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꽃무릇 이었던 알리에 입니다.
처음 이 글을 누르신 분들은 전 편(00-08)들이 없어서 당황스러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꽃무릇으로 필명을 만든 아이디가 삭제 됐습니다.
아이디가 삭제 된 김에 인스티즈에서의 연재도 그만 둘까 생각 해 봤지만,
그것은 제 글을 읽어주시는 소수의 독자님들께 해선 안 될 일이라 생각해서 새로 가입했습니다.
그김에 전 편들도 새로 업로드 할까 했는데 그냥 이편 부터 새로 업로드하기로 결정했어요.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려요XD
완결 까지 열심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투구꽃 00회 클릭-> http://instiz.net/writing/627088
*주의; 이 팬픽은 영화 [GINGER SNAPS] 을 소설화 한 것으로 상업성 의도가 전혀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BGM : Project Zomboid Thema - What was lost?
투구꽃 09
면총
Written by. 알리에
다음날 준면은 종인보다 먼저 일어났다. 준면은 종인이 만약에라도 자신의 인기척에 깨지 않도록 조심히 걸어 집 밖의 창고로 향했다. 종인의 발밑으로 지나갈 때에는 숨소리도 죽였다. 그리고 그 창고 안에서 두껍고 굵은 나무판자를 꺼냈다. 꽤 무겁게 느껴지는 무게에 인상을 쓰면서 다시 방으로 돌아온 준면은 나무판자를 끌어안고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이 상태로 종인이 깰 때까지 기다릴 작정이었다. 날씨는 선선한 가을 이였지만, 준면은 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긴장 때문이었다. 준면이 나무판자를 끌어안고 자는 척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종인의 침대 옆에 놓여있는 자명종이 시끄럽게 울기 시작했다. ‘HAPPY HALLOWEEN~’ 종인은 시끄러운 소음에 인상을 쓰며 주먹으로 자명종을 내리쳤다. 자명종이 종인의 손길에 연약하게 부서졌다.
잠에서 깨어난 종인은 부스스한 머리를 매만지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가 입은 팬티사이로 삐져나온 꼬리가 예전보다 많이 길어진 것이 보였다. 종인이 걸을 때마다 길어진 꼬리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종인이 화장실로 들어가자마자 일어난 준면은 나무판자를 화장실 문고리 밑에 받쳤다. 종인이 화장실 안에서 나올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나무판자가 둔탁한 소리를 냈다. 종인이 그 소리를 들었는지 문고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문을 두드려댔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문고리 아래에 받쳐진 나무판자가 약간씩 흔들렸지만, 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씨발 김준면 뭐하는 짓거리야?”
준면은 종인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문이 열리지 않게 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김준면! 문 안열어? 종인이 마치 문을 부수고 나올 것처럼 문고리를 흔들어댔다. 그리고 문을 쾅쾅 두드리며 욕을 쏟아냈다.
“네가 자해를 하거나,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것 같아서 이러는 거야. 약 다 만들 때까지 꼼짝 말고 그 안에 있어”
“너 진짜 이딴 식으로 굴거야? 당장 문 안 열어?”
닥치고 기다려! 준면의 말에 닫힌 문사이로 종인의 욕지거리가 들려왔다. 준면은 종인의 침대 옆 책 위에 놓여있는 칼을 집어 들었다. 어제 종인이 꼬리를 자르려던 칼이라 그 런지 여전히 종인의 피가 묻어있었다. 준면은 칼을 들고 방안을 이리저리 배회하다가 서랍 안에 집어넣었다. “내보내줘... 준면아, 꺼내줘 응?” 울음 섞인 종인의 목소리가 문을 넘어 들려왔지만, 준면은 종인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마음이 약해지면 안됐다. 그리고 준면은 수납장 위에 올려놨던 투구꽃다발을 들고 집에서 나왔다. 준면이 집을 나간 후에도 종인은 여전히 화장실 안에서 준면의 이름을 부르며 꺼내 달라 소리치고 있었다. 듣는 사람은 없었지만 말이다.
***
준면이 투구꽃을 들고 간곳은 당연하게도 경수의 비닐하우스였다. 준면은 비닐하우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평소와 같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경수의 책상위에 투구꽃을 올려놓았다. 경수는 투구꽃을 보고 눈을 번쩍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거 어디서 났어? 준면은 벅찬 숨을 고르며 말했다.
“이걸 피던, 먹던 빨리 뭐든 좀 해야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혈관 속에 주사하는 거야”
확실히 준면이 보기에도 코카인처럼 코로 흡입하는 것보단, 액체 상태로 혈관 속에 주사하는 것이 나아 보였다. 경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효과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임상시험이 된 약물도 아니고 처음 제조하는 것이라 불안한 마음이 더 컸다. 게다가 더 위험한 것은 투구꽃이 독을 가지고 있는 꽃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장담할 수 없어. 확실한 효과도 모르고-”
“차에 치어 죽는 것보단 괜찮겠죠.”
“약은 몸무게와 체질에 맞춰서 투여해야 해. 무작정 투여하면 부작용이 생기거나, 죽을 수도 있어- 너 혼자서는 불가능 해”
“동생이 도와줄 거예요.”
그리고 준면이 경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에, 종인은 화장실 안에서 원인모를 두려움에 떨며 울고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종인은 손톱으로 문을 긁어내렸다. 찢어지는 비명이 화장실 안을 가득 채웠다. 열어줘-! 하지만 종인의 처절한 비명은 준면에게까지 들리지 않았다. 그들의 거리는 너무나도 멀었다.
***
꽃잎이 담긴 용기 밑으로 불꽃이 마치 뱀이 혀를 날름거리듯 붉고 힘차게 타올랐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꽃잎이 담긴 용액은 꽃임의 색을 다라 보라색으로 변해갔다. 준면은 마냥 둥둥 떠다니는 꽃잎들을 바라보다 경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경수의 관자놀이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은 잠시 후 경수의 옆선을 타고 흘러 바닥으로 떨어졌다. 경수는 열기 때문이 아니라 긴장 때문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조금만 잘 못 정제한다면 치료약이 아니라 인체에 치명적인 독으로 변할 테니까. 안 그래도 독을 가지고 있는 꽃이라 더 위험했다. 준면은 시선을 테이블위로 옮겼다. 준면은 궁금했다. 경수는 도대체 왜 자신을 도와주는 것일까? 준면은 경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별로 없는데 말이다. 그래도 경수가 준면을 도울만한 이유는 별로 없었지만, 그 중에서 이유라고 부를만한 것이 있긴 있었다. 하나는 그 날의 그 끔찍한 생물을 경수도 봤다는 것이고 –심지어 그는 차로 치어버리기까지 했었다- 또 다른 하는 오세훈과 경수가 아는 사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이유면 몰라도 두 번째 이유로 경수가 준면을 도와주는 것이라면, 그것이야 말로 좋지 않았다. 세훈은 준면 때문에 죽어버렸으니까. 아니, 그것은 준면이 세훈을 죽였다고 해도 무방할 만한 사고였다. 준면은 밀려오는 두통에 눈을 감았다. 미간에 자연스럽게 주름이 생겼다. 한숨이 나왔다. 한참동안 눈을 감고 있던 준면은 다시 고개를 들어 경수를 바라보았다. 경수는 준면의 따가운 시선에 결국 입을 열었다.
“얼굴 뚫어지겠다. 할 말 있으면 해”
“저 왜 도와줘요? 오세훈이랑 제가 아는 사이라서 도와주는 거예요?”
준면은 결국 가지고 있던 의문을 경수에게 토해내었다. 어떤 대답이 나올지 몰라 두근거렸다. 준면의 손은 긴장으로 땀이 가득 찼다. 경수은 테이블로 시선을 내리며 입술을 일자로 다물었다. 곤란한 질문이었을까? 한동안 긴 정적에 준면은 경수가 곤란해 하는 것 같아 경수에게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꺼내려 했지만, 경수가 한발먼저 입을 열었다.
“오세훈이랑 네가 아는 사이라서 널 도와주는 건 아니야. 그리고 너랑 걔는 이렇다 말 할 사이가 아니잖아. 가족도 아니고 그렇다고 애인도 아니고”
“그럼요?”
“글쎄다. 동정? 흥미? 나도 왜 내가 널 도와주는 건지 잘 모르겠다. 정말로”
경수의 한탄 섞인 대답이 끝나고 그 둘 사이에는 적막이 내려앉았다. 준면은 시선을 다시 테이블위로 옮겼고, 경수는 치료제를 만드는 것에만 집중했다. 한참 뒤, 경수는 완전히 보랏빛으로 변해버린 용액 속에 솜을 담갔다. 용액에 담긴 솜은 순식간에 액체를 빨아들이며 마치 카멜레온처럼 용액과 색을 동일시했다. 경수는 비어있는 주사기를 눅눅해진 솜에 가져다대고서 용액을 빨아드렸다. 텅텅 비어있던 주사기 속에 금세 보랏빛으로 가득 찼다. 준면은 숨이 턱 막혔다. 이것이, 종인을 도와줄지, 아니면 죽음으로 몰아넣을지. 이제 잠시 후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경수는 주사기를 준면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게 걔를 도와줄 수도 있지만, 죽일 수도 있어”
“네?”
준면은 뜻밖의 소리에 고개를 들고 경수와 눈을 맞췄다. 걔라니, 준면은 경수에게 자신이 물렸다고 했는데- 경수는 그 검고 가라앉은 눈동자로 준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동생”
경수의 말에 준면은 숨을 들이마셨다. 경수는 눈치가 빨랐다. 진즉에 감염된 것이 준면이 아니라 종인이라는 것을 눈치 챘었던 것이다. 경수는 굳어있는 준면을 봤지만, 태연스레 말을 이어갔다.
“최악의 경우에도 고통은 없을 거야. 하지만 마음의 준비는 해둬야 해. 모르니까, 오늘 밤에 여기로 데려와”
고개를 끄덕인 준면은 주사기를 들고 문으로 향하려다 다시 고개를 돌려 경수를 바라봤다. 경수는 테이블위에 어질러진 약품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입술을 달싹거리던 준면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진실을 말해야 했다. 어떠한 결과가 생기더라도 그것은 말해야 하는 진실이었다.
“오세훈 말인-“
“그 이야기는-”
경수는 테이블 위를 정리하던 손길을 멈추며 준면의 말을 끊었다. 경수는, 여전히 준면을 등진 채였다. 준면은 눈을 감았다. 경수는 다시 테이블 위를 정리하며 말했다.
“나중에 하자. 지금은 궁금하지 않네.”
준면은 곧바로 밖으로 나왔다. 준면은 알 수 있었다. 경수의 말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경수는 눈치가 빠른 편이다.
***
준면은 경수의 비닐하우스에서 나와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집에 도착한 준면을 반기는 것은 종인이 아니라 떨어져 있는 화장실 문뿐이었다. 바닥에 떨어져있는 문은 엉망진창으로 변해있었다. 문에는 온통 손톱으로 긁어놓은 것 같은 자국들이 가득했고, 군데군데 피가 묻어있었다. 종인의 것이리라. 바닥에는 종인의 것으로 보이는 손톱들이 널러져있었다. 아마도 방문을 긁다가 부러진듯했다. 준면은 욕설을 내뱉었다. 시발. 종인은 기어코 집 밖을 나간듯했다. 준면은 입술을 깨물었다.
준면은 집 밖으로 나갔다. 종인이 어디 있을 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갈만한 곳은 한창 할로윈 축제 준비를 하고 있는 학교 밖에 없었다. 하지만 준면은 학교로 향하는 도중 뜻밖의 상황과 맞닥뜨렸다. 한적한 동네에 아이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준면은 곧바로 소리가 울려 퍼진 곳으로 뛰어갔다. 종인의 일도 급했지만, 이것이 더 급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비명소리가 나는 곳에 꼭 가야할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곳에서는 찬열이 한 아이의 팔을 붙잡은 채 위협하고 있었다. 아이는 구세주처럼 나타난 준면을 향해서 살려달라고 외쳤다.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아이의 팔뚝을 잡고 있는 찬열의 손아귀에 힘이 가해졌다.
찬열은 2차감염자라 그런지 종인보다 변화하는 속도가 빨라보였다. 할로윈이라서 다행이지 만약 할로윈이 아니었다면, 모두 그의 모습을 보고 이상하다 생각했을 터였다. 찬열의 행색은 보통사람과 달라보였다. 찬열의 행색은 남루하고 공포스러웠다. 누군가가 찬열의 모습을 봤더라면 할로윈에 맞춰서 치장을 가장 잘 한 사람이라 엄지를 치켜세울 만큼, 찬열의 분위기는 섬뜩했다. 그의 손톱은 네일아트를 좋아하는 여성보다 길고 거칠며 단단해보였고, 송곳니는 비정상적으로 자라나서 굳게 닫힌 입술바깥으로 약간 튀어나와 있었다. 마치 뱀파이어 분장을 한 것처럼 말이다.
"박찬열. 아이를 놔줘"
준면이 숨을 고르며 찬열에게 말했다. 찬열은 고개를 돌려서 준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마치 맛있는 음식을 본 사람처럼 군침을 삼켰다. "애 보단 낫겠네" 찬열은 아이의 팔을 붙잡은 손의 힘을 풀었다. 그리고 입맛을 다시며 준면에게로 다가왔다. 아이는 자신을 억압하고 있던 찬열의 힘이 사라지자마자 꽁지가 빠지도록 부리나케 도망쳤다. 준면은 주머니 속에 있던 주사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찬열은 흉흉한 기세로 준면에게 달려들었다.
준면은 순식간에 달려든 찬열에 의해 뒤로 넘어졌다. 찬열은 준면의 몸 위에 올라타서 마치 준면을 잡아먹을 것처럼 굴었다. 이성을 잃은 듯 했다. 준면은 한 손으로 찬열의 목을 쥐어 잡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들고 있던 주사기의 바늘마개를 벗겨냈다. 그리고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찬열의 목에 찔러 넣었다. 혈관을 찾을 시간 따윈 없었다. 멈칫했다간 죽을 것만 같았으니까.
치료액을 주사당한 찬열은 마치 발작을 일으키듯 몸을 부르르 떨더니 옆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기절한 것처럼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준면은 자리에 일어나서 손톱을 물어뜯었다. 두려움에 휩싸였다. 만약 찬열이 이대로 죽어버린다거나- 치료액이 아무런 효능이 없는 것이라면- 상상하기도 싫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짧은 시간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던 찬열은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당황한 기색으로 준면을 바라봤다.
“어...안녕.. 난 가봐야 할 것 같아”
당황한 기색이 만연한 찬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수..수업이 있어서“ 찬열은 말을 더듬으며 그 자리를 떴다. 찬열의 목에 꽃혀있는 빈 주사기통이 찬열이 움직일 때마다 달랑거렸다. 준면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살짝 웃음을 지었다. 효능이 있었다. 이성을 잃고 사람을 공격하던 찬열이 이성을 되찾았다. 좋은 징조였다.
준면은 학교로 향했다. 소수의 학생들이 기대가 가득 찬 얼굴로 할로윈 의상을 입은 채 운동장을 지나다니는 것이 보였다. 준면이 그들을 지나쳐 교내로 들어가자 스피커에서 방송이 흘러나왔다. [3학년 김준면 학생은 이 방송을 듣는 즉시 학생지도실로 가세요. 다시 한 번 방송합니다. 3학년 김준면 학생은 이 방송을 듣는 즉시 학생지도실로 가세요] 준면을 찾는 방송이었다.
준면은 학생지도실 문 앞에서 서성거렸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자신을 찾는지 알 수 없어서 였다. 종인이 벌써 사고를 쳤나? 벌써 누군가를 공격한 것인가? 많은 생각들이 준면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긴장으로 인해 손바닥이 축축해졌다. 한동안 지도실 앞을 서성거리던 준면은 마음을 굳힌 듯 학생지도실 문 앞에 섰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 지도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누군가의 손이 준면의 멱살을 붙잡아서 지도실 안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준면의 눈에 보인 것은 참혹한 현장이었다.
지도실 안으로 준면을 끌어당긴 것은 역시나 종인이었다. 지도실 안은 피로 가득 했다. 그리고 그 곳의 주인인 지도 선생님은 책상에 엎어져 눈을 뜬 채로 사망해 있었다. 그의 시체가 참혹해 보였다. 지도실 벽에 칠해진 피가 누구의 피인지 알 수 있었다. 준면은 정신이 멍해졌다. “어쩔 수 없었어. 이 인간이 엄마한테 전화해서 날 병원에 쳐 넣겠다는거야-” 종인의 변명이 들려왔지만 준면은 그 참혹한 현장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종인은 준면을 향해서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이랬어. 그리고 네가 날 배신했잖아!”
“그런 적 없어”
종인은 준면에게 천천히 다가와서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네가 날 가뒀잖아” 종인의 거친 숨소리가 준면의 귓가에 들렸다. 종인은 아침에 봤을 때 보다 더 변해 있었다. 마치 찬열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준면은 종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계속 이렇게 살 순 없잖아”
“뭐 그래서 나보고 교도소에서 평생 썩으라고? 어?”
종인이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준면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종인을 바라봤다.
“우선 사람들이 모두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것부터 치우자. 이제 제발 내 말 좀 들어”
***
종인과 준면이 학교에서 숨죽이고 있는 동안 그들의 집 에서는 또 다른 비명소리가 울렸다. 그들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그녀가 마당에서 떨어져 있는 두 개의 손가락을 발견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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