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단순했다.
친구 놈과 거하게 한잔 걸치고 시내 거리를 비틀거리다 눈 아프게 불빛을 내뿜는 카지노에 재미 삼아 발을 들인 것.
목이 턱턱 막히는듯한 담배 냄새에 여기저기서는 탄식 또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는 딜러의 바지춤에 팁을 꽂아주고 누군가는 재산을 다 잃은 듯 힘없는 발걸음으로 카지노를 나갔다.
"히든?"
"…다이"
판석에 뛰어든 사람들은 각자의 표정을 가지고 자신을 숨기고 있었다.
"플러쉬"
"로티플"
알 수 없는 단어들을 내뱉는 사람들을 빤히 쳐다보다가 뒤를 돌자 자신보다 훨씬 큰 남자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남자는 나를 의자에 반강제로 앉히고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지만 그는 카드를 섞고 나눠주는 딜러만 흥미 없는 눈으로 바라볼 뿐 나에겐 눈길도 주지 않았다.
짜증나
판이 커지면 커질수록 내 심장도 더 빠르게 뛰어갔다 술이야 깬지 오래였다.
첫 게임에서 뭐가 뭔지 몰라 사실 옆의 남자가 하는 대로 따라 했을 뿐 별다른 건 없었다.
대충 게임룰을 이해했을 때 나는 가지고 있던 칩을 모두 탕진해버렸고 그 판에서 나오게 되었다. 물론 내가 얻은 건 하나도 없다.
카지노에서 나와 괜히 왔다며 후회를 하고 있을 때 옆에 그 남자가 지나갔다. 나는 저 남자 때문에 내 돈을 잃은 것 같아 그 남자를 붙잡았다.
"저기요"
"……."
"아니 진짜 얼척없어서 구경만 하고 있던 사람은 왜 끌어들여서 차비도 없게 만들어요?"
"……."
"뭔 말 좀 해봐요!"
내가 남에게 떽떽 따질 정도로 대담했었나 이러다가 인신매매 같은 거 당하진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던 도중 그가 입을 열었다.
"김종인, 꼬우 면 다시 내 돈 따서 차비하던가"
그가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며 카드 한 장을 손에 쥐여주었다.
스페이드 A
미친놈.
카지노에 갔다가 미친놈한테 카드 받고 온 지 3일이 흘렀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오후에 전공수업을 들을 때도 저녁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자꾸만 카지노가 생각이 났다.
아니, 카지노가 아니라 미친놈 생각인 것 같기도 하다.
어제 친구들이랑 카지노갔다와서 쓴 글 이에요.
5만원 들고갔는데 30으로 튀겨와서 기뻐요 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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