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바람이 훅 코 앞으로 끼쳐왔다. 조금은 버거운 날씨에 정갈하게 다려 입었던 수트 자켓을 벗어 한 쪽 어깨에 걸치고 손 안에서 바스락 대는 이미펴질 데 하나 없이 구겨져 있는 종이를 다시 손에 구겨넣었다. 등을 타고 내려오는 땀 줄기는 이미 와이셔츠 등을 축축히 적신 듯 했다. 세훈은 이마에서 아른 거리는땀을 닦아내었다. 날씨는 지독히도 살인적이었다. 자신의 발을 졸라오는 반질 거리는 어제 새로 구입한 구두는 발을 씹어 먹을 듯이 욱신 거렸고세훈은 결국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누군가의 집 앞 담벼락에 그대로 기대 주저앉고 말았다. " 씨발, 그 때나 지금이나 나 엿먹이는 건 똑같아. " 세훈은 한숨을 내뱉고는 주머니를 뒤적여 담배갑을 꺼냈다. 돛대였다. 퐁 하는 소리와 함께 라이터의 불은 타올랐고 세훈은 담배를 깊게 빨아 들였다. " 여기 금연구역인데요. " 세훈의 얼굴에 그림자가 들여졌다. 키가 멀대같이 큰, 교복을 입은 남자가 세훈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햇빛 때문인지 눈부심에 그의 얼굴은 그저 까맣게만 보였다.세훈은 그 말을 무시한 채 고개를 숙이고 여전히 담배를 빨아대고 있었다. 이미 지칠때로 지친 세훈은 여기서 떠나 어디론가 가라고 한다면 정말이지그냥 이 동네에서 도경수 이름을 고래고래 부르며 고성방가 신고로 잡혀가더라도 상관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 학생, 내가 많이 힘들어서 그래. 잠깐만, 이것만 피우고 갈게. " " 여기 담뱃재 다 치우실거에요? 아니면 가시라고요. " 씨발 애새끼도 나한테 도움을 안주네. 세훈은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무릎을 세워 몸을 일으켰다. 바짓단을 털고 세훈은 그대로 옆 대문을 열고 들어가려는학생을 잡아 세웠다. 여기 주민이면 도경수를 알 수도 있다 싶어서. " 저기 학생, 내가 사람을 찾는데 말이야. " " 사람이요? " 세훈을 위 아래로 훑어보는 학생을 당장이고 멱살을 잡아 세우고 싶은 맘을 세훈은 꾸욱 눌러 참았다. 애써 사람 좋게 웃어보여도 학생에게 세훈은그저 남의 집 앞에서 개념없이 담배나 피워대는 이 날씨에 검정 수트를 입은 정신나간 사람으로 찍혔을게 뻔했다. " 응, 혹시 이 동네에 눈 존.. 아니 눈 엄청 크고 동그랗고, 키 작은 아저씨 안사냐? " " 그런 아저씨가 한둘인가. " " 아, 그래. 씨발 도경수... 존나 만나기만 해 봐라. 뒤졌어 개새끼. " 학생의 심드렁한 목소리에 세훈은 쪽팔림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작은 목소리로 경수를 욕했다. 다시 움직이던 앞의 발걸음이 멈추더니 조금은 놀란 목소리로되물었다. 살랑이며 간질하게 불어오는 여름바람이 세훈의 땀에 젖은 갈색 앞머리를 움직였다. " 도경수? 저희 아빠 찾으세요? " 럭키다.세훈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 아, 많이 컸구나. 네 이름이... " 박찬열.학생의 가슴께의 주머니에 박힌 자주색 실이 눈에 띄였다. " 박찬열이지. 찬열아. 난 너희 아빠 친구야. 아빠를 좀 보러 왔는데. " " 방금 아저씨 저희 아빠 욕하셨잖아요. 만나면 뒤진다고. " " 친구사인데, 장난으로 욕도 못해? " " 장난이 아니셨던거 같은데. " 경수를 닮아서 그런지 성격도 깐깐하고 뭐 하나 쉽게 넘어가질 못한다. 애새끼가 이렇게 깐깐해서 뭐 하나. 도경수가 길을 잘못 들였네.세훈은 앞머리를 손으로 넘기며 찬열에게 웃어보인다. 장난이야, 정말. 아저씨는 너희 아빠랑 고등학교때 부터 친했어.아주... 친한 사이였어. " 일단 들어오세요. " 찬열은 조금은 의심스러운 손님을 살인적인 더위의 햇볕 아래에 내몰아 넣는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아빠의 친구라고 하는 점이조금은 많이 의심스러웠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아빠와는 달리 아빠의 친구라는 사람은 조금은 괴팍하고 입이 험했다.대문을 열고 문을 따서 세훈을 먼저 들어가게 했다. 아 씨발, 에어컨 존나 시원하네. 앞에서 들리는 세훈의 목소리에 찬열은 인상을 찌푸린다.입이 험한게 아니고, 그냥 존나 험하다.제 집 마냥 세훈은 소파에 그대로 늘어져 자신의 수트자켓은 바닥에 버린 채 오래였다. 찬열은 뻔뻔하게 누워있는 세훈에게 짧게 혀를 차주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 야, 고딩. " " 왜요. " 세훈의 부름에 찬열은 가던 발걸음을 멈추어 세운다. 이름까지 알려 줬는데 금새 고딩으로 호칭이 바뀌었다. 조금은 건방지다 못해 건들거리는 목소리였다.찬열은 퍽 기분이 나빠졌다. 이런 사람이랑 우리 아빠랑 친구라고? 숨겨진 아빠의 과거를 알 수 있는 걸까. " 시원한 쥬스 좀 갖다줘. " 한숨을 내쉬고 찬열은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문을 닫기 전에 세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난 트로피나카 아니면 안마셔. " 결국 찬열이 감정을 실어 문을 닫는 바람에 세훈의 목소리는 묻혀 버렸지만 말이다. 작가의 말말 그대로 세훈이와 경수는 친구! 찬열이는 경수의 아들!성이 다른데 어떻게 경수와 찬열이가 부자지간이냐!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거 같은데 다음편을 보시면 된답니다 하하댓글 쓰시고 포인트 받아가세요 푸름 l 작가의 전체글 신작 알림 설정알림 관리 후원하기 이 시리즈총 0화모든 시리즈아직 시리즈가 없어요최신 글현재글 최신글 [EXO/세디찬] 아빠의 남자친구 01 211년 전위/아래글현재글 [EXO/세디찬] 아빠의 남자친구 01 211년 전공지사항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