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의 마지막날. 그것을 저 혼자 밝히게되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여러분 감사했습니다"
그 어느때보다 차분한 의상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리더라는 이름으로 그들앞에 또는 비스트라는 이름으로 그들앞에 다시 설 수 있는 날이 다시 올까.
마이크를 잡은 손이 힘없이 내려갔다.
거의 한 달 전 해체가 확정되었을때 우리는 별다른 반응없이 그것을 받아드렸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공간안에 있는 시간도 줄어들었고, 그럴수록 서로에대한 비밀만 쌓일뿐이였다.
비밀은 쌓이고 그럴수록 서로에 대한 믿음은 깨지게 된다.
영원히 초심을 잃지 않는다던 우리는 그대신 더 중요한 것들을 잃고 만것이다.
기자회견이 어느정도 끝나자 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고 인사한 뒤 그곳을 빠져나왔다.
계단 아래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멤버가 없다는 생각에 계단을 내려온 후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 풀려서는 주저앉아버렸다.
차마 울 수 없어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감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었다.
비스트는 그 누구보다 오래가는 가수가 되고 아이돌이 될 것 이라고. 제일 멋진 가수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 무엇이 우리를 휘청이게 만든 것인지. 우리는 이제 한 팀이 아닌 개인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다시는 못 만날 수도 있고, 예전처럼 허물없이 지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것을 유하도록 하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였다. 결국엔 내가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 한 것이다.
문득 떠올랐다. 7년전의 우리가.
해체를 결정하던 그 자리에서 우린 데뷔통보를 받았고, 정상을 바라보며 연습했다.
처음부터 잘 되라는 것은 없었다. 그만큼 노력했고, 실력을 쌓았으며 우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건 한순간이였다. 공백기간이 길어지면서 팬들은 떠나가기 시작했고, 날마다 바뀌는 가요계에 우리는 도무지 적응하지 못 했다.
언제부터인가 팬들이 사라진거다. 우리의 활력소이자 힘이 되는 에너지가 사라지자 우리도 힘을 잃었다. 언제나 우리의 옆에 있어주겠다던 그 팬들은 어느새 우리를 떠났고, 떠나간 그 자리에서 우리를 손가락질 하기 바빳다.
팬만을 바라보며 살았던 우리에게 팬은 그렇게 점점 사라져갔다. 가요계가 변하듯 팬들 역시 변하고 말았다.
데뷔초의 그 팬들이 보고싶어졌다. 아무것도 없던 우리에게 유일했던 그 사람들이 생각났다.
이제는 다른 가수를 좋아하며 나를 욕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 사람들이.너무나 많은 것을 가진 지금의 우리.
팬들은 옛날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한때는 내 목숨처럼 아꼇던 그사람들이 이제는 내 목숨을 노리며 나를 조여오고있었다.
나도 우리 멤버들도 결국엔 그렇게 변해버린 것들에 지쳐버리고만 것이다.
휘청거리는 다리를 애써 힘주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하에서 기다리고있을 매니저형에게 메세지를 넣으려고 폰을 켜니 몇개없는 채팅방중 비스트, 라고 써진 채팅방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볼 수 있겟지, 우리]
대답을 들을 생각은 없었다. 전송을 누른 나는 그 방을 빠져나왔다.
나의 20대를 바친 비스트. 윤두준이 아닌 비스트로 살면서 힘들고 후회하는 날이 더 많았다고 해도 훗날 이 이름이 나에게는, 또 우리 멤버들에게는 추억이 될 것이다.
또다른 나같은 존재였던 비스트, 그것은 이제 끝나버린 과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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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단순히 가상으로 만든 팬픽입니다. 그냥 데뷔전부터 생각하다보니 생각나서 쓴 하하 실재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