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까 본 그림 앞에서 사랑을 시작하면 두 사람은 별 그림자를 만질 수 있대요.
……
— 정말 예쁘겠죠.
운전면허 필기시험 예상 문제집을 사러 갔다가 운명처럼 주워 왔다. 이름 하야 ‘밥 로스의 참 쉬운 그림 수업’. 매력적인 타이틀에 선뜻 거금을 냈다. 그렇다고 그림에 큰 뜻이 있는 건 아니다. 다들 2019년 새해 계획을 정도 갈겼는지 모르겠지만, 내 다이어리 구석에 적힌 리스트를 보자면 이렇다.
[2019년 기해년 무기력증 극복 프로젝트]
헬스장 오전반 등록하기
IELTS 7.0 따기
동네 마실 나갈 때 주민분들께 다정하게 인사해 보기
예술에 관심 가지기 (feat. 그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음)
세월은 가는데 인생은 허망하구나. 새벽 세 시에 찾아온 공허함에 들이부은 소주 덕분이었다. 그러나 지금 보니 몇 가지는 어려운 점이 있다. 헬스장은 집에서 무려 11분이나 떨어져 있으니 탈락. 더군다나 눈도 뜨지 못하는 오전 반은 택도 없다. IELTS는 영국식 발음이니 12년간 아메리칸 스타일로 세뇌한 본토 발음으론 무리다. 7.0은 어디 개 이름인가? 시력이 7.0이었으면 좋겠다. 투자 이민처럼 몽골에 시력 투자 이민 신청하고 국가 경계선이나 열심히 방비하고 싶은데.
다정한 동네 주민은 좀 전에 실패했다. 이른 새벽만 되면 위층의 모차르트 잘못된 환생이 고막을 괴롭혔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모차르트의 엄마는 전자 피아노에 달아줄 대형 스피커를 자랑하며 넌씨눈이 되어 속을 긁었다.
저기요. 스피커가 아니라 메트로놈이 시급한데요. 엇박을 숨 쉬듯이 타는데 내년 쇼미더머니 나갈 거면 인정. 거울에 머리를 처박고 그녀를 아니꼽게 쳐다보자 서로 불꽃이 튀었다. 내 아이는 천재다, 제2의 조성진이다, 피아노계의 거장이 될 거라는 치맛바람에 필터 없이 비웃었다. 봄의 전통 대표곡 ‘나비야’가 언제부터 단조를 끼워 팔았죠? 나비 족 멸망 전 아니냐고요.
아무튼 새해 계획이랍시고 마음먹은 것들은 이미 와르르멘션이다. 하지만 딱 하나. 헬스장처럼 기구 눈치 보는 것도 아니고, IELTS처럼 남과 경쟁하는 것도 아니고, 태생에도 없는 친절함으로 감정 낭비하지 않아도 될 바로 그것.
— THE 8&8 미술 기초반 첫 수업인 수강생분들은 이쪽으로 오세요.
몇 번이고 펼쳐 본 밥 로스의 책을 옆구리에 끼고 당당히 걷는다. 1-A반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대략 열 명 정도. 미술 교과서에서 봤던 석고상과 다소 난해한 캔버스 앞에서 연필을 깎고 있던 누군가가 뒤를 돈다. ‘THE 8&8’ 로고가 박힌 앞치마를 매고 앞머리를 뒤로 넘기며 수강생들을 살피는 까리한 눈동자.
— 여기는 기초반이에요. 제 이름은 서명호입니다.
해외에 밥 로스가 있다면 대한민국엔 서명호가 있다.
OFF ON OFF
; WELCOME TO ART CLASS THE 8&8
— 첫 수업은 선을 따라 그릴 거에요. 집중을 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질문해요.
홈페이지에 올릴 수업 사진이니까 모른 척해도 돼요. 중국에서 날아온 그는 정직한 발음으로 유인물을 배부했다. 불투명도 40쯤 되는 선들의 천국을 보며 배움의 욕구를 자극한다. 글씨 교본 같다. 미술의 첫걸음도 이와 같구나. 4B 연필로 옅게 그리기, 굵게 칠하기, 동그라미 그리기, 선 잇기 따위의 활동들로 누가 도대체 얼마나 똥 손인가 시합한다. 아크릴화의 다크호스인 명호 선생님은 냄비 뚜껑을 대고 그려도 이보다 나을 괴상한 동그라미를 보며 턱을 매만졌다.
— 여주 씨는 손에 힘을 빼야 해요.
— 살살 그린 건데…….
— 다른 그림은 어디 있어요?
쪽팔려서 뒤집어 놓은 종이를 찾아낸 그가 환장할 선들로 이룬 괴물들을 유심히 살핀다. 그림으로 말해요 퀴즈에 나갔더라면 벌칙으로 물 폭탄을 세례를 맞는 불운의 주인공은 내가 될 테지.
— 이건 모에요? 도라에몽?
— 고양이요.
— 왜 엉덩이를 내밀고 있어요?
— 하트인걸요.
— 자신이에요?
— ……선생님인데요.
본인이냐니. 다정한 얼굴로 린치를 날린 그는 자신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내가 이렇게 생겼어요? 유아에도 못 미치는 기초반에 기대심이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는 꽤 충격받은 듯 그림에 눈을 떼지 못했다. 약간 풀린 눈이 제 작품의 핵심입니다. 말이라도 안 하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조상님의 대대손손 명언을 무시한 채 지껄이자, 그는 핸드폰으로 플래시를 터트려 앨범에 그것을 저장했다.
— 잘했네요.
— 진심이세요?
— 창의력이 많아야 빨리 배워요.
칭찬인지 욕인지. 기분 드럽게 이상해. 그는 나머지 학생들의 그림을 일일이 봐주며 첫 수업을 끝냈다. 숙제는 다음 수업까지 동물 열 마리 그려 오기. 어떤 동물인지 이름은 적지 말고 가져오라는 말에 근심이 앞섰다. 고양이를 도라에몽이라고 하질 않나, 하트를 엉덩이라고 하질 않나. 다음 시간에는 사람들 앞에서 그려온 동물을 발표하는 시간인데 또 어떤 말로 쪽을 줄지 안 봐도 유투브 광고다.
— 수업 어땠어요?
— 사진을 찍든지 질문을 하든지 하나만 하면 안 될까요.
사람들이 빠져나간 수업실을 정리하던 그가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내게 묻는다. 기분 이상하고 좋았어요. 무기력증이 또 올 것 같아요. 강냉이를 보이며 웃는 걸로 많은 말을 대신한다. 그는 책상에 놓인 밥 로스 책을 가리키며 내 것이 맞느냐 물었다. 학생이 궁금증이 많아야 하는데 여긴 선생님이 그렇다. 글로 배운 미술을 부끄러워한 적 없는데 괜한 압박감에 그것을 등 뒤로 감췄다.
— 친, 친구가 부탁한 거예요.
— 친구도 미술을 좋아해요?
— 뭐…… 그냥…….
— 말을 왜 조금씩 해요?
— 네?
—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요.
단번에 캐치한 말투로 붙여넣기 시전하는 서명호 선생님. 방금은 좀 귀여웠다. 목소리 줄이면서 허리까지 숙이는데 음성 육체 동기화 같고 좋았어. 그의 웃음과 내 것이 섞여 아리송한 분위기를 만든다. 의자 등받이에 앞치마를 걸어 두고 가방을 챙긴 그가 먼저 손을 흔들었다.
— 다음엔 도라에몽 그려오면 안 돼요.
— 도라에몽도 어떻게 보면 고양이과잖아요.
— 알았어요. 그것만 봐 줄게요.
백팩을 매고 떠난 자리에 그의 향이 남는다. 연필 깎는 냄새, 아크릴 물감이 묻은 이젤대 냄새, 특유의 목각 냄새를 뒤엎고 은은한 자스민 향이 떠도는 수업실. 먼저 가버린 그가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건 배가 고파서 그럴 테지.
— 다음엔 도라에몽 그려오면 안 돼요.
……
— 알았어요. 그것만 봐 줄게요.
딱히 배가 고픈 건 아닐 수도.
*
— 다음은 여주 씨 차례에요. 일어나 볼까요?
일주일 고생 끝에 영혼과 맞바꾼 스케치를 공개하는 날. 과거, 무임승차 조원들을 쳐내고 홀로 교수와 프레젠테이션 다이다이를 떴을 때도 이렇게까지 떨리진 않았다. 그땐 깡다구라도 있었지, 지금은 완전 스케치 무식자인 처치를 알아서인지 다리가 후달렸다. 마지막 순서인 내게 쏟아지는 기대 찬 눈빛들. 스케치북 커버를 넘겨 첫 타자를 곁눈질로 확인한다.
그래, 아까 보니까 내가 그린 거랑 별다를 거 없더만. 쫄지 마. 할 수 있다. 바로 앞에 앉아 티타임을 즐기는 명호 선생님은 어서 보여 달라 눈짓으로 재촉했다. 나는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눈에도 힘을 주고, 손에도 힘을 주고!
— ……오어.
— …….
— 동물이에요?
시큰둥한 반응에 작아지는 어깨를 일부러 내민다. 마! 내가 똥 손이지, 자존심이 없나! 영혼을 갈아 넣은 격정적인 선을 강조하며 작품 설명도 마다하지 않는다. 피글렛입니다. 곰돌이 푸 옆에 친구, 다들 아시죠. 겸손할 줄 모르는 빳빳한 고개에 사람들은 피글렛의 흔적을 찾으려 미간을 구겼다.
자세히 보면 그림이 자아를 잃어버릴 수 있으니 빨리 넘길게요. 피글렛의 안위와 안정을 위해, 사람들의 불신을 잠재우기 위해 스케치북에 침을 바른다. 공격적인 다음 타자는 네덜란드 현실주의 화가 제이콥에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가수들의 타이틀 곡이 주로 두 번째 리스트에 오르듯, 이 작품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 먹이를 찾는 양의 역동적인 표정을 담아봤습니다.
— 달팽이를 먹었네요.
— 털인데요.
— 오…….
— 목에 달린 종은 워낭소리에 감명을 받아 착안한 아이템입니다.
— 다음 그림도 이런 식이에요?
……뼈를 때렸다. 순수함으로 무장한 돌직구다. 사람들은 웃음을 참으며 제 스케치북을 들췄다. 현재 내 그림과 자신의 것을 비교하며 우위를 가리고 있는 거다. 저마다 안도의 한숨을 뱉는 걸 보니 몰빵으로 내가 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이런 식의 그림을 넘겨 마침내 피날레를 장식할 하이라이트 무기가 있으니까. ‘화면을 뚫고 나올 듯한 기세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동물의 저돌적인 자세’로 이름을 떨친 사석원 작가의 후예는 바로 나다.
— 음, 좋아요.
— …….
— 우리 잠깐만 쉬어요.
그는 십 분의 브레이크를 걸었다. 내 그림을 스쳐 가는 기초반 학생들에게 다람쥐 머리에 달린 무늬와 꼬리에 달린 무늬가 일맥상통하다는 포인트를 짚어주지 않은 것이 후회되는 저녁, 남은 찻잎을 우려 향을 맡는 그에게 어쩌면 희대의 화가들을 뒤이을 작품들을 재차 선보였다.
— 솔직히 말해주세요. 그지 같나요?
— 그런 말은 쓰는 게 아니에요.
— 똥 손이라 비웃는 거죠?
코끝에 걸친 안경 너머 동그란 눈으로 심하게 비껴간 나를 빤히 바라본다. 심성이 어긋난 수강생에게 할 수 있는 말을 추측해본다면 대강 이런 것들이겠다. 다른 취미를 찾는 게 어때요, 미술의 영역은 스케치만 있는 게 아니에요, 지금이라도 환불해 드릴까요?
— 잘 그렸어요. 동물 표정이 마음에 들어요.
— 장난치지 마세요.
— 여주 씨가 그린 그림은 표정이 다 달라요. 하나도 같은 게 없어요. 토끼, 양, 다람쥐가 그래요.
— …….
—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해서 항상 좋은 작품은 아니에요. 화가의 진심이 얼마나 담겼는지 봐야 가치가 달라져요.
— …….
— 여주 씨 그림은 가치가 있어요. 진짜예요.
갑.분.인. 갑자기 분위기 인간 극장. 미술을 아울러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명언에 기분이 머쓱했다.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 그가 넓은 숲을 보고 있었는지 명백한 판단은 어려웠지만, 허브 향이 진동하는 수업실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건 딱 하나. 바로.
— 아니, 지금 모해요.
— 제 번호요.
스케치북 마지막 장에 핸드폰 번호를 적었다. 러브 액츄얼리 고백의 변형 판이라고 해 두자. 고백을 받은 사람도, 하는 사람도 멍청한 표정을 지울 수 없는 쉬는 시간이 끝나고 방황하던 사람들이 복귀하기 시작했을 때, 차마 말은 못 하고 스케치북 구석에 부가 사항을 적는다.
같이 미술관 갈래요?
표는 두 장.
— ……좋아요.
예상하지 못한 대답. 남은 수업 동안 선을 따라 그리는 연습 속에서도 도화지에 악화를 뽐내며 산만함을 더했다. 현실주의 화가 제이콥도, 거센 동작의 사석원 화가도 아닌 오직 내 스타일대로 그린 그의 얼굴. 수강생들의 그림을 봐주다 내 앞까지 온 그가 정신 산만한 어깨를 잡는다.
— 집중해야 더 잘 그릴 수 있어요.
— 전 애초에 잘 그린 적이 없는데요.
— 우리는 희망을 봐야 해요. 기초반 여러분들은 영원히 기초반이 아니에요. 노력하면 심화반 갈 수 있어요. 손에 힘을 빼고 선을 따라서…….
딴짓을 들킬까 몰래 그린 그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린다. 연필을 들고 있던 그의 손이 내 손등을 덮는다. 도화지 밖으로 멀찍이 유배당한 손바닥. 이상한 형체의 인물화, 코끝에 걸린 안경을 보고 자신임을 알아챈 그가 목에 나비넥타이를 그린다.
— 동그라미 그리는 연습 많이 하세요. 얼굴은 네모나지 않아요.
진지한 얼굴로 그림 패는 건 직업병인가.
뭐, 아무렴.
*
— 모아이를 실제로 보지는 못 했지만…….
— 모아이 아니에요. 색다른 구도가 포인트죠.
— 상한 과일을 모아뒀네요.
— 색감을 봐주세요.
— 멋지다.
— 멋진 포인트를 말씀해 주시면…….
— 굉장히 활동적이네요.
— ……?
미술의 세계는 심오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는가. 물에 질척거리는 수준이 지금의 딱 나다. 까만 동그라미를 예술인의 자세로 몇 분째 보고 있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집중하는 모습과 감탄하는 목소리에 눈과 귀를 기울였다. 부동자세로 감상하는 태가 본새 난다. 말끔한 턱을 만지며 그림에 빠지는 그를 따라 은근슬쩍 자세를 고쳤다. 팔이 저리는 고통을 참아내던 내가 그에게 손을 잡힌 건 순간의 일이었다.
— 저 그림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예요. 빨리 와요.
— …….
— ……아, 미안해요. 너무 흥분했죠.
벽 한 면을 통째로 장식한 그림 앞에서 급히 사과하는 그가 퍽 웃겼다. 잡으면 잡은 거지 흥분은 또 뭐람. 나와 그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는 미술 세상에서, 우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그림 앞에서 서로를 마주 보며 어색함을 보낸다.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면 끝날 때까지 눈치만 보다 사라질 것만 같아 어깨를 갈기며 웃음을 흘린다. 살짝만 건드리려 했는데 힘 조절이 되지 않은 탓인지 그는 아파했다. 이젠 마스코트가 되어 버린 코에 걸린 안경이 삐뚤어졌으니 강도는 말하지 않아도 최상급.
— 괜찮아요?
— 네, 팔이 부러졌어요.
— 부러졌어요?
— 농담이에요.
탈골된 것처럼 어깨를 흐느적대는 그는 기다란 눈 때문인지 웃을 때마다 얇은 곡선을 그렸다. 수업실에서 늘 보던 얼굴인데 고작 공간이 다르다고 낯설기만 한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그가 좋아하는 작품은 사랑이 이루어지면 연인이 된 두 사람의 그림자가 별이 된다는 속설이 담긴 그림. 그는 내게 작품을 설명하는 와중에도 광활한 우주 속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수두룩하게 박힌 별에 묻힐 것 같은 그의 팔을 잡는다. 상대방은 흥분이었지만 나는 극히 정상적인 사고였다.
— 명호 선생님 그림은 어때요? 이것보다 멋져요?
— 사람들이 이해 잘 못 해요.
— 저도요. 제 피글렛 봤죠?
— 보고 싶어요?
— 네?
— 내 그림이요.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작품 속 수많은 별이 벽을 뚫고 사방으로 번진다. 별의 공기를 마시고, 별의 땅을 밟고, 별빛을 길라잡이 삼아 미술관 골목길을 내려가는 밤. 작업실로 향하는 그림자가 크게 부풀다 각을 만든다.
— 아까 본 그림 앞에서 사랑을 시작하면 두 사람은 별 그림자를 만질 수 있대요.
……
— 정말 예쁘겠죠.
+
— 해골 같아요.
— 맞아요. 악마.
— 바다에요? 빨간색은 랍스터?
— 바다는 맞아요.
— 토를 했네요.
— ……그건 아니에요 (정색
— 이게 뭐예요?
— 맞춰봐요.
— 까만색 나올 때까지 섞기?
— 그게 모에요?
— 빛의 삼원색을 찾아서?
— 이건 심장이에요.
— 비슷하네.
— 아닌 것 같아요.
— 다른 그림도 있어요?
— 꿈보다 해몽이 무서워서 오늘은 그만.
— 그런 말도 알아요?
— 가만 보니까 여주 씨는 눈에 우주를 박았네요.
— 아니, 갑자기 그렇게 고백하시면 제가…….
— 예! 저는 한국어 고급 반. 저번 시험 문제였어요. 완전 어려우죠.
— …….
— 근데 방금 뭐라고 했어요? 고백?
그냥, 당신의 간지나는 눈동자에 건배하고 싶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