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훈아.
들려온 목소리는 다정하고 부드러웠다. 그러나 세훈은 차마 그 목소리에 대답할 수 없었다. 지지 않으려 쥔 주먹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속내가 캄캄해지면서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 입안이 바싹바싹 메마르고 탔다. 기실 그것은 두려움이요, 공포감에 가까웠다.
어디에 있었어?
루한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자신의 연인은 다정한 폭군이었다. 세훈은 나지막히 두 눈을 깜박였다. 형, 체념의 목소리가 텁텁하고 쓰다.
잠깐, 밖에 나갔다 왔어.
김종인 그 새끼랑 있던 건 아니고?
다 봤어, 루한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변화의 기운이 없어서, 미처 소름이 끼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속내가 어지럽게 무너졌다.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지도, 욕설을 내뱉지도 않지만 그에게는 어떤 무서운 힘이 있었다. 이야기는 모두 한달 전부터 시작되었다. 루한은 세훈이 자신 몰래 나가는 것을 몹시도 싫어했지만 특별히 구속하지는 않았다. 세훈도 루한을 사랑하고 있었으니, 은근한 공포감을 기분 탓이라며 넘길 수가 있었다.
아, 나야.
세훈과 루한이 사귄 지 일년 째 되던 날, 세훈의 전 애인이었던 준면 선배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한 채 집을 찾았을 때.
그 애, 처리할 수 있지?
그 대화를 세훈이 듣지만 않았더라도, 평화로운 나날은 지속되었을 터였다.
세훈은 루한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루한의 입술이 비틀리는 날은 없었다. 항상 음지에서 일을 벌였던 만큼 그는 자신에게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형, 나는.
그만하자.
형을 여전히 사랑하면서도 무서워.
세훈은 일방적 통보 이후 그대로 눈을 감았다. 루한의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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