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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458

젊은 놈이 패기 하나는 좋네. 태일이 담배 연기를 휘이 내뱉었다. 연기 사이로 잠시 사라지다가 나타나는 유권은 항상 짓는 그 미소, 자신만만한 웃음을 달고 있었다. 킥. 작게 웃는 태일의 소리를 들었는지, 벽에 기대어 있다가 힐끗 고개를 틀어 태일을 바라보는 유권. 왜 웃어요? 그 말에 태일이 손을 휘휘 저었다. 아냐. 됐다. 그 말에 유권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니긴 무슨. 유권은 잠시 벽에 비스듬히 기댄 채 쪼그려앉은 태일이 담배를 다 피우길 기다렸다. 필터만 남은 담배를 바닥에 대충 떨어뜨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발로 지지는 태일. 유권이 그 모습에 웃자 눈을 홀긴다. 왜 그래? 아뇨, 아니에요. 그냥 좀 웃겨서요.


"담배 안 끊어요? 계속 음악하고 싶으시면 끊지?"


"담배 핀다고 목소리가 하루아침에 변하기를 하냐 뭘 하냐. 신경 끄고 기타나 두들기세요."


그 말에 권이 잠시 볼을 부풀리는가 싶더니 이내 땅에서 가볍게 뛰며 기타 가방을 고쳐멘다. 형, 내기해요. 뭔 내기. 무심하게 대답하며 바지 주머니에 오른손을 낑겨 넣는 태일. 왼손엔 물방울이 맺힌 콜라캔이 하나 들려 있고, 그런 태일을 보며 유권이 웃었다.


"오늘 돈 얼마 벌 것 같아요."


"글쎄."


"형이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이 벌면, 오늘 나랑 자요."


뭐? 미쳤냐? 아뇨, 멀쩡한데요. 그런 유권의 태도에 태일은 기가 차다는 듯 허, 하고 웃다가 이내 캔을 딴다. 치익. 느리게 김이 빠져나오고 나서야 탁!하고 캔을 따는 태일의 모습에 유권은 또 킥킥. 캔도 하나 제대로 못 따서 어쩔래요? 아, 시끄러. 어쩌다가 둘이 관계까지 맺는 사이가 됐는지 생각하다가 이내 손가락에 튄 콜라 방울을 대충 핥은 태일은 유권의 앞을 유유히 걸어 지나갔다. 짧은 순간이지만, 콜라 방울을 핥던 태일의 모습에 멍하니 서 있는 유권. 그런 유권에게 태일이 빨리 오라며 불러댄다. 김유권, 얼른 안 와! 그제야 유권이 입꼬리를 올리며 걸음을 옮겼다.


"예, 갈게요."












-



"태일아!"


"아, 씨/바."


쪽쪽거리며 스무디를 먹다가 뒤에서 갑자기 어깨동무를 하며 달려든 경 떄문에 사레에 들린 태일이다. 한참을 켁켁거리는 모습을 보며 경이 딱하다는 표정을 짓고, 그런 경을 보며 태일이 '죽을래?'하고 살벌하게 묻는다. 일단 어디라도 가서 앉자. 비행기 탔더니 피곤해. 공항에서 바로 온 건지 캐리어를 들고 있는 경. 태일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런 경을 바라보다가 이내 앞장서기 시작했다. 따라와.


태일과 경이 들어간 카페.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경이 노인네 소리를 내며 자리에 털썩 앉고, 태일은 어느새 빈 스무디가 들어있던 플라스틱 통을 구겨 대충 통에 넣은 후 주문을 하고. 잠시 후 태일도 자리에 털썩 앉는다. 창 밖으로 보이는 초여름 풍경을 보던 경이 느리게 입을 열었다. 태일아. 왜애.


"너 아직도 김유권이랑 사냐?"


경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계숙 무심한 태도로 일관하던 태일이 살짝 눈만 들어 경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이내 '어'하고 건조한 대답. 흐음. 그래? 경이 책상에 턱을 괴며 작게 말하고, 태일 역시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밖으로 보이는 외국인들. 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영어가 짧은 태일은 항상 유권의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이젠 어설프게라도 어느정도 대화는 통하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게 유권이 필요한 부분이 줄어드는 것 같다.


사실 성격이 잘 맞는 것도 아니었다. 태일은 혼자 있는 걸 좋아했고, 어느 사람하고도 마찰 없이 유들유들 잘도 지내왔다. 반면에 유권은 좋게 말하면 활발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나대는 성격. 그런 두 사람이 같은 목표 때문에 손을 잡았다지만, 처음부터 자연스레 잘 됐을 리가 만무하다. 그런 둘의 사이를 잘 알고 있는 경은 가끔 연락 할 때마다 똑같은 질문을 하고 돌아갔다. 너랑 김유권, 아직도? 오늘도 마찬가지다. 노오란 금발머리 아가씨가 주문한 음료수를 놓고 사라지고, 태일은 키위 스무디를 들어 제 앞으로 끌어놨다. 태일아, 김유권이랑 뭐하고 사냐? 그 말에 빨대에 입을 대려던 태일이 잠시 멈칫한다. 뭐어. 필요성에 의해 같이 다니고, 살고. 가끔 자고?


"뭐? 자고?"


경이 놀란 얼굴을 하다가, 이내 인상을 팍 쓰며 묻는다. 그런 경을 보며 태일은 머리를 긁적긁적. 그러다가 이내 빨대를 문다. 야, 이태일. 내가 잘못 들었어? 잔다고? 같이 침대에서 코오, 잔다. 이거지? 그 말에 태일은 얼굴을 조금 붉히며 스무디를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시끄러. 괜히 말했네.


"미쳤다. 둘 다 미쳤다. 둘 다 원래 미친/놈인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너네 딱히 사귀는 사이도 아니잖아? 그 말에 태일이 창 밖을 보던 눈을 가늘게 뜨며 눈썹을 꿈틀. 박경 이 새낀, 진짜. 오랜만에 와서는 왜 이리 평소에 하던 생각들만 콕콕 찔러 뒤집어 놓는지 모를 노릇이다.


그래. 경의 말대로, 태일과 유권은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다. 같이 길거리 공연을 하는 사이일지라도 그렇게 친밀한 사이도 아니었고 여전히 유권은 태일에게 존댓말을 썼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 사람은 지금까지 한 번도 동성 연애를 한 적이 없었다. 태일이야 여자에게도 딱히 관심이 없었지만, 유권은 주변에 여자도, 사귄 여자도 많았다. 그런 두 사람이 어쩌다가 섹스까지 하는 사이가 되었느냐. 아무리 고민해도 답은 나오질 않는다. 글쎄. 예전에 진짜 돈 많이 벌었을 때 맥주캔 까다가 그렇게 됐나. 스무디를 한 번 쪽, 빨았다.


"내가 보기엔 너희 둘 다 미쳤어."


"어쩔."


그 뒤로는 유권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 소식이라던가, 요즘 하고 다니는 공연이라던가. 경의 일이라던가. 시간이 지날 수록 좀 지루해지는 이야기가 이어지던 도중 태일이 핸드폰을 들었다. 시간이…김유권 올 시간이네. 그 말에 경이 인상을 팍 썼다. 뭐? 김유권?


"태일아, 내가 보기엔 김유권 그 새,끼가 널 물들인 게 틀림없다. 부탁이다. 한국으로 돌아 와라. 응?"


"뭐? 됐네요. 기껏 적응했더니."


그렇게 가볍게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가게 문이 종소리와 함께 열린다. 고개를 돌린 두 사람의 눈에 들어온 건 검은 나시 위에 흰 남방을 걸친 유권. 잠시 좁은 카페를 돌아보다가, 이내 두 사람을 보며 히죽 웃는다. 경이 형, 오랜만이네요? 경은 잠시 뭐라뭐라 욕을 중얼거리더니, 이내 태연한 얼굴로 어어 유권아!하고 친한 척을 한다. 그런 경을 보며 태일이 혀를 차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권이 자신의 앞으로 온 태일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경은 잠시 그 모습에 '이태이일'하고 말꼬리를 늘이는가 싶더니 이내 캐리어를 들고 일어난다.


"우리 오늘 약속 있어서요. 이만 가볼게요. 형도 일 잘 보고 가세요."


"오냐. 이태일, 연락 해라. 안 하면 죽어."


주먹을 들어보이며 위협적인 제스처까지 취한 경이 웃으며 먼저 가게를 나간다. 저 새낀 바쁘다면서 왜 나랑 놀고 난리? 태일이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고 있는데 유권이 태일의 손에 들린 스무디를 빤히 보다가 빨대에 입을 대고 쪼옥. 식겁해서 태일이 욕을 내뱉으며 유권을 밀쳐냈다. 미친 새,끼야! 왜 먹어! 그 말에 유권이 킥킥.


"됐고, 갑시다. 존슨이 기다리고 있어요. 존슨, 아. 이 새,끼 이름 너무 웃기지 않아요?"


"생각하는 것 하고는."


더러운 놈아. 태일이 권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때리는 시늉을 하며 가게를 나가려 하고, 유권이 '혀엉'하며 태일의 뒤를 따라 걸었다. 글쎄. 어쩌면 경의 말대로, 자신은 유권에게 물든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태일은 한숨을 내쉬었다.












-





태일은 항상 젊은 놈이 패기 하난 좋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글쎄. 유권과 태일이 딱히 나이차가 큰 것도 아니었지만 차이라면, 태일은 어린 나이부터 험한 꼴을 보며 살아온 덕에 속세에 찌들었다고 할까. 또래와는 달리 항상 차분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의 태일에 비해 유권은 제 나이대 친구들과 다를 바 없이 활발했다. 저렇게 나대기도 힘들텐데. TV를 보며 배가 찢어져라 목구멍도 찢어져라 웃어대는 유권을 보며 태일이 한 생각이었다.


"태일이 형, 이리 와 봐요."


"김유권, 우리 강아지나 한 마리 키울까?"


개요? 웬 개? 유권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꿈벅거리자 태일이 쯧 혀를 차며 소파에 앉았다. 네 놈 새,끼가 나 대신 부르라고. 넌 내가 개로 보이냐? 허구한날 형보고 이리 와라,이리 와라. 그 말에 유권이 잠시 멍하니 있다가 푸하하 웃음을 터뜨린다. 형은 말이에요. 평소 모습이랑은 다르게 은근 귀여운 발상을 한다니까요. 유권이 태일의 머리카락을 슥 쓰다듬으니 태일은 인상을 팍. 그러면서도 밀쳐내진 않는다. 한편 유권이 채널을 돌리다가 나온 영화 채널에선, 마침 뜨거운 장면이 나오고 있다. 올. 크다. 유권의 말에 태일은 기분이 나쁜 듯 인상을 쓴다. 이래서 내가 어린 놈들을 싫어했지. 생각 없어 보이는 말투 딱 질색인데. 태일이 혀를 차지만 유권은 그저 TV 브라운관에 집중할 뿐이다.


오오! 왓,더 풕! 발음 끝내주시네, 누님. 태일이 유권이 집어 먹고 있던 팝콘을 빼앗아 먹는다. 역시 팝콘은 영화관 팝콘이 짱인데, 이런 싸구려 팝콘이나 사서 먹으려니 영 맛이 없다. 짠 맛도 없고. 아, 김유권. 우리 조만간 한국 좀 갔다 올래? 그렇게 말하며 살짝 고개를 들어 유권을 보는데, 얼라리. 눈이 마주쳤다. 뭐야. 뭘 봐.


"형. 지난 번에 내기에서 나 졌잖아요."


"그랬지. 내가 예상한 것보다도 훨씬 적게 벌어서."


"그러니까 오늘 위로차. 응?"


지,랄을 해라. 아주! 태일이 쿠션으로 유권의 머리를 내리치려는 시늉을 하자 유권이 태일의 손목을 덥석 잡고 씨익. 형, 해요. 응? 태일은 유권의 이런 말투에 약해지곤 했다. 말 끝에 응? 은 왜 붙여. 응? 애도 아니고. 응? 태일의 표정을 읽었는지 유권이 씨익 웃으며 이마를 맞댄다. 야, 하지 마라니까. 싫다고오. 유권이 태일의 아디다스 저지 지퍼를 지익 내리며 귓가에 나른하게 웃었다. 아, 형. 오늘만요. 그동안 많이 안했잖아. 결국 태일이 졌다는 듯 두 팔을 유권의 어깨에 두르고, 유권이 웃으며 가볍게 입을 맞춘다. 그러다가 키스로 나아갈 때 쯤, 태일은 진지하게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했다.


스트레이트에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성격도 안 맞는 건장한 남자 두 사람이 이 지,랄을 떨면 이건 대체 무슨 사이죠?














-



유권이 기타를 치면 태일은 노래를 한다. 둘의 공연은 이런 식이었다. 그리고 사람이 좀 많은 날엔 태일이 노트북과 앰프를 가져다가 노래를 틀고 유권이 춤을 추는 정도.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둥글게 원을 그리며 둘을 둘러싸고, 태일은 노래를 실수하지 않으려 용을 쓰곤 했다. 항상 공연 때마다 혹시 실수를 하면 어쩌나, 경찰이나 다른 사람들이 와서 시비를 걸면 어쩌나 걱정을 하는 태일과 달리 유권은 항상 여유로웠다. 그래. 태일의 표현대로라면 젊은 놈의 패기.


오늘 공연은 꽤 성공적이었다. 유권이 춤을 춰서 사람들을 모으고, 태일도 신나는 노래로 분위기를 띄우고. 모금함을 들고 다니며 여기다 돈을 넣어주시면 바로 기부를 한다고 개뻥까지 쳐준 결과였다. 이런 식의 공연은 사람들의 시선이 꽤 신경쓰이기도 해서 태일은 부담스러워 하곤 했지만, 사실 사람이 없고 돈도 안 모이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어때요? 오늘은 플러스지? 의기양양한 유권의 태도에 태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장소를 옮겨다니며 여섯시부터 열두시까지. 여섯시간 동안 목청이 터져라 신나게 뛰어다닌 결과는 꾸깃꾸깃한 지폐 뭉치들이었다. 하지만 태일이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친 거짓말이었다.


원래 항상 기부를 한다고 뻥을 치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이것이 더 신경 쓰이는 이유. 아까 한 노부부가 오더니 외국인들이 좋은 일 한다며, 젊은 사람이 힘들지 않냐며(태일은 알아듣지 못했다. 다만 이런 뉘앙스였겠지, 하고 태일은 생각한다)큰 액수의 돈을 쥐여준 것이었다. 좋은 일에 써달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노부부. 덕분에 태일은 오랜만에 죄책감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형! 오늘 맥주 좀 사가지고 가죠! 저 앞에 24시간 마트 있잖아."


"권아."


그 말에 유권이 움찔했다. 태일이 자신을 부르는 호칭은 항상 김유권. 기분이 좀 좋으면 유권아. 그런데 권아, 라니. 권아? 권아? 사실 유권 본인이 불리기 싫어하는 이름 중 하나였지만, 태일이 저런 식으로 부르니 조금 놀랍다. 유권이 눈을 꿈벅거리고 있는데, 태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오늘 번 돈, 기부하면 안 될까? 그 말에 유권의 얼굴이 단박에 구겨졌다.


"미쳤어요?"


"아니."


"근데 돈을 기부하자는 얘기가 나와요? 모처럼 많이 벌었는데?"


"오늘따라 죄책감이 너무 들어서 그래."


유권이 허, 하고 기가 차다는 듯 웃다가 태일의 손에 들린 지폐를 발견했다. 아까 그 노부부가 주고 간 돈. 아하, 저거 때문에 그러나. 그래도 안 될 건 안 되는 거에요. 어떻게 번 돈인데, 이게. 그 말에 태일이 조용히 바닥을 보고 있던 태일이 인상을 쓰며 입을 열었다.


"사실 그동안 우리 기부 전혀 안 했잖아. 사람들 다 우리가 기부하는 줄 알고 돈 낸 건데. 오늘 한 번만이라도 기부 하자."


"뭘 갑자기 기부에요, 기부는. 지금까지 형도 그런 말 한 번도 안 했으면서 이제와서 기부는 무슨."


그런 답답한 유권의 태도에 태일이 느릿하게 숨을 쉬다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실망한 듯 보이는 태일의 손 안엔 지폐가 구겨져 있다.















-



[갑자기 한국은 무슨. 와도 안 반겨 줄 거니까 꺼져.]


"야, 박경."


[왜 그러는데?]


경도 답답하다는 듯 묻고 태일은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몰라, 그냥. 답답해서. 유권이 친구들을 만난답시고 어제 태일이 계속 들고 다니던 지폐를 빼앗아 들고는 집을 나서고, 태일은 집에 혼자 남아 있었다. 건물들 사이에 낑겨 햇빛도 제대로 들지 않는 좁은 아파트. 그 사이에 한국으로 돌아간 경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에 가겠다고 말하지만 반겨줄 줄 알았던 경의 태도는 냉랭하기만 하다.


"그냥. 나 한국가서 뭐 할 수 있는 거 없나? 한국 가서 계속 길거리 공연할까? 오디션이라도 볼까?"


[왜 그러냐고.]


모올라, 나도. 태일이 짜증스레 말을 늘리며 무릎에 얼굴을 묻고, 수화기 너머에선 경의 숨소리만 들린다. 태일이 답답한 숨을 내쉬고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삼십 초 정도의 정적이 흐른 뒤에야 경이 입을 열었다. 야, 이태일. 그 부름에 태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국제전화 비싸. 끊는다.]


"…."


[뭔 일인지 말해 줄 생각 생기면 다시 전화 해라.]


그리고 전화는 끊겼다. 하나 있는 친구란 게…. 투덜거릴 힘도 없어 핸드폰을 대충 바닥으로 내던진 태일은 소파에 벌러덩 누웠다. 좁은 소파. 유권과 함께 앉아 있을 땐 항상 비좁게 느껴지던 소파가, 혼자 누우니 그렇게 좁지도 않다. 뭐야, 이게. 편하게 기지개를 켜던 태일이 결국 '으'하며 눈가를 손등으로 가렸다. 혼자 남은 집이 놀라울 만치 편하다. 차라리 불편하게 느껴지면 모르는데, 너무 편하게 느껴지니 결국 태일의 머릿속 구석에서 조용히 기어 나오던 생각이 머리를 완전히 뒤덮고 말았다.


김유권 옆에 있을 이유가 없는 것 같아, 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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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선댓!! 자금 밖이라 집가거 읽을게ㅠㅠㅠㅠㅠ기대기대ㅠㅠㅠㅠ펑 안항거지?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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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웅 안할겡!!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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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이거ㅈㅓ번에본거디ㅡㅠㅠㅠㅠㅠ겁나조아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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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전에 쓰던 거 임시저장함에 있길래 좀 이어 써봤는데 언젠간 단편으로 써보고 싶당 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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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꼭..단편으로써죠야해......꼭꼬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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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우와........더이어주면안되까?ㅜ대박이야...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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