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준을 아는 사람들은 말한다.
-남준이? 좋은 애지. 나 저번에 남준이한테 도움 받은 적 있었어.
들어보면 매너가 좋거나 곤란한 상황에서 많이 도와주는 착한 사람인 김남준은
내겐 전혀 착한 사람이 아니다. 나만 보면 저렇게 얼굴을 굳힌다.
어차피 껄끄러워진 김남준과 더 친해지고싶지 않았던 내 태도도 한 몫 했겠지만.
***
김남준은 과 연애 상담사로 인기가 많았다.
둘을 불러놓고 얘기를 하다가 적당한 때에 빠진다는 김남준이 엮어준 커플이 한달도 안돼서 벌써 세쌍이다. 그중 두쌍의 여자 쪽은 김남준을 좋아한다고 소문 났던 여자애들이지만 어찌되었든 결과가 좋아 연애상담으로 인기가 많았다.
과에서 내 짝사랑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과외 하다가 그 오빠 따라서 학교 들어온 새내기. 꽤 군기가 강한 과의 과 선배임에도 그 오빠만 보면 좋아 어쩔 줄 모른다고 소문난 새내기,경영학과 걔. 그게 나였다. 숨기지도 않던 풋사랑인지라 1학년 새내기가 3학년 과대인 김석진을 좋아한다는 건 이미 유명한 소문이었고, 사실이었다.
마침 김남준이 그 3학년 과대 김석진과 아는 사이란 사실이 퍼졌다. 나 조차 몰랐던 일이 꽤나 퍼진 건지 같은 강의를 듣는 친구가 알려주었다.
" 탄소야, 김남준이 네가 좋아하는 그 선배랑 아는 사이래. 엄청 친한가봐. "
" 그래? "
나는 문쪽, 김남준은 창가 쪽. 고개를 돌려 자연스레 김남준이 앉은 쪽을 쳐다보았다. 우연일까.
날 보던 것 같은데. 아닌가?
바로 돌려진 김남준의 고개는 앞에서 강의 하시는 교수님에게 고정 되어있다. 그래, 우연이겠지. 자의식 과잉에 괜히 부끄러워져 얼굴에 열이 올랐다.
손부채질을 하며 열을 식히는데 옆에 동기가 검지로 톡톡 내 팔을 두드렸다.
" 탄소야, 이따가 애들 술 먹는다는데 올거야? "
" 술? "
" 너 또 과톡방 알림 꺼놨구나? 그냥 애들이 먹자는 건데 아마, 대부분 술 보단 다른 거에 더 관심 많을 걸? "
" 다른 거? 뭔데? "
" 연애. 남준이가 또 한 커플 엮었잖아. 과대랑 상현이. 직접적으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상현이 상담만 해줬는데 됐대. 신기하지 않아? "
" 그러네. 근데 입학한지 한달 좀 넘었는데 다들 연애하네. 것도 CC인데. "
" 뭐야, 탄소 너 부러워 하는 거야? 혹시 그 오빠 때문에 그래? "
동기가 짓궂게 웃으며 날 바라본다. 좋다고 따라다닌 덕에 석진 오빠에 대한 내 사랑을 모르는 우리 과 사람들은 없다. 하긴, 술 먹고 새내기가 좋아한다고 고백 했으니 말 다 했지. 그래도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냥, 신기해서 그래.
동기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술자리에는 와. 재밌을 거야.
***
술자리는 재밌었다. 대학가 술집이니까 안주가 쌌고 덕분에 술 값 걱정은 덜 해서 그런지 많이 마시는 애들도 많았다. 가게 분위기도 좋았고, 다들 즐거워서 웃고 떠들며 마셨다. 그렇게 한 두잔 기울이고, 커플인 애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며 한 명이 연애하고 싶다고 푸념을 늘어놓다가 CC가 된 아이들의 얘기가 나왔다. 잠깐 술 좀 깰 겸 가게에 있는 콘 아이스크림을 먹자는 동기의 제안을 따라 아이스크림을 먹고오니, 어느새 술자리에선 김남준의 카운셀러가 펼쳐지고 있었다. 자연스레 다른 동기의 짝사랑을 얘기하던 자리에 끼어 앉아 술을 더 홀짝이며 듣다보니 얘기의 주제가 내 짝사랑으로 옮겨졌다.
" 어, 탄소 왔다. 짝사랑하면 탄소를 빼놓을 수 없지. 우리 탄소 사랑따라 이 학교 왔잖아? "
얼굴이 벌겋게 될 정도로 취한 동기가 웃으며 말했다. 야,야, 미친., 놈아 왜 그래. 그나마 정신이 말짱한 애들이 그 동기를 말렸다. 아차 했는지 동기가 바로 사과 했다.
그래도 내 기분은 풀리지 않았지만 애써 괜찮다 말해주었다.
" 괜찮아. 그리고 틀린 말도 아니고. "
" 오오~, 김탄소~~ "
손으로 휘파람이 불리며 동기들이 내게 엄지를 치켜주었다. 술이 확 깨는 기분에 방금 내가 한 짓에 후회가 됐다. 아, 그만 마셔야겠다.
" 근데 탄소야, 너 고백은 했어? "
" 어? 어... 했어. "
그런데 술이 안깬다. 주사가 상대방에게 말하기인지 터진 입을 다시 다물기가 힘들어졌다.
" 뭐? 그럼...차인거야? "
" 응. "
그때 김남준은 내 얘기를 듣다가 말했다.
" 그 형 연하 안좋아해."
몰랐던 사실은 아니다. 당사자에게 입으로 들었던 사실이다. 그렇다고 제 3자던 김남준에게 들을 말은 아니라 생각했다.
" 그리고 나 그 형이랑 친해. 당사자 없는 곳에서 아는 사람 얘기 나오니까 불편하다. 계산 그냥 내가 할게. 먼저 일어난다."
" ... ... . "
웃는 낯으로 공감이 가는 얘기들만 꺼내놔서 할 말도 없었다.
김남준은 굳힌 얼굴로 코트를 집어들고 나섰다. 정적이 내린 술자리는 말이 없어졌다. 취한 탓에 쉽게 울컥한걸까, 아니면 내 짝사랑에 넌 아니라고 말하는 김남준의 태도에 울컥한 걸까. 김남준이 가게 문을 벗어났을 쯤, 나도 자리에 떴다. 그렇게 말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고 물으려다가, 몇 번 듣지도 않은 김남준의 목소리가 내 속에서 반론을 했다.
' 너는 왜 좋아한다는 사람을 술자리 안주로 만들어? '
결국은 내 생각인 것에 한대 얻어맞은듯이 다리가 굳어 술집 앞에서 서 있었다. 봄이라도 밤의 날씨는 쌀쌀해서 그런가, 아니면 내 생각보다 내 사랑이 사랑한다는 사람을 술자리 안주로 만들만큼 보잘 것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가. 그저 추웠다.
그 후로, 김남준은 커플 상담을 그만 두었고,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김석진을 좋아한다는 것을 티내는 것을 줄였다.
나와 김남준은 조금 껄끄러운 동기가 되었다.
***
그런 이미지의 김남준의 연애 상담을 엿듣게 되었다.
원래 나는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편은 아니다. 과방에 두고온 이어폰 생각 났다.
두명의 목소리가 들렸다.
같은 동기 정호석과 김남준.
" 너 김탄소한테 완전히 미운털 박혔던데."
정호석이 먼저 날 언급했다.
" 그러게. "
김남준의 목소리가 담담했다. 김남준도 아나보다. 껄끄러운 우리 사이를. 내 얘기가 거론 된 상황에서 들어 갈 수 없어 난감해졌다.
그래도 미친 척 하고 발을 내딛던 순간 정호석이 김남준에게 물었다.
" 썸은 고사하고 고백도 못하겠다. 어,...."
웃으며 얘기하던 정호석이 정면으로 보였다. 웃던 얼굴이 놀란듯 눈이 커졌다. 뒤돌아 내가 안보이는 김남준이 고개를 숙인체 얘기한다.
" 그러게. 원래 첫사랑은 안되나봐. "
놀라서 쥐고있던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놀란듯한 김남준의 등이 움찔 떨리더니 몸을 돌려 뒤에 있는 날 바라보는 모습이 느리게 눈에 들어왔다.
" ....김탄소? "
정적을 깬 소리에 퍼뜩 정신차린 내가 냉큼 핸드폰을 주워 달아났다. 김,김탄소! 탄소야! 뒤에서 날 부르는 김남준의 목소리와 의자가 자빠지는듯 우당탕탕 거리는 소음이 났지만 목에 쇠맛이 나도록 달렸다.
건물을 빠져나와 숨을 몰아쉬었다. 그니까, 나 무슨 소리를 들은 거야.
-
꺄학 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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