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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 우리의 FM

 

 

 

 

 

 

 

[현성] 우리의 FM

 

W.담녀

 

 

 

 

 

04

 

 

 

 

 

 

"어제와 같이 맑은 날이었던 오늘의 방송도 끝이 났습니다. 사실, 저녁이라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그 맑음을 공유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 DJ규의 라디오를 통해 야식도 얻고, 고민도 털어놓으면서 즐거우셨길 바라요. 오늘의 <규하고 우는 밤>은 지금, 11시를 기점으로 안녕. 내일, 또 다른 매력의 상담원 DJ규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은 행복한 규나잇이 되세요! 안녕!"

 

 

 

성규의 인사를 끝으로 잔잔한 발라드가 스튜디오에 깔렸다. 방송이 끝났음에도 무언가 가슴을 꽉 막고 있는 듯한 느낌에 제 손으로 가슴을 두어 번 두드린 성규가 한숨을 쉬었다. 그런 성규가 이상한 성종이 옆으로 오며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형, 오늘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세요?"

 

 

"으, 응? 뭐라고 성종아?"

 

 

"아니, 평소에 주말 방송이 끝나는 날에는 자야 된다며 저희가 잡기도 전에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뛰쳐나가셨는데, 오늘은 얌전하셔서요. 무슨 일 있으신 가해서……."

 

 

 

어째, 평범한 걱정만으로는 안 들리는데. 성종의 말에 장난스럽게 눈을 흘긴 성규가 움찔하며 딴청을 피우는 성종의 모습에 이내 웃음을 지었다.

 

 

 

"그냥, 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게 될 것 같아서."

 

 

 

이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돌려 제 대본을 정리하는 성규에 성종이 당황하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어, 저건 아까도 정리했던 거고, 아까도 마셨던 물도 마시고……. 계속 멍한 눈빛으로 했던 행동을 반복하는 성규의 모습에 성종은 이내 한숨을 쉬며 성규의 손을 잡았다.

 

 

 

"…아, 왜?"

 

 

"형, 아까부터 계속 같은 것만 정리, …아니, 피곤해 보이시는데, 제가 정리할게요. 빨리 집에 가서 쉬세요. 하기 싫은 일, 하려면 체력보충은 해놔야 될 거 아니에요."

 

 

"아, 그래. 고마워, 성종아."

 

 

"네. 힘 좀 내시고요."

 

 

 

그래. 성종의 당부와는 달리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옷을 입고 제 백팩을 챙긴 성규가 녹음 부스를 나왔다. 밖에서 뒷정리를 하며 잠깐 내일 컨셉 회의도 하던 라디오 스텝들이 터덜터덜하고 나오는 성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항상 능글맞으면서 당찬 성격을 갖고 있던 성규가 지친 모습을 하니 모두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고는 저희들끼리 눈짓을 하기 바빴다. 자신이 거북이라도 되는 듯 느릿느릿 스튜디오 문으로 걸어가는 성규의 모습에 성열이 재빨리 성규의 손을 잡았다.

 

 

 

"형,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아, 성열이구나……."

 

 

"네, 저 성열이요. 정신차려봐요. 평소답지 않게 왜 그래요, 형."

 

 

 

걱정스레 말하는 성열이의 얼굴을 멍하니 보던 성규가 이내 힘없이 웃음을 짓고는 성열에게 잡힌 제 손을 빼내었다.

 

 

 

"아니야, 그냥 내일 좀 할일이 있는데, 그게 걱정이 되서……. 아, 컨셉 회의 하는 거야? 나도, 참여해야하지?"

 

 

"다 죽어가는 얼굴하고서 회의는……. 됐어. 내일 제 시간에 맞춰오기만 해. 기운도 차리고."

 

 

 

성규의 말에 호원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런 말도 자신의 걱정이라는 것을 아는 성규는 그저, 고맙다, 고 말을 하고는 스튜디오를 빠져나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잠시 지금 시간을 보려 핸드폰을 꺼낸 성규가 홀드 키에 손가락을 올리기만 한채로 멈췄다.

 

 

 

'내일, 잠시 만나서 얘기해요. 1시까지 방송국 앞 카페에서 봬요.'

 

 

 

화면이 까맣게 변한 핸드폰 안에 담겨있을 문자에, 혹시라도 자신이 손가락을 잘못 놀려 다시 보게 될까 미쳐 시간을 확인하지 못하고 그냥 주머니에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쑤셔 넣었다. 내일, 자신이 듣게 될, 평생 듣고 싶지 않지만 평생 듣게 될 하이 톤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 했다. 갑자기 밀려오는 두통에 인상을 찌푸린 성규는 눈을 감고는 제 관자놀이를 누르며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

 

 

 

 

 

오랜만에 제가 갖고 있는 옷 중 가장 깔끔하고 얌전한 옷을 꺼내 입은 성규가 거울 앞에 서서 머리손질을 했다. 평소에 팔이 너무 무겁다며 절대 기피했던 손목시계도 차고, 멋으로라도 꼭 들고 다니던 백팩도 매지 않은 채로 제 재킷의 안주머니에 지갑과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어젯밤부터 시작된 부담이 밤새 자신을 짓눌러 몇 시간을 채 자지 못한 성규는 다시 한 번 제 부담을 덜겠다는 듯 크게 한숨을 쉬고는 현관으로 나갔다. 그런 성규의 모습을 제가 더 안타까운 듯 바라보고 있던 동우가 신발을 신고 일어서는 성규를 한 번 안아주었다.

 

 

 

"힘내, 그냥 몇 시간만 참으면 다시 한 달은 안볼 수 있잖아."

 

 

"그 후에 평생 보게 될까 무섭다……. 지금이라도 끝낼까, 동우야?"

 

 

 

힘이 다 빠져 듣는 사람마저 축 쳐지게 만드는 성규의 목소리에 동우의 눈에 잠깐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이내 성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는 다짐시키듯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그건 안 돼. 어머님 기대가 크시잖아. 나도 너 그만 뒀으면 좋겠지만……. 안 되는 거 알지? 정말 네가 사랑하는 사람 만난 거 아니면, 지금 그만 두는 건 무모해."

 

 

"그래, 그렇겠지…….나, 갔다 올게."

 

 

 

시계를 한 번 쳐다보고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나가는 성규의 모습에 다시 울상이 된 동우가 뒤에서 한숨을 지었다. 한참을 멍하니 서있는데 들려오는 문자음에 핸드폰을 꺼내 문자함을 연 동우의 얼굴이 별안간 짜증으로 물들었다. 아나, 이 사람은 그저께부터 뭐하자는 거야. 핸드폰을 노려보던 동우가 답장을 보내며 제 방으로 올라갔다.

 

 

 

 

 

집에서 나와 방송국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성규의 안주머니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응, 무슨 전화지? 고개를 갸웃한 성규가 멈춰서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

 

 

"지금, 어디세요?"

 

 

"…방금 집에서 나왔는데요."

 

 

"방금이요? 지금 약속시간까지 5분남은 거, 아세요?"

 

 

 

그게, 무슨 ……. 전화너머로 들리는 여자의 목소리에 당황한 성규가 핸드폰에 뜬 시간과 제 손목시계의 시간을 비교했다. 헐, 30분이나 차이나. 속으로 욕을 읊조린 성규가 제가 할 수 있는 속도 중에서 제일 빠른 속도로 발을 놀리며 뛰었다.

 

 

 

"죄, 죄송해요! 손목시계가, 잘못 되서! 지금… 헉… 달려, 가고 있으니까! 조, 조금만… 헉… 기다리세, 요오!"

 

 

 

전화기에 대고 말한 성규가 상대방이 뭐라고 말을 하기 전에 재빨리 통화를 끊고는 마침 신호가 바뀐 신호등으로 뛰었다. 다행이도 불이 깜박이기 전에 도착한 성규가 많은 사람들에 치이며 신호등을 건너며 버릇처럼 제 바지 주머니에 핸드폰을 쑤셔 넣었다.

 

 

 

아니, 넣으려고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핸드폰은 성규의 예상을 빗나가 도로에 탁- 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리고 성규는 그 소리를 듣지 못 한 채 앞만 보며 목적지인 카페로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

 

 

 

 

 

--

 

 

 

 

 

갑자기 또 따뜻해지는 봄 날씨에 긴팔 옷 위에 얇은 카디건을 걸친 우현이 손에 출력한 출품작이 들어있는 봉투를 들고는 집을 나섰다. 그새를 못 참고 봉우리가 진 벚꽃 나무들을 보며 기분 좋게 웃던 우현이 여유롭게 우체국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신호등 앞에 섰다. 신호가 바뀌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의 무료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던 우현은 며칠 전에 새로 알게 된 게임을 하기 위해 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맨돌라였나, 맨드라미였나. 인상을 찌푸리며 계속 자신이 생각하는 게임을 찾던 우현이 마침내 제 눈에 들어오는 눈이 축 쳐진 무 캐릭터에 조그맣게 환호성을 질렀다.

 

 

 

"앗싸! 시간 때우기 충분하겠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시선을 옮긴 우현이 사람들이 이미 횡단보도를 걸어가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는 옆구리에 끼워놨던 봉투를 손에 들고 재빨리 신호등을 건너갔다. 그러다 마침 맞은 편에서 뛰어오는 남자의 모습에 잠깐 움찔한 우현이 방해가 되지 않으려 옆으로 비켜섰다. 물론 상대방은 그걸 눈치 채지 못한 듯하지만, 혼자 착한 일을 했다는 뿌듯함에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 우현이었다. 그런 우현의 발에 순간적으로 무엇인가가 채였다. 이상함에 눈길을 내린 우현이 발견한 것은 하얀색의 핸드폰이었다.

 

 

 

"이게 왜 여기……."

 

 

 

의문을 품으며 핸드폰을 주워들은 우현이 또다시 횡단보도에 자신 밖에 남지 않은 것을 깨닫고는 후다닥 달려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어휴, 하고 숨을 고른 우현이 자신이 주웠던 핸드폰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흠집도 몇 개 없고 깨끗한 거 보니까, 되게 소중하게 다룬 것 같은데. 홀드 버튼을 눌러보아도 나오는 패턴에 핸드폰 주인과 연락을 할 방안이 막혀버린 우현이 우선 출품작을 내기위해 우체국으로 향하려고 하는 참이었다. 마침 울리는 전화에 당황한 우현은 자신도 모르게 통화버튼을 눌러버리고 말았다. 허, 헐…….

 

 

 

"여, 여보세요?"

 

 

"거의 다 오셨……. 이거, 김성규씨 핸드폰 아닌가요?"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는 높은 하이 톤의 여자의 것이었다. 핸드폰의 주인에게 굉장히 짜증이 나있는 듯 불퉁한 목소리에 더욱 당황한 우현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아, 제가 횡단보도에서 핸드폰을 주워서요."

 

 

"아,… 알겠습니다."

 

 

 

아, 저기? 미쳐 더 물어 볼 세도 없이 끊긴 통화에 당황한 우현이 얼굴을 찡그리며 핸드폰에 뜨는 이름을 노려봤다. 재유씨? 뭐야, 이사람. 뭐, 여친 인건가? 그러기에는 뭔가 저장명이 삭막한데? 한참 머리를 굴리던 우현은 한숨을 쉬고는 핸드폰을 제 바지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뭐, 찾고 싶으면 알아서 전화하겠지. 게다가 핸드폰 주인 이름은 알아낸 것 같고……. 간단하게 생각한 우현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우체국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헉, 헉. 죄송해요. 손목시계가 고장 나는 바람에……."

 

 

"…됐어요. 성규씨한테 뭘 기대한 제가 잘못이죠."

 

 

 

순간 제 앞에 앉은 여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막말에 얼굴을 찌푸린 성규가 애써 표정을 풀며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서로 감정 없이 오로지 어머님들의 소원으로 만나게 된 관계라지만, 자신에게 가끔은 심할 정도로 싫다는 것을 티내는 여자, 재유에게 이미 질릴 대로 질린 성규였다. 사실 자신도 그저 예의, 그 이상으로는 재유에게 잘 대해주지 않았지만 그 것 조차 하지 않는 재유의 모습에 하루에도 몇 번씩 파혼을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저 한숨을 쉬고는 앞에 놓인 물을 마시는 성규에게 재유가 다시 인상을 쓰며 물어왔다.

 

 

 

"근데, 핸드폰은 어디 있어요?"

 

 

"네? 그거야 주머니에……."

 

 

 

무슨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 거냐는 듯 재유를 바라보며 제 바지주머니 속에 손을 넣던 성규가 아무것도 제 손에 닿지 않자 당황하며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이게 어디로 사라진 거야? 계속해서 바지주머니와 재킷의 안주머니를 더듬으며 정신없게 구는 성규의 모습에 재유는 한숨을 쉬고는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떤 다른 남자분이 받으시던데요? 횡단보도에서 주우셨다고."

 

 

"아……."

 

 

 

"아니, 어떻게 그렇게 묵직한 핸드폰을 떨어뜨리고도 몰라요? 그러다가 우리 약혼날도 까먹으시겠네요? 그럼, 저랑 성규씨 이미지에 흠가는 거, 아시죠? 제발 좀 정신차,"

 

 

"아, 알겠어요! 빨리 핸드폰 찾고, 그 사람한테도 입단속 잘 시킬게요! 그리고, 그렇게 중요한 날을 제가 잊겠어요?"

 

 

 

…너한테 무슨 말을 들으려고. 또다시 다른 사람에게 비춰지는 자신들의 모습을 운운하며 잔소리를 퍼부으려는 재유의 말을 재빨리 가로챈 성규가 속으로 차마 뱉지 못한 말을 삼켰다. 자신이 한 말에 그제야 표정을 조금 푼 재유를 보던 성규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니까……. 핸드폰 좀 빌려주면, 안될까요?

 

 

 

"…빨리 끝내요. 오늘은 어머니께서 같이 가구 같은 것 좀 보러가라고 하셨어요. 예약까지 다 해놨는데, 늦으면 또 이미지 깎여요."

 

 

 

그놈의 이미지, 이미지. 재유가 건네주는 핸드폰을 받으며 몰래 삐죽대던 성규는 서둘러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입력했다. '성규씨' 딱히 감정이 묻어나오지 않는 자신의 이름을 보며 씁쓸해진 성규가 잠시 정신을 놓을 때쯤, 연결음이 끊기고는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는 상대편은 중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한 남자였다. 제 고막을 찌르는 듯한 재유의 하이톤-게다가 짜증까지 내면 한 옥타브가 올라가서 듣고 있으면 귀가 아프기까지 했다.-과는 달리 편안한 느낌에 성규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던 표정을 풀고는 웃고 말았다.

 

 

 

"아, 혹시 KBC 방송국 앞 횡단보도에서 핸드폰, 주우셨나요? 그 핸드폰 주인인데요……."

 

 

"아, 네. 혹시 김성규씨 되세요?"

 

 

"네…. 네? 어, 어떻게 제 이름을……."

 

 

 

모두 김성규씨를 찾는 전화밖에 안 오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제 이름을 불러오는 남자에 놀랐지만 금방 납득한 성규는 살짝 눈웃음을 지었다. 하하. 눈치 되게 빠르시네요. 제가 좀, 어렸을 때부터 앞잡이도 많이 하곤 했거든요. 제 말에 말도 안 되는 드립으로 받아치는 남자에 그만 소리 내어 웃은 성규가 순간 정신을 차리고는 앞에 있는 재유의 눈치를 보았다. 윽, 또 인상 썼어. 말없이 기가 차다는 듯 저를 바라보며 얼음까지 와그작하고 씹어 먹는 재유에 흠칫한 성규가 빨리 통화를 끊기 위해 말장난을 그만두고 화제를 돌렸다.

 

 

"아, 어쨌든, 혹시 핸드폰을 빠른 시일 내에 받을 수 있을까요?"

 

 

"아, 네. 전 언제든지 시간 되니까, 편한 날짜, 말씀해 주세요."

 

 

"음, 화요일 날 5시쯤에 KBC방송국 앞 광장에서 괜찮으세요?"

 

 

"네. 거기에 있는 시계탑에서 보도록 해요."

 

 

 

흔쾌히 저의 제안에 오케이한 남자에 다행이라는 듯 가슴을 쓸어내린 성규가 머릿속으로 그날의 스케줄을 정리했다. 잠시 끊어진 대화를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는 성규에게 다시 한 번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그날 서로 어떻게 알아보죠? 남자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던 성규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아, 그럼 그때 제가 주황색 야상입고 있을게요."

 

 

"어휴, 땀띠 나시겠다. 그럼 전 청색 재킷입고 나갈게요. 그날 봬요."

 

 

"아, 잠깐!"

 

 

 

다시 장난스럽게 말장난을 하고는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 남자를 성규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 불러 세웠다. 네? 하고 궁금한 듯 묻는 상대방에 허둥지둥하던 성규가 결심했다는 듯 두 눈을 꼭 감았다.

 

 

 

"이,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예?"

 

 

"아, 이, 이름이라도 알고 있으면 만날 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아. 하하. 남우현, 이에요."

 

 

 

기분 나빠할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의외로 웃으며 친절히 답해준 남자, 우현에 안도감을 느낀 성규는 다시 한 번 눈웃음을 지으며 괜스레 제 앞에 있는 물 컵을 만지작거렸다.

 

 

 

"아, 감사해요. 그럼, 화요일 날 봬요, 우현씨."

 

 

 

네, 성규씨도요. 우현의 입에서 나온 제 이름이 뭔가 간지러운 듯해 웃으며 통화를 끝낸 성규를 탐탁지 않은 듯 보던 재유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제게 핸드폰을 건네 오는 성규에 한숨을 쉬었다. 그런 재유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성규는 계속 우현의 이름만 곱씹으면서 뒤이어 나온 식사를 마쳤다.

 

 

 

 

 

--

 

 

 

 

 

"안녕하세요! DJ 규의 라디오 주말 버전, <규하고 우는 밤>의 DJ 규! 입니다."

 

 

 

성규가 얼굴에 웃음을 띠며 첫 멘트를 쳤다. 어째 기분도 좋고 몸도 가벼운 것 같은 게, 이상하게 들뜨는 느낌이었다. 본인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지만, 딱히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어쨌든 지금, 성규가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니까.

 

 

 

"아, 오늘 좀 감성에 젖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제가 들떠 보이시나요? 하하. 죄송해요. 오늘, 소중한 인연을 새로 만났거든요."

 

 

 

자신도 모르게 나온 애드립 멘트였다. 소중한 인연이라……. 몇 시간 전, 자신의 핸드폰을 주웠다는 사람과 전화를 했던 것이 생각났다. 처음 듣는 목소리와 처음으로 주고받는 말들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익숙한 것이, 무슨 , 십년지기 친구라도 만난 듯 했다.

 

 

 

"0597님, '인연? 우와, 규오빠 혹시 선보셨어요?'"

 

 

 

선이라니……. 혹시 재유가 이 방송을 듣고 있다면 자신에게 문자로 할 잔소리들이 생각났다. '어디서 다른 여자 만나셨어요?'라던가, '소중한 인연이라니, 그런 말을 남겨서 나중에 우리의 이미지에 손상이 가면 어쩌시려고요.'라던가……. 아으,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는 성규였다.

 

 

 

"선이라뇨! 전 아직 소개팅이라는 단어를 쓸 나이…! 아, 아니, 이게 아니라…….하하. 선이요? 아뇨, 선이든, 소개팅이든, 그런 인연은 아니었어요. 그냥, 우연한, 아주 우연히 닿은 인연인데, 딱! 느낌이 좋은 거 있잖아요. 그런 만남이었어요."

 

 

 

정말로, 이건 진심이다. 그, 남우현이라는, 핸드폰을 주웠던 사람과 대화를 했을 때, 그때만큼은 마음이 편해져서 어제부터 시작 된 가슴이 턱 막히듯 답답한 느낌도, 재유의 잔소리도다 있을 수 있었으니까.

 

 

 

"어쨌든, 이 행복한 기분으로 오늘도 여러분의 말 못할 고민! 2부에서 할 <규의 상담소>에서 다 들어 드리겠습니다! 제가 기분이 좋아서 공감 못할 거라고 사연 안 보내시면, 아니아니, 아니 되오! 하하. 모두 거침없이 문자를 쏴주세요! 그럼 전 사연을 왕창 기대하며, 잠시 광고 듣고 올게요!"

 

 

 

마이크가 꺼지고, 익숙한 학습지 광고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잠시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며 대본을 넘겨보던 성규는 다시 또 생각난 우현의 목소리에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사실, 제 목소리가 딱히 저녁 라디오방송에 어울리는 목소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성규가 순간 이 목소리를 제 라디오에 쓰고 싶다, 고 생각할 만큼 매력적이 중저음의 목소리였다. 게다가 목소리에서도 친절함과 차분함, 남자다움이 묻어나는 사람이라니. 같은 남자인 제가 듣고 있어도 반할 것 같았는데, 청취자들은 얼마나 좋아할까.

 

 

 

"음……. 근데 공유하고 싶진 않단 말이야…?"

 

 

 

레알 참 트루. 뭔가 공유는 싫다. 흥칫뿡 나만 들을 거야! 하고 싶은 목소리? ...아, 뭐지, 이 찝찝한 기분은? 나 방금 굉장히 건장한 20대 남성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인 발언을 한 것 같…….

 

 

성규는 대본을 들고 있던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내리쳤다. 으악! 내가 뭔 생각을 한거야! 공유하고 싶지 않다니! 내가 무슨 그 사람 애인도 아니고……. 헐, 뭐? 애인? …슈밤!!!!!!!!

 

 

 

"허엉- 게이 같아……. 이게 뭐야……."

 

 

 

한동안 머리를 두 손으로 짚고 패닉에 빠져있던 성규는 라디오 로고송이 나올 때, 자신의 멘붕 상태를 발견한 성종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 그래……. 그냥 호, 호감이겠지…! 정신 차리자, 김성규!

 

 

하지만, 여전히 가끔 전해오는 사연 중 성정체성에 고민하는 학생들의 글을 볼 때마다 자꾸만 우현의 목소리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 러시아 영화를 모티브로 한 팬픽입니다 :)

 

안녕하세요! 4화로 찾아온 담녀입니다!

 

으흐흐흐흐ㅡㅎ흐흐ㅡ흐.... 드디어 우현이와 성규가 만났네요! 전화통화를 했다구여, 여러분!!

그리고, 숨어있는 야동이들의 관계를 알아보는 재미!ㅋㅋㅋㅋㅋㅋ

...모르셨다구여? 죄송해여...

 

...어쨌든...

저는 여기서 안녕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주말에 찾아오...지 못할 것 같아요ㅠㅠㅠㅠㅠㅠ

 

4월 모의고사 때문에 공부를 해야해서ㅠㅠㅠㅠㅠ(세륜 고삼!!!!!)

찍기실력으로 3월 모의고사 점수 잘 나왔는데 담임쌤이 그거 가지고서 목표를 높게 잡아 주셨어ㅠㅠㅠㅠㅠㅠ

어엉어어어어ㅓ엉어어엉어ㅓ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4월11일, 목요일 이후 금요일, 혹은 그 주 주말에, 5화와 함께 다시 오겠습니다ㅠㅠㅠㅠ

 

그때 까지 모두 잘 게셔야해요?ㅠㅠㅠㅠㅠㅠ 나 잊지 말아요ㅠㅠㅠㅠ

 

 


암호닉

 

콩/강냉이/새우깡/모카/삼동이/우유/텐더/미옹/사인/써니텐/감성/빙구레/단비

 

항상 읽어 주셔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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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단비에요! 잘읽고가요ㅜ ㅜ기다릴게요!!
11년 전
담녀
네, 단비그대! 읽어줘서 고마워요ㅠㅠ!! 다음 주에 봐요ㅠㅠㅠ
11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1년 전
담녀
모의고사 시르다...ㅠ 미옹그대가 응원해 줬으니까 열심히 할게여ㅋㅋㅋㅋ
재유 성격을 너무 극단적으로 잡았나봐여.... 너무 히스테릭해....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현성이들이 달달하니까ㅎㅎㅎㅎㅎㅎ
오늘도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 다음주에 봐요ㅠㅠㅠ

11년 전
독자3
삼동이에요@_@아 규 너무 규엽고 재유라는 년 진짜 짜증나고우현이 다정돋고♥핳 고로 담녀 내꺼♥
11년 전
담녀
녀ㄴ이라니....! 나쁜 말은 쓰지마요ㅠㅠㅠㅠㅠ 재유가 나쁘게 나오긴 하지만, 삼동이 그대 입이 더러워 진단 말이야...!ㅠㅠㅠㅠㅠ
잇힝 나또 워더 당했어!ㅎㅎㅎㅎㅎㅎㅎ 기분 조으다ㅎㅎㅎㅎㅎㅎ 우현이는 다정다정이 진리죠!♡
오늘도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 삼동이 그대!ㅎㅎㅎ다음주에 봐요!ㅎㅎㅎ

11년 전
독자3
으,ㅇㅇ아앙!! 레몬이에요옹ㅇ!!!!ㅠㅠㅠㅠ드디어만나는구나!!!!!!!!!으헣!!드디어서로이름을알게됬어!!!!!우현이는성규방송듣고있겠죠!?!?목소리알아봐주길바..☆래..☆요..☆재유라는사람참까질하고기분드럽고좋네요.. 트렘벌린같이 퉁퉁ㅌ웉ㅇㅌㅇ 팅기고..허허...저 이제 또 다음편 기다릴게요!! 언제나 담녀님을 위해 All for you..★ 음 제가 한번씩 햇갈리는데 저 ... 암호닉신청..했..죠?
11년 전
독자4
엥? 안했네? 음 그렇구나. 댓글만 달았나보네요 지금이라도 신청해요 허헣
11년 전
담녀
기억할게요, 레몬그대ㅋㅋㅋㅋㅋ
아잌ㅋㅋㅋ 트렘벌린이라닠ㅋㅋㅋㅋㅋㅋㅋ 저보다 표현력이 좋으시네여ㅋㅋㅋㅋㅋㅋㅋㅋ 인강 듣고 있던 저는 한바탕 웃고 갑니다☆ㅋㅋㅋㅋㅋㅋ
우현이가 과연 목소리를 알아볼까요, 말까요? 으흐흐흐흐흐ㅡ흐흐ㅡ흐흫
오늘도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 다음 주에 봐요!ㅎㅎㅎ

11년 전
독자5
헝 그럼 팬아트도 11일날 올려야겠네옄ㅋㅋㅋㅋㅋㅋㅋ안녕 난 빙구레에여 담녀자까님 ㅠㅠㅠㅠㅠㅠ역시 글에서 단내나는건 여전하고좋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늘은 글을 길게 써드리고 싶은데 저 지금 오른손을 깁스중이라 한손으로 타자치는중이에여ㅠㅠ ㅠ미아내여 자까님 ㅠㅠㅠㅠ내 댜랑 머거ㅠㅠㅠㅠㅠ비회원이라 수시로 글잡들어와서 자까님 글 찾아보면서 ㅇ꿀잼느끼고 가요!♥♥♥진짜 소재부터 필력 문체까지 다 죠아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꺼해 담녀님 ㅠㅠㅠ
11년 전
담녀
안녕하셨어요, 빙구레 그대!ㅎㅎㅎㅎㅎ
어쩌다가 깁스한거에요ㅠㅠㅠㅠㅠㅠㅠ 엄청 불편하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 와중에 내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ㅠㅠㅠㅠㅠㅠ 팬아트, 내가 모의고사 끝나고 와서 바로 볼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항상 글 좋다고 해주고 사랑해줘서 고마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글 길게 안써도 돼! 몸관리 잘하란 말이야!ㅠㅠㅠ
오늘도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 빙구레그대! 다음주에 봐요!ㅠ

11년 전
독자5
텐더에요ㅎㅎ 잘보고갑니다ㅎㅎ 고삼이셨군요ㅎ 홧팅 사월모의고사 잘보시길바랄께요ㅎㅎ 둘이 이제곧만날일밖엔...근데 재유는 누구에요?? 왜성규를괴롭히는지??
11년 전
담녀
네ㅠㅠㅠ열심히 할게요ㅠㅠㅠㅠ응원 고마워요, 텐더그대ㅠㅠ
재유는 성규가 어머니 등쌀에 밀려 만나게 된 약혼녀에요! 성규와 서로 사랑이 없어서(그리고 본인 성격도 그리 나긋나긋하지 않아서) 의무적으로 서로서로를 대하고 있는거죠. 성규는 어느 정도의 예의는 지키는 거고, 재유는 그걸 못하고 관리(=괴롭힘)만 하고....
이해가 안되 셨군요ㅠㅠㅠㅠㅠ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표현력의 한계...!
한번 인물 정리해서 올려야 겠네욯ㅎㅎㅎㅎㅎ
오늘도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 텐더그대! 다음주에 봐요!

11년 전
독자6
암호닉 신청해두 될까요..? 되다면 이노미로 할께요 작가님 4월 모의고사대박나세요!!! 힘쇼♥♥ 글너무좋아용
11년 전
담녀
당연히 되죠! 이노미 그대! 기억할게요 ㅎㅎㅎㅎㅎㅎㅎ
엉엉, 이렇게 응원을 받다니 진짜 열공 해야겠어요ㅠㅠㅠㅠㅠㅠ칭찬도 고마워요ㅠㅠㅠㅠㅠㅠ
오늘 글 읽어주고 응원해 줘서 고마워요, 이노미 그대! 다음주에 봐요!

11년 전
삭제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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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담녀
기억할게요, 케헹그대!ㅎ
칭찬해 줘서 고마워요! 열심히 써야지!
모의고사도 열심히 볼게요ㅠㅠㅠㅠ응원 고마워요ㅠㅠㅠ
오늘 글읽어줘서 고마워요, 케헹그대!ㅎㅎㅎㅎㅎ

11년 전
독자8
사인이에요 오랜만이에요!! 제가못왔지요..
11년 전
담녀
오랜만이에요, 사인그대!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제라도 안잊고 찾아줘서 고마워요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9
콩이에요!!오늘도 진짜 재밌게봤어요ㅠㅠㅠ현성이들이 드디어 만나는군요!!두준두준 설리설리하네요♥그리고 연재걱정은 하지마시구 모의고사 호이팅하세요!!♥
11년 전
독자10
써니텐이예요! 세륜 모의고사ㅠㅠ 엉어엉ㅇ어ㅓㅇㅇㅇ 담녀그대도 힘내세요ㅠㅠㅠ 우현이랑 성규가 드디어 만나는군요!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히스테릭한 재유씨와 만나는 도중이였어서 성규가 더 우현이에게 호감이.. 생겼을수..있다는 생각은 저뿐이겠죠...ㅋㅋ; 항상 생각이 이상한곳으로 튀어서.. 이해못할 그런.. 으잌 다음편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ㅎㅎ 공부 열심히 하세요!!
11년 전
독자11
감성 이에요 작가님 고삼이시구나....나랑 똑...같...ㅋ....세륜고삼.....하.....미춰버리겠네....ㅠㅠ 으헝 고삼사라져라 ㅠㅠ
11년 전
독자12
암호닉은 정하지않는 항상 지켜보는 저예요 오늘도 달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어 작가님 저는 쥬금.... 다음 편 기다릴게요 !!!! 드디어 현성이들이 !!!1 헤헿
11년 전
독자13
아진짜 제가 봐요ㅠㅠㅠㅠㅠㅠㅠㅠ이렇게 오래됐는데 업뎃된지 몰랐다니..퓨ㅠㅠㅠㅠㅠㅠ지금 당장 다음편 보러 갈게요!!!!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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