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식사 하실 땐 절대 소리내면 안된다."
"..."
"둘째, 사장님 목욕시중 중엔 절대 부르시기 전까지 돌아보지 않는다."
"..."
"셋째, 집안 어느 곳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
"요즘, 사모님께서 많이 예민하시니까 각별히 신경쓰도록 해. 알겠니."
"..네."
"곧 사장님 오실 시간이다. 옷만 갈아입고 나와."
곧 등 뒤로 문이 닫혔다. 아주 작은 캐리어, 그리고 내 몸뚱아리 하나. 울지 않는다. 울지 않겠다.
하녀면 어떻고 몸종이면 어떻고 창녀면 어때.
돈벌어서 우리 아가 좋은거 먹일 수 있으면 그걸로 됐어. 난 정말...
그거면 괜찮으니까.
길게 이어진 잔디밭 징검다리 위에 서서 허리를 굽히고 섰다. 더운 여름이지만 누구 하나 살이 내비치지 않게 옷을 갖춰 입고 있었다. 곧이어 생전 처음 보는 차 한대가 거대한 문을 가르고 들어섰다. 얼핏 고개를 들려고 했지만 내 손을 강하게 잡아채는 손길이 있었다. 아직. 아직 아니다. 차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검은 구둣발이 보였다. 땅을 밟는 일이 처음인것처럼 아주 가볍게. 깨끗한 구두발로. 혼자만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처럼 걷는 모양새가 퍽이나 있는 집 사람다워서 웃음이 났다. 솜털같이 가벼운, 숨소리에 가까운 웃음이 그에게 닿았나보다. 주름 하나 없는 검은 양복바지가 내앞에서 멈췄다.
"죄송합니다."
내게 주의사항을 이르던 주임이 내앞을 막고 섰다.
"오늘 처음 온 아이라서..제가 다시 주의시키겠습니다."
"오늘 처음 온 아이는."
"..사장님?"
"입이 없나."
크게 침을 삼켰다. 어쩌면 솜털 같았던 아까의 웃음보다 더 크게.
"죄송합니다."
"죄송할 짓 앞으로 하지 마세요."
목소리가
"나 그거 굉장히 싫어해."
서늘하다.
식사가 시작되기 전에 사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오라는 주임의 말에 이 저택의 가장 깊숙한 곳. 그앞에 섰다. 또하나의 집이 이안에 있을 것만 같은 아주 커다랗고 화려한 문. 손을 들어 노크를 했다. 들어와요-아주 얇고 가냘픈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힘을 주어 문을 열었다.
"무슨 일?"
"오늘..처음 뵙게되서..인사를 드리려고.."
"아, 얘기 들었어. 내가 샵에 있느라. 반가워."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려보이네?"
"아.."
"말 수가 없나보네. 어, 여보. 오늘 새로온 메이드. 봤어요?"
방안에 위치한 드레스룸에서 그가 걸어나왔다.
"봤어."
"되게 어린것 같은데? 우리 종인이랑 비슷할 것 같아. 안그래요?"
"사람 세워두고 그런 얘기는 무슨 매너야."
"내가 뭐 별말 했나."
"내려가봐요. 곧 갈테니까."
그의 말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섰다.
인형같이 아주 예쁜 여자.
빚어낸것 같이 아주 잘생긴 남자.
너무 현실성이 없어서 또 웃음이 나올것만 같아 급하게 계단으로 향했다.
"김집사. 종인이는?"
"방에 안계십니다."
"학교에서 아직 안데리고 왔어?"
"오늘은 차 안타시겠다고 하셔서 그냥 온 모양입니다."
"걔가 또 어디로 샐 줄 알ㄱ..!"
"그만."
"...여보."
"처남 애 아니야. 앞가림은 하니까 그만하고 식사해."
"종인이 몰라서 그래? 또 어디가서"
"또 어디가서 담배피고 술이나 마시겠지."
"여보!"
"한마디만 더 해."
"당신 진짜..."
"당신이 진짜 처남을 걱정했다면 왜 이제서야 이 소란이야."
"...."
"안참아. 화나려고 해."
"...."
"식사해."
우리 아가는 밥 먹었을까. 울지는 않을까. 나없으면 밥도 잘 안먹으려고 할텐데.
아가 생각에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부르는지도 까맣게 몰랐다. 부인과 끝이 정해진 논쟁을 하던 그가 어느새 나를 부르고 있을 줄은 모를 일이었다.
"오늘 처음 온 아이가 아까 보니까 벙어리는 아니던데."
"..네?"
"끝을 낮춰서 대답해."
"...."
"내가 부른거니까."
"...죄송합니다."
"목욕을 하겠다고 말했어."
"...아..네."
"올라와."
밥그릇을 반도 채 비우지 않은 그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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