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787070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헤어져."

 

 

 

 

 

듣기 싫은 마찰음과 함께 내 뺨이 보기좋게 돌아간다.

나의 뺨을 힘껏 후려친 그녀는 은은한 향수냄새를 풍기며 나에게서 멀어진다.

좋아했던 그녀의 향이 오늘따라 진하게 느껴진다.

하얗던 그녀의 피부가 더 하얗게 보이기도 했고, 꾹 다물려진 입술이 더 빨갛게 보이기도 했다.

 

 

 

 

 

넌 끝까지 날 비참하게 만드는구나.

너에게 다른 남자가 생긴 것 쯤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너의 좋던 향은 다른 낯선 향에 섞여 역겨운 냄새가 나기도 했고,

가끔은 그 냄새를 덮으려 다른 향수를 뿌렸지만 그보다 더 역한 냄새가 날 때도 있었다. 

 

 

 

 

 

이런 너의 사소한 변화까지도 신경쓰던 나는 진심으로 널 좋아하긴 했었나보다.

힘들겠지만 나는 널 잊어보려 한다.

날 좋아하지도 않았던 널.

허무하게 날 떠나가버린 널.

이젠, 잊어보려한다.

 

 

.

.

.

 

 

"헤어지자."

 

 

 

 

나의 핸드폰 액정에 뜬 메신저 창을 본 순간 헛웃음이 지어졌다.

왜 이렇게 찌질하냐.

이번엔 푸하하- 하고 통쾌한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한참을 웃고는 다시 시무룩해졌다.

내가 그 놈 한테 쏟아부은 돈이 얼만데.

내 돈.

내 돈 내놔.

차라리 내 불알친구 김민석 술 값으로 쓰는게 더 나을 뻔 했다.

아, 그건 또 아닌가. 그냥 나를 위해 썼어야 했다.

 

 

 

 

 

생긴게 눈도 쫙 째지고, 차갑게 생긴게 딱 김민석이 떠오르는 상이길래 만나봤더니만

김민석은 커녕 다른 평범한 남자만도 못하다.

뭐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남자를 볼 때의 기준은 항상 김민석이 되는 것 같다.

하도 오랫동안 알고 지내와서 그런가.

 

 

 

 

 

아, 김민석 보고싶다.

기분도 꿀꿀한데 같이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해야지.

보고싶네, 김민석.

 

 

.

.

.

 

 

"어, 왔냐."

 

"일찍왔네. 우리 되게 오랜만이다. 그치."

 

"그저께도 봤잖아."

 

"어찌됐든 오랜만이라고. 넌 내가 반갑지도 않냐."

 

"맨날 질리도록 보는데 뭘 또 반갑다 안반갑다 따지고들어."

 

"좀 받아주면 덧나냐!!"

 

"술마시고 왔냐? 오늘따라 왜이래."

 

 

 

 

개같은 김민석. 내가 언젠간 저 집안의 씨를 말려버리리라.

그래도 김민석 술 값까지 내가 내려했는데 김민석의 개같은 발언덕에 술 값은 굳혔다.

혼자 속으로 아싸를 외치며 앞을 보는데 그런 나를 보고있는 김민석의 표정이 너무 웃겼던 나머지 푸하하- 하고 소리내어 웃었다.

거기에 더해진 한심스럽다는 김민석의 시선과 함께.

 

 

 

 

"술이나 마셔."

 

"이 누님이 오늘 기분이 많이 안좋으니까 술 값은 니가 내라."

 

"오늘 나도 기분 별론데."

 

"왜, 여자친구한테 차이기라도 했냐."

 

"어. 차였다."

 

"진짜? 헐."

 

"왜, 너는 남자친구한테 차이기라도 했냐."

 

"어... 나도 차였다."

 

 

 

 

김민석의 입에서 헐이라는 소리가 나왔을 때 즈음 우린 눈에 눈물이 맺히는지도 모른채 미친듯이 웃어댔던 것 같다.

보는 사람 마저도 행복해질 정도로, 그렇게.

 

 

.

.

.

 

 

"야!! 이 병시느아!! 다 큰 사내새끼가 여자한테 차이고 다니고 말이야, 어?"

 

 

 

 

시발. 취했다.

내 앞의 김민석은 이런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앉아있고.

쟨 왜 쓸데없이 술이 세가지고는.

나는 지금 발음도 꼬이고 장난 아닐텐데.

게다가 한 번 제대로 터진 입은 다물 수가 없었다.

 

 

 

 

 

"이 누님이 많이 속상하잖냐..."

그제서야 김민석은 제대로 나를 쳐다본다.

"너 그거아냐?"

흐끕- 딸국질을 하고 다시 말을 이어간다.

 

 

 

 

"유치원, 고등학교 때 까지만 해도 잠잠하던 내 가슴이 중학교 때 부터였나 갑자기 뛰기 시작하는거야.

고등학교 때는 더 미친듯이 뛰었다? 근데 지금은 막 터질듯이 뛰어."

 

"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냐."

 

"몰라아... 그런거같아."

 

김민석의 낯빛이 조금 어두워진 것 같기도 하다.

잠시 생각에 잠긴듯하더니 다시 입을 달싹인다.

 

"누군데, 내가 아는 사람이야?"

 

"그러엄- 니가 엄-청 잘 아는 사람이지."

 

"그래서, 누군데."

 

퉁명스러운 김민석의 말에 살풋 웃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김민석."

 

"뭐?"

 

"너라고. 김민석."

 

김민석은 뻘쭘하게도 더 이상 말이 없다. 나는 숙였던 고개를 들고 다시 입을 연다.

 

 

 

 

"중학교 초반 까지만해도 넌 당연한 존재였어. 항상 내 옆에 있어줄거고, 나랑만 놀아줄거다. 이렇게 생각을 했었지. 근데 이건 그냥 나만의 착각이였어.

넌 얼마 후 이쁘장하게 생긴 여자아이를 데려왔고, 그 때 넌 아마 그 여자아이를 이렇게 소개했을거야. 내 여자친구야. 라고.

그 말을 들었을 때 난 깨달았어. 내가 지금까지 했던 생각들은 모두 잘못된 생각이였다고. 그 때 이후로 난 생각을 고쳐먹었을거야, 아마.

김민석은 언제나 내 옆에 있어주지 않을거라고.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날거라고.

너는 못느꼈겠지만 그 날 이후로 난 많이 달라져 있었어. 좋은 것들, 예쁜 것들, 맛있는 것들을 볼때면 항상 너를 생각했어.

너는 이걸 좋아할까, 마음에 들어할까, 싫어하면 어쩌나.

하지만 너는 나의 이런 고민들을 무색케할 정도로 내가 너에게 주는 것들은 항상 고맙다고 웃어주며 받아줬었어.

그리고 고맙다, 새끼야. 라는 말은 항상 빼먹지 않았었지."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바람빠진 웃음을 흘린다.

김민석이 나의 눈을 쳐다본다,

난 내가 좋아하던 그 쫙 째진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 때 까지는 아마 내가 널 좋아하고 있다는 것도 몰랐을거야. 그런데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너랑 같은 반이 되고 짝이 된거야.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

나 그 날 엄마한테 엄청 자랑했었다? 그랬더니 엄마가 그러더라. 김민석이 그렇게 좋냐고. 김민석이 그렇게 좋으면 김민석같은 사위 하나 데려오라고.

그래서 내가 자신있게 대답했지. 김민석같은 사위 말고 김민석을 데려오겠다고.

그 날 부터 아마 남자들만 보면 너랑 비교하게 되고, 김민석 닮은 남자만 찾아다니고, 다른 남자랑 같이 있는데도 김민석 생각만하고.

봐, 지금도 김민석 생각만 하고 있잖아."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대담했었지. 술을 마셔서 그런가.

그건 아닐거다. 술은 아까전부터 깨있었으니까.

그냥 나의 솔직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 일지도 모른다.

솔직하게 털어놓고나니 마음이 꽤나 홀가분하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 잔을 더 들이켰다. 캬아-

 

 

 

 

 

"야."

 

김민석의 부름에 고개를 돌리자 김민석은 나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쥐며 말한다.

 

" 좀만 더 빨리 말해주지. 난 너 유치원 때 부터 좋아했었는데."

 

그러고선 나에게 다가온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런 김민석의 뺨을 톡톡 치고서는 말했다.

 

"니가 유치원 때 부터 날 좋아했으면 난 니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너 좋아했을거다."

 

"분위기 깨지좀말지?"

 

"아니, 그러니까, 고맙다고 새끼야."

 

"이왕 그런 오그라드는 말 해줄거면 이 말이나 해주지. 사랑한다고 새끼야."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고선 아줌마, 계산은 저 만두같이 생긴 놈이 할거예요. 라고 소리치며 급하게 가게를 빠져나왔다.

나는 내 볼을 감싸쥐었다. 뜨겁다. 만두새끼를 닮아가나.

나의 달궈진 볼을 진정시키는데,

 

"야!! 먼저 나가버리면 어떡해!!"

 

어...어... 만두새끼가 달려온다. 나는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신명나게 달리던 나는 우뚝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그 놈이다. 찌질이새끼.

나의 뒤를 좇던 김민석도 우뚝 멈춰선다. 그러고는 내 귀에대고 작게 읊조린다.

그 년이다. 내 뺨 때리고 튄 년.

김민석과 나는 잠시 눈빛을 주고 받고는 그 놈, 년들에게 달려갔다.

나는 그 년에게, 김민석은 그 놈에게.

 

 

 

 

잠시 후 짝- 하는 소리와 함께 김민석과 나의 웃음 소리가 울려퍼진다.

 

 

 

 

 

거리에 흩날리는 벚꽃들도 우리를 향해 웃어보이는 것 같다.

너희 참, 행복해보인다고.

 

 

 

 

 

 

-어느 벚꽃 흩날리는 날에 끝-

 

 

 

 

* 안녕하세여 밍블리입니다. 제가 쓴 글을 인티에 처음 올려보는 것이기도 하고, 많은 수정작업을 거쳐서 고심끝에 올리는 작품이여서

기대가 되기도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이 작품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하겠습니당.

 

 

* 다른 단편 에피소드 좋은거 추천해주세여!!

 

 

*사랑해여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EXO/김민석] 어느 벚꽃 흩날리는 날에  4
11년 전

공지사항
없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이런 단편 좋네여. 잘읽고 가여 !!
11년 전
대표 사진
비회원155.27
와 세상 참 좁네요 어떻게 서로의 헤어진 연인끼리 만나서 ㅋㅋㅋ잘읽고 가요!!! 윗댓님처럼 이런 단편 짱좋아요ㅠㅠ 슬픈거도 달달한거도 다 좋네요 와 근데 여주가 참 사람 설레게하는 멘트를 잘하네여.. 여잔데 설랬어...내가 민석이여도 넘어갔을것같아....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여주 겁나 멋져ㅠㅠㅠㅠㅠ남주보다 여주한테 더 설레기는 처음이네요 글 분위기도 좋고ㅠㅠㅠㅠㅠ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설레네요ㅠㅠㅠㅠ글 분위기도 좋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빙의글/오세훈] 오래된 노래 번외 下6
10.11 22:03 l 흑역사생성
[형시/제아] 형은 언제봐도 귀여워(조각)3
10.11 18:36 l 임샤니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6
10.11 07:26 l 양념치킨
[빙의글/오세훈] 오래된 노래 번외 中8
10.11 01:51 l 흑역사생성
[빙의글/오세훈] 오래된 노래 번외 上6
10.11 01:09 l 흑역사생성
[손흥민조각] 이 모든게 꿈이길15
10.10 23:42 l 느리
[국대조각/참함구흥] 회식날8
10.10 23:21 l 고자핑거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3
10.10 23:02 l 고3수험생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
10.10 22:41 l 뀨우?
[탑뇽/최승현빙의] 나 남자한테 설렘; 059
10.10 22:17 l 뭐지
[EXO/세훈X백현] 연애하기 전 첫 데이트 썰238
10.10 22:09 l 오미자
참기만 하는 건 싫어요 3
01.03 17:11 l 역삼동
그냥 매몰차게 버려 3
01.03 17:10 l 역삼동
머리로는 아는데 3
01.03 17:08 l 역삼동
위로? 3
01.03 17:08 l 역삼동
잘할게, 미안해 3
01.03 17:07 l 역삼동
짝사랑 3
01.03 17:10 l 역삼동
당신 3
01.03 17:07 l 역삼동
무제 3
01.03 17:05 l 역삼동
취기를 핑계삼아 3
01.03 17:05 l 역삼동
사소한 구김과 찢어짐을 숨길 수가 없다 3
01.03 17:04 l 역삼동
그렇게 살았다 3
01.03 17:03 l 역삼동
익숙한 게 무서운 거야 3
01.03 17:02 l 역삼동
그래도 널 사랑해 3
01.03 17:02 l 역삼동
그대 생각 3
01.03 17:01 l 역삼동
애비 소원
01.03 16:44 l 논현동
낭만에 대하여
01.03 16:44 l 논현동


처음이전096209709809910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