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준비를 다 마치고 이제 콜택시를 타러 마당을 나가 정문을 통과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지만, 평소 같았으면 많은 경호원의 수에 밀려 절대 몰래 빠져나갈 수가 없다. 그렇지만 오늘은 새로 온다던 경호원 단 한명만 피해서 나가면 될 일이기에 나는 일단 무식하게 정문까지 뛰어보기로 한다. 일단 정문을 벗어나면 택시 타는 일은 그 다음일 것이다. 그리고 마당 정원에서 정문까지 뛰는 그 길 5분이 자신에게 체력적으로 벅찰 일이라는 것과 본인이 추운 겨울 짧은 H 스커트에 굽이 있는 부츠를 신고 있음을 아주 나중에 깨닫게 된다. 방에서 나와 현관 로비를 지나고 대리석 계단 스무개를 빠르게 내려가 건물 앞까지 오는 것은 성공한다. 이제 정원만 가로질러 나가면 되는데 생각보다 너무 고요한 분위기와 평소와 달리 사람이 없음에 나는 좀 당황한다. 그리고 좋은게 좋은 거지 뭐, 하는 마음에 뜀박질을 크게 하며 정원 잔디를 밟아 가로지르며 이제 정문까지 10M도 채 남지 않았다. 헉헉거리는 숨을 고르며 아까 불러 두었던 콜택시 기사님에게 전화를 걸려는 참에 갑자기 옆에서 어느 남자의 무겁고 정적인 목소리가 울린다.
' 목적지까지 태워다드리겠습니다. '
좀 많이 당황스러웠다. 뭘까. 이 남자. 새로 왔다던 자신의 새 경호원? 대충 첫인상을 보았을 때 멀끔하고 일처리를 빠릿하게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검정색 수트에 아르마니 넥타이가 참 잘 어울리는, 잘생겼다. 키도 크고 호리호리한 체형임에도 경호원임을 뚜렷히 알려주는 옷의 핏이 좀 많이 설레었다. 그래도 클럽 가면 저 사람보다 훨씬 멋있고 잘생긴 남자들이 많다고 친구들이 그랬으니까 일단 이 사람과 동행을 해선 안 된다. 그리고 어떤 경호원이 아무렴 대통령의 딸이라지만 갓 스무살이 처음 가는 클럽까지 같이 가주겠어. 무엇보다 밖에 누군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신경이 쓰인다.
" 필요 없어요. 저 혼자 가면 돼요. 저 지금 외출 나가는 건 아버지껜 비밀로 해주시고요. "
벌써 10시가 넘은 시각에 호출한 콜택시가 여전히 눈 앞에 보이지 않자 슬슬 여기서 빠져 나가기가 눈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도 오늘 처음 부임 왔는데 하루 정도는 눈 감아 주겠지, 라고 쉽게 생각했다. 아. 근데 슬슬 추워지기 시작한다. 오늘이 영하 몇 도라고 했었더라.
' 차 내부 히터 틀어 놨었습니다. 일단 들어가시죠. 날이 춥습니다. '
남준은 흘깃 내 착장을 보더니 곧바로 시선을 돌려 세워진 차 뒷문을 벌컥 열었다. 안에서 새어 나오는 따뜻한 열기에 나도 모르게 아. 그럴까요? 하면서 탈 뻔 했다. 그러나 이 경호원은 현재 내가 어디에 가는지 모르기에 이리 친절히 대해주는 것일꺼다. 성인이 된 이후 아버지께 따끔히 주의를 얻은 것은 길거리 유흥점과 클럽을 늦은 시간 다니지 말라는 것이다. 정해진 업체의 장소는 가는 것이 허락되지만 전에 친구와 가보았을 때 나이대 그득한 사람들이 바에서 술을 거나하게 먹는 모습을 보고 난 뒤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졌던 곳이었다.
" 아뇨. 저 하나도 안 추워요. (훌쩍) "
입은 하나도 안 춥다고 하는데 콧물이 계속 나와 훌쩍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남준은 그런 내 얼굴을 가만히 응시하다 차 조수석에서 양털 담요를 꺼내 내밀며 사무적인 말투로 답을 건냈다. 아까 처음 건냈던 말과 동일한 것이었다.
' 목적지까지 태워다드리겠습니다. '
뭔가 모르게 이제까지 겪었던 경호원들과 다른 그의 모습에 난 그에게 허락을 맡으면 앞으로 아버지 몰래 클럽을 출석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이 남자가 눈만 감아주면 앞으로 짜고 치며 새벽까지 놀 수 있다. 경호원은 일 안 해서 좋고, 나는 신나게 놀 수 …
' 어디 놀러가시나 봅니다. '
혹시 클럽 가는 것이 들켰나 싶어 그의 표정을 훑어 보았다. 처음과 변함없는 그 얼굴에 다행이다 싶어 솔직히 그에게 털어 놓으려는 마음이 커졌다. 밖에 가만히 서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살구색 스타킹을 신은 허벅지가 바람에 닿아 얼고 있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너무 추웠다.
" 저… , 혹시 태워다 줄 수 있어요? "
그는 어디를 가십니까, 하는 당연한 질문을 하지 않고 아무 말없이 고개를 슬쩍 끄덕이며 열어둔 뒷 자석으로 날 이끌었다. 차에 탑승하자마자 온 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훈훈한 열기에 급격하게 기분이 풀어졌다. 그리고 낯선 이 경호원의 첫인상이 꽤 좋게 다가왔다. 뭔가 자신이 말하는 어느 장소이던간에 다 태워다 줄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 신사역 3번 출구에 내려주세요. "
난 괜히 고급 인력을 이동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같아 괜시리 마음이 찔렸지만 그는 딱히 수족을 붙이지 않고 뜻대로 하시길, 이라는 여전한 태도로 날 대했다. 미지근한 온도로 날 대한 경호원이 처음이기에 조금은 의아했지만 그냥 그의 경호 스타일이겠지, 하고 넘겼다. 신사역까지 가는 시간을 통틀어 한 마디도 주고 받지 않는 터에 약간은 어색해졌다. 원래 처음 경호 오시는 분들은 나랑 친해지겠다고 엄청 말도 걸고 친절히 대해주고 상냥했었는데. 물론 내가 사고를 치거나 도망가려는 때에는 가차 없이 굳은 얼굴로 곤란합니다. 를 시전하신 분들이었지만.
" 음. 경호원님은 몇 살 이에요? "
전 올해 스무살이 되었어요. 빵빵. 양 손가락 두개를 동그랗게 만들어 뿌듯한 얼굴로 앞좌석 거울에 비치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너무 어색해서 남은 10분 정도라도 안면을 터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올해 스물 여섯 입니다. 경호 일을 시작한지는 5년이 다 되어 갑니다. '
아 그렇구나. 빼고는 딱히 할 말이 없는 대답이었다. 나랑 이야기 하기 싫은 건가, 혹은 클럽 가는 걸 눈치 채고 첫날부터 일이 생겼다고 잔뜩 심통이 난건가 싶어 그의 눈치를 계속해서 살폈다.
" 생각보다 어리시네요. 어… 저번에 절 맡아 주셨던 오빠들은 다 스물 여덟, 아홉이었어요. "
스물 여섯이면 나랑 여섯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정말 어린 편에 속하는데 어째서 아버지는 이 경호원을 스카웃 한 걸까. 그렇게 무술 실력이 뛰어난 사람인가?
' 그 정도 나이대면 오빠가 아니라 삼촌이라 부르죠. 보통. '
츳, 하고 그의 짧은 혀 차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기도 했다. 괜히 무안해진 나는 그래도 최선을 다해 말을 걸었다는 생각에 나름 만족하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거의 다 도착한 것 같은데.
" 아 저기 횡단보도 앞에 내려주세요. 제가 걸어가고 싶어서요. "
그는 알겠다는 제스처로 말없이 핸들을 돌려 정확히 횡단보도 앞에 차를 멈추었다. 저기 저 멀리 만나기로 한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 고마워요. 너무 늦게는 귀가 안 할테니 먼저 퇴근하시고 쉬세요. 친구랑 놀거라 걱정 안 하셔도 돼요. "
클럽 입성을 눈앞에 두니 기분이 방방 뜨게 되어 나도 모르게 헤실거리며 그에게 정다운 고마움 표시를 했다. 이제껏 만났던 경호원들과는 다르게 이 사람은 융통성도 꽤 있는 것 같고 일도 잘할 것 같다.
' 안이 어두워서 발을 헛딛을 수 있습니다. 발밑을 항상 조심하시길. '
별 생각없이 아 네 그럴게요 하고 재빨리 차 문을 닫고 내린 나는 곧바로 이상한 점을 캐치할 수 있었다. 내가 어딜 갈 줄 알고 뭘 조심하라는 걸까. 혹시 내가 클럽 가는 걸 알고서 저런 말을 하는걸까 싶어 찜찜한 구석을 버릴 수 없었다. 어쨋든 내가 클럽 가는 것을 막지 않았으니 된거다 하는 마음에 재빨리 친구를 불러 신나게 입장 줄을 서려는 참에 클럽 앞 가죽 라이더를 입고 벽돌 담에 걸터앉아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시선을 느꼈다. 뭔 사람을 저리 뚫어지게 쳐다 봐, 옆에 있던 친구를 툭툭 쳐 저 남자가 자꾸 쳐다본다며 좀 이상하다 깔깔거렸다. 남자의 추파도 받다니 정말로 성인이 되었다는 실감이 나 입장 줄을 기다림에도 발갛게 된 뺨이 식지가 않았다. 친구는 너 꼭 블러셔를 빡세게 한 것 같다며 부끄럽게 티 내면서 유난 떨지 말고 놀자며 나를 격려했다.
처음 가 본 클럽은 생각보다 어두웠고 소리가 엄청 컸으며 사람이 많아 내부가 몹시 더웠다. 패딩 입고 왔으며 쪄죽었겠네, 하는 생각에 괜시리 초짜 티는 벗은 느낌이 들었다. 정신없이 쿵쿵대는 음악에 약간은 어지러움이 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테이지로 이끄는 친구의 손을 사람들에게 밀쳐져 놓치게 되어 이도 저도 아니게 엄청나게 많은 남자들 사이에 끼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앞 뒤 양 옆 모두가 자신의 허리나 어깨에 슬쩍슬쩍 스킨쉽을 걸어오는 남자들이었고 난 순간적으로 너무 당황해서 조금은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중 제 옆에서 머리칼을 비비적거리며 제게 치대는 이 남자는 아까 밖에서 담에 기대 날 뚫어져라 보던 그 사람이었다. 이걸 어떻게 빠져 나가지 싶기도 했고 계속해서 안 좋은 생각만 들었다. 아. 술이라도 왕창 마시고 올 것을.
뻣뻣하게 긴장감으로 굳은 내 몸을 휙 잡아끈 건 주변 남자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어떤 따뜻한 손이었다. 남자는 갑작스레 내 손은 붙잡고는 사람들 많던 스테이지를 쭉 빠져나와 한적한 입구 쪽으로 나를 이끌었다. 나도 모르게 간절해 잡은 손을 꼬옥 붙잡게 되었는데 남자는 입구 쪽에 다와서야 그 손을 놓으며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날 내려다 보았다. 그제서야 제대로 보이는 얼굴이었다. 아까 날 데려다주던 그 경호원… ?
' 이럴줄 알고 왔습니다. 오기 잘했군요. '
날 꺼내줘서 고맙긴 한데, 무턱대고 화부터 내고 보는 남자가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우린 아까 만난 초면입니다만. 난 당황스러움을 숨긴채 처음 클럽 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요... 라는 쪽팔린 대사를 치고 싶지 않아 괜히 더 세게 나가보기로 했다.
" 그야 …, 클럽이니까요. 원래 클럽은 이래요. "
허. 하고 어이 없는 코웃음을 친 남자는 대각선 각도로 빤히 절 내려다 보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았을 땐 잘 몰랐는데 이 남자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더 더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아까 밖에서와는 달리 좀 사적으로 대하는 남자의 눈치가 조금은 보였다. 경호하는 아가씨가 까졌다고 속으로 욕을 하고 있을까. 눈빛에 열기가 담겼지만 그의 정돈되고 깔끔한 태도는 일관적이었다. 다만 달라진 태가 있다면 아까는 내 착장에 대한 관심이 밤톨만큼도 없었다면 지금은 좀 노골적으로 제 어깨선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점이랄까. 말없이 가만히 응시하는 그의 시선이 민망해질 무렵 그가 내민 것은 자신이 입고 있던 수트 자켓이었다.
" 위에 걸치셨으면 하는데. "
드러난 내 어깨선이 그리 별로였나 싶었던 나는 스물 여섯 청년의 눈엔 저같은 어린 애의 태란 그럴 수 있겠다 싶어 괜시리 부끄러워졌다. 뭔가 어린 애가 클럽 처음 온 티 안 내려고 허세 부린 게 들킨 것 같잖아. 앞으로 이 경호원을 계속해서 보아야 할 텐데 어떡하지. 일단 내 이미지는 폭망한듯 싶었다. 근데 나는 왜 아까부터 이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걸까. 그냥 마음이 간지러운 걸까.
" … 아가씨? "
미간을 살짝 찌푸린 남준의 모습이 눈에 담겼다. 자켓을 저에게 준 탓에 와이셔츠에 넥타이만 했음에도 자신 주변에 있는 여자들이 그를 눈독 들이고 있음이 뭘 모르는 나도 느껴졌다. 문득 기분이 나빠졌다. 이 남자는 나의 경호원인데. 처음 만나는 날부터 왜이리 소유욕을 자극하게 만드는지. 아마도 내 손짓 발짓에도 조금의 표정 변화 없이 날 내려다보며 무미건조하게 서 있는 저 태도 때문일 것이다. 아까 내 발랑 까진 태도와 말에는 엄청나게 흔들렸으면서.
' 이름이 뭐에요? '
물어보는 내 목소리가 생각보다 많이 떨렸던 것 같다. 그를 의식한 순간부터 투정을 부리 듯 입술을 이죽이다 간신히 내뱉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 RM 입니다. "
' 아. 그런 네임 말구요. 진짜 이름이요. '
그는 한치의 표정 변화도 목소리의 높낮이 변화도 없었다. 이는 우직함의 표현이었고 나는 그럴수록 이 남자를 나도 모르게 길들이고 싶다는 생각에 안달이 났다.
" 죄송합니다만, 내려오는 지령 외 개인적인 신상에 대해선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 "
그건 나도 알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은 말을 꾹 참고 그를 올려다 보았다. 그래도 알려줘요.
" RM 입니다. 개인 조항은 이미 계약 시 모두 기입이 끝났습니다. "
"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 "
조금은 짜증이 났던 것 같다. 여간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아까는 좀 융통성 있어 보였는데, 이제보니 이제껏 보았던 경호원 중 제일 융통성 제로인 남자였다. 당신 생각보다 나는 소유욕이 꽤 강한데. 내 것이라는 표현 주장이 하고 싶었다.
' 난 원래 전속 경호원들 이름을 다 파악해요. '
무턱대고 쏘아붙인 말에 남준이 조금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절 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 그 이유가 꽤 궁금하군요. "
어서 말해보라는 제스처에 난 머릿 속에서 가장 순발력 있는 답을 생각해내기로 한다. 그가 가장 납득할 수 있는, 그런 타당한.
' 이름이 새긴 선물을 주거든요. 마치 증표 같은 걸로요. '
그럴싸한 내 대답이 마음에 들어 나는 재차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어서 그 이름을 말해주세요. RM 이라는 누구나 아는 그 칭호는 나만을 위한 전속이 아님에 만족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는 끈질기게 내 답을 캐물었다.
" 선물이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지. "
이 끈질긴 남자같으니라고. 어서 대답해보라는 그의 말에 버벅거리지 않으려 일단 말이 되는 선물을 생각해보았다.
이름을 새길 수 있는 선물, 뭐가 있지 어서 생각해보자. 음…
' 목걸이요. '
아. 레터링이 가능한 선물을 생각하다 떠오른 건 반지였지만 너무 오바하는 것 같아 다른 악세사리를 말한다는 게 그만 목걸이라고 답해버리고 말았다. 이건 뭐 강아지 취급도 아니고 목줄에 주인 이름을 새긴 것과 다르지 않는가.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웃어 넘길 주제가 경호원과 아가씨라는 관계에 의해 매우 곤란해졌다. 그가 충분히 무례하다고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불쾌감을 느꼈겠지. 분명. 그러나 슬쩍 위를 보아 표정을 본 남자는 알게 모르게 옅은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 ?
" 재미있군요.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
" 다만 이름은 RM 으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
끝까지 올곧은 성정을 지닌 그의 태도에 나는 패배를 인정하고 불그스름하게 변한 볼을 숨기려 휙 뒤돌아 입구 쪽 계단을 올라갔다. 뒤에서 따라오는 그의 발자국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내가 뭐. 경호원한테 추파를 뿌린 것도 아닌데 그깟 이름 하나 물어보았다고 괜히 심장 떨리게 만들어.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인 그가 원망스러웠다. 난 뒤따라오는 남자의 손에 쥐어진 긍정의 의미를 알아채지 못했고 결국 이름을 알아내지 못했다는 것에 투덜대며 궁시렁거렸다. 그리고 곧 저를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에 난 또 뭐요 라는 퉁명스러움으로 답을 했다.
" 전 아가씨만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입니다. "
급작스러운 고백 멘트에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표독스럽게 뭐 어쩌라구요, 라고 답 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 아가씨께서 붙여주신 이름이라면 충분히 개명을 할 의사가 있다는 말입니다. "
" 원래 이름은 김남준 입니다. 아가씨께서 저에게 주실 이름을 기대하겠습니다. "
본래의 계약 규정을 어기지 않으면서 깨트리고 마는 그의 성정이 드러나는 말이었다. 문득 입꼬리가 올라가 있기도 했던 것 같은데 아무렇지도 않게 계단을 올라가는 절 에스코트 하는 남자의 모습이 새삼스레 멋있게 보였다. 실은 몇 시간 전 처음 보았던 순간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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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신 선물이 목줄과 같은 가죽끈이어도 기꺼이 하죠. '
' 그러니 애완견 다루듯 항상 데리고 다니셨으면 합니다. 오늘은 주인이 가출을 했다 치겠습니다. '
실없는 소리를 멀쩡한 얼굴로 낮게 울리는 그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연신 끄덕이고 말았다. 이빨을 드러내지 않은 맹수 하나를 곁에 두고 다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버지는 어떠한 생각으로 이 남자를 내 곁에 둔 것일까. 어쩌면 이는 아버지의 뜻이 아니라 이 남자 혼자만의 뜻일지도 모른다. 그가 절 보는 저 눈빛에 일렁이는 온도가 그 이유를 말해주고 있었다.
* 작 가 모 먼 트
안녕하세요 미소녀 K 입니다 :) 남준이의 수트 짤을 보다 갑자기 삘이 와서 미친듯이 글을 쓰게 되었네요 증말 ^^;; 경호원 컨셉 너무 좋구요... 빙의글 너무너무너무 쓰고 싶었습니다.. 신알신 해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구요 보고싶으신 커플링이나 빙의글, 망상글 컨셉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적어주세요! 곧바로 글을 쓰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다음 글은 아마 ( 남준 시점 ) 같은 글이나, 다른 멤버의 조각글을 들고 올 것 같아요. 아마 지민이나 정국, 태형 셋 중 하나거나 셋 다 등장하는 조각글일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떨리기도 하고 긴장이 되네요 다들 예쁘게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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