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경수처럼 |
아마 그랬을것이다.
"비 온다."
우산을 손으로 받쳐들며 나를 씌어줬을 것이다. 운동화를 꺾어신은 채로 달려온 다음, 비가 온다고 하고,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웃었을 것이다.
"늦었잖아."
너는 시계를 잠깐 보고, 다시 나를 보고, 바닥으로 시선을 내리꽂는다. 졌다는 듯 웃으면 내게 멋쩍은 미소를 짓는 너.
"미안, 기다렸지?"
"괜찮아."
그리고 우리는 잠깐의 침묵이 흐른다. 아무 말 않고 너의 눈을 본다. 눈동자엔 내가 비춰진다. 길 위로 난 들국화랑, 들국화랑, 그리고 들국화도.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하던 중, 네가 말을 걸었다.
"고마워 항상."
"뭐가?"
"이렇게 기다려주는 게."
봐, 내 예상이 맞았지. 손을 꿈지럭 거리던 네가 내 손을 잡았다. 주춤하는 행동에 덩달아 민망해져서 조금 웃었던 것 같다. 내가 먼저 잡을걸. 깍지 낀 손을 보고 있다가 들국화에 시선이 갔다. 그 앞의 너는 여전히 많이 망설이고 떨려하는 것 같았다.
"내일은 빨리 올거지?"
"어, 저기 들국화."
"들국화? 네 눈에 있는 거?"
"어?"
맞다, 넌 네 눈동자에 뭐가 비쳐있는지 모르겠다. 거울이 있다면 좋았을걸. 네 눈에 이미 환한 들국화가 여럿 피었는데.
"아니..."
"..들국화 노란색, 예쁘지?"
"노란색, 응."
내가 마지막으로 대꾸를 하고, 그러고는 또 말이 없다. 가만히 앉아서 연구라도 하는 건지, 아님 정말 할 말이 없는 건지.. 들국화 한 송이를 똑, 꺾어서는, 내게 보여준다. 멀뚱히 왼손을 내밀고 있는데 그걸 손에 쥐여준다. 왼손이나 오른손이나, 온통 네가 준 것 투성이. 네가 꺾은 꽃도 나한테, 네 손도 나한테.
"있잖아."
"응."
"내일은 빨리 올게."
눈이 휘어지도록 웃고 있는 경수를 가만히 내 눈에 담았다. 너도 참 뜬금없다. 쓸데없고 쓸데없는 얘기들로 가득했지만 가볍게 웃어버렸다. 그러면 너도, 따라 웃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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