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1억
정국은 주차를 하고나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담배 몇개를 이어서 피고있다.
그런 정국의 모습이 한참 비추어진다.
제 17화_
핑계
"들어 가."
그가 고양이를 방에 조심히 밀어넣고선 뒤돌아 내게 들어오란 말을 하고선 또 좋게 웃어준다.
미안해요 나 때문에 고양이가.. 내 말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먼저 집에 들어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자
나는 그 모습을 보고선 놀란듯 입을 틀어막고선 그를 올려다본다.
그는 뒤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 뒤돌아 나를 바라보다가도 내 어이없는 모습에 '왜 그래요?' 작게 웃는다.
"막 영화에서는 여자가 남자 집에 가면.. 남자가 넥타이 딱! 풀고.. 찐하게 키스하잖아요. 그거 떠올랐어."
"그래서 키스하자고요?"
"아, 아니요오!!"
"그럼 뭐."
"…은근 석진씨 얌전한 것 같으면서도 아니라니깐."
"얌전은 무슨.. 짐은 다 정리 했어요?"
"네. 뭐.. 우리 아빠 물건 치울 것도 딱히 없더라구요. 옷도 워낙 몇벌만 고집하시는 분이라..
우리 와인 한잔 하면서 영화나 볼까요?"
"맥주 안 마시고요?"
"오늘은 우아한 분위기 속에 와인 마시고싶은데~?"
"그럼 잠깐 앉을래요? 옷 좀 갈아입고.."
"석진씨."
응? 하고 넥타이를 풀며 나를 바라보기에 나도 모르게 그에게 빠르게 다가가 확 끌어안아버렸다.
아이고.. 아이 달래듯 내 등을 토닥여주는 그에 고갤 들어 그에게 입을 맞추니, 내 등을 토닥여주던 그의 손이 뻘쭘하게 허공을 맴돈다.
간신히 내 목을 감싼 그와 뭐가 그리 급하다고 뒷걸음질을 치다가 그만 콩- 하고 벽에 머리를 부딪히고만다.
살짝 인상을 쓴채로 눈을 뜨면 그가 놀랐는지 입술을 떼어내고선 내게 묻는다. 아주 섹시하게 말이다.
"미안해요.."
"…치."
"……."
"진짜.."
또 이게 웃기다고 그와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주변에서도 다 그랬다. 처음에 만나면 몇달은 하루 웬 종일 키스만 한다고.
그게 바로 우리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을까 생각이 또 들다가도
전정국은 한 번도 내게 해주지 않았던 행동들을 하면 그에게 내 마음을 모두 주게 된다.
그렇게 슬프다가도 사랑하는 사람을 보니 왜 이렇게 또 마음이 정화가 되는 걸까.
"이틀에 한 번씩 소독해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어느새 잠든 오름을 업고 나가는 윤기를 따라 나온 가영은 괜히 멈춰서서 윤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우뚝 멈춰 뒤돌아 가영을 확인하는 윤기 덕에 가영이 급히 윤기에게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애를 혼자두고 일 나가니까 이런 일이 나지. 피가 얼마나 났는지 알아요?"
"…고맙습니다."
"돈은 됐어요. 별로 안 나왔으니까.."
"죄송해요."
"에?"
가영이 윤기와 같이 걷다가 우뚝 멈춰서서는 윤기를 올려다보았다.
윤기도 가영을 따라 멈춰서서 굳게 닫혀있던 입을 연다.
"백화점에서 훔쳤다고 몰아간 거요. 그쪽이 아니라, 옆에 있었던 사람이 훔친 거 확인 됐습니다.
그 사람이 그쪽 가방에 지갑을 넣어둔 것 같더라구요."
"…참나. 이제서야 미안해요? 그러게 내가 아니라고 했잖아."
"정말 죄송합니다."
"…뭐 죄송하다면.."
누군가 자신에게 굽신거리는 건 딱 질색인지라 가영이 뻘쭘한지 크흠.. 헛기침을 하며 다른 곳을 보았고,
윤기가 오름을 업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가영에게 허리를 숙인다.
"어.. 왜 이래요? 이러지 마요."
천천히 허리를 핀 윤기가 말한다.
"제 조카 병원에 데려와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은혜 갚겠습니다."
"조카..?"
"……."
"얘가.. 그.. 그쪽 애가 아니라.. 조카예요?"
"네. 조카."
"……."
"……"
"아.. 그렇구나.. 조카..구나..? 아! 조카.. 역시! 조카일줄 알았어..!"
"……."
"…크흠.. 가, 갈게요! 그럼 수고하쇼."
가영은 수고하쇼- 하고선 뒤 돌아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혼자 주먹을 꽉 쥔채 혼잣말을 한다.
'수고하쇼는 또 뭐니 문가영!' 윤기는 매정하게 바로 뒤 돌아 가버리는 가영을 바라본다.
"인사 할 틈도 안 주네.'
정국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카페 청소를 하면서 자꾸만 열린과 석진이 같이 있는 모습이 떠올라 한숨을 내쉰다.
일단 청소 먼저 하자는 생각에 고개를 저은 정국은 갑자기 카페 문 열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문쪽을 본다.
지민이 긴급속보! 소리치며 숨을 헐떡이자 정국은 또 떠돌이 강아지가 불쌍해서 만원어치 먹을 걸 사줬단 얘기겠지 싶어서 무시한채 청소를 한다.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정국에 지민은 징그럽게 정국에게 달라붙어 팔을 붙잡고선 시끄럽게 얘기한다.
"긴급속보라니깐!? 안 궁금해? 안 궁금해!? 나 같으면 엄청 궁금할 것 같은데!?"
"안 궁금해."
"왜 안 궁금하지이!? 나는 엄청 궁금할 것 같은데에에에!?"
"그럼 실컷 궁금해 해."
"진짜 안 궁금해? 열린이 얘기인데도!?"
"……."
갑자기 멈칫하는 정국에 지민이 재밌는지 껄껄 웃으며 정국의 어깨를 툭툭- 친다.
나는 네가 열린이 얘기에 약할 것을 알고있지 음하하.
"길열린 뭐."
"어제 열린이가 외박을 했대요오오오오!!!"
"……."
"으흥흥흥흥.."
"…그 남자 집에서?"
"응! 그 남자 집에서."
"……."
"그럼 당연히 잤겠지?"
"……."
"우리 정국이 마음이 엄청 찢어질 것 같아서..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을 수백 번 하다가.. 지나가는 길에 너 생각이 나서 들렀는데.
마침 딱! 입이 간지러운 거 있지이.. 그래서 말을 했는데? 너 표정이 왜 그래? 너 혼 빠져나가는 게 다 보여.. 어머."
"……."
"……."
"……."
"……."
"어쩌라고 그래서."
"아니 그러니까아.. 걔 더 오래 만나기 전에 안 잡냐구.. 나는 네 편이라니까?"
"야."
어? 혹시라도 맞을까 지민이 방어자세를 취하자 정국이 지민을 이상하게 바라보았고, 지민은 히히 웃으며 방어자세를 풀어 정국을 바라본다.
정국이 말도 않고 지민을 바라보자 지민이 왜 부르는데에! 괜히 찔리는지 흠칫 몸을 떤다.
"희연이누나가."
"…희연이 누나?"
"나 길열린이랑 만난 거 모르지?"
"어..? 어.. 야아! 그때 졸업앨범보고 내가 친한 애라고 말했잖아. 말해뭐해!"
"그래?"
"왜? 물어봐 막?"
"그건 아닌데.. 장례식장 간다고만 얘기했는데.. 한 번에 맞추더라고."
"뭘 맞춰..?"
"길열린이한테 갔다 온 거냐고."
"뭐어!?!??!"
"아 시끄러. 쪼끄만 게 목소리 하난 진짜 크네."
"어떻게 그걸 한 번에 맞추.. 아니 야!! 나 너랑 해봤자 키 차이 얼마 안 나거든! 나 깔창끼면 너랑 똑같다아아아!!!"
"됐고, 이상한 소리 더 할 거면 그냥 가라.. 안 그래도 머리아프니까."
"열린이 기분 좀 풀겸!! 주말에 우리 넷이서 펜션잡고 놀자고 했어."
"뭐라고?"
"뭐가."
"방금 뭐라했어? 넷이서? 언제? 이번 주말?"
"재방송 안 해."
"야이씨."
"간다."
지민이 얄밉게 메롱- 하고선 카페에서 쫒기듯 나가버리자 정국은 야!! 박지민!! 소리를 지르다가도 손님이 들어오자
바로 표정을 풀고선 손님을 맞이한다. 쟤 뭐라고했어.. 넷이서 펜션잡고 놀아?
"길열린? 걔 전정국이랑 고1 때부터 사겼었어 언니."
"…그치? 역시 맞지..?"
"근데 언니가 전정국이랑 만난다니까 신기한데.. 길열린이는 왜?"
"아니.. 그냥 궁금해서! 얘기가 많이 오고 가길래..."
"아하.. 문가영도 알겠네? 나 얼마 전에 문가영 봤는데 열린이랑 같이 사는 것 같더라? 둘이 같은 집에서 나오던데."
"…그래? 어디서?"
"그 한암동.. 돈 있는 것들만 사는 동네! 문가영 걔는 아빠가 국회의원이셨거든? 그래서 돈 엄청 많았어."
"…아. 한암동.."
"흰대문이었는데.. 어디쯤이었더라.. 그 동네에 흰대문이 없었어서 내가 딱 기억나는 게 그거밖에 없네에...
뭐 먹을래 언니?"
"아니, 나 다이어트 중이라서..!"
그 말에 열린이의 동창이 웃으며 희연의 외모를 칭찬하게 바쁘다. 왜 이렇게 예뻐졌어 언니? 그 말에 희연은 고맙다며 고갤 끄덕이다가도
입술을 세게 꽉 물은채로 생각한다. 열일곱에 만난 거면.. 10년 정도를 만났단 소리야? 근데 왜 나한테 거짓말을..
"뭐해?"
가영이 누워서 다리 운동을 하다가 멈춰서서 어제의 윤기를 떠올리다가 그만 넋을 놓고 말았다.
그 모습에 방금 집에 들어 온 열린이 가영의 옆을 지나며 묻자, 가영은 그제서야 정신이 드는지 두눈을 크게 뜨고선 열린이에게 묻는다.
"너 어디서 외박질이냐! 말도 안 하고?"
"아이구.. 엄마세요?"
"내가 네 작은엄마 아니겠냐.. 내 얼굴 한 번 볼 생각도 않고 바로 외박이냐.. 서운하게."
"미안해.. 어제 집에 불 다 꺼져있길래 너 없는 것 같아서.. 연락한다는 게.. 깜빡하고 잠들었어."
"잤냐?"
"에?"
"잤구나?"
"잠을 잤지. 그럼.."
"에라이!"
"야 근데 길열린.."
열린이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자, 가영이 손을 뻗었고.. 열린이 자연스레 누워있는 가영에게 다가가 컵을 건내주며 말한다.
"왜 불러?"
"사과라는 건 어떻게해야 돼?"
"사과?"
"어. 사과.."
"왜? 너 무슨 사과할 일이라도 생겼냐? 평생은 사과할 일 없을 것 같이 생겨서는.."
"…그냥 내가 말실수를 좀 해서."
"그냥 네가 어째어째해서 기분 나쁘게해서 죄송합니다아.. 하면 되지! 사과가 어렵냐?"
"어려워! 나 한 번도 누구한테 굽신거린 적 없단 말이야."
"사과가 굽신거려야 사과야? 진심이 느껴지면 돼."
"…그러냐?"
"엉."
벌컥벌컥 물을 원샷한 가영이 크으.. 하고서 다시금 눕자, 열린이 그런 가영이 귀여운지 웃으며 부엌으로 향한다.
열린이 겉옷을 벗으며 방으로 들어가려고하자 가영이 다시금 입을 열어 열린이의 발목을 잡았다.
"내가 말했던 그 재수탱."
"백화점?"
"응."
"잘.."
"……."
"생긴 것 같기도 해."
"엉?"
"배고프다. 라면 먹을래?"
"어... 어.."
가영에게서 나온 말들이 의외라고 생각 한 열린이 고개를 갸웃하다가도 손에 들린 핸드폰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자 핸드폰 화면을 확인한다.
저장되어있지 않은 번호.. 하지만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번호..
전정국이였다.
급히 방에 들어오자마자 옷을 벗을 생각도 없이 전화를 받아냈다.
"……."
- …….
"왜!"
- 야.
"…뭐."
- 피아노.
"피아노?"
- 피아노 당장 가져 가.
"뭐래 갑자기.. 받자마자.."
- 30분 내로 안 오면 이거 그냥 갖다 버린다.
"뭐? 야 전정국!"
뚝.. 매정하게 끊긴 전화에 열린이 어이가 없는지 알면서도 꺼진 핸드폰 화면을 보며 콧방귀를 뀐다.
이게 미친 건가.. 갑자기 받자마자 뭔가 화난듯한 목소리로 피아노 가져가라니.. 언제는 시간나면 가져가라더니!
"무슨 일 있어?"
문을 빼꼼히 열고선 열린이에게 말하는 가영에 열린이 핸드폰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이없는 표정은 유지한채 말이다.
"전정국이 갑자기 피아노 당장 가져가라는데?"
"또라이네.. 으휴.. 잘 됐다! 나도 백화점 갈 건데. 같이 가."
"30분 안에 오라는데?"
"라면 10분 컷."
"그래 뭐.."
진짜 이상한 자식이야. 전정국..
"부회장님.. 4시인데.. 퇴근해도 됩니까?"
"4시..? 아, 맞다. 오늘이 그 날인가?"
"네."
"그래애. 갔다 와. 조심해서 잘 갔다 와! 나도 가고싶지만.. 밀린 일들이 많으니.. 네가 대신 내 몫까지! 오케이?"
"네."
석진이 화이팅! 하고 보기좋게 웃자, 윤기는 오늘도 여전히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방에서 나온다.
손목 시계를 확인 한 윤기는 늦을까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고, 멀리서 빠른 걸음으로 오는 윤기를 보며 여직원들이 말한다.
"민비서님 뛰는 모습도 어쩜 저렇게 시크하냐..?"
"나 민비서님 웃는 모습 보는 게.. 이번 해 소원이야."
"너 아재개그 잘 알잖아. 가서 면전에 대고 개그쳐봐."
"안 그래도 무시당하는데 아재개그 했다가 박제 당해.. 여봐.. 나 오늘 민비서니만테 인사 해본다? 분명 씹힌다."
"오케이."
윤기가 여직원들쪽으로 다가오자 인사를 해보겠다던 여직원이 고개 숙여 '안녕하세요 윤기씨..'하자
평소엔 눈빛으로 대답하던 사람이 목례하며 '안녕하세요'하자 여직원들이 벙찐 표정으로 말한다.
"지금 내 인사 받아준 거 맞지..?"
"맞는 것 같은데.. 웬일이야!?"
그 다음으로 과장쪽으로 향하는 윤기에 과장이 '어이 부회장 따까리!'하자 윤기가 개무시를 하고선 지나쳤고
과장은 저 싸가지! 하며 괜히 또 허공에 발차기를 한다.
딸랑- 작은 종이 문에 부딪히는 소리에 할짓없이 카페 청소를 하던 전정국이 고갤 돌려 나를 보았다.
뻘쭘하게 전정국에게 다가가니 전정국은 평소와 다를 거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날 보자마자 인사는 커녕 피아노 얘기 먼저 할 것 같았던 자식은 의외로 어울리지 않는 말들을 꺼냈다.
"어머님은 괜찮으셔?"
"엄마..? 괜찮지."
"넌?"
"나야 뭐.. 엄마보단 더 괜찮아."
"……."
뭐야.. 솔직히 조금은 내가 미웠다. 너를 너무 나쁘게 보고 있던 내가 실망스러워서 조금은 힘을 주고있었던 표정을 풀어보는데..
"피아노 가져가라."
표정이 풀어지는 과정에 들려오는 듣기싫은 목소리에 바로 또 인상을 쓴채로 전정국을 보았다.
바쁘지도 않으면서 깨끗한 바닥을 쓸어내는 전정국을 한참 바라보다 겨우 입을 열었다.
"나 저거 가져가려고 온 거 아니야."
"그럼 왜 왔는데? 버리는 거 실시간으로 보려고?"
"아니? 갑자기 왜 마음이 바뀌었어? 나중에 가져가라면서! 나더러 어떻게 저걸 가져가라고?"
"저 피아노 놓은 공간에 테이블 하나 더 놓으려고. 내일 온다고 했으니까 내일까지는 치워줬음 좋겠어서."
"너 진짜 못됐다.. 그럼 저거 질질 끌고 집까지 가냐?"
"그것도 나쁘지않네."
"전정국."
"손님 많이지기 전에 가져가라."
나는 모른다~ 라는 식으로 나를 지나쳐가는 너를 보니 한숨이 먼저 나왔다.
왜 심술이야 갑자기? 뭐 때문에 화가나서 그러는 거야?
"이걸 어떻게 가져가라구.. 아, 그럼 지민이한테 부탁해야겠다! 내일 가져갈게. 몇시에 오면 돼?"
"박지민 내일 바쁘다고 지방에 내려간다했는데."
"아, 그럼... 어떡해.."
"뭘 어떡해."
"아! 그럼 네가 좀 도와주라.. 내일 네 차로.."
"내가 왜? 싫은데."
"…와."
"네 남자친구한테 도와달라고 해."
"…안 돼."
"왜."
"일하느라 바쁘단 말이야.. 그러니까 네가..!"
"난 안 바쁘냐?"
"…그건."
또 뭔가에 화난 것 같았다.
무슨 말 실수라도 한 건가 싶어서 너의 눈치를 보고있는 게.. 너와 만났을 때 나 같아서 바로 마음을 고쳐잡았다.
"너도 물론 바쁘지! 손님 많으니까.. 알았어.. 아는사람 어떻게든 불러서라도 내일 꼭 가져갈게. 그럼 됐지? 버리지 마."
"…만난지 얼마나 됐냐."
갑작스런 너의 질문에 피아노를 만지던 내 손은 멈추고 말았다. 도구함에 빗자루를 넣어두고선 나를 바라보는 너는 나와 거리가 꽤 멀었다.
분명.. 가까이서 얘기를 해도 될 법도 한데.. 왜 너와 나는 거리를 두고있는 걸까.
아, 왠지 이 정도 거리가 적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와 나는 가까워 질 수 없으니까.
"한달 넘었지 뭐.. "
"잘해줘?"
"잘해줘. 엄청.."
"좋은 사람인가보네."
"어?"
"그 사람 얘기하니까 바로 웃는 거 보니까."
"……."
"나랑 얘기할 때도 지금처럼 웃으면 안 되냐?"
"……."
"내가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응. 알았어."
"……."
"그럼 나 간다?"
"야 길열린."
급히 이 상황을 피하고싶어 문쪽으로 발걸음을 돌렸을까.. 나지막히 들리는 너의 목소리에 바보처럼 나는 또 딱딱하게 굳어서는 너를 바라본다.
"어?"
"오늘 선약 없으면 나랑 밥 먹자. 네가 좋아하는 거 사줄게."
"……."
평소엔 내가 좋아하는 음식하나 먹으러 나가자고 하면 귀찮아서 싫다고 인상부터 쓰던 네가..
지금은 내게 먼저 밥을 먹자고 한다.
항상 너와 만나면서 네가 변하길 바랬는데.. 네가 변하는데 답은.. 너와 헤어지는 것이었나보다.
바보처럼 대답 한 번 못하고 전정국을 빤히 바라보고있으면.. 작게 들리는 종소리에 문쪽을 확인하면...
"…나 왔다! 쩡국아! 내가 오늘 백화점 가서! 커플티 사왔지롱!"
"……."
"……."
"…어.. 손님이 계셨네.."
가영이 백화점에 돌아다니다보면 윤기를 만날 수 있겠단 생각에 긴장한듯 백화점 앞에 서서
핸드폰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고선 문을 열고 들어서려고 했을까..
마침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에 뒷걸음질을 친 가영이 인상을 쓴채로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을 확인한다.
"어..?"
"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 무슨 이런 우연이!"
"…그러게요."
"어.. 음.. 그게.."
윤기가 대충 목례를 하고선 가영을 지나쳐가려고하자, 가영이 급히 윤기의 팔을 잡았다.
윤기가 멈춰서서 자신의 팔을 잡은 가영의 손을 확인하자 가영이 놀란듯 팔을 놓아주고선 말한다.
"아니.. 그! 은혜 갚겠다면서요! 그럼.. 나 오늘 저녁 좀 사줘요. 방금 막.. 약속이 깨져서."
"…아."
"…아?"
"제가 지금 급히 갈 곳이 있어서요. 다음에.. 다음에 사드릴게요."
"에?"
"그럼 이만.."
"저기요! 아니 할 말도 있는ㄷ..."
가영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냅다 달려가는 윤기에 가영은 어이가 없는지 콧방귀를 뀌다가도 또 아무도 없는 허공에 화를 낸다.
"나 지금 차인 거야? 이런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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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 일찍 써서 행복해여 하핳ㅎ
핸드폰 하다가 자도 되겠다 헤헤헤ㅔ헤헿헤ㅔ헤헤헤ㅔ헤헤헤헤헤헤헤헤
이소라님의 신청곡.. 처음 들어보능데 노래 겁나 좋네여 핳..
정말 잘어울려요 ㅠ_ㅠ 헿 나 머래 졸려서 말을 이상케한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