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고3인지라 이번이 마지막 대회다.
이번 대회에서는 실적 좀 내보라는 미술 선생님의 당부도 있었고,
마지막 대회라는 부담감에
다들 밤 늦게까지 미술실에 남아 대회 준비에 한창이다.
세시간 쯤 그렸을까.
아 진짜 힘들다, 뻐근해져 오는 손목을 돌리며
지끈거리는 관자놀이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뺨에 차가운 감촉이 돌아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샌가 곁에 온 성재가 내 뺨에 이온음료를 대고 있다.
"쉬어가면서 해."
"아, 고마워..."
시원하다, 시원한 감촉이 좋아 다시 내 뺨에
캔을 갖다 댔다.
성재는 그런 나를 보고 웃으며 열심히 해,라는 말과 함께 돌아섰다.
걸어가는 성재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캔을 내려놓고 다시 붓을 들었다.
드디어 다 그렸다! 뿌듯한 마음에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숨기지 않고 실실거리며 붓을 내려놓았다.
기지개를 펴며 주위를 둘러보자 어느새 모두
가버리고 미술실에는 나와 성재만 남아있었다.
" 다 그렸어? "
내 쪽을 보며 엎드려 있던 성재는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고,
나는 완성했다는 즐거움에 응!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 이제 집에 가자. 정리하는 거 도와줄게. "
성재는 내 쪽으로 다가와 물통을 집어들며 말했다.
" 오, 이 그림이야? 니가 한달 전부터 끙끙대던 게? "
" 응 , 속 시원하다. "
" 잘 그렸다. 한달 잡을 만 하네. "
성재의 칭찬에 난 베시시 웃었고
성재는 그런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 예쁘다. 그림도 그리는 사람 닮나보네. "
빈말도 잘해, 살짝 웃으며 장난스레 성재를 흘겨봤다.
시계를 보니 벌써 열한시가 훌쩍 넘어 서둘러 정리를 마쳤다.
" 자, 가자. 데려다 줄게. "
미술실에 나서며 자연스레 내 어깨 위로 팔을 올리는 성재에게
무겁다며 투정을 부리며 우리는 미술실을 나왔다.
" 나 이번 대회에서 금상 타면 뽀뽀."
" 시끄럽다. "
뽀뽀 타령하는 성재의 입을 툭 쳐주고
상가들의 불도 다 꺼진 어두컴컴한 거리를 은은한 가로등 불빛에 의존하여
우리는 천천히 걸어갔다.