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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불닭 전체글ll조회 1451
"과제 보고서는 문 쪽 책상 위에 올려두도록."  

 

말을 마치고 팔 소매를 걷어 시간을 확인했다. 3시를 막 넘겼다. 만나기로 한 시간이 5시니까 걷은 과제를 좀 보다가 퇴근을 하면 딱 맞을거다.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모두 나가고 과제 보고서를 내 책상에 들고 왔다. 계절학기라 많이 빡빡한 과제는 아니다. 

 

보고서를 3~4개 정도 보고 시간을 확인했더니 4시가 거의 다 되어갔다. 휴대폰으로 얼굴을 확인하고 옷차림새를 다듬는다. 그리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다. 

 

[다섯시에 보는거 알지?] 

 

어린게 은근히 덜렁대서 이렇게 알려줘야 한다. 과제 보고서들을 한 손으로 안고 다른 손으로는 가방을 쥔다. 강의실 불을 끄고 문도 닫고 바로 교직원 주차장으로 향했다. 뒷좌석에 리포트들을 두고 운전석에 앉는다. 시동을 걸고 창문을 연다. 언젠가 내게 차에서 나는 냄새가 싫다고 했는데 그 이후로 요섭이를 만나러 갈땐 늘 차창을 열고는 했다.  

 

제법 쌀쌀한 바람이 뺨을 감쌌지만 춥지 않았다. 즐겁다. 바람소리가 노랫소리같았다. 흩날리는 머리칼은 꼭 춤을 추는 것 같다. 

 

약속했던 레스토랑 앞에 주차를 하고 다시 옷차림을 다듬었다. 기다렸다. 바람이 불었다. 빗방울이 툭툭 안경을 친다. 밖에 더이상 있을 수 없어 다시 차로 갔다. 

 

휴대폰을 들어 카톡이 왔나 확인을 했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메시지 창 옆의 1이라는 숫자가 무거웠다. 자동차 앞면 유리의 흔들리는 와이퍼 사이로 지나가는 형형색색의 우산들. 나와 만나기로 한 레스토랑에서 나온 너의 모습. 누군가의 품에 안겨 비를 피하려는 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요섭아. 

 

당장 문을 열고 나갔다. 쏴아아- 거칠어진 빗줄기가 날 적신다. 걸음을 내딛으려 했지만 가지 않기로 했다. 지금 이 모습으로 당신에게 가면 내가 더 비참해지거든.  

 

다시 차 안으로 들어왔다. 차 시트는 먹먹하게 젖어가고 있었다. 입술을 꽉 문 채로 시동을 걸고 집으로 향했다. 그냥. 아무것도 싫었다. 울리는 카카오톡 알람소리가 너무 듣기 싫었다. 전화 진동소리도 끔찍했다.  

 

 

 

 

 

 

 

다음날- 

 

옷도 갈아입지 않고 잤나보다. 마르지 않은 빗물에 젖은 옷들을 벗어내고 씻으러 갔다. 옷을 갈아입고 소파에 앉아 차분히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제 요섭이 보낸 문자들, 카톡 메시지들을 모두 확인했다. 내 마음을 후빈다. 혼자서 아프기보단 만나서 이야기 하는게 나을 것 같아 문자를 남긴다. 

 

[1시에 ㅇㅇ카페에서 만나. 꼭 나와. 잠깐이면 돼.] 

 

문자를 보내고 또 어제처럼 안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후회도 했다. 대충 흰셔츠에 검정색 바지, 선글라스를 썼다. 밝은 낮이지만 선글라스를 끼니까 꼭 어제 저녁 같기도 했다. 카페에 도착해서 대충 커피 두잔을 시키고 기다렸다. 1시가 넘어가고 역시 안 올까 보다 하는 생각을 채 끝내기도 전에 내 앞자리에 앉았다. 

 

"미안." 

 

어제 못가서 미안한건지 오늘 늦어서 미안한건지. 미안하단다.  

 

"미안?" 

"미안해. 어제 가족모임 때문.." 

"가족..?" 

 

언제까지 너의 거짓말에 내가 속아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니. 라는 말이 입천장을 치고 올라왔지만 가까스로 삼켰다. 썬글라스를 껴서 내 표정이 가려지는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제 봤어. 니 모습." 

"어?"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니 모습. 참 당황했겠다, 너. 내가 만나자는 곳에 이미 있었고 말이야." 

"무슨..." 

"내가 참 좋아했던 레스토랑이고, 내가 참 좋아했던 너인데. 어느새 내가 제일 싫어하게 되어버렸네." 

"..." 

"우리 여기서 끝내. 넌 이미 끝냈을지도 모르겠다." 

 

깊게 숨을 마시고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어젠 지독하게도 날이 어둡더니 오늘은 독하게 날이 밝았다. 햇빛은 선글라스를 뚫고 내 눈을 찔렀다. 언젠가 데이트를 했던 1년 뒤 편지를 보내주는 우체국으로 향했다. 편지지를 사서 한 곳에 앉아 펜을 꾹 쥐고 생각을 정리했다. 눈에 고인 눈물이 너에 대한 내 미련을 꼭 씻어줬으면 좋겠다. 로 시작하여 편지를 쓴다. 

 

넌 정말 밉지만, 내가 한때 좋아하던,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늘 아름답고 행복하길 바라.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행복하길 바라. 정말 나는 너가 왜 떠나갔는지 모르겠어. 부족하지 않게 다 해 줬는데. 주마등처럼 스치는 우리 추억을 생각하면 너무 아름답다. 우리 둘이 걸어온 길은 이제 서서히 잊혀지겠지만 넌 다른 곳으로 더 나아갈거야. 이곳에서 어제를, 아니 그 전을 계속 기다리고 그리워하며 헤매는 나와는 달리... 행복해. 뒤를 보며 나에게 미련과 동정을 주지말고 넌 앞으로 달려나가며 누군가와 반드시 행복해. 너의 그 행복엔 언젠가 나도 함께 했다는걸 잊지 말아줘. 그거면 돼. 잘 살아. 

 

 

펜을 놓고 편지를 잘 접어서 우체통 앞으로 갔다. 제법 따뜻한 글귀가 우체통에 쓰여있었다. 편지봉투를 우체통에 넣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왜 그런건지 손이 떨렸다. 눈을 보고 하지 못했던 말들 다 써놓고 괜히.. 눈을 딱 감고 편지봉투를 밀어 넣었다. 너가 이편지를 보는 1년 뒤에는 내가 널 잊고 행복하겠지. 뒤 돌아 서서 걸어가는데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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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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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왜 ㅠㅜㅠㅜㅜㅠ 요섭아 왜 넌 지금 준형이를 두고 떠나가니... 잘 됐으면 좋았을 텐데 여운이 많이 남네요 더군다나 1년 후 편지가 보내지는 우체통이라니 로맨틱하네요 용준형 이 남자 ㅠㅠㅠㅠㅠ 요섭이도 나빴음 암튼 메마른 땅에 준요라니 감사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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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ㅜㅠㅠㅠㅠ진짜 ㅠㅠㅠㅠ아릿한글이에요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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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아ㅠㅠㅠㅠ 좋아요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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