....."
"......"
아,어색하다.
가끔 이렇게 이야기가 끊기면 화제를 다른걸로 좀 바꿔야하는데.
"그러고보니 형은 항상 웃는얼굴인거같아요. 전 형이 얼굴 찌푸리거나 어두운 표정 짓는건 한번도 못본거 같거든요"
"그래?"
"항상 웃고다니는 이유라도 있으세요?막 항상 기분이 좋다던가?"
"음...그런건 아니고.그냥..못웃었던것까지 다 웃는중이야"
"네?"
"지금까지는 별로 웃을수가 없었으니까.지금부터라도 웃어두는거야.
내가 어두운 얼굴,얼굴 찌푸렸던 만큼"
"네에..."
"그러고보니 지용이는 아직도 병원에 있는거야?"
"예..벌써 1년이 다되가네요.하하"
형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많이 아픈거니?"
"아뇨!그런건 아니구요...음...그냥,병원에서 나가면 이유없이 아프다고 해야하나?"
"지금은 멀쩡한데도?"
"그게 아니라요.퇴원을 하려고 하면 계속 가슴이 아파와서..의사선생님들도 잘 모르겠다고 하시니까.그래서 아직 여기있는거에요"
"그거 이상하구나...."
"뭐,그래도.이제는 많이 괜찮아진거 같으니까요.조만간에는 나갈수 있겠죠!"
"그래,어서 퇴원해야지."
새삼 날 이렇게 걱정해주는 형의 모습을 보니 감격스러워졌다.
"고마워요 형"
"뭘...아,선생님들 오신다"
점심을 먹고 돌아가는 의사선생님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시간만 되면 거리 전체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선생님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는데,그 모습이 마치 점심시간 종이 울린후의 학생들 같았다.
이렇게 때거지로 무리지어 다니는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여러종류가 있었다.
"아오씨 하필이면 지금 호출이야!!!"
헐레벌떡 뛰어가는 선생님
"오늘 당직이냐?
"말도마,오늘부터 3일 내내야.이번에 여친한테 완전 깨지겠다.."
투덜대며 걸어가는 선생님
"오늘 끝나고 한잔 어때요?"
"어머,좋죠"
나름대로의 청춘(?)을 보내는 선생님등.
이것도 나름대로의 볼거리라면 볼거리였다.
선생님들의 모습이 거의 사라져가고 이제는 늦어서 헐레벌떡 뛰어가는 선생님들만 보일즈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갈려구?"
"네.슬슬 엄마가 많이 기다리실거 같아서요"
"그래.나중에 또 놀러와"
내심 느끼는거지만, 형과 있으면 항상 시간이 빨리빨리 지나가는 모양이었다.
신선의 바둑을 지켜본 나무꾼의 느낌이랄까?
워낙에 여유롭고 느긋한 성격이니 덩달아 그렇게 동화되는 느낌이었다.
-툭
"어랏.죄송합니다"
"아니요.실례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부딪힌 쪽으로 고개를 돌린 곳에는,꽤나 키큰남자가 걸어가고 있었다.
얼핏 본것 뿐이지만,꽤나 미남이었다.
게다가 키도 나보다 머리하나는더 있어보이는것이, 내가 딱 부러워하는 타입의 남자였다.
"부럽다...나도 저키 좀 닮았으면....응?"
-두근
"뭐야..왜또이래..읏"
또 이유없이 가슴이 아려왔다.
요즘들어서는 꽤 여기저기 다녀도 괜찮은것 같았는데,오늘은 조금 무리한것 같았다.
몸이 나른해지는 느낌이었다.
-쿵.쿵
"나도 약골 다됬네....얼른 가서 좀 쉬어야겠다"
퇴원해서도 이런식이면 안되는데.
투덜거리며 뒤돌아본 그곳에,그남자는 이미 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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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배는 잔에 남은 차를 모두 마신뒤 자리에서 일어나 컵을 정리했다.
어느세 잠에서 깨어난듯한 보스는 꽃집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꼬리를 흔들었다
그는 잠시 옆을 바라보며 무심코 자신의 왼쪽 눈을 감아보았다.
수술을 받은 후에는 항상 오른쪽눈을 감아 오른쪽쪽눈으로만 주위를 둘러보는 버릇이 생겼다.
"......."
오른쪽 눈은 멀쩡히 주위의 풍경을 받아들였다.
벌써 몇개월이 지났는데도,익숙해지지는 않은것 같았다.
영배는 피식 웃으며 다시 컵과 주전자가 놓인 쟁반을 들어올렸다.
그때,뒤에서 낯선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영배씨 되십니까?"
뒤돌아본 그곳에는,큰 음영을 만들며 서있는 한 사내가 있었다.
보스는 처음보는 사람인 그를 경계하는듯 꼬리를 세우며 으르렁거렸다.
"누구신가요?"
"최승현이라고 합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눌수 있을까요?"
최승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남자는, 고개숙여 인사하면서 다시금 저를 응시했다.
그는 왠지모르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을것 같았다.
저 남자가 이곳에 온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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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지 얼마나 됬다고 이 후진필력의 바닥이 드러나는 느낌이네요.
아..앙대
그나저나 제목을 추천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이 글을 보고있는 제 실친인 모모양에게도 감사감사.볼리는 없겠지만
하지만 저 제목보다 더 눈에 띄는 주저리를 없애지 않으면 제목을 달아도 차이가 없을것 같군요.ㅋㅋㅋㅋ
결론-여러분 메시야는 레알 작품입니다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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