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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가 들린다. 우적추적한 빗소리가. 눈을 떴다. 눈을 떴지만 희미해지기는 커녕 앞이 더 선명해지기만 했다. 결국 잠들지 못하고 일어나야 했다. 아직도 그는 들어오지 않았다. 시곗바늘은 벌써 1시 반을 가르키고 있었다. 방 안은 온통 네 냄새로 가득 차있었지만 너는 없었다. 익숙한 방 한켠엔 너와 나의 사진이 있었다. 이젠 그 마저도 싫었다. 이젠 너의 얼굴도, 너의 냄새도 싫었다.
빗소리는 더욱 커져갔다. 솔직히 살짝 걱정도 되었다. 내가 너를 좋아해서? 그럴리 없었다. 애써 부정하는 듯 보였으나 상관없었다. 네가 없었기에.
갑자기 도어락 푸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너였다. 너를 보니 다시 너의 얼굴이 선명하게 빛났다. 하지만 너의 표정은 울상이었다. 비를 맞은 건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어있었다. 나 때문이었고 내 잘못이었고 후회도, 걱정도 되었지만 너를 위로해줄 생각은 없었다. 나는 항상 너의 편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현관 앞에서부터, 자지도 않고 기다린 나를 보며 너는 꽤나 놀란 눈치였다. 너는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을 시작했다.
"..큼..서..선우야..아직도..안 자고 있었어?"
"...어..."
"...아까 내가 했던 말은..."
"그 답, 다시 얘기해줄께."
너는 또다시 눈이 동그래졌다. 네가 아까 했던 말. 그러니까 고백이자, 커밍아웃인 그 말. 나를 좋아한다는 그 말. 잊고 싶었다. 하지만 잊을 수가 없었다. 머릿 속에선 빗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지만 말을 꺼내야했다. 나의 진심을, 나의 마음을.
".....나도 널 좋아하는 것 같아."
"...!"
"그렇지만...그 고백은...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같아."
"......"
사실 내가 먼저 너를 좋아했었을 지도 몰라. 근데 나는 그냥 좋아하는 감정인게, 지금 이 상태가 좋은 것 같아. 말도 안되는 소리고 지금와봤자 해결될 문제도 아니지만 그냥 친구처럼, 아니 아예 몰랐던 사이로 돌아가면 안될까? 뒷말이 입어 머물었지만 차마 입밖으로 뱉어낼 순없었다. 그렇게 모질게 소리쳤으면서, 애써 네가 싫다고 부정해봤지만 정말 부정뿐이었다. 아니라고 하면 뭐하냐고, 사실은 널 좋아했던 건데.
너는 마지막 말을 듣곤 허탈한 듯 다시 나갔다. 이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네가 나가니 또다시 죄책감에 시달린다.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용기를 내 고백한 너를 사람들의 시선이 무섭다고 거절한 날까. 아니면 좋아하는 사실을 입밖으로 꺼낸 널까. 차선우, 이정환. 정말 둘다 병신같아. 왜 이렇게 꼬인 건지. 나는 소파에 털썩 앉으며 눈물이 나오는 걸 참으려 애를 썼다. 익숙한 우리의 집, 익숙한 너의 냄새. 결국 눈물이 흘렀다. 차라리 차버릴껄. 그냥 얘기하지 말껄. 빗소리가 점점 잦아들기 시작했다.
끝 |
흠...똥작망작 탄생^^
내일 비온다던데...비 너무 싫어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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