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형제들 -3
w.달이야
어제는 곡작업하다가 몇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동생을 밥도 못챙겨줬다. 대충 편곡만 남겨둔 채로 밖에나오니 새벽 5시... 가끔 내가 생각해도 미친것같이 작업에 몰두한다. 난 절대음감도 아니고 그렇다고 상대음감이 일반인보다 그리 뛰어나지도 않아서 시간이 엄청 오래걸리기도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음들을 만들 때까지 절대 작업실에서 나오지를 못한다. 이것도 다 아버지를 닮아서 일것이다.
아버지는 작곡가, 어머니는 작사가셨다. 덕분에 두 분이 돌아가신 후에도 우리는 굶지 않고 저작권료로 잘 먹고 살았다. 두 분은 주로 드라마나 영화 OST작업을 하셨다. 그래서인지 저작권료가 더 많이 나오는 듯 하다. 그렇게 나는 어렸을 때 계속 음악하시는 모습만 봐오다가 아버지께 음악을 배웠다. 어머니는 반대하셨지만 오래걸리는 만큼의 좋은 음악이 나온다며 아버지는 나를 보며 기뻐 하셨다. 그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그 자리(OST쪽의 음악작업)를 내가 매우고 있다.
오랜만에 부모님생각을 하니 기분이 이상해졌다. 이제 얼른 아침준비를 하고 애들을 깨워야한다. 동생들을 위해서 요리를 할 때 나는 가장 행복하다. 헤헤- 난 참 좋은 형이다.
"밥먹어라-"
평소 때처럼 동생들이 한 명, 한 명 나오기 시작했다. 역시 한 놈은 아직이다. 오늘은 아침에 태워다주기 싫으니까 일찍 깨워야겠다. 그렇게 2층 종현이 방으로 향하는데 2층 계단에서 다다다다-소리가 들리더니 쏜살같이 종현이가 식탁앞으로 갔다. 왠일인지 모르게 종현이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뭐, 뻔하다. 자기 공연보러오란 소리겠지-
"자아- 주목-!!"
"...."
"이번주 일요일 요앞 수변공원 중앙무대에서 밴드 공연있습니다-! 시간 내서 꼭 와!"
"이야-! 니가 벌써 공연도 막 하고 그래? 우와! 우리 쫑 다 컸구나!"
"이거 왜 그래- 난 원래..."
'탁'
마지막 탁 소리는 우리 막내가 숟가락을 떨어뜨리는 소리이다. 반박어조로 말하던 종현이도 입을 벌린 채 서있다. 게다가 성규까지도... 김규종 니 자식이 왜 여기있냐!!!!!!!!!!!!!!!!!! 분명 내가 알기론 다음주 월요일이 제대일이다. 제대를 겨우 5일 앞두고 탈영이라니 이 놈은 미친놈이다. 김규종은 우리 표정은 아랑곳하지않고 식탁에 앉아 내 밥을 먹기시작하더니 '역시 동완형 음식이 맛있어.'라고 말하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그 모습에 우리는 더욱 표정이 일그러지는중이다.
"근데 다들 그런 표정이야?"
"....너 다음주 월요일이 제대일 아니야?"
"아- 그거? 보면 몰라? 탈영이지!"
"야 이 미친새끼야!!!!!!!!!!!!!!!!"
결국 내가 이성을 잃고야 말았다. 왕년에 태권도 꽤 하던놈이라서 주먹이 꽤 쌘데 말이지... 나에게 맞고있는 규종이는 엄청 아파보였지만 일단 이 미친새끼를 패서라도 끝장을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악!!악!! 아퍼!!! 아씨!! 내 말좀 들어봐!! 아 농담!!!! 농담이라구!!!!"
"뭐 이새끼야. 미친새끼 니 놈은 더 맞아야돼.!!!"
"탈영아니야!! 아니라구!!!"
".........구라도 정도껏 쳐야지. 규종이형아는 여전하네."
명수의 불만섞인 말에 내 주먹은 멈췄고, 규종이는 명수를 보며 이뻐죽겠단 표정이다.
"명수야 칭찬 고마워- 휴가를 마지막으로 다 미루고 오늘 제대한 보람이있구나. 우리 명수 칭찬도 듣고."
"규종이형!! 뭔데!! 왜 지금 여깄는 건데!!"
"방금 말했잖아. 포상휴가를 그냥 마지막으로 미뤄서 미리 제대한거라구."
종현이가 다급하게 묻자하는 소리란게 저런말. 아오. 미친놈. 진작 말을 하던가. 뭐 또 이런 말을 하면 그럼 재미없다고 할 놈이다. 성규는 가만히 지켜보다 사건이 해결됐다고 생각한듯 다시 밥을 먹기시작했다. 규종이는 성규를 보며 '녀석- 여전히 시크해.'라고 감탄했고, 성규는 '뭘. 형도 여전히 그런 상태네.'라고 말한다. 성규도 나와 마찬가지로 규종이를 미친놈으로 보겠지. 에구... 그런데도 규종이는 뭐가 좋은지 히죽히죽상태이다. 김규종덕에 애들은 다 지각할 상태에 놓였고, 결국 내가 콜택시를 두 대 불렀다.
나도 어제 작업하던 곡 빨리 편곡끝내고 드라마 작가랑 감독을 만나야했다. 애들은 아직도 규종이를 힐끗힐끗보며 이상하단 표정으로 학교에 등교했고, 규종이는 그런 분위기도 눈치 못 챈 채로 명수만 쫓아다니기 바쁘다. 명수는 도망가기바쁘고. 그러다가 명수가 화장실로 들어가자 그제서야 나를 본다. 그러고선 이상한 표정으로 변했다.
"어째 한 놈이 안 보인다했어. 준수형은 어디갔어?"
"어. 걔 어제 야근하고 거기서 바로 출발한데."
"음... 야근? 그 회사 야근 잘 안 시키는데.... 여자랑 막 그러는거 아니야...?으흐흐"
"준수가 너냐? 걔 요즘 프로젝트팀에 들어가서 엄청 고생중인거 같던데."
"으흐흐 그으래?"
"이상한 웃음좀 짓지마라, 쫌!"
"엉. 아 우리 명수는 언제 다 씻나-?으흐흐"
아... 한 놈 더 늘었다고 이렇게 급격히 피곤해질줄이야... 이제 겨우 하루째인데 너무 힘들다. 아-! 근데 저 놈말이 너무 신경 쓰인다. 하지만 우리 준수가 그럴일은 없다! 네버!
*
분명 우리 동완형은 나는 이런 짓 따위 하지 않는 다고 믿을 텐데 사실 난 심창민과 여러번의 관계를 치뤘었다. 비록 어제는 너무 오랜만이었지만. 하아- 심창민. 나를 미치게 하는것은 여전했다. 너무 오랜만해 해서 그런지 허리가 그 때보다 훨씬 저릿하게 아파오는 것 같았다. 이런 나의 상태도 모르고 옆에서 잠만 잘 자는 짜증나는 팀장, 심창민.
심창민과 나의 관계는 내가 대학생때로 거슬러간다. 엄마, 아빠도 돌아가신 후 갑자기 찾아오는 공허함에 쉴 때는 일이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어 시작하게 된 것이 고등학생과외였다. 처음으로 맡게 된 학생은 나보다 4살 어린 고등학교 1학년 짜리였다. 엄청난 부자집안이었고, 사모님도 엄청 친절하셨다. 문제는 내가 맡았던 학생, 심창민이 문제였다. 드럽게 공부안하고 싸움질이나 하고다니고, 내 말은 들어먹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은 내 말을 듣기시작하더니 그 후로 일주일 정도있다가 나는 당했다. 강간을. 미친거지만 나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거보면 나는 선천적인 게이였나보다. 그것도 매저키스트로. 이 사건 이후로 바로 정리하고 잊고 살고 있다가 다시 이 놈을 만난 건 내가 군대를 제대한 후다.
군대를 제대하고 처음 갖는 술자리에서 대학 동기들은 내 후배라며 그 해 신입생 애들을 데리고 왔고, 그 자리에서 다시 심창민을 마주하게되었다. 나를 보며 피식 웃는 모습에 나도 썩소를 지어보였고 그렇게 다시 재회했다. 그리고 저 한마디.
'나 너 보려고 안돼는 공부 붙잡고 여기까지 온거야.'
저 한마디 말에 홀려 사귀다가 취업준비로 내가 바빠지니까 내가 뻥-!차버렸다. 그렇게 다시는 만나지 못할거라 생각했던 난데 짜증나는 상황으로 마주치게 되다니. 제길. 하늘도 무심하시다.
그러니까 현재 상황은 심창민은 나이 3살을 속인 채 사장아들 빽으로 팀장자리를 꽤차들어왔고, 나는 이런 어린 놈의 말단 직원일 뿐이다. 아니, 어제 고백을 받았으니 팀장에게 고백받은 말단직원이라고 변경해야할까?
이 어린 놈은 내가 자기를 사랑한게 아니란 것 쯤은 알텐데 지금도 이렇게 덤벼드니 별나다. 그렇게 내가 좋나?
"내가 널 사랑해. 그런 표정짓지마라. 그냥 내 옆에 이렇게 있어."
저 놈은 언제 깼는지 내 표정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런 말을 지껄이는 걸보니 좋은 표정은 아니었나 보다.
"....미친 놈."
"이래서 난 니가 좋다니까."
"....불쌍한 놈."
"....마지막 말은 듣기 별로 안 좋다."
내 표정은 아마 연민의 표정이었나보다. 심창민 진짜 불쌍한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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