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바지 입으니까 얼마나 이뻐. ”
녀석의 고집을 꺽을 수 없어 캐리어 안 깊숙이 박혀있던 청바지를 꺼내들었다. 다리를 꽉 죄어오는게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살이 찐건가. 지갑과 핸드폰 립스틱만이 들어있는 크로스백을 옆으로 매며 문 손잡이를 돌렸다. 기다란 복도 끝에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녀석의 실루엣이 비친다. 모델같다. 아무렇게나 찔러 신은 운동화가 헐렁하다는것도 못느낀채 녀석에게 뛰어가다가 무언가에 밟혀 작게 휘청거렸다. 무언가 싶었더니 내 신발끈이었다. “ 야! ” 휘청거리는 내 모습을 본게 분명하다. 놀랐는지 소리치며 내게 뛰어오는 녀석을 멀뚱하니 쳐다봤다.
“ 신발끈이 풀려서 그랬어. ” 내 말에 조금의 고민도 없이 무릎을 구부려 신발끈을 꽉 조여 묶어준다. 너무 세- 발볼을 조여오는 통증에 투정을 부리자 휴, 짧은 한숨을 내쉬며 풀어해쳐 다시 묶는다. 그 동안 나는 녀석의 정수리위에 손을 얹었다. 생각을 하고 했던 행동은 아니었다. 우리는 키 차이가 많이났기 때문에 흔히 볼 수 없던 녀석의 정수리였다. 쓰다듬고 싶었다. 그러는 중에 녀석은 내 청바지를 입은것에 대해 짧게 칭찬했다.
“ 우리 어디가는줄 알아? ”
“ 점심 먹으러 간데.”
“ 응. 똥돼지 먹으러 가는거래. 괜찮겠어? ”
“ ... ... ... ”
녀석의 얼굴색이 변했다. 입술에 힘이 가득 들어간걸 보아하니 생각이 많아진듯해 보였다. 그 이유를 난 잘 알고 있다. 녀석이 살면서 가장 중요시 하는 몇가지가 있는데. 첫째, 수건 둘째, 칫솔 셋째, 먹는것. 수건이나 칫솔은 뭐 누구나 그럴 수 있다. 누가 더러운 수건을 쓰고 싶겠고, 누가 쓰던 칫솔을 쓰고 싶겠는가. 그중에도 셋째를 가장 중요시했는데. 비위가 상하는 음식은 절대 입에도 대지 않던 녀석이었다. 대표적으로 굴, 번데기가 있겠다. 난 세훈의 옷 자락을 잡아 끌었다.
“ 다른거 사먹자. ”
“ 응. 그러자 우리. ”
냉큼 오케이 하는 녀석이 귀여웠다. 숙소로 몸을 실어줬던 버스에 다시 한번 탑승했고, 이번 또한 난 창가자리를 꾀차고 앉았다. “ 곧 출발합니다. 안전벨트를 매주세요. ” 버스 기사 아저씨의 말은 내 귀에 닿지않고 공중에 흩뿌려 졌다. 창문을 활짝 열고 푸른 바다를 눈안에 담으며 숙소 한번 잘 잡았네- 라는 생각에만 잠겨 있을 뿐. 버스가 출발하고, 에어컨이 틀어졌다. 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창문을 닫으려고 손 끝에 온 힘을다해 밀어보지만 에이, 소용도 없다. 내가 녀석을 쳐다보자 좌우로 고래를 흔들며 한속으로 탁 닫아준다. “ 넌 손이 너무 많이가. ” 라는 귀여운 핀잔도 잊지 않는다.
“ 세훈아. 밤에 바다 보러 나가자. 밤 바다 이쁘겠지. ”
“ 그러자. 나때문에 밥 못먹어서 어쩌냐. 그냥 먹을까? ”
“ 아니- 나도 똥돼지는 좀.. 우리 한라봉이랑 초콜릿 사먹자. ”
버스 내부에 소음이 가득했다. 저마다 짝꿍과 수다를 떨어댔고, 나 또한 녀석과 그랬다. 처음엔 비행기에서 내 무릎에 옷을 걸쳐줬던 이야기로 시작했다. 안그런듯 하면서도 잘 챙겨주는 녀석이 고마웠지만, 괜히 투덜거리거나, 녀석을 놀리는듯한 말투로 전해졌다는 사실이 미안했다. 그치만 난 변하지 않을것 같다. 난 녀석을 변함없이 대해야할 이유가 있다.
“ 싫어. 무슨 사진이야. 치워- 치우랬다? ”
“ 아 왜에- 우리가 지금 몇년 친군데 같이 찍은 사진이 다섯장도 안된다. 알아? ”
“ ...사진찍는거 싫어하는거 알아 몰라? ”
“ 됐다 그래. 칫, 나혼자 찍으면 되지. ”
녀석이 정색아닌 정색을 타버리니 괜히 민망해져 녀석을 살짜금 옆으로 밀어냈다. 나는 최대한 어필 하고 싶었다. 너와 사진을 찍고 싶었고, 핸드폰까지 앞으로 들이 밀었는데 날 거부했으니 나에게 말도 걸지 말것이며, 말을 걸면 그 양 쪽 뺨을 쳐버릴것이다라는것을. “ 야, 삐졌다. 그거가지고? ” 으..이 녀석이. 참았다. 두번째로 나에게 시비를 터온다면 그땐 정말 때려 버릴테다 생각하며 카메라를 앞에 둔 나는 일부러 더 귀여운척 이쁜척 해가며, 포즈를 만들었다.
“ 말 먹네. 삐졌어요? 우리.. ”
“ 됐다고! 한 혼자 찍을꺼니까 건드리...꺄악!! ”
급정거였다. 안전밸트의 보호 밖에 있었던 나는 반동에 의해 몸이 앞으로 쏠렸고 그대로 앞좌석 손잡이에 이마를 찧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순간적이 몸 튕김에 난 아무것도 아무런 방항도 없이 두눈을 꼭 감는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 순간이었을까. 내 한쪽 어깨에 강한 힘이 느껴졌고, 이마에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감돌았다. “ 야! 괜찮아? ” 누구일거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이 오세훈이었다. 등뒤로 내 어깨를 감싸 안아 날 고정시켰고, 머리를 찧을까 이마를 감싸쥔 커다란 손에 심장이 쿵쿵 내려앉듯 뛰었다.
“ 안다쳤어? 어디봐. 어디 부딪힌데는 없어? ”
“ 응. 괜..찮아. ”
“ 안전벨트도 안맸어? 기사님이 벨트 매라고 할때 뭘한거야!! ”
“ ...모..못들었어.. ”
재빠르게 날 잡아준 덕분에 아무 아무 부상 없었다. 녀석도 마찬가지로. 내 비명 소리와 녀석의 호통 소리에 온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됐다. 친구한테 이런 잔소리를 들어야 하다니. 수십개의 시선에 난 안절부절 못하고 우물쭈물 거릴뿐이었다. 안절벨트를 매어주고 단단히 고정됬는지까지 확인한 녀석은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순식간에 버스안은 정적이 맴돌았고, 얼마지나지 않아 해제되었다.
*
버스가 멈추고, 버스에서 내리지 않으면 죽인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못이겨 내려 식당앞에 줄을 섰다가 입장과 동시에 뒤로 빠져나왔다. 나야 짧은 몸이니 조금만 숙여도 됐지만, 장신 오세훈은 몸을 반쯤 접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근처에 마트나, 과일가게가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손 잡고 한참을 걸었다. 우리 둘은 아무말도 오가지 않았다. 녀석은 여전히 화가 나있다. 사내놈이 오래도 가네..라는 생각에 저절로 입이 삐쭉 나왔고, 어쨌든 내가 잘못했으니 풀어줘야지.
“ 아무말 안할꺼야? “
“ 응. ”
“ 언제 화가 풀리는데? ”
“ 몰라. ”
“ 무릎꿇을까? 이렇게 싹싹 빌까? 잘못했다니까. 안절벨트 절대 꼭! 할게. ”
내가 손을 싹싹 빌고, 슈렉 고양기 눈-필살기-를 부여주고 나서야 녀석의 미간에 자리했던 주름이 즈르륵 풀렸다. “ 히힛 ” 내가 소리내어 웃자 날 아래로 내려다본 녀석의 입 꼬리가 쓰윽 올라간다. 난 저 웃음이 제일 좋더라. 한참을 그렇게 걸었을까. 나무로 만든 작은 집이 보였고, 간판을 보고 나서야 기념물&특산품을 파는 곳임을 알았고 배고픔에 허덕인 우리는 지체없이 들어갔다.
녀석이 한라봉과 초콜릿 그리고 젤리를 계산하고 있을때쯔음에 난 기념품 코너 주위를 맴돌았다. 그리고 녀석 몰래 집어 들었고, 다른 점원에게 계산을 했다. 크로스백에 고히 담고 있을 무렵 “ 뭐해? 다샀어.” 라며 내게 걸어오는 느낌이 든다. 난 녀석쪽으로 고개를 훽돌려 아무렇지 않은척 “ 다샀어? 빨리 먹자.” 라며 녀석을 끌고 가게 밖으로 나왔다.
가게 밖에는 작은 정자가 있었고, 햇빛을 피하기도, 요깃거리를 먹기도 아주 적당한 장소였다. 엉덩이를 붙히고 앉자마자 난 정신 없이 초콜릿을 뜯어 섭취했고, 녀석은 한라봉을 꺼내들었다. “ 나도나도. 한라봉 ” 한라봉 한개를 집어 들었다가 녀석에게 빼앗겼다. 아, 왜! 내가 따지자 “ 기다려. 까줄게. 너 백퍼센트 다 흘린다. “말끔하게 벗겨진 한라봉을 작게 찢어 내 입에 넣어준다. 내가 손으로 먹겠다고 하자
“ 여기 손 씻을곳 없어. 너까지 손버려서 뭐해 ”
“ 세훈아. 나 감동. ”
“ 너 챙겨주는 사람 나밖에 없지? ”
“ 당연하지. 세훈이가 최고지. “
난 진심으로 생각했다. 녀석과 친구가 된것도, 이렇게 오래오래 함께해온것도 녀석의 보살핌속에 있을 수 있게 된건 모두 행운이라고. 한라봉을 연신 먹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맛있다라는 표현으로 다 하지 못할만큼. 말끔하게 먹어치우고 남은 젤리와 초코릿 몇개를 가방속에 집어 넣었다. “ 세훈아 잠깐만 기다려봐! ” 열 손가락을 쫙 편채 찝찝함에 몸서리 치는 녀석이 안타까워 기념품 가게 안으로 들어와 물티슈 몇장을 얻어왔다. 내가 자! 하고 녀석에게 건네자
“ 나도 감동. ”
“ 너 챙겨주는 사람 나밖에 없지? ”
“ 당연하지. 너가 최고지. “
♡♡♡♡♡♡♡♡♡♡♡♡♡♡
안녕하세요. 모모랑입니다~
늦었습니다 ㅠㅠ 죄송해요. 너...또 쓰기차단 걸려가지고요.. 흑
저를 잊지는 않았겠죠? 진짜죠? ㅠㅠㅠ
아..오고싶어서 혼났어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ㅠㅠ
짧아도 욕..하지말아주세용 ㅠㅠ
[ 소중한 암호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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