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이가 사준 옷장 속 옷들 중에서
평소에는 입어보지도 않았던 옷을 꺼내 입었다.
메이커 로고가 붙어있긴한데
이게 무슨 메이커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한테 이런 옷이 어울리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중요한 자리이니 만큼
옷차림에 신경을 썼다.
단정한 분위기의 오피스룩.
교복 말고는 생전 처음 입어보는 블라우스를
잘 정돈 하고 건물을 올려다 봤다.
꽤나 큰 규모의 건물, SM엔터테인먼트.
건물에 박혀있는 SM 로고를 빤히 쳐다보는데
뒤에서 대화소리가 들린다.
“쟤 뭐야?”
“들어가려는 거 같은데?”
“오디션 보러 왔나.”
수근거리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앳된 얼굴의 여자들이 플랜카드를 들고 나를 바라본다.
‘EXO’
플랜카드 대부분에 써져있는 단어.
조금은 걱정되고 또 반대로 들뜬 마음이 묘했다.
입구 앞에서 어젯 밤에 연락 온 SM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입구 앞으로 마중 나온 관계자와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어제 새벽, 백현은 코디의 송별회 술자리에서
틈틈히 연락을 해왔다.
제 옆자리 사람들 사진을 찍어
-내 옆에 여자 없어 전부 남자들이야.
-알겠어 조금만 먹고 집에 들어가.
-자고 있어. 이따 갈께.
술자리가 끝나면 올 것 처럼 말하던
변백현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핸드폰을
확인 했을 땐 다른 카톡이 와있었다.
-자? 어떡하지 나 오늘 못 들어갈 것 같은데.
미안해♡
그 카톡을 마지막으로 따로 연락은 하지 않았다.
어디서 바로 자고 오겠거니 싶었다.
변백현의 회사. 잘하면 내가 다니게 될 회사.
관계자는 면접관을 데려온다며 자리를 비웠다.
‘그냥 말만 면접이지, 보는 거 하나도 없고
짧게 대화만 나눌 거예요. 조금 시간 걸릴 수도 있으니까
천천히 방 둘러보고 계세요.’
잔뜩 긴장한 내게 관계자는 긴장을 풀어주는 식의
말을 건내고는 사라졌다.
누군가의 방인지는 모르겠지만
깔끔하게 정리 된 방을 눈으로 구경했다.
방 안 물건에 손을 대기도 좀 그래서
얌전히 앉아만 있었다.
조금은 지루한 기다림에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3시.
박하는 지금쯤 유치원에서 친구들 좀 사겼을까,
오늘 아침에 데려다 준 유치원에
신이 나서 들어 간 박하 생각이 난다.
내심 엄마랑 떨어져서 울고불고 할 줄 알았는데
막상 그렇지 않으니까 다행스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다.
-자? 어떡하지 나 오늘 못 들어갈 것 같은데.
미안해♡
여전히 조용한 변백현과의 카톡방에 들어왔다.
-어디야? 아직 자고 있ㅇl
“…….”
-어디야? 나 지금 회사 와서 면접 기다I
“…….”
쓰다 지우고 수정한 카톡을 보내는 건 관두기로 했다.
여전히 조용한 걸 보니 아직까지 자고있나.
-나는 박하보다 너가 더 좋다.
-밥은 먹었어?
-박하는 뭐해? 박하 생각에 연락한 거지
네가 지금 뭐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연락한 건 아냐.
변백현의 카톡을 하나 하나 읽었다.
조금은 긴장된 마음이 변백현의 흔적으로 풀리고 있다.
-난 있잖아,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세상에서 네가 제일 좋다.
-뭐해? 난 차 타고 스케줄 가고 있어
아까 헤어숍에서 우리랑 비슷한 또래의 여자를 봤거든,
그 여자는 디자이너한테 이런 저런 헤어를 추천받으면서
머리를 하더라. 근데 그 여자를 보는데
왜 네 생각이 자꾸만 나던지..
내가 다음에 헤어숍 예약해줄께♡
박하와 놀아주느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변백현이 예전에 장문으로 보냈었던 카톡을 읽게 되었다.
조금은 기분이 묘하다.
하나하나 읽어 올리며 카톡을 보고 있는데
머리 위에서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기분 좋은 문자 왔나 봐요?”
“아, 안녕하세요.”
“나 들어오는 지도 모르고 계속 웃고 있길래.
앉아요, 일어날 필요 없어요.”
좋은 인상의 남자가 언제 들어왔는지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여 인사 하니
멋쩍은 듯이 손사례 치며 자리에 앉힌다.
“백현이 친구라고 들었는데,”
“아, 네.”
“하하,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사실 애인만 아니면 친구여도 별 상관 없으니까.”
“…네.”
“이쪽 분야에 대해서 경력 있으세요?”
“…아니요. 저는 이 분야에 관심만 있지 기술이나
경력 같은 건 없어요. 하지만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심히 말을 마친 나를 바라보던 남자가
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어.
아무리 지인 추천으로 입사를
하게 된다 해도 뽑아주는 사람이
떨어뜨리면 어쩔 수 없는거였으니까
진심으로 말을 했어.
“많이 힘들 거에요. 계약서는 준비 되면
바로 쓰는 걸로 하고 일은 내일 부터 하는 걸로 하죠.”
“…아. 네! 감사합니다!”
인상 좋은 남자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따라 일어난 나를 방문 앞까지 안내했어
“인수인계는 딱히 할 게 없을 거예요.
이 직업이 개인능력으로 일하는 거라,
어쨋든 조심히 들어가시고 저녁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개를 조아리는 나를 향해 웃어보인 남자가
고개를 작게 숙이고는 문을 닫았어.
쌓였던 긴장이 완전히 풀린 탓인지
어느새 긴장은 설렘으로 바뀌었어.
곧장 출입구로 향하며 핸드폰을 꺼내
변백현의 번호를 찾았어
[변백현]
뚜루르르르르-
신호음이 여러번 울리고서야 전화가 받아졌어.
“여보세요? 변백현.”
=…….
“듣고 있어? 나 뽑혔어! 솔직히 너한테
고맙기도 하고 만나서는 직접 말 못할테니까
전화로 말할려고. 그, 네가 저번에 물어봤었잖아.
왜 그땐 대답 못한건지 잘 모르겠는데
어쨋든 나는 지금 행,”
=누구세요?
주절주절 떠드는 내 귀에 박힌 음성은
변백현의 목소리가 아니었어.
누군지 모를 어떤 여자의 목소리.
“여보세요? 변백현 핸드폰 아니에요?”
=그러니까 누구시냐고요. 말하는 게 사생 같지는 않은데.
“죄송하지만 누구세요? 변백현 바꿔주세요.”
=오빠 지금 자는데요. 오빠, ○○이 누구야?
이름 저장 되있어서 받았는데 오빠 찾아.
잠결에 깬듯 갈라지는 여자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변백현을 불렀고
난 급하게 도망치는 사람처럼
전화를 끊어버렸다.
“…뭐야…, 뭐야 변백현.”
이게 무슨 기분인지 잘 모르겠는데
어째선지 내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망울진 눈물 때문에 바닥히 뿌옇게 보인다.
커다란 핸드폰을 꽈악 쥐어잡은 채로
가만히 서 있는 내 얼굴이 들려졌다.
“아, 맞네.”
“………….”
“우는 모습은 별로 보고싶지 않았는데.”
기타 케이스를 뒤로 맨 박찬열이 내 얼굴을
두 손으로 잡은 채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 암호닉 명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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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널어야해님 꿍디님 청승님 박하엄마님
크젤님 윤아얌님 세젤빛님 민토님
샤워가운님 짝짝님 종이님 찬여열님 이야핫님
엑소친구님 어린왕자님 축세님 레몬님
원주민님 성장통님 쟈가운핫초코님 꿍디꿍디님
망고님 예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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