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한다!!!!〃
우렁찬 목소리가 호프집을 울렸다. 정수리 위로 묵직하게 하나 둘 올라오는 손들 덕에 꼭 거북이처럼 목이 잔뜩 눌려서는 고맙다며 이제 손을 치우라고 작게 말하자 분명 나와 눈을 마주쳤음에도 아랑곳 않고 더욱 손에 힘을 준다. 금증은… 쓸으브르그쓰. 경수선배한테 좀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내자 턱을 괴고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한다. …아, 아냐. 오늘은 날이 날인만큼 내가 참아야지. 암, 그럼.
〃이제 OPD라고 불러야겠네? 어?〃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요 뭐.〃
장장 5분 정도를 그렇게 사람 목을 눌러놓더니 이제는 자기들끼리 하하호호 웃으며 맥주 마시기에 바쁘다.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 상황에 오징어 다리를 질겅질겅 씹어대는데 언제 다가온건지 경수선배가 옆에 앉아 슬쩍 말을 건다.
〃그래도. 내일 모레인가?〃
〃네, 모레 회의 하고 다음 주부터 촬영이에요.〃
〃OOO 이제 막노동 인생 끝, 인생폈네.〃
우스갯소리로 3D업종이라 하던 AD생활도 이제 끝이구나 싶어 경수 선배의 말에 아니라며 고개를 저으면서도 웃음이 잇새로 실실 새어나왔다. 이제 피디님 소리 들으면서 일할 수 있겠다는 사실이 어찌나 가슴이 간질거리는지, 한 잔 받으라며 맥주잔들 사이로 틈틈히 굴러다니는 소주병 중 하나를 집고는 내게 흔들어보인다.
〃어차피 다 틀 잡혀있는 프로그램이고 다른 프로그램보다 엄청 힘들고, 이런 건 없을거야.〃
〃네에!〃
〃모든지 처음이 힘든 법이기도 하고, AD랑은 또 다르니까.〃
꼭 우리 아빠같다. 조곤조곤 조언을 해주는 경수 선배에게 알겠다며 고개를 씩씩하게 끄덕거리자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아, 근데 OO아 너희 프로그램 그거 알아?〃
〃응? 뭘?〃
안주로 나온 감자튀김을 먹고있는데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한번 친 경리가 나를 부른다. 무슨 얘기냐는 듯 쳐다보니 주위 눈치를 살피는 건지 몇 번 두리번거리고는 마침 화장실을 가 비어있던 경수 선배의 빈자리를 채운 경리가 내게 손짓했다. 왜, 무슨 얘긴데. 엄청난 걸 말하려는 건지 급격히 안색이 어두운 경리의 표정에 덩달아 나까지 심각해져서는 귀를 가져다대자 놀라지마, 라고 운을 띄운다.
〃그러니까,〃
〃어, 그러니까.〃
〃이번 너희 프로 새 커플 남자…, 오세훈이래.〃
〃아, 오세훈? 걔였ㄱ, ……뭐?〃
오세훈이라 함은, 장장 5년을 사귄 내 엑스 보이프렌드 되시겠다. 그리고 동시에 이번에 사정 상 사표를 내게 됐다는 김PD님이 맡던 프로그램인, 폐지 0순위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를 맡게 된 내가 개편 시즌을 맞아 처음 맞이 할 첫 가상 부부의 신랑이시기도 하다. 경리의 비장한 귓속말에 그대로 마시고 있던 맥주를 코로 내뿜는 묘기를 선보여버린 나는 진심으로 심장이 내려앉는게 무엇인지 실감했다. …시발. 이래서 사내연애하지 말라나 봐. 연애할 때는 자주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했던 내가 진짜 병신 중 상병신이다. 기껏 열심히 피해다녔더니 매주 보게 생겼다. 꿈에서 조차 보기 싫었는데 이런 식으로 얼척없게 볼 줄이야.
〃안녕하세요, 오세훈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망할 오세훈이 내 면전 앞에 서있다. 어제 저녁 먹었던 연어가 식도를 역류해서 입 밖으로 나올 것 같은 기분이다. 애써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자 아무것도 모르는 작가 언니들은 애기PD 얼굴 빨개졌다며 놀려댄다. 저 지금 빡쳐서 빨개진 건데요.
〃일단 그럼 아름씨랑 얘기 나누고 올테니까 OPD랑 오세훈씨랑 컨셉 좀 잡아볼래?〃
작가언니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진아언니가 수첩을 펄럭거리며 묻기에 슬쩍 곁눈질로 오세훈을 살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얘랑 단 둘이 있어야 한다니. 얼마 전 종영한 일일 드라마에서 막내 딸로 나왔던 남아름이라는 여자애가 나를 보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한다. 올해… 스물 한살이라고 한 것 같던데 얼굴에 솜털이 가시지도 않았네. 앳된 얼굴에 어색하게 웃으며 같이 인사를 맞받아주고는 진아언니와 함께 방을 나서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
나가고싶다.
〃………〃
당장 이 곳을 벗어나고 싶다.
〃잘 지냈어?〃
아 미친 소름. 방을 나가고 싶다는 주문을 계속 뇌까리며 이제 굳게 닫혀있는 문만을 쳐다보는데 불쑥 목소리가 끼어든다. 오세훈의 존재를 한참 부정하고 있던터라 뜬금없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놀래버렸다. 흐어! 깜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조심스럽게 옆을 쳐다보자 아까 제대로 보지 못해서 알아채지도 못했던 기괴한 머리 스타일의 오세훈이 핸드폰을 만지고 있다. 내가 방금 헛것을 들었나. 나 부른 것 같은데…? 근데 나 회의 해야되는데 언제 하지. 핸드폰만 만지고 있는 오세훈을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이내 이런 식이면 회의고 뭐고 아무것도 못하겠다 싶어 한숨을 삼키고 몸을 아예 오세훈 쪽으로 돌렸다. 그래, 시발 이건 비즈니스야. 쟤는 구남친이 아니라 내 프로그램에 나올 연예인이다. 연예인이라고, 내 돈줄이다. 걸어다니는 닭다리야, 닭다리, 닭ㄷ…
〃살이 좀 찐 것 같기도 하고.〃
〃…안 쪘거든?〃
〃아냐, 쪘어. 너 턱이 없어졌는데.〃
…이 개새끼가?
〃안 쪘다고. 네가 지금 콩깍지가 벗겨져서 그래.〃
〃아, 그런가?〃
그런가는 무슨. 회의고 뭐고 핸드폰을 아예 내려놓은 채로 나를 위아래로 훑다가 내 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울컥해버렸다. 회의고 뭐고 다짜고짜 살 쪘다니. 연애했을 때 보다 3kg 찐 건 맞긴 한데 귀신같이 알아채는게 아니꼽다. 회의고 뭐고 쟤 그냥 시작도 전에 하차시켜버릴까 하다가 참을 인자를 열번 정도 마음 속으로 새기고서 한숨을 꾹 삼켰다.
〃…회의나 하죠.〃
〃종대는 취업했어?〃
〃…먼저 저희 제작진끼리 상의해본건데 아름양이랑 세훈씨랑 여섯살 차이나는 걸 처음에 강조할까 해요.〃
〃아직이면 내가 아는 형 카페 하는 데 소개시켜줄까? 알바긴 한데 근무조건이 좋아ㅅ,〃
〃여섯살 차이가 사실 또래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세대 차 난다기도 애매하긴 한데 작가 분들이 알아서 해주실거예요.〃
〃아, 알바는 좀 그런가. 그럼 종대 노래 배웠었으니까 보컬학원 소ㄱ,〃
〃야 김종대 취업한지 오래 됐거든?〃
아 씨발 발암.
안녕하세요 글잡에서 처음 인사드리는 입동굴입니다!
이 글 어디서 본거 같으시다면 착각 아니에요! 다른 글에서 동시 연재중이니까 당황하지 않으셔도 돼요(침착)
첫 화라 가볍게 짧게 썼는데 재밌으실지.. 사실 괘노잼ㅋㅎ
그리고 PD 쪽 관련한거 정말 전문지식 0%니까 그냥 망상글이구나 하고 가볍게 너그러이 넘어가주세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쥐구멍에 숨고싶당ㅎ
상황설명 짤막하게 해드리면
여러분 = 개편시즌 맞이해서 원래 피디가 사정상 하차하고 우결의 새로운 PD
오세훈 = 여러분하고 5년 사귀었다 깨진 구남친 = 모델 겸 배우 = 개편시즌 우결 첫 가상 부부의 남편
암호닉..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받아요(수줍)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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